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18. 불날.
날씨:
아침나절 보슬비가 잠깐 내리고 그치더니 줄곧 흐리고
습하고 덥다.
아침열기-텃밭(풀 뽑기)-글쓰기-점심-청소-수학(천의 보수,
곱셉구구단,
스타돔)-오제,
준우 생일잔치-마침회-5,6학년 영어-교사회의
[익숙함과
새로움, 자리바꾸기 규칙]
8시 50분 아침산책으로 여는 아침열기,
윤태가 우리 모둠만 날마다 아침산책을 한다며 줄이자
한다.
동무들과 뭘 하고 있을 때 아침산책을 가는 게
귀찮을 때 하는 말인데 예전에 높은 학년이던 아이들도 그럴 때가 있었다.
그래서
줄이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아침열기의 시작이라 줄곧 아침산책을 가야한다 했다.
그런데 아이들 말을 곱씹어 보면 역시 바꿀 필요가
있다.
아침 산책이 늘 새로울 때는 괜찮은데 보통 같은
곳을 반복해서 줄곧 가니 그 말이 나올 만 한 게다.
마을을 돌고,
새로운 숲길을 찾아내고,
철마다 열매를 따러 가고,
밧줄놀이터를 가꿔가며 하나씩 만드는 활동을 조금씩
할 때는 그러지 않았다.
변화가 필요할 때란 걸 알려주는
셈이다.
익숙함과 새로움이 함께 가는 아침열기가 필요함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교실 아침열기에서 한참 동안 자리바꾸기 규칙을 놓고 이야기를 하게
됐다.
보통 한 주마다 한 번씩 바꾸는데 이번에는 한 번
앉은 자리에 앉지 말고 다른 자리에 앉자는 규칙 때문에 곤란함이 생긴 게다.
새로운 자리에 일찍 앉은 어린이는 괜찮았는데
남아있는 자리가 한 번 앉은 곳이라 앉을 수가 없는 어린이들이 나와서,
어린이들끼리 서로 바꾸고 앉았는데도 한 자리가
해결되지 않는다.
윤태와
오제는 둘이서 옆에 앉는 곳으로 일찍 자리를 잡아 앉았다가 동무들을 위해 흔쾌히 다른 자리로 옮겨주었는데 둘이 마주보고 앉아서 그냥
좋단다.
마지막으로 서연이가 앉은 자리는 서연이가 이미 한
번 앉은 적이 있다고 해서 다시 서로 자리를 바꾸는 이야기를 이어가야 했다.
그런데 해결책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한 번도 앉지 않은 곳들이 겹치는 것도
있고,
달라도 서로 나서서 바꾸려는 마음이 바로 나오지
않는 게다.
할 수 없이 선생이 끼어들게
됐다.
“어린이들끼리 해결을 하면 좋겠는데 어쪄죠.
서연이는 그냥 앉아도 좋다 하는데 다른 어린이들은
어때요?
그냥 그대로 갈까요?
아니면 규칙대로 다시 할까요?
의견을 말해보면 좋겠어요.”
“그냥 앉아요.”
많은 어린이들이 그냥 앉으면 좋겠다
한다.
“그런데 다음에도 이러면 어떻게 해요?
그냥 앉아보지 않은 곳에 앉는다는 규칙대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유민이와 준우는 규칙대로 이번에도 했으면 좋겠다
한다.
귀찮은 표정을 짓는 어린이들도
있다.
“그렇군요.
그럼 어린이들이 의견을 내보죠.”
“선생님이 정해주면 좋겠어요.”
“뽑기 같은 걸로 해서 자리를 바꾸면 어때요?”
“한 번 앉은 곳에서 이쪽저쪽으로 바꾸어 앉아가면
좋겠어요.”
크게 세 가지 의견이 나왔다.
저마다 지닌 장점과 단점을 함께 이야기 해보는데,
갑자기 서연이가 말을 했다.
“선생님 여기 안 앉아본 것 같아요.”
그 말에 아이들 반응이 쏟아져 나온다.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자리를 다시 옮겨주겠다고 마음을
먹은 윤태가 화가 났다.
오제랑 마주보고 앉고 싶은데 윤태 자리는 서연이가
앉아보지 않은 곳이라고 하고,
다른 자리는 서연이가 앉아봤다고 해서 어렵게 오제랑
떨어져 앉는 마음을 냈는데 아니라고 하니 순간 마음이 흔들린 게다.
마치 자기가 꼭 바꿔줘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를
느끼고 짐을 모두 꺼냈는데 안 그래도 된다니 순간 자리를 기억 못한 동무에 대해 화가 났고,
화난 표정은 보이지만 더 화를 내지 않고 마음을
다스리는 모습이 보인다.
애써서 마음을 내어 자리를 다시 옮겨주려 한 윤태
칭찬을 해주고 다시 자리 이야기를 이어간다.
“네 오늘 자리 옮기기는 해결되었지만,
다음에도 반복 될 수 있는 일이니 아까 나온
이야기를 매듭지읍시다.
세 가지 가운데 하나를 정해 가을 학기부터 하기로
하죠.
어때요?
투표를 할까요?”
모두가 동의해서
투표를 했다.
결과는 자리 뽑기로 앉기다.
선생이 표를 짜서 돌아가며 앉는 것에 많은 찬성표가
나오더니 장점과 단점을 모두 살펴본 뒤에는 역시 스스로 주인이 되어 바꾸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게 나와서 만장일치로 뽑기로 자리를
바꾼다.
30분 넘게 자리 이야기를 한 아침열기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연습이 됐다.
아침열기 마칠 때쯤 방학 숙제 이야기를 하니 아이들이 봄 방학 숙제를 모두
마쳤으니 아직 선물을 받지 못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달라고 한다.
봄 방학 숙제를 모두 마친 어린이들에게 고마워서
선생이 선물을 준비했는데 받지 못한 어린이들에게는 모두가 다 할 때 준다고 했더니 그걸 잊지 않는다.
자연속학교 가기 앞서 마지막으로 숙제를 다 해서 낸
어린이 덕분에 선물잔치를 벌이게 됐다.
혹시나 선물을 이번 주에 못 주면 여름방학 숙제는
없다고 했더니 선물주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은후가 곁에서 그런다.
“선생님 저는 선물 줘야죠.
전학가는데.
그리고 방학숙제장 저는 안 받아도
돼요.
전학가잖아요.”
늘
정직하게 할 말을 다하는 우리 은후를 이제 정말 이번 주 지나면 못 보는구나 싶어 마음이 그렇다.
아이들 떠나보는 게 익숙할 법도 되었건만 거
참.
방학 하기 전에 선물잔치와 이별잔치를 진하게
해야겠구나.
아침나절 공부인 수학은 낮으로 미루고 텃밭에 간다.
높은 학년은 대야미 논에 가서 풀을
뽑고,
낮은 학년끼리 풀을 잡기
위해서다.
자연속학교 기간 동안 텃밭이 밀림이 되어버려
텃밭농사가 있는 쇠날까지 기다리기엔 풀이 더 자라서 안 되겠다 싶어 시간을 바꾸었다.
아이들과 무섭게 자란 풀을 다 잡기에는 쉽지
않다.
아이들은 40분 정도 토마토 따고 풀을 뽑지만,
선생들이 부지런히 땀을 흘려야 더 많은 풀을 잡을
수 있다.
덕분에 고구마밭 풀을 그나마 잡고 고추밭과 땅콩은
모두 잡지는 못했지만 그만하면 풀밭인지 우리가 키우는 식물인지는 구별할 만큼은 된다.
나머지는 쇠날 높은 학년들이 마무리하면 얼추 풀은
한바탕 잡고 방학을 맞이하겠다.
처음으로 딴 토종고추는 1학년이 장아찌를 담고,
나머지는 붉은 고추가 되도록
둔다.
노각이 된 토종 오이는 권진숙 선생이 바로 깎아
버무려 점심 반찬으로 먹었다.
토종 참외 하나가 먹음직스럽다.
잠깐 일했는데 땀으로 목욕을 하는
날씨다.
낮에 수학 시간에는 천의 보수 다섯 개를 만들어 서로 바꾸어
풀어보고,
곱셈 구구단을 연습했다.
수에 맞는 구구단을 모두 찾아내는 건데 아이들마다
속도가 다르다.
마친 아이들은 스타돔에 필요한 대나무활대 수를
숲속놀이터 스타돔에서 찾아내고,
교실로 들어와 선생이 잘라놓은 두꺼운 종이활대로
스타돔을 만들 채비를 같이 했다.
저마다 자로 길이를 재서 3등분으로 나누기 위해 나눗셈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계산하는데 아이들이
나누기에는 아직 쉽지 않은 수다.
시간이 없어 다음 시간으로 미루고
만다.
종이로 스타돔을 만들어본 뒤 잘라놓은 대나무활대로
다시 스타돔을 만들며 수학을 하고,
놀이감을 만들어가면 되겠다.
방학하기 앞서 마무리할 게 제법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