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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 <제 12회>
씬 1 금성(나주) 포구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그 어느 쪽에서 능애가
철기군 두엇과 주변을 보고 있다.
어부들과 상인들이 삼삼오오 떼지어 지나쳐 가고 있다.
그들의 무리는 한 들이
아니다.
여기 저기 어디론가 사라
지고들 있는데...
그들을 보는 능애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철기1 요즘들어 금성으로 들어오는 어부들과 상인들의집단이 부쩍 늘어 났사옵니다.
능애 그래.
철기1 영산강을 타고 목포와 무안쪽에서도 수상한 무리들이 떼지어 올라오고 있다 하옵니다.
능애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철기1 나으리, 저자들을 모두 조사해 봐야하지 않겠사옵니까?능애 아니다. 중간중간 길목에 염탐군을 풀어놓았으니 행적들이 들어날게야. 일체 시비하지 말고 놓아두라는 명이 게셨느니라.
철기1 하지만...
능애 무슨 생각들이 있으시겠지.
능애는 날카로운 눈을 번득이며 그렇게 보고 있다.
사내들은 계속해 지나쳐
가고 있다.
씬 2 어느 강변 산길
이 곳에서도 철기군 둘이 멀리 산아래로 지나쳐가고 있는 장사꾼들의 행열을 보고 있다.
씬 3 그 산길
예사롭지 않아보이는 장사꾼차림의 사내들이 여기도 삼삼오오 떼지어 가고 있다. 그들중 두 사내가 말을 주고 받는다.
사내 관아를 들이친다지?
사내1 그렇다구 하는구만.
사내 서라벌에서 온 견훤이란 자가 호족들을 제 마음대로 쥐고 흔든다며?사내1 많은 호족들의 창고가 텅텅 비었다네. 아주 큰 도적놈이 온 모양일세. 수달장군도 물건을 강탈 당하고 두번이나 혼찌검이 났나데.
사내 그 얘기는 나도 들었네.
헌데 견훤이란 놈이 힘이 천하 장사라면서?
사내1 그렇다더구만..그래도 그렇지. 글쎄 수달대장군이 누구신가 말이야?사내 그러니까 이 난리로구만그래.. 서남해에 있는 호족들의 사병들이 다 모인다지?사내1 관아가 쑥밭이 될게구먼.
그까짓 관군이라야 얼마나 되겠는가?
사내1 견훤이라는 놈 이번에 아주 경을 치게 생겼구먼. 하여간에 신라에서 벼슬해 온 놈들은 너나 없이 다 도둑놈들이여.
그들 그렇게 가고 있고
저만큼 산 위에서는 여전히 철기군들이 변복을 한 그 차림새로 이들을 주시 하고 있다.
씬 4 수달의 집 외경
여늬때와는 달리 수달의 갸병들이 수없이 오가고 있다. 긴장되고 살벌한 분위기다.
씬 5 동집 마당
이곳 마당도 완연한 전쟁 분위기이다.
낯 익은 수달의 직속 수하들이 지나치는 군사들을
이리저리 지시 하고 있다.
수달 (E) 어찌되었다고?.
씬 6 동집 방안
수달과 종례가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고 수하1이
보고를 하고 있다.
수달 다시 일러보거라.
수하1 장군께서 영을 내리신대로 사방의 장정들이 집결지로 속속 모여 들고 있사옵니다.
수달 그래야지. 해걸음 까지는 모든 준비가 끝이 나야 할것이야.
수하1 그리될것이옵니다. 다만.....
수달 다만 무엇이야?
수하1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수달,종례 .........?
수달 당초 예상과는 달리...
상당수의 장자분들이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느라 사병들을 아직도 보내오지 않고 있사옵니다.
수달 그건 무슨소리야
수하1 일전에 두어번 있었던 소란 이후로 많은 지역의 장자들이 견훤이가 무슨 천하에 대단한 괴물로 알고는.....
종례 허허...이런...글쎄 세상 인심이 이렇다니까요. 견훤이란자의 이름이 좀 났기로서니...
이렇게들....
수달 (불쾌하다) 모인 사병들은 얼마나 되겠느냐?
수하1 다 모이면 오백은 족히 넘을것 같사옵니다마는....
종례 예상대로라면 천여명은 되어야 하지 않소이까?
수달 그만하면 되었소이다.
닭 한마리 잡는데 소잡는 칼이 무슨 소용이겠소이까?
그때 밖에서 다시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 장군 소인 막쇠이옵니다.
수달 들어 오너라. 너는 그만 나가 보아라. 가서 사병들을 제대로 점고해 놓아라. 술과 밥도 넉넉히 먹여들 놓고...해가 지면 관아로 출병을 할 것이니라.
수하1. 예, 장군
수하2(막쇠)가 들어와
앉는다.
수달 알아본 일은 어찌되었느냐?
막쇠 견훤이가 있는 관아 군사들의 움직임이 아주 부산하다 하옵 니다.
수달 그야 그럴테지. 우리의 일을 놈들이 모를리 없을 것이고... 다른 기척은 없더냐?막쇠 그러하옵니다.
종례 각 지역에 나가 있는 군사들은 불러올리지 않던가?막쇠 그런 기미는 일체 없었사옵니다. 관아의 군영에 남아 있는 이 삼백의 군사들만이 분주하게 소란을 떨고 있다하옵니다.
수달 핫하하...견훤이란 놈이 거 안되었구나. 하기사 지역의 군사들을 부른들 누가 달려올까? ... 하하하...가엾게 되었구나. 이 삼백이라... 이삼백의 군사로 우리를 맞는다...? 핫하하하하...
종례 그래도 좀 이상하지 않소이까? 그 숫자로 배가 넘는 우리를 상대 하려 하다니요?수달 이상할것 없소이다.
제깐놈이 어쩌겠소이까?
이 서남해벌에서 누가제놈을 편들어주겠소이까?
종례 하지만........
수달 어른과 아이들 싸움이 되겠소이다. 허허...어것 참, 싸움이 너무 싱거워도 재미가 없는 법인데....
종례 ......(뭔가 걱정스럽고)
수달 그만 나가 보거라. 가서 출병 준비를 단단히 해놓거라.
막쇠 예, 장군.
수달 기가 막힌 밤이 되겠소이다. 하...핫하하하하...견훤이 이놈 .....제발 도망치지만 말거라. 오늘밤 꼭 그 비참한 얼굴을 내가 보아야겠다.
그런 수달의 표정에서....
씬 7 견훤의 관아 외경
담 넘어로 막 해가 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수십명의 군사들이 긴장한 모습으로 이리저리 이동하며 장애물들을 설치하고 있다. 그 한쪽으로 군사들이 어디론가 이동해 가고 있다.
씬 8 동 관아 뜰
이곳에서도 군사들이 부산하게 철기군들에 의해 열을지어 지나쳐 가고 있다.
카메라 견훤의 거소를
향하면
씬 9 동 관아 견훤의 거소
관내 지형도를 펼쳐놓고
견훤과 능환, 추허조, 김총. 능애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능애 수달의 밑으로 모여든 사병들이 벌서 오백이 넘어섰다고 하옵니다. 어찌 하실 요량이십니까?견훤 ............
능환 이것은 전쟁이옵니다. 서방님.
능애 그러니까 드리는 말씀일쎄.
추허조 저들이 곧 공격을 해올텐데 아직도 아무 하명이 없으시니 답답하옵니다.
김총 .....?
견훤 적을 속이려면 먼저 아군부터 속아주어야 하네. 낮에는 수달의 첩자들이 우리를 보고 있어서 부득불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게야. 설명을 해주게.
능환 예, 주군. (주변을 보고) 오늘 수달을 잡는 일은 주군께서 소인에게 일임을 하셨습니다.
모두들 ......................?
견훤 따라서 몇가지 복안을 마련했습니다.. 우선 적은 군사로 많은 군사를 이기려면 유인책이 필요 합니다. 저들이 노리는 첫번째 목표는 바로 주군께서 계시는 이곳 관아올습니다.
우리는 그래서 싸우는척 하다가 먼저...여기를 수달에게 내어 줍니다추허조 뭐요? 관아를 내어줘요?
형님 제 정신이슈?
견훤 허어.......?
추허조 (불만을 참으며)...말씀 하시우.
김총 ..............
능환 한동안 관아의 문을 닫고 저들과 싸우는동안 능애서방님은 군사를 이끌고 뒷문으로 나가 십여리쯤 산길에 가 기다리고 있으면 한식경 후에 수달이 나타날겝니다. 그때 잠시 대적을 하시다가 다시 도망을 치셔야 합니다.
추허조 허, 이런. 그것도 지금 전략이라고 얘기 하시우? 아니 세상에... 관아를 내어주고 또...적이 오는데 도망이나 치라 하고....
능환 (버럭) 이놈 추허조, 여기는 장수들의 회의장이니라.
나는 지금 주군의 영을 받아 군사로서 군령을 내리고 있는게야. 정신차려듣지 못할까?추허조 ....예...아니...혀...형님 ?
능환 군사라 하였느니라. 좀도둑들의 싸움이 아니니라.
견훤 옳은 말이다. 능환이는 이 자리에서는 싸움을 총 지휘하는 군사이니라. 군사는 장군의 영을 대신하는 것이다. 군령을 따르라.
모두 ....................?
능환의 모습은 여늬때와 달리 서릿발처럼 차갑다.
모두 그런 능환을 놀라운 표정으로 본다.
씬 10 관아 뒷문(밤)
박씨와 시녀들이 신검을
데리고 몇명의철기군들과 함께 관아를 빠져나가고
잇다.
박씨 갈수록 산이로구나.
대체 이 밤중에 어디로 피해 간다는게냐?
옥이 잠시 뿐이라 하옵니다.
안전한 곳이라 하니 가보시오 소서.
그들 그렇게 황황히 빠져
나가고...군사들은 여전히 부하다.
씬 11 다시 동 방안
능환 (계속) 다시 이르니 잘 들으시오소서. 능애서방님은 그렇게 도망을치시다가 계곡 사잇길로 빠져서 숨어 계시면 반식경이 지나 불화살이 오를 것이옵니다.
그것을 신호로 해서 추허조와 합세하여 수달군의 후미를 치시오소서. 아마도 적이 크게 놀라고 갈팡질팡할 것이옵니다.
추허조 헌데...수달이 놈이 그리로 가기는 정말 가는겝니까?능환 허어 이놈이...그래도?
추허조 아...알겠수. 거 왜 그러허게 소리를 지르시우? 허면...나는 무슨 일을 하우?능환 허조 너는 나와 함께 이곳에서 주군을 뫼시고 수달과 잠시 싸우는척 하다가 역시 거짓 패하여 도망을 쳐야 한다. 군사를 끌고 뒷문을 내처 빠져나가 능애서방님과 합류해서 적의 후미를 쳐라. 덫에 걸린 수달군에게 마지막 철퇴를 가하는게야.
추허조 알겠습니다.
김총 소인은 어찌하오리까?
능환 너는 지금 즉시 이곳을 떠나 수달이가 마지막으로 갇히게 되는 삼십리 밖 지점에서 매복에 들어가 있거라.
김총 예, 군사.
능환 시간이 급박하니 모두 나아가 군졸들을 단속하시지요.
견훤 그대로 하라.
모두 예.
그들이 모두 나갔다.
견훤이 다시 지도를 본다. 그러다가 견훤이 다시 능환을 본다.
견훤 모두들 걱정하는 눈빛들일세.
능환 허허허허....주군께서도 마찬 가지시옵니다?
견훤 나는 늘 자네를 믿네.
허나 이번 일은 관아를 미끼로서 내어주는 일이야.
능환 허허허허...큰 놈을 잡으려 하시옵니다. 그러자면 당연히 큰 모험이 따르지 않겠사옵니까?견훤 .....?
그 위로 들려오는 함성
소리.
씬 12 수달군의 집결지(밤)
많은 수달의 사병들이 모여 있다. 수달이 만면에 미소를 띄운다.
수달 모두 잘 들어라. 나 수달이와 여기 종례장자께서는 신라의 썩어빠진 관리들을 대신해서 그동안 수많은 이곳의 백성들을 보살펴 왔느니라.
종례 .........
수달 그런데 견훤이란 도적이 나타나 우리들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느니라. 우리는 이를 지키기위해 여기에 모인 것이니라.
사병들 와.......(함성)
수달 우리의 땅은 우리가 지킬 것이 니라. 견훤이란 도적을 무찌르자사병들 (함성).........
수달 모두 관아로 가자.
도적을 무찌르자.
수달이 칼을 빼어든다.
그리고 종례와 직계 수하즐과 함게 말을몰 아 앞을 선다. 자못 그 위세가 대단해 보인다.
멀리 어둠속에서 훔텨보고 있던 철기군 하나가 급히 몸을 숨기며 사라진다.
씬 13 길
어둠속으로 수달군을 훔쳐보던 철기군이 말을 달려 사라져 간다.
그리고 잠시후, 그 뒤로
횃불을 든 수달의 군사들이 나타나 지나쳐 간다.
씬 14 견훤의관아 앞
군사들이 방어선에서 적을 기다리고 있다.
견훤과 능환, 능애들이
군사들 가운데서 앞을 보고 있다. 그들 뒤로 관아의
건물이 보인다.
긴장이 흐른다.
씬 15 또 다른 숲 길
능애와 김총의 군사들이
함께 오고 있다.
능애 도깨비에 홀린 것 같구만. 아, 수달이놈이 관아를 빼앗으면 얼시구나 좋다 하고그냥 눌러앉지 무엇하러 여기까지 오겠나? 도대체 능환이가 무얼믿고 저러나 모를일일세.
김총 일단 군령이니 지켜야하지 않겠사옵니가? 결과를 보시오소서. 소인은 제 자리로 가겠사옵니다.
능애 그리하게. 허..참...
김총들은 그렇게 가고 능애는 어둠 속에서 지리를 살피고 있다.
씬 16 다른 길
수달의 군사들이 밀물처럼 밀려 오고 있다.
씬 17 관아
어둠 속에서 견훤과 능환 추허조들이 군사들과 함께 적을 기다리고 있는데 철기군 첩자가 말을 몰아 돌아온다. 철기군이 견훤에게 와서 아뢴다,철기 장군. 수달군이 오고 있사옵니다. 수백의 군사이옵니다.
견훤 전투대형을 갖추라.
능애 모두 전투대형을 갖추어라.
순식간에 기다리고 있던
군사들이 제 위치를 사수 하기 시작 한다.
그리고 곧 이어서 침묵이 감돈다. 불안과 긴장 속에서 스산한 바람소리만 그 고요를 깨고
있다. 모두들의 면면이
스쳐가면....
씬 18 그곳 관아 근처
수많은 횃불을 앞세우고
수달들이 몰려 오고 있다. 관아근처에 이르러 잠시
행얼을 멈추고 관망하는 수달. 관아 앞에는 곳곳에 불이 밝혀지고 장애물들이 놓여진채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잠시 전황을 보던 수달이 웃움을 터트린다.
수달 핫하하하하...종례장자, 보시오. 저래가지고 우리와 싸우겠다고 합니다. 다 합쳐야 얼마나 되겠소이까?종례 그래도 갸볍게 보아서는 아니 됩니다. 저들은 관군이올시다. 훈련을 받은 정예병들이예요.
수달 천만에요. 이미 사기가 죽은 군대올시다. 그저 멍하니 우리만 보고 있질 않소이까? 핫하하하하 ...불쌍한지고...단숨에 관아로 들어가십시다.
그러다가 수달은 한 곳을 본다. 그 관문 앞에 견훤의 장군깃발이 펄럭이고 있고 견훤들이 이곳을 보고 있다.
수달 보시오. 저기 놈들이 있소이다.
종례 .........?
수달 (큰 소리로) 네 이놈 견훤이가 아니냐?
견훤 오냐, 네놈 수달이란 놈이로구나 ....어서 오너라. 아우야.
이 형님께서 기다리고 있었느니라.
수달 닥치거라 이놈. 형님이라니... 버르장머리 없는 놈 같으니라구 ....곧 이 형님이 네놈을 잡아 제대로 훈육을 시켜줄 것이다....
견훤 허허..허...그럼 그리 해보거라.
수달 오냐 이놈아, 참으로 가엾구나. 네놈이 아무리 힘이 장사라고한들 군사없이 어찌 싸우려 하느냐? 지금이라도 순순히 항복을 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추허조 너ㅔ 이놈 수달--! 듣자하니 방자하고 시끄럽구나.
잔소리 말고 어서 말에서 내려 용서를 구하지 못할까?수달 오냐, 너는 추허조라는 놈이로 구나...좋다 오늘 맛을 보여주마. 무엇들 하느냐? 공격하라.
그러자 공격하라라는 소리를 반복하며 사병들이 함성을 지르며 관아로 달려 간다.
씬 19 그곳 관아
추허조의 지시에 의해 수많은 화살들이 날기 시작한다. 수달의 선봉들이 수없이 쓰러지지만 그들은 계속해 밀려 온다.
견훤과 능환은 관망만 하고 있다.
수달과 종례도 열심히 지시를 내린다. 수달의 수하1과 2가 어둠속 좌우에서 나타나기 시작 한다..
이른바 협공이다.
수달은 신이 났다.
수달 쳐라. 인정을 두지말아라. 좌향 공격, 우향 공격,아비규환이다.
화살부대가 무너지기 시작 한다. 그리고 수달의 수하1과 2의 부대가 가까이 오기 시작 한다. 수가 열세인
견훤의 군사들이 동요를
이르키기 시작 한다.
추허조와 능환이 소리 친다.
추허조 막아라. 도망치지 말아라.
견훤 아직은 물러서면 안된다.
물러서지 말아라.
그러나 밀려드는 사병들에의해 그 지시는 잘 먹히지가 않는다. 드디어 수달의 사병들은 가까이 다가오고 육박전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견훤과 추허조들이 눈치를 주고 받고는 그 혼란 속으로 뛰어든다. 그러자 수달과 종례도 다가든다.
치열한 접전이 벌어진다. 추허조와 견훤의 놀라운
무에도 잠시 빛을 발하는 듯 하지만 그러나 적들은 겹겹이 몰려들어 이들도 곧 사병들에 에워쌓일 판이다. 저만큼에서 보던 수달이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수달 핫하하하하 아놈 견훤아.
항복하지 못할까? 그놈을 잡아라, 잡아야 한다.
그때 다급하게 능환이
외친다.
능환 주군, 지금이옵니다.
안으로 피하시오소서. 어서요.
그러자 견훤이 말머리를
돌린다. 추허조가 소리친다.
추허조 무엇들 하느냐? 주군을 뫼시어라.
그러자 철기군들이 삽시간에 견훤에게 붙어서며 함께
달린다.
수달이 안타까운 듯 소리
친다.
수달 놓쳐서는 아니된다. 뒤쫓아라. 잡아라.
그러나 견훤들은 관아 안에 있던 궁수들의 집중 엄호를 받으며 황급히 관아의 문안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군사들도 미처
다 못들어서면서 문이 급히 닫긴다.
수달이 발을 동동 구른다.
수달 이런 머저리 같은 놈들, 밀어 붙여라. 대문을 부수어라.
화살공격의 맞대응이 있은후, 관아 안의 공격이 미미해지자 수달군은 다시몰려와 대문을 부수기 시작 한다.
씬 20 동 관아 안
능환과 추허조가 군사들을 이끌고 급히 뒷문을 빠져 나가고 있다.
마치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그들
능환 주군께선 앞서 가시오소서. 허조는 뒷문께에서 수달을 막다가 다시 유인해 오너라.
추허조 알겠수 군사님.
씬 21 동 관아 대문
추허조 들이 열심히 문을 부수고 있다.
어느새 담 안에 있던 군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수달 담을 넘어라.
수하들이 담을 넘는다.
그리고 곧 문은 열린다.
수달군은 기세등등하게
쏟아져 들어간다.
씬 22 동 관아 안
들어선 사병들이 곳곳을
뒤지고 있다.
수달이 개선 장군처럼 종례와 함께 돌아보고 있다.
관아는 이미 텅 비었다.
수달이 잠시 멍하니 보다가 웃는다.
수달 헛하하하하.....너무 싱겁군 그래. 개미새끼 한 마리 안보이는군.
종례 .......?
수달 내가 뭐라고 했소이까?
가엾다고 하지 않았소이까? 전쟁은 군사로 하는 것이지 힘으로 하는것이 아니예요. 빠르게도 도망을 쳤군그래.
종례 (아무래도 미심적다)........?
수달 내가 내처 쫓아가 놈들을 잡겠소이다. 장자께선 사병 백명을 남겨놓을테니 여기 관아에 계시구료.
종례 뭔가 이상하지 않소이까?
이렇게 빨리 도망을 칠리가요?
수달 그러니까 서둘러 잡아야지요.
종례 그렇지가 않소이다. 이보시오 장군. 이미 저들의 관아를 빼앗앗는데 무엇하러 더 쫓는단 말입니까? 수달 이까짓 관아가 문제가 아닙니다. 견훤이놈을 잡아야지요.
지금 이놈이 혼비백산해서 도망치고 있어요. 이럴 때 정신없이 몰아쳐서 무릎을 꿀려야 합니다. 애들아 가자.
종례 이니, 자..장군....장군?
그러나 수달은 이미 뒷문께로 빠져 나가고 있다.
종례가 한숨을 내쉰다.
그는 뭔가 계속 의심스럽다.
씬 23 그곳 관아 뒷문
수달군이 쏟아져 나오고
잇다.
수달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다. 바짝 쫓아라.
그들 그렇게 어둠 속을
달려 간다.
씬 24 길 어느 곳
수달군이 기세 등등하게 오고 있다. 어느만큼 냇가가
보이는 곳으로 말을 달려 오는데 저만큼 황급히 냇가를 건너고 있는 일행들이 보인다. 그는 추허조들이다.
급히 군사들을 재촉하며
건너고 있다.
추허조 서둘러라. 수달들이 온다. 어서 서둘러...
수달이 바짝 다가든다.
수달 저기 있다. 쫓아라.
저놈이 추허조이다. 잡아라. 네 이놈 거기 있거라.
그러자 추허조가 다급한
나머지 군사들을 보내면서 자신은 말을 돌려 막아선다.
추허조 어서 오너라 이놈.
수달 하하하...이노옴- 오늘 너희들 신세가 참으로 딱하게 되었구나. 견훤이놈은 어디에 있느냐?추허조 우리 주군께선 벌서 앞서 가셨느니라. 오너라, 내가 샹대해주마.
수달 무엇들 하느냐? 저놈을 베어라.
다시 접전이 벌어 진다.
추허조의 무서운 검이 사방에 번쩍인다.
그때마다 사병들이 무수히 쓰러져 나간다.
역시 추허조이다.
그러나 사병들은 끝도없이 몰려든다.
수달이 감탄하듯 보고 있는데 추허조가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말머리를 돌린다.
추허조 오늘은 아니되겠구나 다음에 보자.
수달 어디로 도망을 치느냐 추허조? ...어서 쫓아라. 어서...
수달과 군사들이 다시 쫓아 가고 있다.
수달 (미소)어지간히 급한게로구나. 천하에 추허조라는놈이 도망을 치다니. 볼만하구나.
얘들아 어서 바짝 추격하라.
그들 그렇게 어둠 속으로 사라지면...
씬 24-1 견훤의 관아
텅 빈 관아 안에서 종례가 연신 고개를 외로 꼬고 있다. 곳곳에 수달의 사병들만 오가고 있다.
종례 이상한 일이야. 견훤이란 자가 이렇게 쉽게 도망을 칠 리가 있나? 뭔가 잘못된게야...잘못되었어,
씬 25 어느 계곡 속의 작은
평원
수달군들이 계곡을 지나 평원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
수하1 장군, 아무래도 길이 이상하옵니다. 더 가면 산 끝자락이라 길이 없사옵니다.
수달 (고개를 외로 꼬며) 이놈들이 왜 보이지를 않지? 어디로 간게야?
씬 26 그 근처 숲
능애들이 추허조와 함께 숨을 죽이고 숨어서 보고 있다. 수달과 그 군사들이 꾸역구역 모여들고 있다. 길은 앞으로 나가는 외길 하나 뿐이다.
능애 놈들을 공격해야 할게 아닌가?
추허조 조금 더 기다리시지요? 군사께서 후미가 다 지나갈 때 쯤 뒤에서 치라고 했습니다.
능애 (그떡이고)........ 신기한 일이야, 수달이놈이 정말로 왔네그려. 대체 능환이는 저자가 여기까지 온다는걸 어떻게 알았을까?추허조 그러게 말이옵니다.
수달이 망설이다가 그예 공격의 결정을 내린다.
수달 망설일 것 없다. 곧장 앞으로 나아가라. 이 길 끝에 견훤이놈이 숨어 있을 것이다. 가라.
명령과 함께 사병들이 와 몰려 간다. 숲에서 보며 추허조들이 말한다.
추허조 이 길 끝에는 김총이가 매복해 있질않습니까요?능애 맞아. 거기에 이를 쯤에 우리가 뒤에서 치는 것일세. 앞 뒤에서 공격을 받게 되면 정신이 반쯤은 나갈게구먼.
수달의 사병들이 계속해 지나가고 있고 보고 있는 그들의 긴장한 표정에서...
씬 27 그 계곡길
좁은 산 허리길을 수달과 그 군사들이 가고 있다. 가면서 수달의 표정은 계속 어두워 진다. 뭔가 예감이 이상한 것이다.
수하1 장군 뭔가 이상하옵니다. 아무래도 첨병을 앞서 보낼걸 그랬나보옵니다.
수달 그럴 시간이 어디 있느냐? 계속 가라. 놈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견훤이 놈을 잡아야 한다. 놓쳐서는 아니된다.
그들 그렇게 가고 있는데 어둠속 언덕 위에서 김총이 내려다 보고 있다.
김총 고기가 그물안에 들어 왔구나.
철기1 공격을 하오리까?
김총 조금만 더.... 저 끝에는 주군께서 기다리고 계신다. 놈은 이제 끝난게야.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수달과 그 군사들이 떼지어 지나쳐가고 있다. 그들이 한참을 지나 저만큼 나아가자 드디어 김총이 명을 내린다.
김총 되었다. 불화살을 쏘아 올려라.
그러자 어둠 속에서 불화살이 높이 공중으로 솟아 오른다. 가다가 수달이 이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후미에 숨어 있던 추허조와 능애도 보았다. 추허조가 영을 내린다.
추허조 신호가 올랐다. 쳐라. 쳐라 .
동시에 함성이 일어난다. 화살이 비오듯 쏟아진다. 후미가 어지럽게 동요하기 시작 한다. 추허조와 능애가 말을 내달린다.
추허조 이놈들아 어서 오너라. 기다리고 있었느니라. 모두 칼을 버리지 못할까?아비규환이다. 추허조가 무인지경으로 내달리며 사병들을 베고있다.
씬 28 그 앞 계곡 길
연못처럼 조금 넓은 분지로 되어있는 이곳에서도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김총과 군사들이 비탈을 바람처럼 내달려 오고 있다.
김총 한 놈도 놓치지 마라. 모두 쓸어버려라.
수달군들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양 옆에서 뒤에서 기습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사병들이 미처 대열을 정리하지 못한채 마구 쓰러지고 있다. 화살공격에 이어 군사들이 지쳐 내려 온다.
수달 대체 어찌 된 것이야?
수하1. 매복에 걸린 것 같사옵니다. 뒤에서도 적이 오고 있사옵니다. 피하시오소서수달 피하다니? 놈들보다 우리가 수가 많다. 쳐부수어라.
수하1 이미 사병들이 중심을 잃고 있사옵니다. 어서 피하시오소서.
그때 어둠 속에서 소리가 들려 온다.
추허조 이놈들아 내가 추허조이니라. 살고 싶은 놈은 무릎을 꿇어라.
수달 추...추허조?
수하1 앞으로 곧장 가시면 샛길이 있사옵니다. 어서...
이때 또 소리가 들려 온다.
김총 수달이 놈은 어디에 있느냐? 이 김총이가 기다렸느니라.
추허조 수달이 저기 있다. 잡아라.
수하1 어서 가시오소서.소인이 막으오리다. 어서...
수하1이 내달린다. 그리고 곧 추허조와 접전을 한다.
수하1 어서 오너라 이 도둑놈
추허조 허어...이놈이 도통 겁을 모르는 놈이로구나. 에잇-접전이다. 그러나 몇합이 안되어 수하1은 비명을 지르며 나딩군다.
수달군들은 졸지의 기습에 지리멸멸이다. 수달의 수하인 막쇠가 소리지르며 사병들을 격려 한다.
막쇠 견훤의 군사는 얼마 아니 된다. 흩어지지 마라. 흩어지지마라.
그러나 그도 김총을 맞아 십여합을 버티다가는 그대로 부상을 당해 나뒹군다. 수달은 다급해졌다. 말을 몰아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서 호령소리가 들려 온다.
견훤 핫하하하하...이보게, 아우가 아닌가? 이 형님이 기다린지 오래니라.
수달 아니.... 겨..견훤?
수달은 기겁을 하며 돌아선다. 수달의 사병들은 지리 멸멸이다. 곳곳에서 견훤이다. 추허조다 소리가 들려 온다. 겁을 먹으며 놀라서 무기를 버리거나 무릎들을 꿇고 있다. 김총이 소리지르고 있다.
김총 항복하는 자는 살려 준다, 무기를 버려라.
반복되는 투항 권유에 사병들이 무더기로 무기를 버리고 있다. 다급하다. 수달은 다시 말머리를 돌려보지만 거기엔 추허조가 다가 오고 있다.
충허조 하하하하.....수달아 어서 오너라. 어디를 가는게냐?수달은 또 말머리를 돌린다. 그러나 갈 곳이 없다. 추허조가, 능애가 견훤과 능환이 사방을 막으며 조여 오고 있다. 이미 자신의 사병들은 모두 무를을 꿇거나 우왕좌왕 사기를 잃었다. 견훤의 수장들이 수달에게 서서히 조여 온다.
추허조 네 이놈, 아무리 둘러보아도 갈 곳이 없을게다. 썩 내려서 무릎을 꿇지 못할까?수달 .....(참담하다).......
아무리 들러보아도 갈 곳이 없다. 추허조가 가까히 오며 소리친다.
추허조 그래도 이놈이? 철기군들은 무얼 하느냐? 패장 수달을 잡아꿇려라.
그러자 철기군들이 우 달려들며 수달을 말에서 접아내려 꿇린다. 그를 둘러싼 횃불이 대낮처럼 밝다. 견훤이 그를 말 위에서 내려보고 있다. 능환도 본다. 아무도 말이 없다. 한참후 능환이 입을 연다.
능환 수달아, 너는 이미 세 번째 우리 주군께 무릎이 꿀렸다. 사내로서 부끄럽지 않으냐?수달 .............
추허조 주군, 명을 내리시오소서. 어찌 하오리까? 목을 베오리까?견훤 ............
추허조 수치도 모르는 뻔뻔한 놈이옵니다. 베시오소서.
수달 (비로소 얼굴을 들며) 너희들 말이 맞다. 내가 졌느니라. 내가 경솔 하여 이 지경이 되었어.
모두들 .......?
수달 부탁이 있소 장군.
견훤 말해보거라.
수달 목을 베이기보다 스스로 죽게 해주시오.
견훤 .......?
능환 그래도 사내답게 죽고 싶은 것 같사옵니다. 청을 들어주시오소서 주군.
모두들 .............?
견훤 실망이로구나. 겨우 한다는 말이 그것인가?
수달 ..........?
견훤 그래도 이 넓은 서남해를 호령한다는 수달이 아닌가? 나는 네가 호걸이라 여겼느니라. 대의명분을 가지고 이 난세를 구하고자 하는 영웅인줄 알았어. 한심한자 같으니라고......기껏 하는 말이 죽게 해달라?수달 ....(견훤을 본다)
견훤 너를 죽이려 들었다면 벌서 죽일수가 있었다. 다시 이르려니와 네가 사내답다고 해서 우리는 사내들끼리 호연지기를 겨루어 본것이야. 이미 그 승부가 명쾌하거늘 진심으로 결과를 시인하지않고 죽음으로 얼버무리려 한단말인가? 네가 어찌 진정한 사내라 할 수 있겠는가?견훤의 추상 같은 꾸짖음에 수달은 할 말을 잊었다.
견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 같구나. 앞으로는 수달대장군이라는 그 별호답게 이름 값을 해보거라. 얘들아.
모두들 예.
견훤 이 싸움은 끝이 났다. 돌아가자.
모두들 대답하며 말머리를 돌린다. 능환과 추허조, 능애, 김총들도 말없이 견훤을 따른다. 수달이 보고 있다. 돌아서는 견훤의 뒷모습이 그렇게 커 보일 수가 없다.
견훤 (가며) 포로들은 모두 방면하여 집으로 돌아가게 하라. 추허조는 관아로 먼저 가 다시 그곳을 접수하라.
추허조 예, 주군. 얘들아 가자.
명령일하. 추허조와 철기군들이 먼저 우 앞서 간다. 수달이 이런 모습들을 보고 있다. 능환이 가며 한 번 더 수달 쪽을 돌아 본다. 수달은 그렇게 무릎을 꿇고 있다. 그의 곁에는 부상당한 막쇠와 몇몇 사병들만이 서 있다. 비참하고 초라하다. 자신이 이렇게 비굴해보일 수가 없다. 견훤들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수달이 칼을 꺼내어 든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을 찌르려다가는 그대로 칼을 떨구고 절망처럼 울부짖으며 고개를 박는다.
수달 장군-
그의 소리에 견훤의 말이 멈추었다. 모두들 역시 돌아 본다.
수달 용서하시오소서. 이 수달이 진심으로 무릎을 꿇사옵니다.
견훤이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서서히 말을 돌려 다가온다. 그리고 ......말에서 내려 수달에게 다가와 그 손을 잡아 이르킨다.
견훤 일어나시게.
수달 용서하시오소서.
견훤 아닐세. 아우님. .... 내가 자네를 얻고 싶어서 얼마나 애를 태웠는줄 아는가? 수달 부끄럽사옵니다
견훤 능환이는 무얼 하는가? 수달 대장군을 뫼시게.
능환 예, 주군. 얘들아 장군을 뫼셔라.
철기군들 예.
견훤 가세. 할 말이 많으이
그들은 굳게 손을 잡는다. 시선이 강열하게 교차 된다. 능환과 수장들이 보며 만족해 하고 있다. 그 모습에서 디졸브 되면.....
씬 29 견훤의 관아 외경
(낮)
언제나처럼 조용하고 철기군들이 초병을 서고 있다.
씬 30 동 관아 내아
박씨가 옥이와 하녀들을 단속하며 음식상 보기에 여념이 없다.
박씨 도대체 하나같이 알수가 없는 일들 뿐이로구나.
옥이 나으리와 싸우던 도적들이 다 모였다지요?
박씨 쉬이- 이젠 그런 말을 쓰면 아니된다. 다 같은 식구가 되었어요.
옥이 아옵니다 마님.
그들 그렇게 음식을 만들고 상을 보고.... 그 위로 들려오는 소리수달 (E) 잔을 받으시오소서.
씬 31 견훤의 거소
견훤이 중앙에 앉았고 그 좌우로 능환과 능애, 추허조, 김총들이 앉았다. 수달이 견훤에게 잔을 올리면 능환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 백마의 피를 잔에 술을 부어준다. 그러면 수달이 그것을 다시 견훤에게 올리고 절을 올린다. 모든 절차는 아주 경건하기 짝이 없다. 이른바 형제의 의식이 진행중에 있는 것이다. 견훤이 그것을 조금 마시고 내려주면 다시 수달이 마신다. 그 뒤로 조금 떨어져 수달의 직계 수하들이 무릎을 꿇고 긴장해 보고 있다. 수달이 다 마시고 잔을 놓자 일제히 축하한다.
능환들 형제의 연을 감축 드리옵니다.
견훤 반갑네 . 이로서 우리는 한 형제가 되었네.
수달 귀하고 기쁜 기회를 주시어 이 수달은 참으로 감복 하옵니다. 신명을 바쳐 충성을 맹세 하옵니다.
견훤 이들과도 신의를 나누시게. 비록 나를 주인으로 보필하고 있으나 이들은 모두 예전에 자네처럼 형제의 의식을 치루었네. 우리는 형제로 사네. 이들의 목숨이 내목숨이고 내 목숨이 바로 이들의 것일세 .자네도 그리 된 것일세.
수달 은혜가 참으로 크시옵니다.
견훤 능환은 형제들의 잔에도 백마의 피를 따라 맹세의 의를 세우라.
능환이 대답하고 각자의 잔에 피를 따른다. 모두 긴장하고 있다가 잔을 든다.
견훤 (역시 잔을 들며)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능창이라는 대장부를 나의 아우로 맞았느니라. 따라서 이 순간 이후, 이미 나의 형제인 그대들과도 형제가 되었음을 천지 신명께 고하노니 영원히 삶과 죽음이 함께 할 것이고, 오로지 정의의 길만을 갈 것을 맹세 하는바이니라. 모두 잔을 들라.
모두 예를 올린 후 잔을 들어 마신다. 그리고 잔을 놓는다.
견훤 새로운 아우를 맞았으니 형제의 순서를 아니 정할 수가 없네.. 형제중 맏이는 능환이 이고 다음이 추허조이고 그 다음이 능창 자네가 될 것일세.그 다음은 김총이가 될 것이고....
수달 알아뫼시겠사옵니다.
견훤 여기 능애는 나의 친 아우일세. 그리 알게.
수달 예, 형님.
능애 반갑네.
능환 아우님 반갑네.
추허조 허허허허. 이보게 수달이, 이 추허조가 형님일세.이 사람아. 허허허.
김총 신의로서 뫼시겠사옵니다. 형님.
수달 형제로서 신의를 다 하오리다.
수달이 좌중에 절을 올리면 모두들 반절로 받으며 끄떡인다.
견훤 사나이들이 살아가는 길일세. 앞으로는 큰 포부를 갖게. 이 곳은 자네의 땅이고 자네의 터전일세. 그리고 우어리는 형제로서 힘을 합치고 뭉쳤네. 의를 이르켜 대도를 걸어보세나.
수달 하명만 내리시오소서.
견훤 고맙네. 자 무엇들 하는가, 오늘은 즐거운 날이 아닌가? 주안상을 들여 오너라.
대답소리와 함께 문들이 활짝 열리며 푸짐한 상들이 들어 온다. 박씨와 옥이들이 하녀들과 함께 상자리를 보고 있다.
견훤 이보게 , 아우님, 나의 내자일세.
수달 그러시옵니까? 소인 수달이라 하옵니다.
박씨 예. 많이 드시어요.
수달 과연 소문대로 천하에 미인이시옵니다 형수님.
견훤 허허 이런, 이 아우는 아부도 할줄아네 그려. 핫하하하하모두들 그 말에 폭소를 터트린다.
씬 32 태수의 관아 외경
태수 (E) 그게 무슨 소린고?
씬 33 동 태수의 거소
새파랗게 질린 태수와 호족들중에 끼어있던 사내 하나가 마주해 있다.
태수 견훤이한테 장자들이 모두 무릎을 꿇어?
호족 그러하오이다. 태수 어른
태수 아니, 천하의 수달이란 사람이 견훤에게...무..무엇이 어째? 서로...결의형제가 되었어?호족 그렇다 하옵니다. 충성을 다짐하고 잔치가 한참이라 하옵니다.
태수 아니되지. 이렇게되어서는 아니되지. 견훤이는 아자개라는 반란군의 자식이예요. 그걸 훤이 아는 사람이 뭐가 어째? 반란군 자식에게 무릎을 꿇어?
호족 일이 어렵게 꼬여가고 있사옵니다. 수달장군이 돌아 선다면 많은 장자들이 다 돌아설 것이옵니다. 아니그렇사옵니까?태수 그...그럴테지. 하지만 주의 도독께서 견훤이 놈을 치러 올것인데...? 호족 그렇다 하더라도 일은 아주 복잡해 질 것이옵니다. 처신을 잘하셔야 겠사옵니다.
태수 처...처신을 잘해?....하긴... 이렇게되면 견훤이가 나를 그냥 안두려고 할터인데.... 아이구야, 이거야...세상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겐가? 그럼 내 벼슬은 어찌되는게야? 호족 무진주의 도독님에게 다시 파발을 뜨워 보시오소서.
태수 그래야 겠구먼. 이거 큰 일 나겠어. 여..여봐라. 게 누구 없느냐? 당장 비장을 불러라. 비장을 불러...
허둥거리는 태수의 표정에서...
씬 34 견훤의 관아(밤)
왁자한 소리들이 들려 온다.
씬 35 동 거소 안
연회가 계속 되고 있다.
견훤 이제부터는 이 땅을 지키려면 모두가 힘을 모아야하네. 수달이 자네도 사병들을 저대로 둘 것이 아니라 훈련을 시켜 강병을 만들어야 해.
수달 당연한 말씀이시옵니다.
능환 해적들을 관군으로 만드는 것이야.
수달 형님들의 철기군들 같이만 된다면야 누가 대적을 하겟사옵니까?
추허조 암, 그렇구 말구....우리 철기군은 천하 제일일세.
견훤 자네가 많은 사병을 가지고도 우리에게 진 것은 군사들이 훈련이 없었기 때문이고 지휘하는 장수가 전략이 없었기 때문일세.
수달 그러하옵니다. 하온데....소인이 삼십리 밖에 있는 그곳까지 쫓아갔다가 곤역을 치루었사온데 ..어느 분의 계략이옵니까?견훤 이 사람일세.
수달 (능환에게) 형님께선 제가 거기까지 갈것이라는 것을 어찌 아셨습니까?
능환 쉬운 일이 아닌가? 우리는 자네에게 군사의 숫적인 불리함을 보여주었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싸우는척 하다가 관아를 내어주었어. 자네는 크게 고무되었지. 한참 기가 올라있는데다가 한다하는 추허조마져 싸우다 또 도망을 쳤어. 그 때쯤되면 자네는 자만심이 차서 제정신이 아니게되지. 모든게 불을 보듯 뻔해지는게야.
수달 아하, 이런 ...그런 것도 모르고..
능환 대부분의 사람들이란 다 그런 것일세. 욕심과 자만에 사로 잡히면 아무것도 안보이고 안들리게 되어 있지. 장님과 귀먹어리를 잡는 것이 무에 그리 힘들겠는가?견훤 허허허...말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도 믿기가 어려웠네. 상대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쓰기 어려운 계책이었어.
수달 과연, 과연 그러하옵니다. 형님의 안목이 참으로 뛰어나십니다. 하기는 이제서야 말씀을 드리옵니다마는 이아우가 형님을 사로잡게되더라도 절대로 목숨을 해칠 생각은 없었사옵니다. 그건 진심이옵니다.
견훤 고맙구먼그래. 이래저래 손해볼 싸움은 아니었네그려?수달 그런 것 같사옵니다. 핫하하하하..
모두들 호쾌하게 다라 웃는다.
능환 허허허, 모든게 이제부터일세. 우리는 할 일이 많네. 태수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고 주의 도독과 연락을 취하고 있어.
수달 그러하옵니다. 제가 시킨 것이었습죠. 형님을 꺽어 보려구요. 이제는 아니될 일이지요. 태수 그 사람, 실은 썩을대로 썩은 신라의 도적이옵니다.
추허조 이 참에 없애버리시지요?
견훤 아니 된다. 어쨋든 그자는 조정에서 내려보낸 관리야.
수달 이 땅에 지금 조정이 어디있사옵니까?
견훤 그러나 썩은 법도 법일세. 우리가 먼저 그것을 허물 수는 없네.
수달 정 그러하시면 잠시 더 두고 보시오소서. 뭔가 방법이 나오겠습니요.
능환 그일보다도금 우리들의 싸움으로 사방의 인심이 술렁거리고 있네. 한 번쯤 장자들을 모아서 새로운 다짐을 놓을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수달 물론 그럴 필요가 있사옵니다. 특히나 관아에 남아 있다가 퇴각한 종례라는 장자는 서남해 일대에서 신망을 받는 장자이옵니다.
견훤 알고 있네.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수달 그 점은 엽려 놓으시오소서. 저와는 막역지간 이옵니다. 본래 장보고장군을 모시던 장수의 후예이옵니다. 사람의그릇이 크고 도량이
넓사옵니다.
견훤 (끄떡이면)
수달 서남해의 제가 아는 모든 호족들도 다 불러 모으겠사옵니다. 이 수달이가 무릎을 꿇었사온데 더 버틸자가 누가있겠사옵니까? 이제 이곳의 주인은 형님이시옵니다.
견훤 고마우이
수달 제게 맡기시오소서. 견훤장군께오서 서남해 일대의 영도자가 되었다는 것을 천하에 공표해드리겠사옵니다.
능찬 과연 자네는 수달대장군일세. 공사가 참으로 분명하이.
견훤 아수라장 같은 천하일세. 이제 우리가 일어나 이 어지러움을 잠재우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힘을 모아주게.
수달 염려놓으시오소서. 그리고 큰 뜻을 펼치시오소서. 견마지로를 다 하겠사옵니다.
그들 서로를 본다. 결연한 의지들이 번뜩인다.
해설 드디어, 드디어 수달은 견훤에게 진심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견훤은 수달을 얻음으로서 흩어져 있던 서남해 일대의 영향력을 손에 쥐게 되었다. 그것은 엄청난 대사건이었다. 송악의 왕륭이 좁은 송악지역을 지키려고 전전긍긍 하고 있는 것이나 또한 죽주에서 궁예가 아직도 제 길을 찾지 못하고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에 비한다면 견훤의 행보는 분명 빠르고도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해설이 진행되는동안 송악 포구에서 바다를보는 왕륭의 모습과 왕륭을 모시는 왕평달, 변사부, 마사부, 장수장들의 모습이 스쳐간다. 그리고 이어서 죽주성의 기훤이 보여오고 흐드러진 술자리와 기원의 호기, 이를 보는신원과 원회, 궁예와 종간의 말없는 표정들이 스쳐 간다.
침묵하는 궁예의 표정이 디졸브 되면서....... 다시 견훤의 상기된 얼굴에서......... ( * )
끝. (02.1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