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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따다줘] 14
1. 씬. 강하의 집 마당 (밤)
강하 : (일어나다가 와락 빨강을 끌어안는)
빨강 : (놀라는)
강하 : 다시 살아보려고 했는데, 너 때문에.....처음부터 다시 살아보자 그랬는데......이제......널 어떡해야 하니.....
빨강 : (왠지 강하가 슬프게 느껴지면서, 조금 떨어져서 측은한 느낌 담아서) 왜 그러세요? 변호사님? 무슨 일 있으세요?
강하 : (빨강을 멍하니 바라보는,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빨강 : 변호사님? (강하의 그런 표정이 믿기지 않는 느낌으로) 변호사님? 지금 우세요?
강하 : (돌아서며, 외면하는)
빨강 : 변호사님?
강하 : 난 늘 그쪽한테 실수만 하는군요. 미안합니다.
빨강 : ......
강하 :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겁니다. (허전한 걸음으로 걸어 들어가는)
빨강 : (그런 강하가 이상한)
2. 씬. 강하의 방 (밤)
-강하, 옷을 벗으며, 생각에 잠기는.
강하 : 그만하자. 너 원래 여자 같은 건 필요 없는 놈이잖아. 너한텐 준하 놈이 있어. 그것만 생각하자, 원강하. 그것만....
3. 씬. 지하방 (밤)
-아이들 잠들어 있고, 빨강과 정회장 마주 앉아있는.
정회장, 오정애와 엄마가 애기들 안고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정회장 : 애들은 모른다고 하던데? 이 사람이 누구냐?
빨강 : (사진 들여다보면서) 아, 정애 아줌마네요. 엄마랑, 정애 아줌마가 젊었을 때 찍은 사진이에요.
정회장 : 정애 아줌마?
빨강 : 네, 엄마 고향 친구 분이시래요.
정회장 : (긴장해서) 너....너....
빨강 : 왜 말까지 더듬고 그러세요? 이 아줌마가 왜요?
정회장 : 이 사람 어디 사는지 아냐?
빨강 : 몇 년에 한 번씩 아주 가끔 오시긴 했는데, 어디 살고 계신지는 모르는데....
정회장 : 몰라?
빨강 : 네.
정회장 : (낙담하는)
4. 씬. 거실 (밤)
-빨강, 지하방에서 나오는데, 어두운 실내. 식당에 불이 켜져 있고.
빨강 : (식당 쪽을 보는)
5. 씬. 식당 (밤) -수정
-빨강, 들어오는데, 강하, 술병을 들고, 술잔을 꺼내고 있는.
빨강 : 안 주무셨어요?
강하 : (돌아보며) 왜 안자고 나옵니까?
빨강 : 공부할 게 있는데, 잠이 와서 세수 좀 하려구요.
강하 : 그럼 세수하고 공부해요.
빨강 : (다가서며) 또 술 드시게요? 지금도 많이 취하신 거 같은데.
강하 : (술병과 잔을 들고 나가려고 하는)
빨강 : 가만 계셔보세요, 안주거리 좀 만들어드릴게요.
강하 : 필요 없습니다. (나가는)
6. 씬. 강하의 방 (밤)
-강하, 책상 앞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노크 소리.
강하 : 네?
-빨강, 쟁반에 받쳐 들고 들어오는.
강하 : 뭡니까?
빨강 : 빈속에 술 드시면, 속 다 상하세요. 이거라도 드시구....
강하 : (보면)
빨강 : (책상 위에 쟁반 올려놔주면, 미역국이다)
강하 :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누구 생일도 아닌데.
빨강 : 안주 만들어드리고 싶은데, 이것 밖에 없어서요. 그래도 뜨거우니까 같이 드시면, 속 덜 상하실 거예요.
강하 : 가정부로써 집주인 건강 걱정해주는 겁니까?
빨강 : (순간 흔들리지만, 애써 태연한 척) 그럼 뭐겠어요? 계약 연장까지 해주신 너그러운 집주인이신데
이정도 정성이라도 보여드려야죠.
강하 : 왜.....나였습니까?
빨강 : (보는)
강하 : 5년 전에 왜 준하가 아니라, 나였습니까?
빨강 : (흔들리는)
강하 : 당연히 준하여야 했지 않나, 나같이 피도 눈물도 없는 재수 없는 놈이 아니라?
빨강 : (강하의 강한 눈빛을 약간 피하면서) 기억 못하실 거예요.
강하 : 뭘요?
빨강 : 첫 교육 받던 날이었어요. 제가 졸고 있었는데, 저더러 그런 식으로 대충 살면 부끄럽지 않겠냐고.....
강하 : 내가 그런 말을 했나. 나란 놈도 참 웃기는 인간이군. 내 주제에 무슨 충고씩이나.
근데 그 한마디 때문에 날 5년이나 쫓아다닌 겁니까?
빨강 : 살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잖아요? 저 사람일지도 몰라. 내가 태어나서 만나야 하는 사람이 바로 저 사람일지도 몰라.
그래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이..... 그때, 그날 그랬어요. (그러다 자신의 감정에서 깨어나며) 내가 왜 주책을 떨고 있지.
(나가려고 하는데)
강하 : (빨강의 손을 잡는)
빨강 : (굳어지는)
강하 : 내가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으면 카드빚까지 지면서 시간 낭비하며 살지 않아도 됐을 텐데.
빨강 : (애써 밝은 표정 지으면서, 강하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며) 그래서 지금은 정신 바짝 차리고 살고 있잖아요.
괜히 미안해하지 마세요. (돌아서는데)
강하 : 그냥.....미안합니다. 아주 많이.....미안합니다.
빨강 : (흔들리는 표정으로 서 있다가 나가는)
강하 : (술을 마시며, 자괴감에 빠진 느낌으로) 넌 미친놈이야. 저 여자한테, 지금 왜 그런 말을 하는 거냐? 원강하.
7. 씬. 지하방 (밤)
-잠든 아이들, 정회장 눈을 감고 있고.
빨강, 칭얼거리는 남이를 안고 나가는.
8. 씬. 거실 (밤)
-빨강, 소파에 앉아서 남이 우유 먹이고 있는.
빨강 : 남아, 저 아저씨 오늘 이상하시다, 그지? (잠이 드는 남이, 우유 병 빼내면서) 배부르게 드셨어요? 이제 푹 주무세요.
(그러다 남이를 꼭 껴안으며) 그런데 말이야, 남아. 후회 한다고, 왜 저런 인간을 따라다녔는지 모르겠다고,
후회막급이라고 했지만......누나 실은 그건 아니야. 이젠 엄마로만 살아야 하는데,
그래도 5년이나 누군가를 좋아했었다는 게 누나는 좋아. 그 좋아했던 사람이, 저 아저씨여서.....누나는 좋아.
9. 씬. 회사 전경 (낮)
인구E : 들어와.
10. 씬. 인구의 사무실 (낮)
-인구, 민경, 재영 앉아있는. 강하 들어오는.
인구 : 어서 와라.
재영 : (일어서는)
인구 : 앉아, 앉아.
-강하, 인구의 옆 자리에 앉는. 재영도 앉고.
인구 : (강하의 어깨 두드리면서) 재영이 저 놈한테 들었다. 니들 이제부터 정식으로 교제하기로 했다면서?
강하 : ......
민경 : (왠지 불안한 느낌으로 강하를 보는)
재영 : (미소로 보는)
인구 : 진작 그렇게 좀 하지. 이젠 내가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겠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재영이 저 놈 짝으로 너 만한 애가 어디 있겠냐? 안 그래? 여보?
민경 : (깊은 시선으로 보다가) 두 사람 사이 별 진전이 없는 걸로 알았는데, 어떻게 갑자기 마음을 바꾼 거죠? 원변호사?
강하 : .....
재영 : 엄마는.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남녀 사이라는 게 갑자기 발전 할 수도 있고 그런 거지.
인구 : 그래, 당신은 뭐 연애 안 해봤어? 당신이랑 나도 재영이 생기면서 갑자기 불붙었던 거 기억 안나?
민경 : (싸늘한 눈빛으로 인구를 보는)
인구 : (무안해서, 얼른 강하 보면서) 어쨌든 잘들 생각했다. 이럴 게 아니라, 우리 다 같이 나가서 점심 먹자, 점심.
강하 : 할 일이 있습니다.
인구 : 나중에 해, 나중에.
강하 : 죄송합니다. (일어서며) 나가보겠습니다.
인구 : 아, 그 참 나중에 하라니까. 강하 얘 가만 보면 일중독이야.
11. 씬. 재영의 사무실 (낮)
-재영, 민경 들어오는.
재영 : 멀티샵에 가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민경 : 강하 걔 마음 확실히 잡은 거니?
재영 : 보셨잖아요? 나랑 교제 사실 인정하는 거?
민경 : 난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다가, 아버지가 같이 밥 먹자는 데도 일해야 한다고 일어서는 강하 밖에 본 적이 없다.
재영 : 괜히 무안해서 그런 거야. 오랫동안 남매사이처럼 지내오다가, 막상 정식으로 교제를 하겠다고 하는 게.
민경 : 어떤 상황에서도 네 편이 돼주겠다는 확답은 받고 시작하는 거니?
재영 : 결혼하면, 당연히 내 편이 되어줄 거야.
민경 : 아무 약속도 없이 시작만 해놓은 거야?
재영 : 서둘지 마세요.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 엄마도? 괜히 부담부터 주고 시작하면, 튕겨나갈 수 있는 사람이야.
민경 : 난 네가 뭐라고 해도, 강하 걔한테 선뜻 마음이 가지 않는다.
재영 : 엄마, 제발. 그냥 보통 엄마들처럼 좀 해달라니까. 딸이 정식으로 교제하겠다는 남자가 생겼으면,
집으로 불러서 밥도 좀 해주는, 그런 평범한 엄마가 되달라구.
12. 씬. 강하의 사무실 (낮)
-강하, 책상 앞에 앉아있는, 그 앞에 서있는 준하.
준하 : 점심 먹으러 나가자. 아침도 안 먹고 출근 했잖아? 나가서 해장 하자. 회사 앞에 감자국집 잘한다고 하드라.
강하 : 생각 없다.
준하 : 왜 그렇게 밥을 못 먹어?
-들어오는 재영.
재영 : 여기 계셨어요? 도련님?
준하 : 뭐?
재영 : 미혼인 시동생은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거라드라.
준하 : 너 너무 앞서 간다.
재영 : 오빠? 내가 앞서 가는 거야?
강하 : .....
준하 : (그런 강하가 이상하다)
재영 : 엄마가 내일 집에 오래. 와서 점심 같이 먹자고 하셔. 시간 괜찮지?
강하 : .....
재영 : 오케이 한 거야.
강하 : 나 일 좀 해야 하는데, 좀 나가들 주지.
13. 씬. 회사 복도 (낮)
-준하, 재영 걸어오는.
준하 : 어떻게 포섭한 거냐?
재영 : 내가 무슨 난파 간첩이니, 포섭을 하게?
준하 : 저렇게 쉽게 백기 들 우리 형이 아니니까 그런 거잖아?
재영 : 내가 가여웠나보지 뭐.
준하 : 내가 가여운 짓 한 게 하루 이틀이냐?
재영 :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쟤한테 왜 그럴까. 저렇게 날 좋다는데 왜 내가 저 애 마음을 자꾸 다치게 할까.
그만하자, 그런 거 아니겠어?
준하 : (재영의 팔 잡으면서) 정말 어떻게 한 거야? 작전이 뭐였냐구?
재영 : 눈물로 호소했다, 됐니?
준하 : 네가 언제는 눈물로 호소 안했어?
재영 : 도련님, 그만 좀 따지세요. 남녀 사이엔 도련님 같은 애들은 모르는 사연이 있을 수 있답니다.
준하 : 혹시....
재영 : 혹시 뭐?
준하 : 형 술 먹여서 자빠트린 거냐?
재영 : 그렇다고 치자.
준하 : 아냐, 아냐. 형 아무리 술에 떡이 되도, 여자애들하고 엉키고 그런 짓은 안하는 사람이야. 정말 뭐야?
재영 : 아, 그 참. 형과 형수 사이 일에 너무 원색적인 관심 가지시는 거 아니세요? 도련님?
-빨강, 좋아서 뛰어오는.
빨강 : (두 사람 보고 인사하는)
준하 : 뭐 좋은 일 있나 봐요? 빨강씨?
빨강 : 네, 오늘 거액 계약 두 건이나 했어요.
준하 : 빨강씨 요즘 너무 잘나가는 거 아니에요?
빨강 : 그러게요, 저도 요즘 제가 너무 기특해서 겁나는 거 있죠? (재영 눈치 보면서) 이게 다 윗분들 배려라는 거 알아요.
저 같은 있으나마나 한 사원 자르지 않으시고, 기회를 주신 거에 대해서 마음 속 깊이 감사하구요.
재영 : 글쎄요. 계약은 계약 자체보다 지속성이 문제 아니겠어요? (걸어가는)
준하 : 신경 쓰지 말아요.
재영 : (돌아보며) 점심 먹으러 안가?
준하 : 어, 너 먼저 가. 난 빨강씨 무용담 좀 듣고 갈 테니까.
재영 : (그런 준하가 마음에 들지 않고)
빨강 : 아니에요. 저 우리 팀장님께 보고하러 가야 해요. 어서 가서 점심 드세요. (뛰어가는)
준하 : 나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우리 점심 같이 먹죠.
재영 : (보다가 다가오는) 너 왜 그래?
준하 : 뭐가?
재영 : 저런 여자 애하고 나 동서 만들고 싶은 건 아니겠지?
준하 : 뭐? (기가 막히고, 그러다 표정 변하면서) 안될 것도 없지 않을까?
재영 : 이젠 네 연애나 결혼에 나 영향력 있는 사람이야. 난 쟤 싫으니까, 딴 애 찾아봐.
준하 : 모르는 거잖냐? 남녀 사이의 일이라는 거. (걸어가는)
재영 : 원준하, 너 정말 왜 그래?
14. 씬. 사무실 (낮)
-팀장, 서류 보고 있고, 빨강, 그 앞에 서있는.
빨강 : 월 불입금 2백만 원도 넘는 계약이에요.
팀장 : 두 분 다 동대문에서 상가하시는 분이구나.
빨강 : 네. 퇴직금도 없으신 분들이라, 보장이 큰 걸 원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무조건 큰 걸로 드시라고 권했어요.
팀장 : 이 분들이 네 부모님이면 그랬겠니?
빨강 : 네?
팀장 : 상가를 하시는 분들이면 고정 수입이 있으신 것도 아니고, 수입에 변동 폭이 클 텐데,
이 액수는 부담스러우실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했냐구?
빨강 : 그치만 보장이 워낙 큰 걸 원하셔서....
팀장 : 첫 불입금까지 받았으니 계약은 성립 됐지만, 앞으론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봐.
제발 잊지 말라구, 그 분들은 네 밥줄이 아니라, 네 가족인 거야.
빨강 : ......
15. 씬. 회사 일각 (낮)
-은말, 빨강, 진주 모여 있는.
은말 : 얘. 얘. 시무룩하니 그럴 거 없어. 네 팀장 그러는 거,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거나 똑같은 거다.
고객이 원해서 계약 했으면 그만이지. 뭐가 문제야.
진주 : 그래, 그런 고액 계약이면, 네 수당도 상당할 텐데. 그것만 생각해.
빨강 : 요즘 좀 잘 나간다고 또 까먹었던 거 아닐까? 무릎 꿇고 앉아서 한 달만 기회를 달라고 사정 할 땐,
고객을 밥줄이 아니라 징글징글 하지만 껴안고 살아가야 하는 내 동생들처럼 생각하겠다고 했었는데.
어느새 그거 까먹고, 보험 왕 한번 돼보자 뭐 그런 헛바람만 들어갔던 거 아닌가 싶어서 찝찝해.
은말 : 그럴 거 없다니까. 탁 까놓고 말해서, 다 돈 벌자고 회사도 다니고 그러는 건데.
네가 뭐 나쁜 짓해서 계약 따 온 것도 아니고. 고객을 속인 것도 아니고, 괜히 찝찝해 하고 그러지 마.
-장수, 뛰어오는.
장수 : 빨강씨? 빨강씨?
빨강 : 이차장님?
장수 : 아무래도 수상해요.
빨강 : 네?
은말 : 뭔 말이야?
장수 : 그 김도식이라는 사람 말이에요.
진주 : 자긴 사고하고 아무 상관없다고 했잖아요? 그 사람?
장수 : 근데, 그게 아닌 거 같다구요. 어젯밤에 만나고 뭔가 기분이 묘하드라구요.
그래서 진주씨 집에 보내고 그 집 앞에 다시 갔지 뭐예요?
진주 : 그런데요?
장수 : 근데, 그 사람이 짐을 싸가지고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뒤를 밟았죠. 그랬더니 모텔로 들어가더라 이거죠.
은말 : 그래서?
장수 : 그래서, 그 사람 사는 집 주인을 알아내서 방 내놨냐고 물으니까 그렇다는 거예요.
은말 : 그게 뭐가 이상해? 방 내놓고 이사 가려나보지.
장수 : 방도 빠지기 전에 모텔로 가 있을 거면서, 갑자기 살던 데서 나온다는 게 말이 돼요?
빨강 : .....
장수 : 그 사람 뭔가 있어요.
진주 :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장수 : 제가 계속 잠복과 미행을 할 생각이에요. 그 김도식이라는 사람, 빨강씨 부모님 사고와 분명히 뭔가 연관이 있습니다.
필이 팍 온다니까요.
빨강 : ......(울리는 핸드폰) 할아버지?
16. 씬. 국밥집 정도의 장소 (낮)
-빨강, 정회장 마주 앉아있는.
빨강 : 우리 회사로 오시라니까요, 그럼 2천 원짜리 식권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정회장 : 나, 돈 있어.
빨강 : 그러지 좀 마세요. 없는 사람이 있는 행세하는 거 좋은 거 아니에요.
정회장 : 빨강아?
빨강 : 네.
정회장 : (통장을 꺼내 보여주는)
빨강 : (의아하게 보는)
정회장 : 열어봐.
빨강 : (무심하게 통장을 들쳐보는. 눈 커지고) 이, 이, 이게 얼마야. 3천만 원...... (놀라서 정회장 보는) 할아버지, 은행 터셨어요?
정회장 : 넌....나한테 털릴 은행이 어디 있냐?
빨강 : 그러게요, 근데 이게 웬 돈이에요? 이렇게 큰돈이 어디서 생기셨냐구요?
정회장 : 내 평생 모은 돈이다.
빨강 : 와, 할아버지, 알부자시다. 존경해요. 진짜 진짜 존경해요.
정회장 : 존경은 나중에 하고, 빨강아?
빨강 : 네.
정회장 : 네, 엄마 친구라는 그 정애 아줌마라는 사람 말이다.
빨강 : 정애 아줌마가 왜요?
정회장 : 그 사람이.....내 큰 며느리다.
빨강 : (놀라서) 네?
정회장 : 죽은 내 아들의 아이를 낳은 사람이야.
빨강 : 할아버지.
정회장 : 그 사람을 내가 꼭 찾아야 한다. 빨강아, 제발 기억을 좀 해보렴. 어디에 살고 있다는 말 한 적 없는지,
찾을 수 있는 단서가 될 만 한 말을 한 적이 없는지. 제발 좀.....
빨강 : (안타깝게 보고)
정회장 : 네가 기억만 해내면, 그래서 그 사람을, 내 며늘애를 찾기만 하면 내가 이 돈 다 너 주마.
빨강 : 할아버지?
정회장 : 그럼 너 애들하고 살 방은 구할 수 있을 거 아니냐?
빨강 : 이 돈은 며느님 찾으셔서 같이 사시는데 쓰셔야죠.
정회장 :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제발 기억만 좀 해봐주렴. 이 늙은이 죽기 전에 만나보는 게 소원이란다.
빨강 : .....
17. 씬. 포장마차 (밤)
-강하, 소주를 마시고 있는. 거의 만취한 상태로. 빨강의 얼굴이 떠오르는.
빨강 : 살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잖아요? 저 사람일지도 몰라. 내가 태어나서 만나야 하는 사람이 바로 저 사람일지도 몰라.
그래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이..... 그때, 그날 그랬어요.
강하 : (답답한 심정으로 술을 들이키는)
재영 : 그렇게 사랑하는 동생이 배 다른 형제란 사실을 알게 하고 싶지는 않을 거야. 오빠가 나와 결혼하겠다고 하면
난 영원히 그 비밀을 묻어줄 수 있어. 하지만.....그렇지 않으면.....난 그 비밀을 지킬 이유가 없어져.
강하 : (화가 나서 술병을 던지고, 술병이 바닥에 깨지면서, 건달들 셋이 앉아서 술을 먹는 자리로 튀기고)
건달1 : (일어서며) 뭐야? 이 새끼?
강하 : (다 귀찮다는 표정으로 손짓으로) 미안합니다.
건달2 : (다가서며) 이게 미안하다는 사람 태도야?
강하 : 그럼 어떡해야 하는데? 무릎이라도 꿇고 빌까?
건달1 :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강하 : 내가 니들 새끼냐?
건달2 : 이 새끼 간이 아주 배 밖으로 나왔구만.
강하 : 그래, 나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니까 건드리지 마라.
건달1 : 관은 짜놓고 왔냐?
강하 : (피식 웃으며) 니들 같은 새끼들 때문에 관까지 짤 거 뭐있겠냐?
18. 씬. 거리 (밤)
-강하와 건달들 싸움이 붙은.
강하, 달려들어 보지만, 건달들의 기세를 당할 수는 없다, 거의 일방적으로 맞는 강하.
19. 씬. 길 (밤)
-강하, 얼굴이 만신창이가 되고, 옷도 뜯겨진 엉망인 모습으로 길가에 주저 앉아있는.
길에서 군고구마를 사먹던 빨강과의 모습이 스쳐가는.
강하 : (눈물이 맺히는) 그 여자.....차에 태우지 말아야 했어.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고개를 들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20. 씬. 준하의 방 (밤)
-준하, 들어오면, 태규 따라 들어와 준하의 팔을 잡는.
준하 : 왜 또?
태규 : 포기해주라, 작은 삼촌. 응? 응?
준하 : 가서 자라.
태규 : 내가 말야, 작은 삼촌, 큰 삼촌이면 이러지 않아. 큰 삼촌은 워낙 밥맛없는 스타일이니까 자신이 있다구.
다른 여자애들은 다들 큰 삼촌한테 뻑이 가지만, 우리 빨강이는 이제 큰 삼촌에 대해서 알 거 모를 거 다 아니까
그렇게 불안하진 않다구.
준하 : (어이가 없고) 네가 그래서 한심하다는 거다.
태규 : 그래, 한심하니까 사정 좀 하자. 나 정말 작은 삼촌은 겁난단 말이야. 그러니까 한번만 딱 한번만 양보해라, 작은 삼촌.
그럼 정말 내가 평생 이 은혜 잊지 않을게.
준하 : 가서 자라니까.
태규 : (버럭) 빨강일 사랑한 건 내가 먼저잖아? 그럼 이럼 안 되잖아?
준하 : 사랑이라는 건 말이다. 누가 먼저 하느냐하고 별로 상관이 없는 거다.
태규 : 정말 이럴 거야? 정말 이렇게 나올 거냐구?
준하 : 태규야?
태규 : (화내면서) 뭐?
준하 : 나도 내 마음가는대로 한번 해보고 싶다.
태규 : 언제 작은 삼촌이 마음가는대로 안한 적 있어?
준하 : 제발 좀 가서 자주라.
21. 씬. 거실 (밤)
-빨강, 빨래 개고 있는. 파랑 서성이고 있는.
빨강 : 왜 안자고 그러고 서있어?
파랑 : 변호사 아저씨 안 들어오셨잖아?
빨강 : 늦으시나보지. 어서 들어가서 자.
파랑 : 싫어, 변호사 아저씨 오면 같이 잘 거야.
빨강 : 자꾸 그럼 안 된다니까.
-태규, 준하 방문 쾅 닫으면서 나오는.
태규 : 진짜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은 작은 삼촌이었던 거야. 어떻게 하나 밖에 없는 조카가 그렇게 사정을 하는데
저렇게 냉정할 수가 있냐구.
빨강 : 그래서 방문이 부서지겠니?
태규 : (빨강 앞으로 와서) 진빨강?
빨강 : (확 노려보는)
태규 : (움찔하면서)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내 사랑이 얼마나 독한지.
빨강 : 네 어리광이 독한 거 충분히 알았으니까 그만 자라.
태규 : 왜 나더러 자꾸 자라고들 그러는데.
빨강 : 아, 그럼 자지 말고, 밤새라 새, 됐냐?
태규 : 내가 정말 술 끊고 제대로 살아보려고 해도, 다들 내 마음을 너무 몰라줘. (현관 앞으로 가는)
빨강 : 술 먹고, 운명의 상대 만나서 결혼 날짜 잡아오길 바란다.
태규 : 자긴 정말 내 마음을 갈갈이 찢어놓는 나쁜 여자야. (문 쾅 닫으며 튀어나가는)
빨강 : 문 다 부서지네.
파랑 : (일어서며) 나 변호사 아저씨 방에 가서 잘게.
빨강 : 그러지 말고, 파랑아.
파랑 : (얼른 2층으로 뛰어가는)
빨강 : 파랑아? 파랑아?
22. 씬. 강하의 방 (밤)
-파랑, 침대 끝에 쪼그리고 누워 잠이 들어있는.
-빨강, 와이셔츠 들고 들어와서 그런 파랑을 보는.
빨강 : (이불 덮어주면서) 왜 그렇게 변호사 아저씨가 좋니?
23. 씬. 거실 (밤)
-빨강, 2층 계단에서 내려오는데, 강하, 술에 취해 쓰러질 듯 들어오는.
빨강 : (놀라서 급하게 내려와 강하를 부축하는) 변호사님?
강하 : (보는데)
빨강 : (놀라서) 왜 이러신 거예요? 어디서 이렇게 다치셨어요?
강하 : 괜찮아. 괜찮아.
빨강 : 얼굴에 피 흐르잖아요?
강하 : (신경질적으로 뿌리치며) 괜찮다구. (2층으로 올라가는데. 준하, 방에서 나오는)
준하 : 왜 그래요?
빨강 : 변호사님 많이 다치신 거 같아요.
24. 씬. 강하의 방 (밤)
-강하, 들어와서 옷을 벗어 던지는데, 자고 있던 파랑 그 소리에 깨어일어나는.
파랑 : 아저씨? (눈 부비는)
강하 : (보는)
파랑 : (놀라서 침대에서 뛰어내려오는) 아저씨? 얼굴 왜 그래요? 피 나요, 아저씨.
-하는데, 준하와 빨강 급하게 들어오는.
준하 : 형, 다쳤다면서?
강하 :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다 나가.
준하 : 어쩌다가 이런 거야?
강하 : (톤 높여서) 다 나가라구.
파랑 : (울먹해서) 아저씨?
강하 : (파랑, 준하, 빨강 내모는) 다 나가, 제발 좀 나가라구.
25. 씬. 2층 거실 (밤)
-준하, 빨강, 파랑 쫓겨나오는.
준하 : (문 두드리며) 문 좀 열어봐, 형. 병원에 가야하잖아? 형, 형?
빨강 : 변호사님, 문 좀 열어보세요. 그러고 주무시면 안돼요. 변호사님?
파랑 : 아저씨. 아저씨?
26. 씬. 거실 (밤)
-준하, 빨강, 파랑 서있는.
파랑 : 변호사 아저씨 죽으면 어떡해? 누나? 누나?
빨강 : (우는 파랑의 어깨를 잡고)
준하 : (파랑 앞에 무릎 꺾고 앉으며) 아니야, 파랑아. 변호사 아저씨 파워레인저거든.
저만큼 다쳐서는 죽지 않아, 그러니까 울지 마.
파랑 : 많이 아프잖아요. 변호사 아저씨.
준하 : 저 아저씨 참을성도 되게 많으셔. 내일 아침엔 멀쩡해지실 거야.
파랑 : 저렇게 다치셨는데, 어떻게 멀쩡해지세요?
준하 : 그러니까 파워 레인저지.
27. 씬. 식당 (밤)
-멍하니 앉아있는 빨강, 준하 들어오는.
준하 : 파랑이는요?
빨강 : 잠드는 거 보고 나왔어요.
준하 : 빨강씨도 그만 쉬어요.
빨강 : 전 아침 준비 좀 해놓고 잘 테니까 어서 들어가세요.
준하 : ......
빨강 : 어서요.
28. 씬. 준하의 방 (밤)
-준하, 들어와서 소파에 앉는, 암담한 표정으로.
준하 : 뭐가 그렇게 괴로운 거야, 형.
29. 씬. 강하의 방 (밤)
-강하, 침대에 널부러져 있는. 피 묻은 와이셔츠 차림으로.
강하 : (고통스러워서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뜨는, 욱하고 뭔가 올라오고. 급하게 뛰쳐나가는)
30. 씬. 2층 거실 (밤)
-강하, 방에서 뛰어나오는데, 빨강, 벽에 기대 앉아 잠이 들어있는. 옆에 응급약상자 놓여있고.
강하 : (그런 빨강을 보는데)
빨강 : (눈을 뜨는)
강하 : (입을 틀어막고 욕실로 들어가는)
빨강 : (일어서는데. 파랑, 올라오는, 욕실 앞에 서서) 괜찮으세요? 변호사님?
파랑 : 누나?
빨강 : 왜 안자고 올라와?
파랑 : 아저씨 많이 아파?
빨강 : 파랑아? 들어가서 아저씨 등 좀 쳐드릴래?
31. 씬. 2층 욕실 (밤)
-강하, 변기 앞에서 토하고 있는. 파랑 들어와서 강하의 등을 쳐주는.
강하 : (그런 파랑을 보는)
파랑 : (눈물을 흘리면서) 많이 아프세요?
강하 : (구역질을 하는)
파랑 : (더 세게 등을 쳐주는)
강하 : (그러다 일어서는)
파랑 : 더 토하세요.
강하 : 됐다. (우는 파랑을 보는) 너 왜 우냐?
파랑 : 아저씨가.....아프니까.....
강하 : 내가 아픈데 왜 네가 울어?
파랑 : 아저씨가 아프니까 저도 아픈 거 같아요.
강하 : (깊은 시선, 흔들리는, 파랑의 머리를 장난스럽게 헤집으며) 사내 자식이 그렇게 약한 마음을 가지면
험한 세상 사는데 문제 된다.
32. 씬. 강하의 방 (밤)
-강하, 침대에 앉아있고, 빨강, 얼굴에 약을 발라주는, 파랑 옆에서 강하의 얼굴에 호호 불어주고 있는.
강하 : 됐어요.
빨강 : 가만 좀 계세요.
강하 : 그만해도 된다니까요.
빨강 : 약은 골고루 발라야 할 거 아니에요. 대체 왜 이러시는데요?
강하 : (보면)
빨강 : 어린 애도 아니고, 왜 쌈질은 하고 다니시는데요? 변호사라는 분이 이래도 된다고 생각하세요?
파랑 : 누난, 왜 그래? 다치셨는데 왜 혼내고 그래?
빨강 : 혼 낼만하니까 그런 거잖아? 정말 속상해서 살 수가 없네.
강하 : 정말 속상해서 살 수가 없을 정돕니까?
빨강 : (멍해지는)
강하 : (아, 내가 왜 이런 말을 하지, 외면하는)
빨강 : (어색함 무마하느라) 그럼 한 집에 사는데, 한 집에 사는 사람이 피투성이가 되서 들어왔는데. 속이 편하겠어요?
그리고 운동 좀 하신다면서요?
강하 : 운동 얘기가 지금 왜 나옵니까?
빨강 : 운동 좀 하신 양반이 왜 이렇게 쥐어터지고 다니시냐구요?
강하 : 3대 1이었습니다, 됐습니까?
빨강 : 17대 1도 아니고, 겨우 3대 1에 이렇게 되신 거예요?
강하 : (버럭) 17대 1이었으면 살아서 돌아왔겠습니까?
빨강 : 지금 뭘 잘했다고 소리를 지르세요?
강하 : 3대 1이었다고 우습게 보니까 그렇잖아요?
빨강 : 그러니까 쪽수에서 밀리시면서 왜 쌈질은 하시냐구요?
강하 : 할만 하니까 했겠죠. (소리 지르다 입의 상처가 아프고) 아....
파랑 : 왜 그래? 누나? 아저씨 아픈데 왜 자꾸 화나게 만들고 그래?
빨강 : 아파요? 그러니까 가만 좀 있지 왜 말대꾸는 하시냐구요?
강하 : 성질 건드리니까 그런 거잖아요?
빨강 : 그러니까 제발 성질 좀 죽이고 사시란 말이에요. 그 드런 성질 때문에 3대 1로 쌈질이나 하시는 거잖아요?
눈치도 없으세요? 이거 싸움 되겠다, 안 되겠다 하는 계산도 안 되시냐구요?
강하 : 술 먹은 놈이 무슨 눈치 보고 쌈질 합니까? 에라 모르겠다하고 맞짱 뜨는 거지. 아.....
빨강 : 제발 좀 입 좀 다무시고....
강하 : 뭐요? 입 닥쳐라 그겁니까?
33. 씬. 2층 거실 (밤)
-준하, 강하의 방 앞에 서있는.
빨강E : 내가 언제 입 닥치라고 그랬어요? 다무시라고 그랬지?
강하E : 그 말이 그 말이지 뭡니까? 아. 아. 살살 좀 해요. 무슨 약을 밤새 바릅니까?
빨강E : 말 안하고 계시면 금방 끝날 거 아니에요?
강하E : 자꾸 말을 하게 만드니까 그런 거 아닙니까?
-준하, 착잡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34. 씬. 강하의 방 (밤)
-강하, 얼굴에 약 바르는 빨강. 파랑 옆에서 계속 불어대고 있고.
빨강 : (약 내려놓으며) 됐어요.
강하 : 절대 간호사 될 생각은 하지 말아요. 환자 다 잡게 생겼으니까.
빨강 : 간호사 자격증도 없는데, 무슨 간호사를 하라 마라 그러시는데요?
파랑 : 제발 그만하고, 어서 가서 자.
빨강 : 아저씨 아프시니까 내려가. 너 있으면 편히 못 주무셔.
파랑 : 저 내려가요?
강하 : 네 마음대로 해라.
파랑 : 것 봐, 아저씨가 내 마음대로 하라고 하시잖아?
빨강 : 내려가자, 파랑아.
강하 : 아, 시끄럽게 하지 말고, 댁이나 내려가요.
빨강 : 파랑이 데리고 주무셔도 괜찮으시겠어요?
강하 : 하루 이틀입니까? 어서 내려가기나 해요. 댁이 떠들어서 골 울리니까.
빨강 : 진짜. 치료 해준 공도 모르고, 시끄럽다는 거 봐.
강하 : 치료 해준다면서 성질 건드린 사람이 누군데.
빨강 : (팩하니) 주무세요. (나가는)
파랑 : 이해하세요, 아저씨.
강하 : (보면)
파랑 : 절 봐서 이해해주세요. 네?
강하 : (웃음 참는)
35. 씬. 식당 (밤)
-준하, 물을 마시고 있는. 빨강, 들어오는.
빨강 : 안 주무셨어요?
준하 : 치료는 다 했어요?
빨강 : (손에 들고 있는 약통 보고) 아, 네. 대충. 입안도 찢어지시고 해서, 밤에 많이 아프실 거예요.
준하 : 그런데도 말만 잘하던데요 뭐. 우리 형.
빨강 : 전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입 꾹 다물고 약만 발라드리자 그랬는데, 괜히 버럭 버럭 소리만 지르고.
준하 : 나도.....
빨강 : (보면)
준하 : 얼굴 엉망 되서 들어오면, 그래줄래요? 버럭 버럭 소리 지르면서 야단쳐 줄 거냐구요?
빨강 : .....
준하 : 빨강씨가 그래줄까 궁금해서, 싸움 한번 해봐야겠다는 이상한 생각이 드네요. (나가는)
빨강 : ......
36. 씬. 강하의 방 (밤)
-강하, 잠들어 있는, 파랑도 다리 밑에서 잠이 들어있는.
강하 : (다시 욱하고 밀려올라와 벌떡 일어나는)
파랑 :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37. 씬. 2층 욕실 (밤)
-강하, 들어와서 변기 앞에 앉는. 파랑 뛰어 들어와 강하의 등을 쳐주는.
파랑 : 아까 다 토한 거 아니셨어요?
강하 : 아닌가 봐..... (욱하고)
파랑 : (등을 쳐주는)
38. 씬. 강하의 방 (밤)
-강하, 기운 없이 들어와 침대에 걸터 앉는. 파랑 따라 들어와서 얼른 물을 따라서 컵 주는.
강하 : 고맙다. (물 마시는, 그러다 입 안이 쓰리고, 얼굴 구겨지는)
파랑 : 아저씨?
강하 : 왜?
파랑 : 다음부터는요, 꼭 1대 1로만 싸우세요. 네?
강하 : 알았다, 명심하마. (누우면서) 진짜 피곤하다.
파랑 : (이불 여며주는)
강하 : (눈을 감는데)
-시간 경과.
강하 : (부시시 눈을 뜨는데. 파랑 옆에 앉아서 강하의 얼굴을 호호 불고 있다) 안 잔 거냐?
파랑 : 주무세요, 아직 밤이에요.
강하 : 자라.
파랑 : 옛날에요. 저 얼굴에 뭐 막 나고 간지럽고 그런 적 있었거든요.
강하 : 홍역을 앓은 모양이구나.
파랑 : 아, 네 그거요. 그때 옆에서 엄마가 밤에 계속 호호 불어주셨어요. 아프고 간지럽고 그랬는데요. 그때 되게 좋았어요.
엄마가 나만 좋아하는 거 같구.
강하 : (미소 짓는)
파랑 : 눈 감으세요. 제가 호호 해드릴게요.
강하 : 힘드니까 그만하고 자. 아저씨 이젠 안 아프니까. (고개를 돌리는데, 눈물이 흐르는)
파랑 : (강하 얼굴 들여다보면서) 어, 아저씨 우세요? 그렇게 아파요? 많이 아프세요?
강하 : 응. 그래, 많이 아파서 그래.
39. 씬. 강하의 집 전경 (아침)
40. 씬. 강하의 방 (아침)
-강하, 눈을 뜨면 옆에서 잠이 들어있는 파랑.
강하 : (파랑의 머리를 쓰다듬는)
41. 씬. 거실 (아침)
-강하, 내려오는. 주황, 노랑, 초록 청소하고 있는.
일제히 : 안녕히 주무셨어요?
주황 : 얼굴이 왜 그러세요?
강하 : 포스 있는 척하다가 깨졌다.
주황 : 돈 뺏기셨어요?
강하 : 그건 아니다.
주황 : 그럼 포스 없으신 거 아니세요.
강하 : 위로해줘서 고맙다. (식당으로 들어가는)
초록 : 문제 있어, 문제. 어른이 싸움이나 하고 다니는 거 봐.
노랑 : 우리 팀장 아저씨는 절대 싸움 같은 거 안 하실 거야.
42. 씬. 식당 (아침)
-강하, 들어오는, 빨강, 아침 준비하고 있는. 죽 끓이는.
빨강 : 괜찮으세요?
강하 : (냉장고 열어서 물 꺼내 마시는, 속이 쓰린)
빨강 : 죽 끓였었어요.
강하 : 죽을 병 아닙니다.
빨강 : 누가 죽을병이라서 끓였대요?
강하 : 아침부터 소리 지를 겁니까? 가뜩이나 골 울리고, 속 쓰려 죽겠는데.
빨강 : 팀장님 운동 가셨어요. 오실 때 숙취 해소제 사오신다고 했어요. 20킬로 뛰고 올 거라 좀 늦으실 거라고는 하셨지만.
강하 : 20킬로를 뛰겠다고 해요?
빨강 : 네, 그게 왜요? 아....
강하 : 아는 뭡니까?
빨강 : 그 형제분들은 왜 꼭 20킬로를 뛰시는 건데요? 변호사님도...... (무안하고)
강하 : 그건 또 어떻게 압니까?
빨강 : 다니시는 헬스클럽까지 쫓아다녔었잖아요? 그때 팀장님한테 들었어요. 재판 있는 날은 20킬로 뛰신다구.
강하 : (돌아서는)
빨강 : (돌아서며, 자기 머리 쥐어박으며) 지나간 과거는 왜 떠벌이는데? 뭐 자랑스러운 일이라구.
43. 씬. 강하의 방 (아침)
-강하, 세수하고 들어오는. 파랑 일어나는.
파랑 : 안녕히 주무셨어요?
강하 : 더 자라, 밤새 고생 했는데.
파랑 : 아니에요.(침대에서 내려오는) 저 2층 욕실에서 씻어도 되죠?
강하 : 된다.
파랑 : 고맙습니다. (지나가려고 하면)
강하 : (파랑 어깨 잡으며) 학교 가지?
파랑 : 네?
강하 : 3월에 입학 하지 않냐구?
파랑 : 아, 네.
강하 : 아저씨 간호 하느라 밤새 고생 많았는데, 말해라. 받고 싶은 선물. 가방이 좋냐? 아니, 자전거 같은 건 어떠냐?
파랑 : 제 소원 뭐든 들어주시는 거예요?
강하 : 소원? 뭐 소원이든 선물이든 뭐든 말해봐라.
파랑 : ......
44. 씬. 거실 (아침)
-파랑, 굴러 떨어질 것처럼 소란스럽게 내려오는. 주황, 노랑, 초록, 청소하고 있고.
주황 : 얌마, 조심해.
파랑 : 우리 놀이 공원 갈 거야.
노랑 : 뭐?
파랑 : 내 소원 아저씨가 들어주신대. 오늘 들어주신대. 우리 다 같이 놀이 공원에 데려가주신대.
-빨강, 식당에서 나오는.
빨강 : 너 뭐라는 거니?
-계단으로 내려오는 강하.
강하 : 다들 준비해라. 놀이 공원 갈 거니까.
-노랑, 초록 좋아 날뛰는.
빨강 : 그 얼굴을 해가지고 어딜 가시겠다는 거예요?
강하 : 왜요? 얼굴 이런 사람하고 놀이 공원 가는 거 창피합니까?
빨강 : 아니, 그게 아니구.
강하 : 일찍 가야 실컷 놀 거니까 바로 준비해라.
빨강 : 아침은?
강하 : 가면서 먹읍시다. 죽 먹고선 실컷 못 놀 테니까.
45. 씬. 강하의 집 앞 (아침)
-강하, 빨강, 일당들 차에 타는.
빨강 : 꼭 오늘 가셔야 해요? 괜찮으시겠어요? 파랑아 아저씨 많이 아프신데.
파랑 : 아저씨, 꼭 오늘 아니라도 되는데.
강하 : 말 나온 김에 가자.
-모두 신이 나서 차에 오르는.
빨강 : (강하가 걱정 되는)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강하 : 걱정하는 척 하지 말죠. 아픈 사람 성질이나 건드리면서.
빨강 : 제가 언제 성질을 건드렸다고 자꾸 그러세요?
강하 : 내가 없는 말 합니까?
초록 : 언니, 그러지 마.
빨강 : 가만 있어봐, 할 말은.
초록 : 언니,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오해해.
빨강 : 무슨 오해?
초록 : 티격태격 하는 거 사랑 싸움이라고 했잖아, 엄마랑 아빠가.
빨강 : (무안하고)
강하 : (버럭) 아, 안전벨트 안 매고 뭐합니까?
46. 씬. 정회장 서재 (아침)
-정회장, 웃옷을 입는데, 그 앞에 서있는 재영.
재영 : 외출 하지 마시고 집에 계셔 주세요, 할아버지.
정회장 : (보는)
재영 : 오늘 강하 오빠 올 거예요.
정회장 : 강하가?
재영 : 네. 저희 정식으로 교제하기로 했어요.
정회장 : 정말이냐?
재영 : 네.
정회장 : 어떻게 강하가 마음을 바꾼 거냐? 내 앞에서 그렇게 단호하게 그럴 일 없을 거라고 한 게 엊그젠데.
재영 : 제가 매달렸어요.
정회장 : .....
재영 : 강하 오빠 아니면 안 되겠다고 울면서 매달렸어요.
정회장 : 그러니까 마음을 바꾸더냐? 강하 그 놈이?
재영 : 네. 제가 애처로웠나 봐요.
정회장 : 어쨌든 다행이구나. 나도 이젠 한결 마음이 가볍구나.
재영 : 할아버지께서 도와주셔서 이렇게 된 거예요.
정회장 : 내가 뭐 한 일이 있다구. 점심 먹으러 오는 거냐?
재영 : 네. 엄마가 초대 했어요.
정회장 : 네 엄마는 강하한테 좀 거리를 두는 거 같던데?
재영 : 자식 이기는 부모 없잖아요?
정회장 : (끄덕이며) 그거야, 그렇지.
47. 씬. 정회장 집 식당 (아침)
-아줌마, 요리사 음식 준비하고 있고, 민경 그 옆에서.
민경 : 신선로는 빼죠. 너무 거창해보일 테니까.
-재영, 들어오는.
재영 : 왜 빼? 엄마?
민경 : (보고)
재영 : 할 수 있는 거 다해줘.
민경 : 무슨 잔칫날도 아닌데.
재영 : 사윗감 처음 인사 오는 날이잖아. 그냥 다 해줘. 그래주는 거야?
민경 : 신선로도 하죠.
재영 : 고마워, 엄마. (나가는)
아줌마 : 재영 아가씨 진짜 좋으신가 봐요. 생전 부엌에 들어와서 저런 말 안하잖아요? 아가씨가 정말 좋아하나 봐요, 결혼할 분.
민경 : 일이나 하세요.
48. 씬. 거실 (낮)
-준하, 들어오는. 조용한 실내, 의아하고.
49. 씬. 지하방 (낮)
-문 열어보는 준하. 아무도 없다.
50. 씬. 강하의 방 (낮)
-준하, 문 열면 비어있고.
51. 씬. 거실 (낮)
-준하. 계단으로 내려오면. 태규, 하품하면서 자기 방에서 나오는.
준하 : 다들 어디 갔냐?
태규 : 다들 어디 갔어?
52. 씬. 놀이 공원 (낮) -롯데 월드 정도
-주황, 노랑, 초록, 파랑 신나게 놀이기구 타고 있는.
53. 씬. 놀이 공원 일각 (낮)
-강하, 우는 남이 안고 안절부절 못하는. 빨강, 우유 병 들고 뛰어오는.
강하 : 빨리 좀 와요.
빨강 : 정수기 찾느라 헤매고 다니느라.
강하 : 대체 잘하는 게 뭔지.
빨강 : (남이 안고 홱 노려보며) 왜 또 시비신데요?
강하 : 애는 울지 머리는 아프지, 시비 안 걸게 생겼습니까?
빨강 : (남이 우유 먹이면서) 그러니까 누가 오자고 했냐구요?
강하 : 댁 동생 소원 들어주러 온 거거든요.
빨강 : 그 소원을 왜 꼭 오늘 들어주겠다고 하신 건데요?
강하 : 성질이 급해서 그렇습니다, 됐습니까?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뛰어오는.
파랑 : 누나 저거 진짜 신나.
노랑 : 무지 무지 재밌어.
초록 : 언니도 가서 타봐.
빨강 : 언니는 남이 우유 먹여야 해.
주황 : 변호사님은 안타세요?
강하 : 난 저런 거 탈 줄 모른다.
주황 : 네?
강하 : 이런 데 와본 적이 없어서, 탈 줄 모른다구.
초록 : 왜요? 왜요? 부자시면서 왜 이런 데 안와 보셨어요?
노랑 : 우리도 처음 왔어요. 그냥 타면 돼요.
강하 : 처음이냐? 니들?
파랑 : 네, 이런 데 대따 비싸서 와본 적 없어요.
강하 : ......
빨강 : 애들이 여섯이잖아요, 여덟 식구가 이런 데 한번 오려면 한 달 내내 라면만 먹고 살아야 했거든요.
초록 : 이런 데 안 와도 우리 한 달에 반은 라면 먹었잖아? 아니면 마트 가서 얻어먹고.
강하 : 마트?
주황 : 우리 식구들 마트 시식 코너 다니는 게 취미예요.
파랑 : 그러지 마시고, 아저씨 가요. 진짜 짱 재밌어요.
54. 씬. 바이킹 정도 (낮)
-아이들은 신나 죽지만, 강하 눈을 감고 있다.
파랑 : 아저씨 눈 뜨세요, 아무 것도 안보이잖아요.
강하 : 난....난....됐다.
주황 : 아저씨, 눈 뜨고 보셔야 해요, 그래야 진짜 재밌어요.
강하 : (눈 뜨다가 감고)
55. 씬. 바이킹 앞 (낮)
-강하, 다리 후들거리고. 아이들 그런 강하를 이상하게 보는.
주황 : 설마 겁먹으셨던 거세요?
강하 : 아냐. 어제 술을 많이 먹어서 울렁거려서 그런 거야. (핸드폰 진동. 정재영, 이름 뜨면, 전원 꺼버리는)
56. 씬. 준하의 방 (낮)
-준하, 책상 앞에 앉아 전화 중.
57. 씬. 놀이 공원 (낮)
-남이 안고 어르고 있는 빨강, 가방에서 진동하는 핸드폰. 빨강, 보지 못하고.
다가오는 강하와 동생들.
강하 : 니들 배고프지 않냐?
-아이들 일제히 배고파요.
58. 씬. 준하의 방 (낮)
준하 : (받지 않는 전화만 바라보고 있는)
59. 씬. 정회장 집 거실 (낮)
-인구, 민경, 정회장, 재영 앉아있는.
민경 : 벌써 두시 지났는데 왜 안 오는 거니? 전화 계속 안 받아?
재영 : (다시 핸드폰 누르는) 준하니?
60. 씬. 준하의 방 (낮)
준하 : (전화)
재영E : 형, 전화 안 받는데, 무슨 일 있어?
준하 : (암담하고) 어, 그게. 형이 어제 좀 다쳤어. 그래서 병원에.....
61. 씬. 정회장 집 거실 (낮)
재영 : 다쳐? 어딜 얼마나? 어느 병원이야?
인구 : 다쳤대? 강하가? 교통사고 난 거야?
재영 : 내가 지금 갈게, 어느 병원이야?
준하E : 나도 몰라. 혼자 나갔거든.
62. 씬. 놀이 공원 (낮)
-핫도그 정도 가게 앞. 강하, 빨강(남이 안고) 동생들 쭉 서서 먹고 있는.
주인 : 젊으신데 애들이 참 많으세요?
강하 : (어색하고)
주인 : 요즘은 애 안 낳는 게 사회 문제라는데, 정말 국가적 차원에서 큰 일 하셨네요.
강하 : 빨리 주십쇼.
-핫도그 하나씩 들고 걸어오는.
강하 : 이거 가지고 배부르겠냐?
파랑 : 우리요, 지금은 이것만 먹구요. 저녁은 마트에 가요.
강하 : 뭐?
파랑 : 우리 동네 마트, 옛날에 살던 우리 동네 마트요. 거기 삼겹살 진짜 맛있어요.
강하 : 삼겹살 먹고 싶냐? 아저씨가 그냥 사줄 테니까.
파랑 : 거기 가요, 가요. 아저씨?
주황 : 그러지마. 변호사 아저씨가 왜 시식 코너에서 얻어 자셔?
63. 씬. 거실 (낮)
-태규, 인터폰 앞에 서있는. 준하, 방에서 나오고.
태규 : 재영이 누나 왔는데.
준하 : (암담하고)
64. 씬. 놀이 공원 (낮)
강하 : 그렇게 먹고 싶으면 가자.
-아이들 와 하는.
빨강 : (강하를 보는)
강하 : 가고 싶다잖습니까?
65. 씬. 거실 (낮)
-재영, 준하, 태규 서있는.
재영 : 어느 병원이냐구?
준하 : 모른다니까, 혼자 나가서.
재영 : 점심 약속도 못 지킬 정도면 많이 다친 건데, 넌 안 따라가고 뭐 했어?
준하 : 약 사러 나갔다 왔더니 없어.
재영 : (그러다 이상한 느낌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준하 : .....
재영 : 진빨강씨랑, 동생들 다 어디 갔니?
준하 : .....
66. 씬. 마트 시식 코너
-강하, 빨강, 동생들 삼겹살 먹고 있는.
주인 : 니들 안보여서 살만 하다 했더니.
노랑 : 저희 이사 갔어요.
주인 : 엄마랑, 아빠는?
-아이들 시무룩하고.
빨강 : (아이들 시무룩하자, 톤 높여서) 아저씨, 빨리 좀 구우세요.
주인 : 알았어. 근데, 신랑감이야?
빨강 : 아, 아니에요.
파랑 : 맞아요, 우리 누나 신랑감이세요.
빨강 : 파랑아?
주인 : 어쩐지 딱 보니까 그렇더라구. 엄마한테 맨날 구박만 받는 거 같더니, 어디서 저런 훤칠한 신랑감을 만났어?
빨강 : 고기 좀 빨리 구우시라니까요.
주인 : 아,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
강하 : 이 여자 특깁니다.
주인 : (웃으며) 그 매력에 푹 빠지셨나 보구만. 하긴 뭐 제 눈에 안경이니까.
67. 씬. 마트
-조그만 종이컵에 냉면 먹고 있는 강하, 빨강, 일행.
빨강 : 냉면은 이게 최고예요.
초록 : 저 쪽 거는요, 너무 딱딱해요.
강하 : 안 불린 잡채만 하겠냐?
빨강 : (홱 보는) 공짜로 포식하게 해드렸는데, 고맙다는 말은 못 할망정.
파랑 : 저쪽 가서 쥬스 먹자.
-아이들 쥬스 코너에서 쥬스 마시고. 강하, 빨강(남이 안고) 커피 마시는.
강하 : 코스로 해결이 되긴 하네요.
빨강 : 우리 엄마가 이 맛에...... (그러다 울먹해지고)
강하 : (보면)
빨강 : (눈길 피하면서 눈물 참는)
강하 : 엄마...... 많이 좋아했나 봐요?
빨강 : (외면한 채로) 세상에 엄마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강하 : .....
빨강 : (강하의 표정을 보는)
강하 : .....
빨강 : 엄마랑 사이 안 좋으셨어요?
강하 : 다 먹었으면 가죠.
68. 씬. 강하의 방 (밤)
-책상 앞에 앉아있는 재영. 준하 그 앞에 서있는.
준하 : 데려다준다니까.
재영 : 내 짐작이 맞는 거지?
준하 : 몰라. 같이 나갔는지 따로 나갔는지.
재영 : 대체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 걸까?
준하 : 귀엽게 봐줘. 결혼을 무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빨강씨나 애들까지 동원하는 거 보면 자기 나름으론 절박하게
최후의 반항을 하는 거구. 너 이러는 거 형한테 말려드는 거야. 네 쪽에서 제풀에 지치길 바라면서 하는 일인 거라구.
재영 : 그 빨강이란 여자.....
준하 : 네 자존심을 긁어보려는 거야. 다른 거 없어.
재영 : 나도 여자야.
준하 : (보면)
재영 : 한심하고, 볼 거 없는 여자라도 내 남자 옆에 있는 여자한테는 신경이 쓰이는.
준하 : 너 말려드는 거라니까. 대범하게 굴어.
69. 씬. 거실 (밤)
-재영, 준하 계단으로 내려오는데. 태규, 소파에 앉아있는.
강하, 빨강, 아이들과 같이 들어오는.
강하 : (재영 보고 굳어지는)
빨강 : (인사하는)
재영 : (보다가, 미소 지으며) 어디들 갔다 오나 봐요? (강하 얼굴 보면서) 많이 다쳤다 길래 놀라 뛰어왔더니 다행이네.
애들까지 데리고 나갔다올 정도면.
태규 : 어디 갔었던 거야? 왜 자꾸 나만 빼돌리고 자기들끼리만 다니는데? 초록아 나 정말 섭섭해. 어디 갔었니?
초록 : 놀이 공원에.
재영 : (억지로 참으면서 애써 태연하게) 놀이 공원에 갔었어?
강하 : ......
재영 : 고맙네. 결혼 전에 애보는 연습 같은 거 한 거야?
빨강 : (순간 강하를 보는)
강하 : (어두워지고)
재영 : 빨강씨랑 이 꼬마들도 다 초대해야겠지? 우리 결혼식에?
태규 : 큰 삼촌 결혼해?
강하 : .....
재영 : 빨강씨?
빨강 : 네.
재영 : 빨강씨가 내 부케 받을래요?
-복잡한 강하, 빨강, 재영, 준하의 모습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