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 그날 저녁도 드라마가 끝나고 늦게사 내 차지가 된 리모콘을 돌리다가 어느 대담 프로에 멈췄다.
오늘의 초대 손님은 최인아? (처음 들어본다. 인터넷을 찾아봤다.)
61년생
이화여대 정외과 졸업
한국 광고계를 선도한다는 제일기획(삼성그룹)에 입사하여 잘나가는 카피라이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부사장까지 승승장구하며 잘 나갈 때(50대 초반에) 스스로 사퇴.
그녀는 남자도 버티기 힘들다는 광고계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단다.
"왜 한창 일할 나이에 그만 두었나?"
"나이 들어서 떠밀려 퇴직하기 보다는 새로운 삶을 시도해 볼 수 있는 나이에 스스로 물러나고 싶었단다."
"광고계의 살아 있는 전설의 촉을 가진 사람이 돈되는 사업을 모를리 없을텐데 왜 하필 인터넷 서점이 보편화된 지금 구태여 4층에 아날로그 서점을 오픈했는가?"
"그동안 맡은 일에 최선을 다 해 살아왔고, 부자는 못되지만 사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는 되고, 이제 자기의 생각을 실현해보고 싶었단다."
퇴직후 후배와 만나서 이런 생각 저런 얘기를 하다가 서로 의기 투합이 되었단다.
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처럼 맘 먹고 책을 볼려다가도 막상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몰라서 포기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사회 인사(지인, 선후배)들에게 부탁하여 추천 받은 도서를 주제별로 정리해 놓았단다.
가끔 북콘서트도 열고....
"여러 추천 도서 중에서 하나만 얘기해 달라."
"각기 장르가 달라서 하나만 얘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시간이 없으니 하나만 얘기해 달라."
"사회에, 제도에, 조직에, 형식에, 옳지 않은 가치에 순치되어 살아가는 현대인이 어느날 문득 자신에게 솔직한 삶을 꿈꿔보는 50대를 위한 도서 중에 '그리스인 조르바' 가 생각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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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내용인지 궁금했지만 개인적으로 소설을 잘 안 읽는지라....
꿩대신 닭이라고 안소니 퀸 주연의 1964년작 흑백영화 '그리스인 조르바'를 어렵게 구해 봤다.
<last scene>
그러나 영화로는 주제가 잘 잡히지 않아 결국 책을 사들었다.
(내 인생에 겨우 3번째 소설이다. 삼국지 빼고....ㅎ)
그제사 작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역시 영상으로(TV,영화), 말로(라디오), 글로(책) 표현해야 할 것이 따로 있나 보다.
문제는 이 소설이 재밌는 얘기가 아니라 소설의 형식을 빌은 인문학 서적 같아서 머리나쁜 나로선 쉽게 읽히지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소설가를 넘어 대문호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의 소설은 이렇게 소설의 형식을 빌어 인간의 내면을 다룬 철학서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
러시아의 대문호 도예토예프스키(죄와 벌,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중국의 대문호 루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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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그런 얘기를 (초등학교 때 전체의 줄거리, 문단 나누기, 문단 요약 등의 숙제를 그냥 동아전과를 보고 베낀 내가) 몇 줄로 요약한다는 것이 우습지만, 아무튼....ㅎㅎㅎ
"그리스人 조르바"
때는 19세기 그리스 크레타섬
(19세기-우리나라의 구한말 즈음, 크레타섬- 현 서양문명의 원조인 그리스,로마문명의 원조 문명을 이뤘던 섬)
(조선시대 중반부터 유교의 이념을 잘 못 이해하여 내용보다 형식에 얽매여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삶을 강요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흐름을 읽지 못했던 것을 안타까워 했던 지식인이 있었던 것처럼.... 당시 서양에서는 신본주의의 기독교가 그런 위치에 있었다.)
기존의 기독교 사상과 질서에 의심을 품고 새로운 지식(니체, 불교 등)을 섭렵하면서 자신의 변화를 꿈꾸지만 실제로는 쉽사리 변하지 못하는 지식인, 나 (화자, 작가)
그와는 반대로 (책속의 지식은 없지만) 다양한 경험에서 얻은 지혜와 열린 마음으로 일이 닥쳤을 때 (분석, 고민하느라 미적거리기 보다는) 직관적으로 결정하고 열심히 몰입하고 결과에 후회하지 않는 조르바!
전쟁터에서는 열심히 사람을 죽이고
과부는 화끈하게 사랑해주고
일을 할 땐 일과 하나가 되고
지나간 일은 후회하지 않고 지금 눈 앞에 마주한 현실에 몰입하는.....
그런 조르바를 닮고 싶어하는 나(작가)의 얘기다.
한 구절로 표현하라면 '자유로운 영혼' 이라고 하겠다.
(오해하지 마라. 자유롭지만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지않고 이로움을 주는 경지!
공자가 70살에 터득했다는 그런 경지?)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나는 아무래도 외우지 못할 것 같다ㅎ)는 일부 작품이 교회에 금서 목록에 올려져 있을 정도로 카톨릭과 사이가 안좋았으며 공공복지부 장관, 정무장관도 역임했다.
(참고로 영국의 처칠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며, 독일 통일을 이끈 헬뮤트 콜 총리는 정치 입문후 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공산 동독 출신 메르켈 현 여자 총리는 물리화학 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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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아책방
강남 선능역 7번출구 인근이라고 하는데 나는 아직 못 가봤다.
http://www.inabooks.com/intro.php
첫댓글 현대건설 회장까지 하고 난 후에 또 돈벌겠다고 BBK로 서민들 돈까지 사기치고는 김경준한테 덮어씌우고 대통령까지 해먹은 이명박이 그 프로를 봤으면 '저런 또라이!' 라고 하지 않았을까? ㅎ
안소니 퀸의 흑백영화'그리스인 조르바'를 찾아 보셨군요? 그 열정이 대단합니다. 조르바는 영혼이 자유로운 '실존적 인물'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자 가장 좋아하는 영화. 작가인 임마누엘는 '헬로'인 셈이지요. 조르바가 되고 싶었어요. 말도 안되는 소리이지만. 소설은, 영화는 정말 흥미롭습니다. 무성거사는 매사 늘 너무 진지하시더군요. 가끔씩은 헐렁헐렁해도 좋겠지요. 아무튼, 이 신새벽 영화 본 것을 축하합니다.
그러게.... 최인아씨가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를 소개해줬더라면 야한 썰을 풀었을텐데.....
내용과 형식에 따라 '진지'와 '대충' 을 넘나들지 않남?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