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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선을 덮친 파도는 거대한 괴물의 아가리 같았다.
파도가 브리지윈도우를 휩쓸고 지나간 후 낚시선이 수면위로 다시 솟구쳐오를 때까지 나는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 순식간에 당한 파도의 위력에 주눅이 들어 죽음의 공포도 느낄 여유가 없었다.
상황판단은 사치였다.
배를 덮친 거대파도가 지나간 후 선실은 난장판이 되었고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같이 동승했던 여승객의 통곡과 아우성이 선실에서 터져 나와 브리지로 쏟아져 들어 왔지만 선장은 그런 소란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당장 또다시 밀려오는 5m나 되는 파도를 타고 넘는 것이 급선무였다.
애드벌룬처럼 부풀어 오른 파도가 선수를 ㄲ자로 덮쳤다.
선장은 파도와 정면으로 맞붙을 생각이 없는지 아니면 경험 없는 탓인지 파도와 대각을 짓도록 키를 급하게 돌렸다.
나는 더 이상 그의 행동을 묵과할 수 없었다.
선장이 쥐고 있는 키를 맞잡았다. 그리고 사력을 다해 선장이 돌리고 있는 좌현방향의 키가 역방향 되도록 반대편으로 힘을 주며 선장 귀에 대고 소리쳤다.
“왜 이래요? 우리 다 죽일 셈이오?”
선장은 팔꿈치로 내 손을 밀쳐내며 자신이 돌리던 키를 좌현으로 계속 돌리기만 했다. 나는 다시 선장의 키를 움켜잡았다.
그 순간 배가 몹시 기울었다.
마치 허리를 얻어맞고 달아나는 너구리처럼 기우뚱거렸다. 그 바람에 나는 중심을 잃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가까스로 벽을 잡고 일어났을 때, 어둑해진 하늘로 치솟는 선수가 브리지윈도 넘어 시야에 들어 왔다.
기가 질렸다.
파도의 위세에 말문이 막힌 내게 선장이 말했다.
“미안혀요. 안 다쳤지라?”
“지금 다치고 안 다치고 가 문제요? 죽느냐 사는 냐 그게 문제지.”
선수를 덮쳐오는 파도를 주시하며 선장이 말했다.
“죽기는 머땜시 죽소? 내가 있는디.”
예견하지 못한 곳에서 튀어나온 스프링처럼 선장의 말 한마디는 내게 커다란 위력이었다.
절박한 민중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지도자의 민중선동과 같은 위력이었다.
선장의 그 짧은 한마디는 혈관에 꽂은 영양제처럼 내 가슴에 성애처럼 엉켜 붙어 있던 불안과 두려움을 일시에 녹였다. 이불처럼 포근했다. 경황없이 조급했던 나를 침착하게 했다.
갑자기 선장이 크게 보였다.
나보다 서너 살 어려 보이는 선장이 고목보다 더 커보였다. 나의 이런 착각은 그에 대한 신뢰였으며 중후한 믿음이었으며 경의로 우화했다.
허지만 한 가지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배를 몰면서 큰소리가 나와요?”
“뭔 말이다요?”
선장이 힐끔 나를 쳐다봤다.
“파도를 정면으로 받아야지 옆구리로 타고 넘으면 위험하잖아?”
움켜쥔 키를 눈으로 가리키며 악천후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선장이 웃었다.
“와땀시, 요게 목숨이 여러개달렸는디 파도를 향해 돌진하면 쓰것소?”
선장의 말을 끊어버리며 내가 언성을 높였다.
“조금 전 그 파도에 배가 안 넘어 간 것만 해도 다행이네?”
선장이 느슨하게 말했다.
“와따 성님도. 배에 대해 쪼매 알기는 아는 갑소. 허지만 말이지라. 삼각파도는 삐딱하게 타야되는 거이란말이오.”
나는 일순간 입을 다물었다.
삼각파도란 용어와 위험성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체험해 본적은 없었는데, 조금 전 배를 덮친 어마어마한 너울파도가 삼각파도인 줄은 몰랐다. 선장의 말에 전신한기를 느꼈다.
그때 선장이 목에 힘을 주며 말했다.
“또 오요!”
선장의 시선을 따라 바라 본 곳에 웬만한 고층아파트 높이의 검은 파도가 선수를 향해 치솟아 올랐다. 비명을 지를 겨를도 없이 커다란 파도는 배를 덮쳤고 선장은 사력을 다해 키를 좌현으로 또 우현으로 미친 듯 돌렸다.
“콰광!”
단숨에 덮친 삼각너울파도를 맞고 엄청난 굉음을 내며 배는 한 마리의 냉동고등어처럼 물속으로 쑤욱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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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러면 모두 다죽었겠슴니다.ㅎ
안타 까워요..
죽었으면 제가 지금 이글 못쓰잖아요?..ㅎ
오늘도 고운 날되세요
세찬 파도 속에서도파도와 싸우는것도 많은선장의 기술이 필요 한거군요
그러나 기술 발휘 하는것도
한계가있군요
결국 파도에 휩싸여 들어 가버렸으니 말입니다
눈이 많이 온다는데 젠틀맨농장 경치 멋질거라 상상해 봅니다.
아름다운 사모님과 오늘은 눈길데이트가 어떠실지요?
선장 들은 기술이 아니라
겸험으로 파도를 이김니다
감사합니다
그렇습니다
선장마다 노하우가 있겠지요.
오늘도 멋진날되세요
어떻게 되었을가 자꾸만 궁금 해 집니다.
파도속에 휘말려 들어 갔으니 말입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허지만 지난 이야기인걸요..ㅎ
눈이 많이 온다는데 눈길운전 조심하시고 너무 너무 아름다운 수요일되세요
파도속으로 밀려 들어갔으니
매우 안타 까운 일입니다.
예보대로 엄청 눈이 내립니다
눈처럼 포근하고 하얀 꿈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