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의 후반기 출범에 급제동이 걸렸다.
기아자동차(회장 정몽구ㆍ이하 기아차)는 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해태 타이거즈의 인수 방식을 놓고 해태제과의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과의 이견에 따른 후반기 참여계획의 포기 가능성을 밝혔다.
창단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4일 오전 조흥은행으로부터 당초 합의했던 자산인수방식이 아닌 지분인수방식으로의 전환을 일방적으로 통보 받았다"며 "매각대금이 사실상 타결된 상태에서 계약서까지 보냈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며 조흥은행측에 대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초 기아차와 조흥은행이 합의했던 자산인수방식은 기아 타이거즈라는 새로운 법인이 매각대금을 지불하면서 해태 타이거즈 야구단을 일괄적으로 인수하게 된다. 이경우 절차가 비교적 간단해 신속하게 창단작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분인수 방식으로 전환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일단 매각협상의 주체가 해태 타이거즈의 주식을 전량 보유하고 있는 해태제과와 기아차가 되고 해태 야구단의 채무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신문공고와 채무관계 실사 등에 1개월 가량이 소요된다.
이경우 워크아웃 상태인 해태제과는 제반 세금에 대해 면제혜택을 받게 되고, 채권자인 조흥은행도 금융상의 이득을 얻게 된다.
그러나 기아측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우발채무 문제. 지분인수가 완료된 뒤에도 인수전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채무가 돌발적으로 튀어나올 경우 대책없이 손해를 감수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야구계 일각에서는 기아차와 조흥은행의 마찰을 막바지에 이른 매각협상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줄다리기로 보는 시각도 있어 향후 양측의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 5월말 정몽구 회장의 해태 인수 결정 뒤 창단작업을 진행해왔던 기아차는 현재 CI 작업, 유니폼제작 등 후반기 출범준비를 사실상 끝낸 상태.
한편 매각작업이 지연됨에 따라 후반기 출전을 목표로 지난 6월29일부터 광주구장에서 훈련중인 이종범도 당분간 무적상태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모처럼 맞은 프로야구 중흥의 호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으며, 해태 타이거즈는 최악의 경우 남은 시즌에도 운영자금 전액을 조흥은행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