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치 - 군 사]
박근혜 당선인의 ‘4국4색’ 외교전
중국엔 구애 … 미국과는 미묘 … 일본은 찬밥 … 러시아엔 무관심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를 향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4강 외교가 '4국4색'이다.
중국엔 적극적이지만, 미국과는 미묘하다.
일본에는 애써 차가운 얼굴을 보이고 있고, 러시아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에는 특사를, 미국에는 정책협의대표단을 보냈다.
일본에는 외교적 지위가 부여되지 않은 당대표가 방문한 것이 전부이며 러시아와는 교류조차 거의 없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시진핑과 2005년부터 인연
=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2008년 1월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강에 동시에 특사를 파견했다.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을 특사파견 형식으로 보여준 셈이다.
특사도 박근혜(중국), 정몽준(미국), 이상득(일본), 이재오(러시아) 등 비중있는 인물을 선정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미국에 가장 먼저 특사를 보냈다.
2002년 대선 당시의 '반미' 분위기를 상쇄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됐다.
그렇지만 참여정부 내내 한미관계는 삐그덕 거렸다. 특사는 정대철(미국, 일본), 이해찬(중국), 조순형(러시아) 등이 맡았었다.
박 당선인은 첫 특사이자 유일한 특사 파견지로 중국을 택했다.
특사였던 김무성 전 의원은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를 직접 만나 친서를 전달했다.
중국은 앞서 유력한 차기 외교부장 후보인 장즈쥔 외교부 부부장을 특사자격으로 한국에 파견해 '예우'를 다했다.
특히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면서도 북핵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당선인이 공을 들이는 이유다.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방문지로 중국을 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될 정도다.
박 당선인은 2008년 대통령 특사를 중국을 방문해 '극진한 대접'을 받았고,
시진핑 총서기와도 2005년 만난 인연이 있다.
◆역대 정부 비해 '격' 낮춘 미국 = 미국과는 미묘하다.
전통적인 한미동맹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특사'가 아닌 '대표단' 명칭으로 취임전 교류가 이뤄진 것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특히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정책협의대표단은 미국 방문 당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박 당선인의 서한을 전달했을 뿐이다.
2008년 정몽준 특사가 조지 부시 대통령과 직접 면담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25일 진행되는 대통령 취임식에 미국이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을 특사단 대표로 파견하겠다는 것도 애매하다.
2003년과 2008년 취임식에 당시 국무장관이 방문했던 것에 비해선 '격'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더구나 이 원내대표가 방미 당시 '엔저'에 대한 우려를 미국 측에 전달했지만
라엘 브레이너드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은 이 원내대표가 돌아오자마자(11일)
일본의 환율정책을 지지한다고 발표해 버렸다.
엔저의 가장 큰 피해자이면서 동맹국인 한국의 뒤통수를 때린 셈이다.
다만 박 당선인측 관계자는 "중국과의 관계를 한단계 높인다고 해도 굳건한 한미동맹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며 "새 정부 외교안보라인 중에서 중국전문가는 없는 대신 미국과 가까운 인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한 이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근혜-아베 만나면 박정희-기시 관계 연상?
= 일본에 대한 박 당선인의 입장은 싸늘하다. 지난달 4일 일본정부 특사단이 박 당선인을 접견했지만 당선인은 일본에 답방 특사를 파견하지 않았다.
대신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한일의원연맹 행사 참석차 일본을 방문하면서 아베 총리와 만난 것이 전부다. 특사 자격이 부여된 것도, 친서나 메시지를 가지고 간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황 대표는 아베를 만나 "무엇보다도 올바른 역사인식과 긍정적인 미래구상을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껄끄러운 이야기를 했다.
당선인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의 주인공 고노 요헤이 전 일본 관방장관을 접견하며 한일관계 방향성에 대한 시그널을 보내기도 했다.
박 당선인의 한일관계 인식에 대한 '소수의견'은 흥미롭다.
아베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일본 총리와 박 당선인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사이의 '유대'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시 전 총리와 박 전 대통령을 이어준 '만주국'이란 인연으로 인해 박 전 대통령의 친일전력이 상기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박 당선인이 아베 총리와 가까워지는 것이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6자회담 당사국' 대우 해주긴 하나
= 박 당선인의 대러 외교는 '무관심'으로 요약된다.
대통령 당선 직후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러시아대사를 접견하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축하전문을 받은 것 이외에는 러시아와 접촉이 거의 없는 상태다.
특사를 받지도, 보내지고 않았다. 취임식에도 러시아 정부 내에서 영향력이 미미한 극동개발부 장관이 참석하기로 했다.
고위급을 파견해 달라는 요청도 없었고, 러시아 측에서도 누구를 파견해야 좋을지 당선인 측에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외교가에서는 "6자회담 당사국이면서 동북아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에 대한 외교라고는 믿기지 않을 수준"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무관심은 박 당선인의 공약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1일 발표된 박근혜정부 국정과제에 러시아가 등장하는 부분은
'남북러 및 남북중 3각 협력 추진'이라는 단락이 유일하다.
대선공약에서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을 통한 복합 물류네트워크 구축 △통합 에너지망 위해 가스관 부설과 송전망 구축사업 진행 등 2개의 대러시아 관련 의제가 제시됐지만 구태의연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스관 부설사업은 북미지역에서 셰일가스가 발견된 이후 물 건너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지난 십여 년 동안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TSR-TKR 연결에 대해선 아무런 실행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한 외교안보 관련 전문가는 "박 당선인의 4강외교는 새로운 접근임에는 분명하지만 매우 실험적"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이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살피는 것이 반면교사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허신열 기자, The Naeil News.
즐겁고 행복한 나날 되세요....
UP↑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