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카디페이퍼에 구아슈, 색연필/ 42×30 (cm) / 2024
설명: 우리가 보고 들으며 커온 동화책의 상당수는 잔혹동화이다. 빨간 망토 또한 잔혹동화였으나 어린이들이 볼 수 있도록 순화하여 전해오는 이야기인데, 이 빨간 망토가 늑대에게 말로 속아 이끌려 가는 장면이 이 동화의 위기 단계이다. 이 장면에서 잔혹동화인지 모르고 당연히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도, 이야기 속의 빨간 망토도, 어쩌면 늑대에게도 안전한 곳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 어느 상황에서도 눈과 귀, 손가락은 우리를 따라다니며 지켜본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행동 중에 당연히 괜찮고, 안전한 행동은 없으며 늘 조심해야하고 신경써야한다는 주제를 담고있다. 숲 속의 큰 나무가 있고 그 사이에 빨간 망토와 늑대가 이야기 하고 있는데 빨간 망토가 중앙의 선을 조금씩 넘고있는 모습이다. 이는 늑대의 꾐에 넘어가고 있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잔디는 손가락으로 나뭇잎들은 눈과 귀로 대치하여 그렸다.
재료를 카디페이퍼라는 마감이 깔끔하지 않은 수제종이를 선택하여 당장 동화책을 찢어온 듯한 느낌을 내고자했고, 구아슈라는 동화의 맑고 깨끗한 수채 표현이 가능하지만 매트한 마무리감을 가져 어딘가 모를 찝찝한 기분을 표현하고자 했다. 구아슈로 채색한 것 위에 색연필로 세부묘사를 하고 질감을 쌓아 올려 한층 더 깊은 이야기 진행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종이를 두장을 이어붙인 데에 작업한 이유는 두 인물 간의 선이 명확히 있었지만 이를 넘는 아슬한 상황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체 표현을 거의 해본적이 없어 섬세한 묘사력이 부족하거니와 오히려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될 것 같아 디자인하듯 표현하였다. 톤의 변화가 극적이고 명확한 선을 사용하여 그림이 명쾌해질 수 있도록 했다. 아쉬운 점은 전반적으로는 동화의 화사함 따뜻함을 표현하려 더 빛이 느껴지게 하고 주제를 생각하다 보면 찝찝하고 불쾌하게 하고싶었는데 전반적인 분위기가 칙칙해져 진지한 그림이 된 점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