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선규의 풋풋한 첫사랑! 과연 혜리와 운명의 짝이 될 수 있을까?
혜리를 처음 본 순간 선규 마음은 자석에 이끌리듯 혜리에게 찰싹 달라붙고 말았어요.
까르르 웃을 때도, 샐쭉 토라질 때도, 선규는 혜리가 좋았어요.
어른들이 그러는데 콩깍지가 단단히 씌었대요.
아이, 몰라요. 마음이 둥실 솟아오르는걸요!
새 학년 첫날, 선규는 혜리를 보고 첫눈에 반했습니다. 실행력 하나 끝내주는 선규는 그날로 엄마를 졸라 혜리가 다니는 피아노 학원에 등록하고, 제일 아끼는 물건을 선물하는 등 틈만 나면 혜리에게 애정공세를 펼쳤지요.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혜리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는 소미, 혜리를 좋아하는 다른 남자애 등 훼방꾼도 만만찮습니다. 선규는 아빠와 함께 구애작전을 짜 보지만 의도와 달리 친구들에게 망신만 당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는 엄마의 다독임에 자신감을 회복한 선규는 다시 한 번 혜리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서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또한 어긋나고 말았습니다. 혜리와 운명의 짝이 아니라고 여긴 선규는 다음 날부터 혜리를 피해 다니기 시작하는데, 오히려 이것이 혜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학원도 계속 빼먹는 선규가 걱정되어 혜리가 소미와 함께 선규 집을 찾아오지 않았겠어요?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혜리를 마주하자 다시 마음이 콩닥거립니다. 혜리와 소미가 돌아간 뒤, 기뻐서 방방 뛰는 선규를 보고 엄마도 혜리를 칭찬합니다. 그런데 가만 들어 보니 소미를 혜리로 착각하고 있는 거 있죠! 자초지종을 듣고도 그 애(소미)가 더 낫다며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아, 아무래도 혜리와 사랑을 이루려면 멀고도 험한 길을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선규는 꿋꿋이 사랑을 지켜 나갈 생각입니다. 내 눈에 콩깍지, 혜리!
글 : 최은영
그림 : 한지선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영국 킹스턴대학교 일러스트 과정을 수료했다. 지금은 노을이 아름다운 섬 강화도에 살면서 어린이만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나랑 같이 놀래?』, 그린 책으로 『엉덩이가 들썩들썩』 『기호 3번 안석뽕』 『거꾸로 가는 고양이 시계』 『컵 고양이 후루룩』 등이 있다.
운명의 짝 ------------- 4
천사가 행복하다면 ------------ 12
천사의 남자 친구 ---------- 20
내 마음도 모르고! ---------- 28
천사가 좋아하는 것 ---------- 40
꼬이고 또 꼬이고 ---------- 48
내 눈에 콩깍지 ---------- 56
작가의 말 ---------- 63
“왁!”
3번 연습실 문이 열리자마자 선규는 얼굴을 드밀고 소리를 질렀어요.
“엄마야!”
“깜짝야!”
혜리는 얼굴을 감싸 안으며 바닥에 쪼그려 앉았고, 뒤따라 나오던 소미는 호랑이처럼 사나운 눈으로 선규를 노려보았어요. 원장 선생님도 바람처럼 뛰어나왔어요.
“반가워서 인사한 거예요.”
선규가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변명을 했어요.
“무슨 인사를 이렇게 다정하게 하냐?”
소미가 선규에게 종주먹을 댔어요. 소미는 혜리의 단짝인가 봐요. 학교에서도 내내 붙어 있더니, 피아노 학원도 같이 다녔어요.
“괜찮아. 다친 것도 아닌데 뭘.”
천사 혜리가 선규를 보며 눈을 접었어요. 사르르 선규의 마음이 또 녹아들었어요.
“내가 너희 집까지 데려다줄게.”
선규가 앞장섰어요. 원장 선생님이 수업할 시간이라고 붙잡아도 소용이 없을 만큼 선규의 발걸음은 빨랐어요.
“네가 왜 혜리를 데려다주는데?”
눈치도 없이 소미가 혜리 옆에 꼭 붙어서는 입을 비쭉였어요. 혜리는 천사니까 지켜 줘야 한다는 말은 선규의 머릿속에서만 맴돌았어요. 사실 천사라는 말을 입 밖에 내는 것은 조금 쑥스러운 일이거든요.
- 본문 12~14쪽 중에서 ---- 본문중에서
사랑,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마음의 움직임
지금 부모들이 어릴 적에는 남자 친구랑 여자 친구가 손만 슬쩍 잡아도 “얼레리꼴레리!” 하면서 놀리기 일쑤였습니다. 손잡는 게 다 뭔가요? 이성 친구를 부를 때 “아무개!”가 아니라 성을 떼고 이름만 부르면 누가 누굴 좋아한다고 수군거리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 나름대로 낭만과 설렘이 묻어나지만 어쩌면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야 하는 괴상한 감정이라고 오해하는 아이도 있었을지 모릅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고 예쁜 마음인데도요. 물론 요즘 어린이들은 대체로 자기감정에 솔직해서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고 표현을 잘하는 편이라 다행입니다. 이 책의 선규처럼요. 첫눈에 반한 혜리와 함께 있고 싶어서 피아노 학원도 바꾸고, 제일 아끼는 모형 자동차도 선뜻 내주었습니다. 그뿐인가요? 혜리가 청소할 때 힘들세라 어디선가 나타나 도움을 주려고도 했습니다. 혜리가 좋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앞뒤 재지 않고 실행에 옮기는 선규를 보면서 참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데 표현하지 못하는 친구가 있다면 용기 내어 마음을 표현해 보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최은영 작가도 밝혔듯이,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아껴 주는 마음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더 아름답고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싹이 될 테니까요. 다만, 우리 모두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똑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도 없습니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인데도 어느 상황에 놓이게 되면 우린 종종 이 사실을 잊습니다. 저 사람도 분명 나와 같은 마음이겠지 하고 믿어 버리는 것이지요. 선규가 펼치는 구애작전이 몇 차례 실패하는 걸 지켜보는 동안 피식 웃으면서도 우린 스스로 똑같은 실수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마음일지 헤아려 보는 연습을 자꾸 하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혜리 대신 소미가 더 낫다는 선규 엄마의 마음은 어떡하냐고요? 세상에 똑같은 마음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는 것 같지요? 선규의 사랑을 응원할 수밖에요. 혜리에게 쓰인 콩깍지가 영원하기를 바라면서!
첫댓글 축하드려요, 최은영 선생님.
아이들이 많이 좋아할 것 같아요~~^^
음. 저보다 첫사랑이 빠른 친구군요. 샘나는 걸요~~~ ㅋㅋㅋ 축하드려요
책 소개 감사합니다^^
좋은 책 출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