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되고자 하는가 / 이미옥
글쓰기를 시작할 때쯤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었다. 그 중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의 내용을 여전히 글쓰기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글쓰기에는 철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어도 글을 잘 쓰지 못할 수는 있 다. 그러나 많이 읽지 않고도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축구나 수영이 그런 것처럼 글도 근육이 있 어야 쓴다. 글쓰기 근육을 만드 는 유일한 방법은 쓰는 것이다. 여기에 예외는 없 다. 그래서 ‘철칙’이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 길, 2015, 62쪽.)
‘독서’라는 글감이 주어졌을 때 이 책이 제일 먼저 떠올라 다시 읽어 볼 심산으로 책을 펼쳤다. 몇 년 전에 읽었을 때는 글 쓰는 방법에 몰두해 있던 때라 그냥 지나쳤던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요즘 고민하는 것이라 그랬는지 모르겠다.
‘김형수 시인은 산문을 시처럼 쓴다. 논리 글도 문학적으로 쓴다.’ 이 두 문장을 읽고 바로 인터넷을 검색해 그 시인의 시집과 책을 주문했다. 시 독서 모임을 하면서 점점 두려워지는 것은 시를 읽는 것뿐만 아니라 쓰면서 좌절감을 느끼는 것이다. ‘문학적 소질이란 게 내게 있기나 한 건지?’ 자꾸 의심이 든다. 에세이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논리적 글쓰기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쉽게 쓰거나 간단하게 이루어지는 일이라 여기지 않는다. 글로 표현하는 일은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에서부터 누군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까지 만만한 것은 없다. 그러나 갈증이 인다.
며칠 후, 대학교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엮은 책,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와 시인의 네 번째 시집, 《가끔 이렇게 허깨비를 본다》가 도착했다. 시집보다 책을 더 기다렸던 터라 바로 읽기 시작했다. 시인은 어렸을 때 말더듬이 증세가 심해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보다 책 읽는 것을 더 즐겼다고 한다. 말보다 글이 편한 아이는 시인, 소설가, 평론가가 되었다. 유시민 작가가 인정했듯이 그의 글은 논리적이고 쉬운 예를 들어 어려운 문학을 설명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읽은 책이 내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영역에 슬쩍 발을 들이밀어 볼 용기는 생긴 것 같다.
생각해 보니 내 인생을 통틀어 지금 가장 많은 시를 읽는 중인데 몇 권의 시집 섭렵과 절반쯤 읽은 김수영 전집으로 시를 운운하는 건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이다. 4주 수업으로 조금 알 듯하다고 쓴 글을 읽고 교수님이 믿지 못하겠다고 했을 때 솔직히 수긍이 갔다. 긴가민가하면서도 조금 알 듯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수업에서 또 난관에 봉착했으니 말이다. 언어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이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쓰는 데 머리만을 사용해 문을 열려고 했다. 김수영 같은 시인도 온몸으로 밀고 나간 일을 너무 쉽게 여겼다.
그렇다고 시인이 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에세이 쓰는 게 좋다. 삶의 냄새가 곳곳에 풍기는 글은 누구에게나 위로가 된다. 하지만 가끔 그 냄새로 멈칫거릴 때가 있다. 다 드러냈지만 감춘 듯한 시에 매료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쓰고 싶다. 감췄지만 다 드러나 보이는 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