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5.9~5.12 지리산 달궁 오토캠핑장.
우선 유랑의 단점부터 말해보자.
앞뒤 볼것없이 플라이 부분이다.
플라이는 우선 양쪽 출입문 윗쪽 폴대가 교차하는 부분에 끈으로 묶은 뒤 사방에 팩을 박고 다시 4개의 팩으로 전실을
구축한다. 플라이 설치에만 고정팩이 8개가 사용된다. 그냥 보통 흙바닥에 설치하거나 잔디밭에 설치하는
경우는 별 문제 없겠지만 데크위에나 언땅에 설치해야 할 경우 만만찮은 노동력을 필요로 할 둣 싶다. 거기에 이너텐트
고정용 팩 4개를 더하면 돔텐트 하나 설치에 12개의 팩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취미로 팩을 박아도 이정도면 약간
과하다.
지리산 캠핑 첫째날.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다. 유랑 이너텐트는 튼튼하게 버텨줬지만 처음 쳐본 플라이는 널뛰는 미친* 치마처럼 펄럭거렸다.
다시 칠까 하다가 망치질 해야할 팩의 갯수를 기억해 내고는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둘째는 결로부분.
열심히 플라이를 친다해도 제대로 된 모양을 잡기가 힘들다. 플라이는 텐트 벽면과 천정매쉬창에 달라붙기 십상이라
신경써서 치지 않으면 날씨에 따라서 심한 결로현상을 겪을 수도 있다.
지리산 캠핑 둘쨋날.
다시 플라이를 당겨서 설치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는 천정메쉬와 플라이가 붙어있어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너텐트 외벽도 플라이와 붙어 결로로 물이 흐르기 직전이었다. 이날 아침기온은 약 8~9도 정도.
셋째날.
플라이를 다시 설치했다. 벽면과 최대한 떨어지게 위치를 잡아 팩을 설치하고 천정쪽도 메쉬와 거리를 둘 수 있도록
설치했다. 기온은 전날보다 더 떨어졌지만 결로는 많이 줄어들었다.
사실 이번 지리산 캠핑은 우리 가족이 돔텐트를 사용할 최저온도가 아니었나 싶다.
뭐 워낙 내가 엄지손가락만 열개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플라이 치는데 꽤나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
추운날 리빙쉘 쓴다. 돔텐트 안친다.
비오는날 플라이? 플라이 필요없다. 타프 밑에 치면 된다. 줄어드는 공간은 홀리데이로 카바한다 ㅋㅋ.
결로? 플라이 안치면 텐트 모양으로 봐서 결로가 심하지는 않을 듯 싶다.
오토캠핑에서는 이것 저것 다 잘하는 만능 팔방미인 다재다능한 돔텐트가 필요한게 아니다. 걍 한가지만 똑부러지게
잘하면 된다. 그 한가지는 한여름밤의 통풍이다 ㅋㅋ 걍 내 생각.
유랑... 단점이 틀림없이 존재하지만...
유랑을 거부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으니 그것은...
텐트가 자그마치 이따위로 생겨먹었다.
마치 웃통을 벗어제낀 아놀드처럼 유랑도 다른 돔텐트들과는 다르게 플라이를 벗어버려야 제 본모습을 찾는다.
플라이를 걷어낸 유랑을 본 집사람이 단번에 세상에서 제일 좋은 텐트라고 말했다. 그것도 아침에 천정에서 결로로
물 떨어진 날 오후에 -.-;; 틀림없이 제일 예쁜 텐트가 아니라 제일 좋은 텐트라고 했다. 내가 보기에도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텐트는 없어보였다.
제조자의 말로는 메쉬창을 이슬이 맺혀도 떨어지지 않는 원형메쉬를 사용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유랑은 플라이 없이 쓰는게 맞다.
금방이라도 떠오를듯 한 ㅋㅋ
베스티블 높이는 성인 남성이 앉으면 머리가 천정에 닿는 정도. 들어가 앉아있긴 사실 좀 힘들고 비올 때 음식 하거나 창고용으로 쓰기 적당하다.
돗자리 하나 깔아놓고 놀이터로 사용하기에도 적당한 크기. 생각보다 넓은편이다.
자주색 폴. 두랄미늄을 사용하여 탄성이 좋고 텐트를 튼튼하게 잘 받쳐준다.
정말 예쁘게 생겼다. 텐트가 이렇게 생길 수 있다니...... ㅜ.ㅜ
유랑은 플라이 덮고 극지방 탐험하는 오지용 텐트가 아니다. 플라이는 걷어버리고 시원한 바람을 즐기는 휴가용 텐트가 맞다. 무게도 7~8kg 정도 되니 유랑들고 등산가실 계획은 진작에 포기하시길 ㅋㅋ
확실한 성능을 보여준 스토퍼. 하지만 너무 당기면 텐트 지퍼 잠그기가 힘들어지니 주의할 것. 너무 세게 당기지 않아도 유랑은 꿋꿋이 잘 버텨준다. 바람에 강한 유랑.
유랑 안에 한 번 누워보면 바람이 텐트 벽면을 타고 돌아나간다는 제조자의 모호한 설명이 단숨에 이해가 된다.
바닥을 제외한 사방으로 눈만 돌리면 바깥의 경치를 볼 수 있다.
누워서 물고기 모양의 창으로 하늘을 볼 수도 있다.
여섯개의 시선이란 영화가 있었던가...?
어찌보면 사람의 눈 모양 같기도 한 하늘로 난 창. 창 한가운데를 보름달이 채우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꼭대기만 보이는 나무가 왠지 더 정감이 간다. 뺄셈의 미학.
베스티블을 통해서도 밖을 볼 수 있고
그냥 옆으로 난 창으로도 밖을 볼 수가 있다.
유랑의 사이즈는 240에 230이다. 키는 175라고 되어있지만 체감 높이는 170정도. 고개만 약간 숙이면 거의
일어설 수 있다.
총평
디자인 별별별별별
설치의 편리함 별별별별 (플라이까지 치면 별별)
통풍 별별별별별
결로방지 별별
품질 별별별별
가격대비 성능 별별별별
개인적인 만족도 별별별별별
첫댓글 정말 유랑 사진 멋집니다. 자태가 고와요.^^ 결국 결로 문제가...
자태 멋집니다. 결로부분... 이너텐트는 별문제 없었으나 플라이부분이 문제였습니다. 나중에 제대로 플라이 치는 법 가르쳐 주신다 했는데 ^^;;
사용기 별별별별별^^ 독특하고 멋진 실루엣....유랑
^^ 잘 봐주셔서 감사 합니다.
텐트의 결로 현상... 아마도 세상의 텐트를 만드는 사람은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 일겁니다. 나중에 시간되면 텐트의 결로 현상에 대해 한번 써볼께요.. 백패킹을 하면서 많은 텐트를 써봤지만 결로 그넘 숙제 이더군요..ㅎㅎ 이넘 들고 나가야 하는데...
ㅋㅋ 백팩킹 하기에는 약간 무게감이 있을 듯 싶네요. 유랑의 결로현상은 제 세컨하우스와 비교되어서 체감상 더 심하게 느껴지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세컨하우스는 결로 거의 없다시피 했거든요 ^^;
정말 멋진 사용기입니다. 유랑은 어딜가도 눈에 확 띌만끔 독특한 디자인이네요. ^^
안녕하세요 추억님. 세컨하우스는 구하셨는지... ^^;; 유랑 디자인뿐만 아니라 여름철엔 최고의 텐트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
내외부의 온도차가 존재하는한 결로문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능성에서도 세계 수준의 유랑. 하나 갖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