ㅁ 晩翠公(啓道) 遺詩[만취공(계도) 유시]
만취공은 아버지 의재공(毅齋公)과 어머니 해남 윤씨의 4남으로 1926년(丙寅) 관산에서 태어나 1999년(己卯) 74세에 타계했다. 9세에 잠계(潛溪) 백형기(白亨璣) 문하에서 한학을 공부하고, 17세 때는 화순 화산(華山) 조교석(曺敎錫)선생에 이어 효당(曉堂) 김문옥(金文鈺)선생의 문하생으로 경(經)․사(史)․자(子)․집(集)을 익힌 한학자다.
공은 도남재(道南齋)에서 후학을 지도하다 광주로 옮겨 삼성실(三省室)이란 서재를 운영하면서 전남대와 무진음사(武珍吟社)와 계고회(稽古會)에 참여해 역내 장보(章甫)들과 한학발전에 진념했다. 그리고 관선회(觀善會)를 창립해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의 사상을 발전시키는데 유림들과 심혈을 기울였다. 만취집이 있다. (유고집)
■ 天冠行 (천관산 노래)
天冠根盤幾百里 천관산 자락이 맻 백리나 되뇨?
雄厚磅礡鎭南州 웅장하고 충만함이 남주를 진압하네
地軸逶迤到此盡 백두대간 구불구불 여기에 머무니
石勢嶙峋接素秋 바위 형세 첩첩 쌓여 가을 하늘 접했구나
芙蓉擎出白雲中 연꽃이 흰 구름 가운데 솟아 난 듯 아름답고
仙窟劈開滄海頭 신선의 굴은 바닷가에 쪼개져 열려있네
萬壑沈沈藏蛟龍 만학이 깊숙함에 교룡이 숨어있어
時時興雲又爲雨 때때로 구름 일고 비가 또 내린다네
瀛洲滄茫入眼際 한라산 어렴풋이 눈가에 들어오고
靑空縹緲在足下 창공은 아득히 발아래 있어라
鬼斧神斤一呵成 귀신의 도끼로 이루어 내니
蓬萊方丈共崔嵬 금강산과 지리산과 한가지로 우뚝하네
仙跡今傳淸風壁 신선한 자취 지금까지 청풍벽에 전해오고
戌樓夜連烽火臺 수루는 밤새도록 봉화대에 접속하네
下有洞府何窈窕 산 아래 마을들은 어찌 그리 그윽한가?
千村萬落蟻垤開 많은 마을 옹기종기 개미집 같아라
鍾靈毓秀千萬歲 신령스러움을 간직한 체 오랜 세월 지낸 동안
産出傑人與英材 걸인과 영재를 무수히 배출했네
如今萬民苦旱甚 오늘날 만백성이 가뭄에 고생하니
何不興雨洽八垓 비를 어찌 팔방에 적셔주지 않는가?
■ 潯陽江上聽琵琶曲 (양강을 찾아 강상에서 비파곡을 들음)
潯陽江頭日慾暮 심양강 나루에 해 저물려 하니
秋風颯颯吹面來 가을바람 쓸쓸히 얼굴에 불어온다
來此不聞絲竹聲 여기 와서 사죽 소리를 듣지 못하고
但有杜鵑玄猿哀 다만 두견새와 검은 원숭이 슬피우는 소리뿐이로다
遙聞鳴鳴暫傾耳 아득히 들이는 노래 소리에 잠시 귀 기울이니
忽疑弄玉吹簫廻 문득 구슬을 희롱하고 퉁소를 불며 돌아옴을 의심하네
陋邦不應有此聲 누추한 고을에 응당 이 소리 없으리니
無乃何人爲此戱 누가 장난을 하는가?
鯤絃鐵撥攏且撚 곤현과 철발을 누르고 또 비트니
曲中訴說不得志 노래 중에 얻지 못한 뜻을 하소연하네
小絃春雲半空起 작은 줄 소리는 봄 구름이 공중에 일어나고
大絃風雨夜驟至 큰 줄 소리는 풍우가 밤에 달려온다
一推一却山欲裂 한번 밀고 한번 물러남에 산이 찢어진 듯 하고
將絶如縷水亦咽 장차 끊어지듯 하다 이어지니 물이 또한 오열하구나
細聽前後雨三聲 후 두세 소리 가만히 들어보니
流落江湖苦幽獨 강호에 흘러 떨어져 외로움을 괴로워하노라
心中怨恨無限意 마음속에 원한 끝이 없는 뜻은
彷彿明妃琵琶曲 마치 명비의 비파 곡 같구려!
■ 過嚴子陵釣臺 (엄자릉의 조대를 지나며)④
(각주) ④ 결결(決決) : 끝없을 앙, 성한 모양, 끝없는 모양/표표(飄飄) : 나부낌이 가볍다/고회(高懷) : 고상하고 거룩한 마음/망기(忘機) : 속세의 일이나 욕심을 잊음/소쇠(笑殺) : 웃고 넘기며 문제 삼지 아니함, 큰 소리로 비웃음
昔聞嚴陵風節高 옛날 엄자릉의 풍류와 절개가 높다고 들었네
今過富春桐江涯 오늘 부춘의 동강가를 지나는구나
步步綠溪路轉深 시내를 따라 걸어가니 길이 점점 깊어지네
眼隨雲物次第開 눈이 구름과 물상을 따라 차례로 열리는구나
遺墟而今釣石在 옛터에는 지금도 낚시하던 돌 남아 있는데
春山無主鳥空啼 봄의 산은 주인이 없고 새는 공중에서 우네
溪上苔蝕舊釣磯 시내 위 이끼 없는 옛 낚시터는
遙想當年此定樓 멀리 생각하면 당시 이곳에 자리를 정하였으리
千駟萬鍾竟何爲 천사와 만종이 마침내 무엇이 되리오
一朝潛跡富春堤 하루아침에 부춘의 제방으로 자취를 감췄구나
垂釣蒼波日遲遲 낚시 드리운 푸른 물결에 해가 느릿느릿하니
江上白鷗亦忘機 강가의 흰 갈매기도 또한 시름을 잊는구나
白鷗應知當日事 흰 갈매기는 당일의 일을 알리니
千載如翁復誰誰 천년에 늙은이 같은 이가 다시 누구리까
笑殺漢土今烏有 우습다! 한토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空江猶餘一釣磯 빈 강에는 오히려 한가한 낚시터만 남아있구나
當時風韻今安在 당시의 풍류와 운치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懷思錦錦不可裁 생각이 끝이 없어 가히 헤아릴 수 없도다
桐江決決富春深 동강은 끝없이 흐르고 부춘산은 깊으니
飄飄高懷此可知 표표한 고회를 이에 가히 알리라
(144-113일차 연재에서 계속)
첫댓글 (144-112일차 연재)
(장흥위씨 천년세고선집, 圓山 위정철 저)
112일차에는 '만취공(계도)의 유시'가 밴드에 게재됩니다.
112일차(실제로는 추가 1일차가 더해져 113일차)로 "천년세고선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국역본은 마무리가 됩니다.
다만 해제본(약식)과 충렬공 관련 고려사 기록편은 144일차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본문내용- 만취공 유시]
/ 무곡
만취의 뜻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늦겨울에도 변하지 않는 푸름'이라는 뜻이고, 대쪽 같은 선비의 지조가 호속에 내포되어 있습니다./ 무곡
장흥위씨 - 장흥위문(長興魏門) 선대(先代) 서책(書冊), 유고(遺稿) 문집(文集) / 栢江 위성록
- https://naver.me/G6fR4i7i
그동안의 여러 사례들을 보노라면,
천년세고선집은 현재와 과거 선조와의 대화 차원을 넘어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오작교 같은 다리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됩니다.
이것이 진정한 천년세고선집의 힘이요 영향력이라고 판단됩니다./ 무곡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