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가늘어 방울짓지 않더니,
밤중에 가늘게 소리가 있네.
눈 녹아 남쪽 개울이 불어나니
풀싹은 얼마나 돋았을까 !
[감상]
起句는 시상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구이다. 시각적인 묘사를 하고 있으나 두드러지는 표현으로 볼 수는 없다. 소재로써 봄비가 선택되어 있으며 가늘다는 표현 다음에 다시 물방울이 짓지 않는다(처마 끝에 낙수물이 생기지 않는다)는 표현이 등장하여 아주 가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承句는 기구의 詩想을 이어받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공통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시어가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細와 微는 서로 가늘고 미세하다는 뜻으로 공통점이 있다. 이 구는 청각적 감각이 두드러지게 이용되고 있는데 주위가 굉장히 고요해 낙숫물조차 맺히지 못하는 보슬비의 소리가 들린다고 뻥을 치면서 아주 고요한 밤을 묘사하고 있다.
轉句는 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구이다. 전환이 없으면 한시는 단조로움을 극복하지 못한다. 변환은 곧 雪盡이다. 시상을 이어 받고자 한다면 降雨라고 썼을 것이다. 소재의 전환은 구체적으로는 개울의 불어남이 봄비 때문이 아닌 눈이 녹아 내리기 때문이며, 동장군이 아직 물러가지 않았지만 서서히 봄이 오고 있음을 암시한다. 漲도 윗구의 細와 微와 다른 어감을 가지고 있는 시어이다. 시의 흐름을 바꾸어 주는 시어이다.
結句는 시상의 맺음을 의미한다. 풀싹이 의미하는 상징은 곧 봄(春)이다. 결국 해석의 궁극적 의미는 봄이 얼마나 우리 곁에 다가왔을까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주제는 작가의 봄에 대한 기대감이다. 부분은 작자의 상상력이 동원된 구이다. 풀싹은 눈으로 보고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눈이 녹고 있음을 보고서 자연히 봄이 돌아와 파란 새싹이 돋아나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작자가 유추한 것이다. 이 봄의 모습이 봄비에 의해 촉촉하게 젖고 싱그러운 것임에는 틀림없다.
鄭夢周(정몽주:1337∼1392)
고려의 충신. 호는 포은(圃隱).
고려말 이성계의 세력에 대항하여 쇠퇴한 고려를 부흥시키려할 때 태종이 그 뜻을 들어보려고 주연을 베풀어 하여가(何如歌)를 읊었으나 그는 서슴없이 단심가(丹心歌)로 대답하여 할 수 없이 선죽교에서 죽이고 말았다. 성품이 호방하고 매서웠으며, 충효로 일관된 삶을 살았다. 성리학에 밝아 옥부학당(玉部學堂), 향교(鄕校)를 설치하여 유학을 진흥시켰으며 시호는 문충(文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