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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가면 책쓰기에 관한 책, 글쓰기에 관한 책, 책에 관한 책 코너를 습관적으로 기웃거린다. 한 사람이 대출할 수 있는 책은 다섯 권이다. 역사 관련 한 권, 청소년 소설 한 권, 교육 분야 한 권, 가끔 예술 분야 한 권, 글쓰기 관련 한 권 이렇게 고르면 다섯 권이 다 찬다. 물론 우리 가족은 다섯명이어서 최대 스물다섯권까지 대출 받을 수 있지만 내가 빌릴 수 있는 분량은 정해져 있다.
이번에도 도서관 서가 신간 코너 첫 번째 윗부분에 글쓰기에 관한 책들이 몇 권 꽂혀 있길래 순간 직감적으로 『책쓰기 어떻게 시작할까』를 냉큼 집었다. 참고로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나만의 기준이 있다. 디자인은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검색해서 꼭 찾아야 할 책이 아니면 책 제목에 끌려 고른다. 또 하나는 출판사다. 유명 대형출판사보다는 생소한 출판사 책을 집어 보게 된다. 왜? 작은 것에 마음이 간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적이 꽤 있다. '남해의봄날', '유유' 출판사에 나온 책들이다. '스토리닷' 출판사도 생긴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출판사 대표이자 저자인 이정하님이 직접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글쓰기 관한 책(책 쓰기에 관한 책, 나는 크게 구분하지 않는다)은 다른 분야 책을 읽다가 머리 좀 식힐 겸 읽곤한다. 한 템포 쉬었다 가는 중간 길목에서 읽는다. 분량도 적당하고 크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 실력을 닦고자 읽은 것이 아닌데 나도 모르게 어느새 글에 힘이 조금씩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글쓰기의 고수들이 한결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글에 힘 좀 빼라'는 조언이다. 뭐 좀 안다고 지식을 자랑삼아 나열하다보면 글의 초점이 흐려지고 결국 힘만 잔뜩 주게 된다. 누구든 읽기 불편하다.
『책쓰기 어떻게 시작할까』에서도 누누히 강조하는 게 있다.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라", "내 책을 읽었으면 하는 사람을 책을 쓰는 내 앞에 데려다 놓을 수 있어야 한다", "차례는 독자들이 이 책을 어느 것부터 읽을지 찾아보는 곳이다", "많은 사람이 책을 읽는 이유는 정보나 사실을 알기보다는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그가 쓴 책은 어떤 책일까? 궁금해서 읽는다", "내가 겪은 얘기들을 잘 엮으면 그게 세상 하나밖에 없는 얘기가 된다", "책 읽는다는 것은 작가의 생각을 읽는 셈이다".
금쪽같은 조언이다. 결국 자신의 생각이 담겨 있어야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끌고 나가야 한다는거다. 거기에다 미루지 말고 계획을 세워 하루에 A4 1장이라도 쓰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바쁘다고 핑계대면 죽을 때까지 쓰지 못한다. 하루의 기억이 다 사라지기 전에 뭐라도 쓰자.
오늘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대출한 도서를 반납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도서관 담당 직원이 책이 젖어 파손 상태니 새책을 사서 가지고 오란다. 빌릴 때 꼼꼼히 살펴보지 않은 나의 잘못도 있지만 약간 억울한 면이 있다. 처음 있는 일이라 순간 당황했다. 자주 이용해야 하는 도서관이라서 계속 따지기 그랬다. 빌릴 때부터 그랬다고 계속 주장할까 하다가 그만두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책 주문을 했다. 주문한 책이 도착하면 얼른 가서 새책으로 반납할거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일은 빨리 잊는게 좋다. 그 덕분에 헌책이지만 소장하게 되었다. 그래도 감사해야지. 지금껏 도서관때문에 지금 내 모습이 되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