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水滸傳•제 242편
우두머리는 그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나더니, 칼로 밧줄을 끊어 버리고 세 사람을 일으켰다. 네 어부는 세 사람을 부축하여 집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권하고, 우두머리가 절을 하며 말했다.
“우리는 평생 강도짓을 해 왔는데, 이런 의기 있는 인물은 본 적이 없습니다. 세 분 노형들께서는 진짜 어디서 오신 분인지, 성명을 알고 싶습니다.”
이준이 말했다.
“보아하니 네 분 형씨들도 필시 호걸인 것 같소. 당신네들이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가든, 말해 주겠소. 우리 세 사람은 양산박 송공명 수하의 부장들이오. 나는 혼강룡 이준이고, 이 두 형제는 출동교 동위와 번강신 동맹이오. 우리는 조정의 초안을 받고 요나라를 격파하고 동경으로 돌아왔는데, 다시 칙명을 받들어 방랍을 토벌하러 왔소. 만약 당신들이 방랍의 수하인들이라면 우리 세 사람을 끌고 가서 상을 청하시오. 그래도 우리는 항거하지 않겠소!”
네 사내는 그 말을 듣고 절을 하며 일제히 무릎을 꿇고 말했다.
“눈이 있어도 태산을 몰라 봤습니다. 좀 전에 모독했던 것을 너무 나무라지 마십시오. 저희 네 형제는 방랍의 수하가 아닙니다. 원래 녹림에서 강도짓을 하다가, 근래에 이곳으로 왔습니다. 이곳의 지명은 유류장(榆柳莊)인데, 사방이 모두 깊은 물이어서 배가 아니고서는 들어올 수 없습니다.
저희는 어부를 가장하여 태호에서 강도짓을 하여 먹고살고 있습니다. 근래 한해 겨울 동안 이곳의 수세를 잘 익혀 두었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침범하지 못합니다. 저희는 양산박의 송공명께서 천하의 호걸을 모은다는 소문도 들었고, 형님의 큰 이름도 들었습니다. 그 가운데 낭리백조 장순이 있다는 것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오늘 형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준이 말했다.
“장순은 나의 형제로서, 나와 함께 수군두령이 되어 지금 강음에서 역적을 치고 있소. 다음에 그와 함께 와서 여러분과 만나도록 해주겠소. 네 분의 성명을 듣고 싶소.”
우두머리가 말했다.
“저희들은 녹림에서 살았기 때문에 모두 별명이 있습니다. 형님께서는 비웃지 마십시오. 저는 적수룡(赤鬚龍) 비보이고, 이 사람들은 권모호(卷毛虎) 예운, 태호교(太湖蛟) 복청, 수검웅(瘦臉熊) 적성입니다.”
이준은 네 사람의 이름을 듣고 기뻐하며 말했다.
“이제 서로 의심할 필요가 없소. 우리는 한 집안사람이나 마찬가지요. 우리 송공명 형님은 지금 방랍 토벌의 정선봉이 되어, 소주를 취하려 하고 있소. 그런데 마땅한 계책이 없어, 특별히 우리 세 사람을 보내 길을 정탐하게 하였소. 지금 이렇게 네 분 호걸을 만났으니, 우리를 따라가서 선봉을 뵙는 것이 어떻겠소? 당신들은 모두 관작을 받고, 방랍을 토벌한 후에는 조정에서 중용할 것이오.”
비보가 말했다.
“용서하십시오. 저희 네 사람이 관작을 원했다면, 벌써 방랍의 수하에서 통제관이 되었을 것입니다. 저희가 원하는 것은 관작이 아니라, 즐겁게 사는 것입니다. 만약 형님께서 저희들의 도움을 원하신다면, 물속이라면 물속으로 뛰어들고 불속이라면 불속으로 뛰어들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에게 관작을 받으라 하신다면, 그건 저희들이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준이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의형제를 맺는 것이 어떻겠소?”
네 사내는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돼지와 양을 잡고 술을 내어 연회를 열고 이준을 형으로 받들었다. 이준은 동위·동맹과도 의형제를 맺게 했다.
일곱 사람은 유류장에서 송공명이 소주를 취하는 일을 상의하였다. 이준이 말했다.
“방모는 출전하지 않고 있는데, 성의 사면이 모두 물로 둘러싸여 있어 공격할 길이 없네. 그런데 배를 이용하기에도 물길이 좁아 어려우니, 어떻게 하면 성을 깨뜨릴 수 있겠는가?”
비보가 말했다.
“형님은 여기서 마음 편히 이틀만 쉬고 계십시오. 방랍의 수하들이 항주에서 소주로 수시로 왕래하고 있으니, 그 틈을 타서 지략으로 성을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어부 몇 사람을 보내 정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들이 돌아온 다음에 계책을 세우시지요.”
이준이 말했다.
“그 말이 아주 묘하다!”
비보는 어부 몇 사람을 불러 정탐하러 보내고, 자신은 이준과 매일 장원에서 술을 마시며 지냈다. 2~3일 후에 어부가 돌아와 말했다.
“평망진(平望鎮)에 10여 척의 화물선이 있는데, 선미에 꽂혀 있는 황기에 ‘승조왕부의갑(承造王府衣甲)’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항주에서 온 배 같았는데, 배마다 5~6명씩 타고 있었습니다.”
이준이 말했다.
“좋은 기회인 것 같으니, 형제들이 도와주게.”
비보가 말했다.
“그럼 지금 바로 가시지요.”
이준이 말했다.
“만약 단 한 놈이라도 빠져나가게 되면, 이 계책은 헛일이 되네.”
비보가 말했다.
“형님은 마음 놓으시고, 저희 형제에게 맡기십시오.”
비보는 즉시 6~70척의 어선들을 모았다. 일곱 호걸들이 각기 배 한 척에 타고, 나머지는 모두 어부들이 탔는데, 각자 무기를 감추었다. 작은 나루에서 출발하여 큰 강으로 들어가, 사방으로 흩어져 강변에 배를 대고 기다렸다.
그날 밤은 달이 밝고 하늘엔 별이 가득했다. 항주에서 온 10척의 관선들은 모두 강 동쪽의 용왕묘(龍王廟) 앞에 정박해 있었다. 비보가 탄 배가 먼저 관선에 당도해서 휘파람을 불자, 6~70척의 어선들이 일제히 관선으로 몰려가 각자 관선에 갖다 댔다. 관선 안에 있던 사람들이 급히 뛰어나왔지만, 어부들이 모두 갈고리로 걸어 너덧 명씩 한데 묶어 버렸다. 물속으로 뛰어든 놈들도 모두 갈고리로 건져 올려 묶었다.
작은 어선들이 관선을 에워싸고 태호를 지나 유류장으로 끌고 갔다. 때는 새벽 2시경이었다. 관선에 타고 있던 잡인들은 모두 한데 묶어서, 큰 돌을 매달아 물속에 빠뜨려 수장시켜 버리고, 우두머리 두 놈만 남겨 심문하였다.
원래 그들은 항주를 지키는 방랍의 태자 남안왕 방천정의 수하 관원들로서, 새로 만든 철갑옷 3천 벌을 소주의 삼대왕 방모에게 가져가는 길이었다. 이준은 이름을 묻고 공문을 빼앗은 다음, 두 관원을 죽여 버렸다. 이준이 말했다.
“내가 형님께 가서 상의한 다음에 일을 처리해야겠네.”
비보가 말했다.
“제가 사람을 시켜 배로 형님을 건네 드리겠습니다. 나루에서 물길로 가면 훨씬 가깝습니다.”
비보는 어부 둘을 불러 쾌속선으로 이준을 모셔다 드리라고 하였다. 이준은 동위·동맹과 비보 형제들에게 분부했다.
“탈취한 배와 갑옷들을 장원 뒤편 나루에 잘 감추어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하게.”
비보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비보는 배들을 몰고 가서 감추어두었다.
이준은 두 어부와 함께 쾌속선을 타고 한산사로 갔다. 영채에 당도하여 송선봉을 뵙고, 그동안의 일을 얘기했다. 오용은 얘기를 듣고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그렇게 됐다면, 소주는 손바닥에 침 뱉는 것처럼 쉽게 취할 수 있습니다. 주장께서는 명을 내려, 이규·포욱·항충·이곤을 불러 방패수 2백 명을 데리고 이준을 따라 태호의 장원으로 가서 비보 등과 함께 여차여차한 계책을 행하되 셋째 날에 시행하도록 약정하십시오,”
이준은 군령을 받고 이규를 비롯한 일행을 데리고 태호로 돌아갔다. 이준과 두 어부가 먼저 앞서가고 이규 일행이 탄 배는 그 뒤를 따라 유류장으로 갔다. 이준이 이규·포욱·항충·이곤을 인도하여 비보 등과 인사를 나누게 했는데, 비보 등은 이규의 용모를 보고 모두 깜짝 놀랐다.
비보는 이규 일행 2백여 명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 장원에서 쉬게 하였다. 셋째 날이 되자, 정해진 계책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보는 갑옷을 운반하는 관원으로 꾸미고 예운은 그 부관으로 꾸며, 남군 복장을 하고 공문을 지녔다. 어부들도 모두 관선을 젓는 사공과 수군으로 꾸미고, 흑선풍 이규 등 2백여 명은 선창에 숨었다. 복청과 적성은 불지를 도구들을 가지고 뒤편 배에 타고 따라가기로 하였다.
막 출발하려고 하는데, 어부 하나가 달려와 보고하였다.
“호수 위에 배가 한 척 있는데,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준이 말했다.
“이상한 일이군!”
이준이 급히 달려가 보니, 뱃머리에 두 사람이 서 있는데 신행태보 대종과 굉천뢰 능진이었다. 이준이 휘파람을 불어 신호하자, 배는 나는 듯이 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