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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훈> 닭 한 마리:울산광역매일
차선 없는 길길 따라 미루나무가 심어져 있다볼품없이 빨리 자란다고애꿎게 먼지만 덮어쓴다이른 아침 학교 가는 길논둑길로 산길로 가다보면동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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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 없는 길
길 따라 미루나무가 심어져 있다
볼품없이 빨리 자란다고
애꿎게 먼지만 덮어쓴다
이른 아침 학교 가는 길
논둑길로 산길로 가다보면
동네 어른 뵙기가 그래서
신작로를 걸어가는데
신나게 따라오는 돌들의 시끄러운 소리
뽀얀 먼지 속 닭장차가 지나가며
자갈돌이 날아와 복사뼈에 부딪혔다
눈물 쏙 빼놓고 가는 뒤꽁무니에
욕 한 바가지 쏟아 놓는데
툭, 닭 한 마리가 떨어진다
절뚝거리며 불러도
차는 덜컹거리며 달린다
닭은 어안이 벙벙한지 도망도 못 간다
닭을 들고 학교 대신 집으로 갔다
어차피 학교에 가도
뭘 배우는지 모른다
그 닭은 우리 집에 와서
더 오래 살다 갔다
복사뼈는 복숭아처럼 익어 가는데
자갈길 미루나무
사람도 없는 그 길에
아버지도 어머니도
산 하나를 품고 사신다
<시작노트>
어린 날의 풍경이다. 닭장차에 튕겨나온 돌멩이에 복사뼈가 부딪는 사건처럼 닭 한 마리가 나의 집으로 왔다. 참 이런 황당한 일도 일어나는 시대의 이야기다. 이제는 그 포장되지 않은 자갈길은 부모님처럼 사라졌다. 그래도 이런 추억 하나 품고 사는 것이 참 삶을 풍요롭게 한다. 마음이 따듯해진다.
ㆍ경북 문경 출생.
ㆍ대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ㆍ소래문학, 시흥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ㆍ시집으로 『누군가 내 몸에 살다 갔다』,『아름다운 빈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