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 撤訟落梯(철송낙제) -송사를 그만 두고 사다리에서 떨어지다.-
楊州, 有崔氏三女, 少失父母, 依於其兄崔生, 生吝於財, 不嫁其妹, 其伯妹, 年二十五, 仲, 二十二, 季, 十九, 自傷°虛負芳年.
양주에, 최씨가 세 딸을 두었는데, 일찍 부모를 여의고, 그의 오빠 회생을 의탁하여 살았는데, 최생이 재물에 인색하여, 그 누이들을 시집보내지 않으니, 그 맏누이는 나이 이십오요, 가운데가 이십이요, 막내가 십구이니, 스스로 마음 상해하면서 꽃다운 나이를 헛되이 보내었다.
(撤-거둘 철, 梯-사다리 제, 吝-아낄 인, 인색할 인, 嫁-시집갈 가, 妹-누이 매, 伯-맏 백, 仲-버금 중, 다음 중, 季-끝 계, 芳-꽃다울 방)
[虛負(허부)]; 헛되이 보냄,
適°値春日, 三女遊於屋後園中, 其伯女, 謂仲季曰: “園寂無人, 與°若等, 戱爲太守事, 可乎.” 遂自稱太守,
마침 봄날을 맞이하여, 세 여인이 집 뒤뜰에서 놀았는데, 그 맏딸이 가운데와 막내를 보고 말하기를, “뒷뜰이 고요히 사람이 없으니, 너희들과 태수놀이를 하는 것이 좋겠다.”하며, 드디어 스스로 태수라 일컬으며,
(適-마침 적, 値-이를 치, 遊-놀 유, 屋-집 옥, 園-동산 원, 伯-맏 백, 仲-버금 중, 季-끝 계, 寂-고요할 적, 若-너 약, 戱-놀 희, 遂-드디어 수)
[値春日(치춘일)]; 봄날을 맞이하여, [若等(약등)]; 너희들,
踞坐於橫立破梯上, 命仲, 爲刑吏, 以季爲崔生, 而曳其髮, 伏前罪之曰: “汝三妹, °旣失父母, 恃汝加父, 年俱°踰笄,
옆으로 서 있는 부러진 사다리 위에 걸터앉아, 가운데 딸에게 형리라 명하고, 막내에게 최생이라 하여, 그 머리를 잡아당겨 앞에 엎드리게 하고, 죄를 물어 말하기를, “너의 세 누이가, 이미 부모를 잃고, 너를 아비와 같이 믿되, 나이 이미 모두 출가할 때를 지나도,
(踞-웅크릴 거, 기대앉을 거, 破-깨뜨릴 파, 梯-사다리 제, 仲-버금 중, 季-막내 계, 曳-끌 예, 伏-엎드릴 복, 汝-너 여, 恃-믿을 시, 俱-함께 구, 踰-넘을 유, 笄-비녀 계, 시집갈 나이 계)
[旣失(기실)]; 이미 잃음, [踰笄(유계)]; 출가할 때가 지남,
汝尙不嫁, 何也? 汝之°祖業, °稍裕, 田宅, °粗足, 況汝妹才色, 俱佳, °見稱於隣里者耶? 汝季妹, 年將二十, 其伯仲之嫁晩, 可知也,
너는 시집보내지 않음은 왜 그러는 거냐? 너의 조상의 가업이 전에는 넉넉하고, 논밭과 집이 넉넉한데, 하물며 너의 누이의 재주와 얼굴이 다 아름다워, 이웃 마을에서도 칭찬하지 않느냐? 너의 막내 누이는 나이가 이십이 되어가고, 가운데 누이는 시집가는 것이 늦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汝-너 여, 尙-오히려 상, 嫁-시집갈 가, 稍-점점 초, 裕-넉넉할 유, 粗-클 조, 況-하물며 황, 妹-누이 매, 俱-함께 구, 佳-아름다울 가, 稱-칭찬할 칭, 耶-어조사 야, 季-막내 계, 晩-늦을 만)
[祖業(조업)]; 조상 때부터 내려오는 가업(家業), [稍裕(초유)]; 넉넉함,
[粗足(조족)]; 풍족함, [見稱(견칭)]; 칭찬을 받음,
汝何忍使三妹, °虛老°空閨者乎? 汝罪當笞, 速冝押供.” 其季再三叩首曰: “亂後家敗, °婚具難備, 欲擇°士族, 無一可人,
너는 어찌 세 자매로 하여금 헛되이 늙어가며 빈 방을 지키는 사람이 되게 차마 할 수 있단 말이냐? 너의 죄는 마땅히 볼깃감이니 빨리 잡아 대령하라.”하니, 막내가 재삼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기를, “난리가 있은 후에 집안이 패하여, 혼구를 준비하기 어려워, 양반을 택하고자 하나, 허락하는 사람이 없으니,
(汝-너 여, 忍-참을 인, 虛-빌 허, 閨-안방 규, 笞-볼기 칠 태, 冝-마땅할 의, 押-누를 압, 잡을 압, 供-이바지할 공, 季-막내 계, 叩-두드릴 고, 具-갖출 구)
[虛勞(허로)]; 아무 것도 이룬 일 없이 몸만 헛되이 늙음,
[空閨(공규)]; 오랫동안 남편이 없이 혼자 사는 방, [士族(사족)]; 선비나 무인의 집안, [婚具(혼구)]; 혼인 때 쓰는 여러 가지 제구,
非我不欲婚也.” 伯女曰: “汝言詐也, 托以亂後°家敗, 則經亂者, 俱廢°嫁娶乎? 稱以無一可人, 則有女者, 皆使空老乎? 若曰家敗,
내가 혼인을 시키고자 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하니, 맏이 말하기를, “너의 말은 거짓이다, 난리 후에 집안이 패하였다하나, 난리를 겪은 자는 혼인하는 일도 함께 폐지하는가? 받아주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면, 딸 있는 사람은 모두 헛되이 늙어간단 말인가? 만약 집안이 패하였다면,
(伯-맏 백, 汝-너 여, 詐-속일 사, 托-밀 탁, 經-겪을 경, 俱-함께 구, 廢-폐할 폐, 嫁-시집갈 가, 娶-장가들 취, 乎-어조사 호, 물음표, 稱-말할 칭, 若-만약 약, 敗-무너질 패) [家敗(가패)]; 집안이 무너짐, [嫁娶(가취)]; 시집 장가 가는 것, 혼인,
°婚需稱家有無也, 若曰無人, °越邊金生之子, 不亦可乎?” 時, 官°鷹手, 逐鷹到園籬外, 聞其言, 不覺發聲而笑,
혼수는 집안에 있고 없는 것에따라 하는 것이며, 만약 받아줄 사람이 없었다면, 건너 마을 김생의 아들이라도 또한 가능하지 않은가?”하니, 그때 관가의 매 사냥꾼이, 매를 쫓아 뒤뜰 울타리 밖까지 왔다가, 그 말을 듣고, 모르는 사이에 소리를 내어 웃으니,
(需-구할 수, 稱-따를 칭, 若-만약 약, 越-넘을 월, 邊-가 변, 鷹-맹 응, 송골매 응, 逐-쫓을 축, 籬-울타리 리, 覺-깨달을 각, 笑-웃을 소)
[婚需(혼수)]; 혼인에 드는 물품, [越邊(월변)]; 건너 마을, [鷹手(응수)]; 매 사냥꾼,
三女大驚駭°奔散, 伯女墮於梯下, 傷其足. °鷹手, 回向官, 路遇一行客, 問曰: “汝是°官人否?” 曰: “然.” 曰: “太守在乎?”
세 여인이 크게 놀라 달아나 흩어지니, 맏이가 사다리 아래에 떨어져, 그 발을 다쳤다. 매 사냥꾼이 돌아서 관아를 향해 가다가, 길에서 한 나그네를 만나서 사냥꾼에게 묻기를, “당신이 관리인가요?”하니, 대답하기를, “그렇소.” “태수는 계시오?”하니,
(驚-놀랄 경, 駭-놀랄 해, 奔-달릴 분, 散-흩어질 산, 伯-맏 백, 墮-떨어질 타, 梯-사다리 제, 傷-다칠 상, 鷹-매 응, 回-돌 회, 遇-만날 우, 汝-너 여)
[奔散(분산)]; 달아나 흩어짐, [鷹手(응수)]; 매 사냥꾼,
[官人(관인)]; 벼슬에 있는 사람, 관리,
曰: “°在則在矣, 但今日, 失足落傷故, 入衙調治.” 客入°府中, 則太守方坐衙, 客問曰: “聞公落傷, 今乃出座耶?”
“계시기는 계시는데, 다만 오늘 실족하여 낙상했기 때문에, 내아에 들어가셔서 조리하고 계십니다.”하니, 나그네가 부중에 들어가니, 태수가 바야흐로 관아에 앉아있거늘, 나그네가 묻기를, “공께서 낙상하셨다 들었는데, 지금 나와 자리에 계십니까?”하니,
(衙-관청 아, 調-고를 조, 府-관청 부, 方-바야흐로 방, 乃-이에 내, 座-자리 좌, 耶-어조사 야, 물음표)
[在則在矣(재즉재의)]; 있기는 있음, [府中(부중)]; 관청 안,
太守曰: “我初不落傷, 君從何聞乎?” 客曰: “路逢官°鷹手聞之.” 太守怪之而捉訊鷹手,
태수가 말하기를, “나는 처음부터 낙상하지 않았는데, 그대는 어디서 들었소?”하니, 나그네가 말하기를, “길에서 관가의 매사냥꾼에게 들었습니다.”하니, 태수가 괴상히 여겨 매 사냥꾼을 잡아다 물으니,
(路-길 로, 逢-만날 봉, 鷹-매 응, 怪-기이할 괴, 捉-잡을 착, 訊-물을 신)
[鷹手(응수)]; 매 사냥꾼,
°鷹手俱三女之言曰: “伯女°自稱太守, 踞梯落傷故, 値此客問, 戱答之耳.” 太守與客, 拍掌而笑, 卽命捉崔生來,
매 사냥꾼이 세 여인의 말을 모두 말하기를, “맏이가 스스로 태수라 하여, 사다리에 앉았다가 낙상했기 때문에, 이 나그네를 만나 장난으로 대답한 것뿐입니다.”하니, 태수가 나그네와 함께, 손뼉을 치고 웃고는, 곧 최생을 잡아오라 명하여,
(鷹-매 응, 俱-함께 구, 伯-맏 백, 踞-웅크릴 거, 梯-사다리 제, 値-이를 치, 戱-희롱할 희, 耳-뿐 이, 拍-칠 박, 掌-손바닥 장, 笑-웃을 소, 捉-잡을 착)
[鷹手(응수)]; 매 사냥꾼, [自稱(자칭)]; 스스로 말하다,
問曰: “汝率三妹, 過時°不嫁, 當有其罪.” 遂°杖之, 則崔生之所供°一如其季妹之言, 太守亦以伯女之言,
최생에게 묻기를, “네가 세 누이를 거느리며, 나이 지나도 시집보내지 않았으니, 마땅히 그 죄가 있다.”하고, 이어 매를 때리니, 최생의 말한 바가 한결 같이 막내의 말과 같으니, 태수 역시 맏이의 말로,
(汝-너 여, 率-거느릴 솔, 妹-누이 매, 嫁-시집갈 가, 遂-이를 수, 杖-지팡이 장, 매 장, 供-말할 공, 季-막내 계, 伯-맏 백)
[不嫁(불가)]; 시집 가지 않음, 시집 보내지 않음,
[杖之(장지)]; 그에게 매질 함, 매를 때림, [一如(일여)]; 한결 같음,
循次°說道而責之曰: “°越邊金生之子, 不亦可乎?” 卽日, °招卜°涓吉, °題給°婚需而成禮, 至今傳爲笑談.
차례차례 말하여 꾸짖기를, “건너편 김생의 아들이라도 역시 가능하지 않은가?”하며, 그날로, 날을 가려 맞이하여, 혼수를 주어 예를 올리게 하니, 지금까지 웃음꺼리 이야기로 전해 온다.
(循-좇을 순, 次-버금 차, 責-꾸짖을 책, 越-넘을 월, 邊-가 변, 招-부를 초, 卜-점 복, 涓-가릴 연, 題-줄 제, 需-구할 수, 談-이야기 담)
[說道(설도)]; 말함, [越邊(월변)]; 건너 마을, [招卜(초복)]; 맞이함,
[涓吉(연길)]; 날을 가림, [題給(제급)]; 줌, [婚需(혼수)]; 혼인에 드는 물품,
°野史氏曰: “長而笄, 笄而嫁, 乃人之倫也, 安°可以貧且無可人而廢之也. 三女之私訟, 雖非°貞靜之節,
야사씨가 말하기를, “자라면 비녀를 꽂아 시집가는 것은, 곧 인간의 윤리라, 어찌 가난하고 받아줄 사람이 없다고 폐지할 것인가. 비록 세 여인의 사사로운 송사가 정정한 절개는 아니나,
(笄-비녀 계, 嫁-시집갈 가, 倫-인륜 륜, 也-어조사 야, 安-어찌 안, 且-또 차, 廢-그만둘 폐, 訟-송사할 송, 雖-비록 수, 貞-곧을 정, 靜-고요할 정, 節-절개 절)
[野史氏(야사씨)]; 정사(正史)가 아닌 야사(野史)를 쓰는 민간역사학자,
[可以(가이)]; ~할 수 있음, 廢之(폐지)와 연결되어, 그것을 폐지할 수 있을 것인가로 해석됨,
[貞靜(정정)]; 여자의 정조가 바르고 성질이 조용함,
比之鑽穴相從, 則猶有間矣. 故因戱成緣, °竟遂其願, 亦可謂°弄假成眞者也.
구멍을 뚫고 상종하는 것(서방질 하는 것)에 비하면, 오히려 더 낫다 할 것이다. 그래서 장난으로 인연을 이루어, 마침내 그 소원을 이루었으니, 또한 거짓으로 장난하여 진실로 되었다 할 것이다.
(鑽-끌 찬, 뚫을 찬, 穴-구멍 혈, 緣-인연 연, 竟-다할 경, 弄-희롱할 롱, 假-거짓 가) [竟遂(경수)]; 마침내 이룸, [弄假(농가)]; 거짓으로 장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