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호법 무엇이 문제일까?
현재 한국사회의 핫한 이슈 중 하나에 <간호법>제정에 대한 찬반논쟁이 있다.
그런데 이 법안에 대해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일반 국민으로서는 결론을 내리기가 참 어렵다. 너무나 전문적인 분야의 법안이고 또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으로서 어느 것이 진정 올바른 것이지 판단하기에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 본다면 이 법안에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찬성과 반대하는 사람이 거의 반반 나누어 격렬하게 반대한다는 그 사태가 곧 이 법안이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대변해 주고 있다. 그 첫 번째 문제점은 ‘법안 마련의 과정’의 문제이다.
▣ 법이란 일반의지의 발로이고 그런 한 신성한 것이다.
가끔 우리는 "신성한 법정에서..."라는 말을 듣는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 ‘법’이라는 것은 신성한 것과 같다는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잘못된 판결임을 알고서도 그것이 법의 명령이었기에 일종의 ‘법의 신성한 목소리’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자신의 생명을 내어 주었다. 이는 비유를 들자면 축구경기에서 비록 심판이 잘못된 판정을 내렸지만, 나쁜 의도로 내린 판정이 아닌 단순한 심판의 판정 실수였기에 선수들이 원할한 경기를 위해 이를 따르는 것과 같다. 이상사회가 아닌 이상 항상 작은 실수들은 있기 마련이며 경우에 따라서 법이나 심판의 판정도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올바름과 다를 수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법의 신성한 성격에 비추어 그 권위를 인정하고 일단 법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제정된 법’은 모든 구성원이 이를 존중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직접민주주의를 했던 그리스에서는 하나의 법을 제정하는데 있어서도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몇날 며칠을 토론과 논의를 이어가면서 ‘만장일치’를 이끌어 내었다. 그래서 개개인의 관점과 의견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것이라는 차원에서 법은 ‘신성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루소는 법이야 말로 “일반의지의 발로”라고 여겼다. 다시 말해 법은 구성원 모두는 아닐 지라도 대다수의 구성원의 의지(일반의지)의 반영이며, 그래서 모두가 법을 존중해야하고,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야하는 것이다.
▣ 그렇기 때문에 법은 너무 손쉽게 단순하게 제안되거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사회는 어떤가? 국회의원들은 무엇을 통해 법안을 마련하는가? 과연 국회의원들이 마련한 법안들이 ‘일반의지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간호법이 필요한 것인지 불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왜 <일반의지의 발로>라고 할 수 있는 법안을 제출하는데, 어떤 이는 100%찬성하고, 어떤 이들은 100%반대하는 이런 법안을 만들어 제출하는가 하는 것이다. 좀 더 신중하고 좀 더 의견수렴하고 좀 더 관계자들과의 소통과 논의와 조율을 통해 대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그런 법안을 제출하면 무슨 병이라도 나는가?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법안을 제출하고, 제출된 법안으로 법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맞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졸속으로 어떤 법안이라도 만들 수 있는 권리를 가진 것은 아니다. 법은 다수결로 제정할 수 없고, 가급적 모두가 납득할 만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법은 온 국민을 위한 것이고 나라를 위한 것이지 국회의원이나 여타의 특정 사람들을 위해서 만드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 좀더 시간을 두고 가급적 모두가 동의할 만한 보다 효과적인 법을 만들어야!
어떤 법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면 그것은 결코 <일반의지의 발로>라고 하기 어렵다. 신성하기까지 한 법을 그렇게 자기 멋대로 조건만 맞는다고 막 만들 수는 없지 않을까? 좀 더 신중하게 논의하고 토론과 대화를 하고 또 반드시 법을 만들어야 한다면 문제가 최소화 되도록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을 한 뒤에 대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달린 법안을 무조건 다수결로 막 밀어붙이는 방식을 참으로 미개한 발상이다. 모두가 평등하게 법 앞에서 대우받고 법의 처분에 따라야하는 법인데 출발점부터 많은 수가 강하게 반대한다면 과연 이 법이 실제로 제정되었을 때, 모두를 평등하게 모두가 정의롭게 모두가 공정하게 대우하는 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찬성과 반대하는 양 진영 간의 격한 대립을 잠시 내려놓고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대화와 토론, 논의와 조율을 하는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일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