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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재두량(車載斗量)
수레에 싣고서 말[斗]로 잰다는 뜻으로, 아주 흔하거나 쓸모 없는 것이 많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車 : 수레 차
載 : 실은 재
斗 : 말 두
量 : 잴 량
삼국시대 219년 오(吳)나라의 손권(孫權)이 위(魏)나라의 조조(曹操)와 결탁하여 촉한(蜀漢)의 용장 관우(關羽)를 죽였다. 221년, 촉주 유비(劉備)는 황제를 칭하고 오나라 정벌에 나섰다.
오나라 손권(孫權)은 촉나라의 공격을 보고받고 신하들을 불러 모아 대책을 논의하고 위나라에 구원을 요청하기로 하였다. 손권은 중대부 조자(趙咨)를 사신으로 위(魏)나라에 보냈다.
손권이 조자에게 오나라의 체면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라고 몇 번이고 당부하자 조자가 말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만약 잘못된다면 저는 강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겠습니다.”
조자가 위나라의 낙양에 도착하자 위나라 황제 조비(曹丕)는 그가 구원을 요청하러 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짐짓 물었다. “오왕은 어떤 군주인가?”
조자가 대답했다. “총명하시고 인자하시며 지혜와 영웅의 지략까지 갖추신 군주입니다.”
조비가 왜 그런가를 묻자 조자가 대답했다. “저의 군주께서는 평범한 무리들 가운데서 노숙(魯肅)을 중용하셨으니 이것이 그 총명함이요, 군진 가운데서 여몽(呂蒙)을 발탁했으니 이것이 현명함입니다. 우금(于禁)을 사로잡고서도 그를 죽이지 않았으니 이것이 인자함이며, 형주를 취하면서 칼에 피를 묻히지 않았으니 이것이 지혜로움입니다. 삼강(三江)에 의지해 천하를 살피며 기회를 엿보고 있으니 이는 영웅의 기개이며, 폐하께 몸을 굽히니 이것이 지략입니다. 이러한데도 총명하고 인자하며 웅지와 지략을 겸비한 군주라고 할 수 없겠습니까?”
조비는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조자를 조롱하듯 말했다. “오왕은 학문을 아는가?”
조자가 대답했다. “오왕은 1만 척의 군선을 강에 띄우고 무장 군사 백만을 거느리시며 현명한 인재를 발탁해 일을 맡기시고, 항상 경략(經略)에 뜻을 두고 계십니다. 잠시라도 여가가 나면 경전과 사적을 섭렵해 큰 뜻을 터득하시니 서생들처럼 문장이나 찾고 구절이나 외우는 일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帝曰; 吳可征不.
제왈; 오가정불.
조비가 다시 물었다. “만약 내가 오나라를 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咨對曰; 大國有征伐之兵, 小國有備御之固.
자대왈; 대국유정벌지병, 소국유비어지고.
조자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대답했다. “큰 나라에는 작은 나라를 치는 무력이 있고, 작은 나라에는 큰 나라를 막아 내는 방책이 있는 법입니다.”
又曰; 吳難魏不.
우왈, 오난위불.
조비가 다시 물었다. “오나라가 우리 위나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咨曰; 帶甲百萬, 江漢爲池, 何難之有.
자왈; 대갑백만, 강한위지, 하난지유.
조자가 대답했다. “우리 오나라에는 백만의 용사들이 있으며, 장강(長江)과 한수(漢水)가 요새인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又曰; 吳如大夫者幾人.
우왈; 오여대부자기인.
조비가 다시 물었다. “오나라에는 그대와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가?”
咨曰; 聰明特達者八九十人, 如臣之比, 車載斗量, 不可勝數.
자왈; 총명특달자팔구십인, 여신지비, 거재두량, 불가승수.
조자가 대답했다. “특히 총명하고 뛰어난 인재는 80∼90명 될 것이고 저와 같은 사람은 수레에 싣고 말로 되어도 그 수를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曹丕嘆曰; 使於四方, 不辱君命, 卿可以當之矣.
조비탄왈; 사어사방, 불욕군명, 경가이당지의.
조비는 조자의 말을 듣고 탄식했다. “사방에 사신으로 가서 군주의 명을 욕되게 하지 않는다 함은 그대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조자의 활약으로 오나라와 위나라의 군사동맹이 성립되었다. 손권은 조자를 기도위(騎都尉)에 임명했다. 이 이야기는 삼국지(三國志) 오서(吳書) 오주손권전(吳主孫權傳)에 나온다.
조비가 조자를 칭찬한 말은 논어(論語) 자로(子路)에 있는 공자(孔子)의 말이다.
子貢問曰; 何如斯可謂之士矣.
자공문왈; 하여사가위지사의.
자공(子貢)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선비라고 할 수 있습니까?”
子曰; 行己有恥, 使於四方, 不辱君命, 可謂士矣.
자왈; 행기유치, 사어사방, 불욕군명, 가위사의.
공자가 말했다. “자기 몸가짐에 부끄러워할 줄 알며, 사방에 사신으로 가서 군주의 명을 욕되게 하지 않으면 선비라고 할 수 있다.”
삼척동자와 도량형
어떤 일이 너무 분명해 변명의 여지가 없을 때 삼척동자(三尺童子)도 모두 아는 일이라는 말을 쓴다. 여기서 삼척동자는 키가 3척 정도인 5~6세가량의 어린아이를 말하는데, 아직 사물이나 사리를 구별하고 판단할 역량이 부족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삼척동자란 말은 송나라의 호전(胡銓)이 지은 상고종봉사(上高宗封事)에 나온다. “무릇 세 척 키의 어린 아이(三尺童子)는 지극히 어리석지만, 그에게 개나 돼지를 가리키며 절을 하게 하면 즉시 얼굴빛을 붉히면서 화를 낼 것입니다. 지금 바로 추노(醜虜)가 바로 그런 개나 돼지 같은 경우입니다.”추노란 사로잡힌 포로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사실 수학과 관련해 삼척동자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척(尺) 때문이다. 척은 우리 선조들이 길이를 재는 단위였다. 그리고 삼척동자 이외에 길이, 무게, 들이, 넓이 등과 관련된 고사성어로는 거재두량(車載斗量)도 있다.
좋은 날씨로 대풍이 들어 곡식이 거재두량(車載斗量)일 듯과 같이 어떤 것의 수량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음을 비유하는 말이 바로 거재두량이다. 이 말은 수레에 싣고 말(斗)로 돼야 할 정도로 많다는 뜻이니 그 수가 얼마나 많은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거재두량은 오서(吳書) 오주손권전(吳主孫權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피리 황종관이 도량형 기준
삼척동자나 거재두량에서 사용된 척과 두는 모두 도량형(度量衡)의 한 단위다. 도량형에서 도(度)는 길이, 양(量)은 부피, 형(衡)은 무게를 뜻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길이, 넓이, 부피, 무게를 나타내는 도량형의 단위로 미터법(m, m2, m3, ㎏)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척, 평, 섬, 근 등과 같은 단위를 사용했다.
동양에서 도량형을 최초로 시행한 진시황은 12율의 기본음을 정하는 척도로 사용한 피리인 황종관(黃鐘管)을 사용해 도량형을 정했다. 일정한 음계를 내는 피리의 길이가 고정돼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표준으로 삼은 이 방식은 당시로서는 매우 뛰어난 과학 제도였다.
중국의 역사를 다룬 한서(漢書)의 율력지에 이 제도가 다음과 같이 성문화돼 있다. 도(度)는 황종관의 길이를 기본으로 삼는다. 거서(禾巨黍; 검은 기장) 가운데 크기가 중간쯤 되는 낱알을 황종관과 나란히 배열하면, 이 관의 길이는 거서 90톨에 해당한다. 이때 한 톨의 폭을 1푼(分), 10푼을 1치(寸), 10치를 1자(尺), 10자를 1장(丈)으로 한다. (중략) 양(量)은 황종관의 들이를 기본으로 한다. 황종관에 거서를 넣으면 1200톨로 가득 찬다. 이때의 들이를 약으로 하고 2약을 1홉(合), 10홉을 1되(升), 10되를 1말(斗), 10말을 1곡(斛)으로 한다. (중략) 형(衡)은 황종관의 무게를 기본으로 한다. 1약에 채워지는 1200톨의 거서 무게를 12수(銖)로 삼고, 24수를 1냥(兩), 16냥을 1근(斤), 30근을 1균(鈞), 4균을 1섬(石)으로 한다.
진시황은 이 제도의 표준이 되는 자와 되 그리고 저울을 대량으로 생산해 백성들에게 나눠줬다. 진시황이 도량형을 시행한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당시는 비단이나 모시 같은 천으로 세금을 내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때 자신의 척도로는 분명히 정확한 세금임에도 관리의 자로 재면 양이 모자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방에 따라 도량형이 통일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량형이 통일된 시기는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다. 고려시대까지는 시대에 따라 여러 종류의 도량형을 사용해 매우 혼란스러웠다. 도량형의 혼란은 조선 전기까지 지속되다가 세종대왕의 명에 따라 정확하고 통일된 도량형을 정했다. 도량형을 정하는 일은 나라의 기본질서를 바로잡는 데 매우 중요했는데, 세종대왕은 한글과 여러 가지 과학기구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도량형을 정비한 대표적인 왕이기도 하다.
세종대왕은 박연에게 조선에 맞는 악률(樂律)을 정하라고 명했고, 이를 완성하기 위해 정확한 황종관의 제작은 필수였다. 박연은 기장 90알의 길이에 꼭 맞는 황종관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확립된 조선의 악률은 중국의 음악과는 다른 독립된 아악의 기초가 됐다.
이렇게 정해진 도량형도 시대에 따라 자주 변했기 때문에 예를 들어 1자(尺)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미터법으로 정확히 얼마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여러 자료를 근거로 오늘날과 비교하면 1치는 3.0303cm이고 1자는 30.303cm이다. 또 넓이 단위인 1보(=1평)는 약 3.3m2이며 들이 단위인 1홉은 180.39c㎥이고, 무게 단위인 1근은 600g이다.
이와 같은 길이를 근거로 삼척동자의 키는 3척, 즉 3자이므로 약 90.909cm이다. 또 거재두량에서의 두는 1말이고 1말은 100홉인 1만 8039c㎥로 약 18L가 된다. 옛날 우리 선조들이 사용했던 수학은 오늘날 우리에게 흥미로운 문화일 뿐만 아니라 당시의 과학기술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 車(거/차)는 상형문자로 수레의 모양을 본떴다. 부수로서는 수레에 관한 글자의 의미로 쓴다. 수레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서, 임금이 타는 수레를 의미했으나, 후대로 내려오면서 임금의 거동을 뜻하게 되었다. 車(거/차)는 바퀴를 굴려서 나아가게 만든 운수 수단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기차, 자동차, 전차 등(等)을 말한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수레 가(軻), 수레 로/노(輅), 수레 량/양(輛), 가마 련/연(輦), 수레 여(轝)이다. 용례로는 임금이 타는 수레를 거가(車駕), 수레와 말을 거마(車馬), 물품 따위를 수레에 실음을 거재(車載), 수레 바퀴를 거륜(車輪), 비나 볕을 가리기 위해 수레 위에 친 우산 같은 덮개를 거개(車蓋), 여러 가지 수레의 총칭을 차량(車輛), 차가 다니도록 마련한 길을 차도(車道), 차량의 사람이 타게 된 칸을 차간(車間), 도로를 주행 방향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그어 놓은 선을 차선(車線), 승객이나 화물을 싣는 부분을 차체(車體), 차량을 넣어두는 곳을 차고(車庫), 수레는 흐르는 물과 같고 말의 움직임은 하늘을 오르는 용과 같다는 거수마룡(車水馬龍), 차윤이 반딧불이를 모아 그 빛으로 글을 읽었다는 차윤취형(車胤聚螢), 수레에 싣고 말(斗)로 될 수 있을 정도라는 거재두량(車載斗量), 수레의 말은 살찌고 몸의 의복은 가볍게 차려져 있음을 거가비경(車駕肥輕), 수레와 고기가 없음을 탄식한다는 거어지탄(車魚之歎), 경험이 없는 말로 수레를 끌게 하려면 먼저 다른 말이 끄는 수레 뒤에 매어 따라 다니게 하여 길들여야 한다는 거재마전(車在馬前), 수레바퀴 자국과 말 발자국이라는 거철마적(車轍馬跡) 등에 쓰인다.
▶ 載(재)는 형성문자로 縡(재)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車(거; 수레, 차)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올려 놓는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부수를 제외한 글자 𢦏(재)로 이루어졌다. 수레 위에 물건을 싣다는 뜻을 나타낸다. 용례로는 실어 쌓음을 재적(載積), 도덕적 가치를 실음을 재도(載道), 물건을 쌓아 실은 분량이나 중량을 재량(載量), 물건을 실어 보냄을 재송(載送), 절기가 비로소 따뜻하여 짐을 재양(載陽), 짐작하여 처리함을 재처(載處), 붓을 가지고 감 또는 기록함을 재필(載筆), 차나 배 따위에 실은 짐을 재화(載貨), 실어 올림을 재록(載錄), 석탄을 실음을 재탄(載炭), 물건을 실어 나름을 재운(載運), 태어나려고 함을 재탄(載誕), 재앙을 실어 옴을 재화(載禍), 도를 싣는 그릇이란 뜻의 재도지기(載道之器), 짐을 실을 수 있는 정량을 적재정량(積載定量) 등에 쓰인다.
▶ 斗(두)는 상형문자로 鬥(투)의 속자(俗字), 鬥(투)의 간자(簡字)이다. 물건의 양(量)을 재는 자루가 달린 국자의 모양을 본떴다. 斗(두)는 곡식이나 액체를 되는 분량의 단위를 말한다. 용례로는 온 세상을 두우(斗宇), 험악하게 삐죽삐죽 솟음을 두기(斗起), 벼랑처럼 험준함을 두절(斗絶), 작은 장막을 두장(斗帳), 남을 두둔하여 보호함을 두호(斗護), 곡식을 되질하는 일을 두곡(斗斛), 말과 되를 두승(斗升), 되나 말로 곡식을 되어서 셈을 두량(斗量), 논밭 넓이의 단위를 두락(斗落), 문득이나 왈칵 또는 큰 모양을 두연(斗然), 아주 작은 집을 두옥(斗屋), 적은 녹봉을 두록(斗祿), 한 말 정도의 분량이 되는 술을 두주(斗酒), 산세가 유난스럽고 바다 쪽으로 쑥 내민 형세를 두출(斗出), 말술도 사양하지 아니한다는 두주불사(斗酒不辭), 도량이 좁은 사람이라는 두소지인(斗筲之人), 북두칠성처럼 꺾여 구부러진 모양과 뱀이 기어가듯 꼬불꼬불한 도로나 수류 등의 모양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두절사행(斗折蛇行), 얼마 안 되는 급료를 받기 위하여 관리가 되어 고향을 멀리 떠나 근무한다는 두미관유(斗米官遊) 등에 쓰인다.
▶ 量(량)은 상형문자로 곡물을 넣는 주머니 위에 깔때기를 댄 모양을 본떠 '분량을 되다'의 뜻을 나타낸다. 되는 분량을 헤아리는 데 쓰는 그릇 또는 부피의 단위이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헤아릴 감(勘), 헤아릴 탁(度), 헤아릴 촌(忖), 헤아릴 규(揆), 헤아릴 측(測), 헤아릴 료/요(料)이다. 용례로는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을 양산(量産), 형벌의 양을 정함을 양형(量刑), 양으로 따지는 모양을 양적(量的), 도량이 매우 좁음을 양협(量狹), 헤아려 정함을 양정(量定), 물건의 양을 헤아리는 데 쓰는 기구를 양기(量器), 필요한 수량을 잘 헤아려서 남겨 둠을 양류(量留), 측량에 관한 사무를 양무(量務), 기름이나 술 따위를 되는 데 쓰는 병을 양병(量瓶), 인재의 재능을 헤아려서 그에 알맞게 벼슬을 줌을 양서(量敍), 셈을 잘 헤아려서 알맞게 덞을 양쇄(量殺), 몸에 맞게 옷을 고친다는 양체재의(量體裁衣), 짐을 실을 수 있는 정량을 적재정량(積載定量), 사람의 기량은 깊고 깊어서 헤아리기 어려움을 기욕난량(器欲難量), 식량을 버리고 배를 침몰시킨다는 사량침주(捨量沈舟), 수레에 싣고 말(斗)로 될 수 있을 정도라는 거재두량(車載斗量)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