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연단을 본 뒤 김대식을 대단히 좋아하게 되었다. 평소 학자로서 흠모하고 있던 그인지라 신간이 나오나 안 나오나 자주 검색하고 기다린 측면이 있다. 책을 사고 난 뒤 나는 한 달도 훨씬 전에 날아온 쪽지를 발견하게 된다. 빅퀘스천을 보낼 테니 당신 블로그에 리뷰 좀 달아줄래? 그러면 7만원도 준다고 되어있었다. 만약에 그 ‘퀘스천‘이 그 ‘퀘스천’인 걸 알았다면 아마 오케이 했으리라. 16200원이었던가, 세이브 했으리라. 까이꺼 리뷰도 쓸 테지만 대신 돈은 사양하겠다, 했을 것 같다. 좋아하던 저자의 책을 보내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사례는 사양 하겠다 했을 것 같다. 리뷰란 건 호평이든 혹평이든 일종의 노이즈마케팅이라는 시너지로 작용하기에 책을 알리는 데 무시 못할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학자지만 이런 식으로 책을 알리는 건 적극적으로 반대다. 이런 어둠의 경로로는 홍보하고 싶지 않다. 아주 열렬하게 응원 안 하고 싶다.
뇌과학자의 책이지만 뇌과학하곤 별 상관이 없는 책되시겠다.
책의 챕터를 보면 이런 인간 궁극의 물음들로 빼곡하다. 존재는 왜 존재하는가, 삶은 의미 있어야 하는가, 운명이란 무엇인가, 진실은 존재하는가, 인간은 필요한가 등등..... 답이 없는 물음이기도 하지만 시쳇말로 시공을 초월한 거대담론의 물음 되시겠다.
따라서 답도 없다. 대신에 인문적 사유와 지식을 담지한 과학지성인의 첨언을 한번 경청한다고 생각하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이런 물음에 답이 있다면 그건 사기다. 조금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저자가 어린 나이에 독일로 유학을 갔기에 지극히 서구적인 입장과 시각으로 담론들을 해쳐모여 해놓고 있다는 점이다. 문명의 발전과 태동이 서구 유럽이었다는 점, 적어도 동양에 비해 서양이 대단히 앞섰다는 점을 모르진 않지만 좀 구태한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평소 인문적인 책을 뒤적여 본 경험이 있는 자라면 늘 만나게 되는 그리스로마신화와 역사와 예술 철학사조들이 논리로 증빙되는 느낌이랄까. 일종의 통과의례인가. 늘 만난다. 지식이런 건 어쩌면 인문학이란 건 일종의 제식동작 같은 건지 모르겠다.
따라서 글 외 많은 페이지를 장식한 것들은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율리시스와 사이렌,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 실베스트르의 로마의 함락 등의 그림이나 조각 등이 많이 삽입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신화에 대해 잘 모르면 챕터에 삽입된 그림이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알지 못한다. 딴 책과 달리 그림에 대한 부연이 전혀 되고 있지 않다. 신화를 잘 꿰고 있으면 가독에 큰 도움을 될 것 같다. 나는 후자다. 특히 그리스와 로마신화에 대해 인색하다.
한 가지, 한국이라는 채권자?로서의 시각이 아닌 저자 나름의 인류 보편적이고 냉정한 시각으로 삶과 세상을 바라본다는 점이 책을 쿨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가 제시하는 삶은 드라이하고 하릴없고 참 무심하다.
왜냐고?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치가 않으니까.
발췌하고 싶은 부분이 매우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