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복장을 하고 pc방으로 추석 새러 왔어요. 자장밥(6.5)-아이스 커피(3.5)-소떡소떡(1.5) 정도는 먹어줘야지요. 코끼리 상가 옆 건물에 위치한 pc방은 노숙 청소년들의 아지트입니다. 노숙자 아저씨도 종종 이곳으로 피난을 올 때가 있는데 흡연-식사-충전-워드 작업까지 안성맞춤 공간입니다. 금토일 추석 풍경을 관찰해 본 결과 죽네 마네 해도 갈 데 가고, 쓸 데 쓰는 게 요새 트렌드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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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사진 두 장이 왔고 예주가 인스타에 먹-방을 올려 놓아서 내가 오사카에 있는 기분입니다. 예주 서유럽 투어 때처럼 실시간 소통을 할까도 생각 해봤지만 모처럼 오붓한 시간 보내라고 스팸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에스더가 아파서 방콕하고 있을까 봐 아비는 걱정이 많습니다. 모처럼의 가족 여행이니 프리마켓도 가고 액티비티도 하면 좋으련만 요추 1번이라서 실시간 배터리 충전으로 허리를 눕혀줘야 하니 이거야 원 포지션 거취가 옹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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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가 끝나면 아비가 여행의 진수를 보여줄게 기분 전환 차원에서 마실을 다녀오시라. 철학이란 낡은 인생을 반복하기 위함이 아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한' 비타 노바'라고 하더이다. 비타민의 '비타'와 노바 양복점의 '노바'가 떠올랐어요. 지하철에서 바라보는 왕숙천 재개발 프로젝트가 진척률 제로입니다. 원부자재 값이 너무 올라서 못 한다는 말도 있고, 곧 시작할 것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내가 볼 땐 올해는 물 건너 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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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육군대장은 쓸데 없이 나대지 말고 왕숙천 하나만 제대로 하시라. 아인슈타인은 아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해요. "삶은 자전거 타기와 같아서 균형을 잡고 유지하려면 계속 움직여야 한다"고요. 코로나라는 돌부리에 브레이크를 잡고 핸들을 움켜잡아야 했던 우리는 다시 코로나와 엔데믹-풍토병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변화' 속으로 다시 발을 구르며 달려나가야 할 때를 맞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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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것처럼 '비타 노바'(Vita Nova- New Life)는 단테가 젊은 시절 썼던 소설의 제목이자 롤랑 바르트(1945-1980 구조주의 프랑스)가 어머니를 잃고 쓰기 시작한 '애도 일기'에서 가져온 라틴어 표현입니다. '새롭다'는 수식어는 이제 막 만들어져 한 번도 쓰지 않았다는 의미인 반면, '새 출발'이나 '새 인생'이란 말은 과거의 불행이나 상처와 결별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결국 속도는 그 다음이고 방향이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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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메니테스의 아포리즘'사유가 곧 존재' 를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는 알랭 바디우의 이론은 진정한 사유는 존재의 새로움에 닿을 수 있다'고 하더이다. 존재의 절반이 공백이라면, 진정한 사유는 그러한 공백으로 향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것은 셈해졌는가? 모든 것은 알려졌는가? 모든 것은 이미 사유되었는가? 우리 인생에서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는가?
2024.9.15.su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