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에어컨 바람에 추웠던지 새벽에 눈을 떠보니
식구들이 전부 이불을 똘똘 말고 있었다..ㅎㅎ
커텐을 여니 새소리가 듣기 좋았다. 어스름 새벽 안개가 살포시 낀 풍경도 참 좋았다.
다들 단잠을 잔건지 그답 꿍시렁 없이 일어나 길을 재촉했다.
'소쇄원'은 보길도의 세연정과 더불어 민간정원으로 아름답기로 이름 높은 곳이어서 잔뜩 기대를 한데다
책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그 정취를 맛봤던지라 새벽부터 가슴이다 설레었다.^^;;
안그래도 여행중에 윤선도의 고택 '녹우당'에 들르질 못한게 얼마나 아쉽던지
그냥 밀어 붙일껄...ㅠㅠ
그래서 더 소쇄원에 집착을...ㅎㅎㅎ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찾아 드는 사람이 별로 없어 고즈넉한 정취를 충분히 맛볼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으슥할 정도로 그늘진 입구로 들어서니 양옆으로 빼곡하게 대숲이 우거져있었다.
소쇄원은 기대 이상이었다.
사진으로만 봐왔는데, 그 이상이었다.
사진속에는 계곡의 깊은 느낌이 덜했는데
말그대로 깊은 계곡을 크게 거스르지 않고
건물을 배치하고 뜰을 만들고 연못을 만든 정원이다.
한국정원의 특징이 인공적인건 최소한으로 줄이고 자연을 그대로
이용해 자연스러움이 특징이라는데
'소쇄원'을 이리저리 둘러보니 그 말의 뜻이 이해가 되었다.
'아~~바로 이런 느낌이구나!!'
대청마루에 걸터 앉은 부자를 카메라에 담을라 하니
작은녀석이 안찍겠다고 자꾸만 얼굴을 돌렸다.
카메라에 잡힌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대청마루에 두 남자가 다리를 탈랑대면서 앉아 있는 폼이라니
이보다 더 여유로울 수가 있게는가 말이다.
화려함으로 치자면야 이보다 좋은곳이 많겠지만
소박하니 자연스럽게 아름다운걸로는 이보다 더 좋을수가 있겠나 싶게
이곳저곳 뜰을 거닐면서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다음에 곱씹는 여행지로 '소쇄원'을 찜해두고 그 시간속에서 빠져 나왔다.
담양은 죽물시장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에 속한다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그리고 대나무 테마공원을 들르기로 했다.
지도를 보니 순창이 곁이라서 [순창으로 가서 먹거리를 좀 사지?]
했는데 망설임없이 바로 차를 돌린다.
'어 그런데 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가 안보이지???'하는데
으어어어억~!!! 순창으로 향하는 길 바로 옆에 그 가로수길이 끝없이 펼쳐져있었다.
[아~~~안돼 안돼..저길로 가야해~~~~~~ㅠㅠㅠㅠㅠㅠ]
반쪽씨 왈
[순창으로 가자며????]
[그래도 저길로 가야지~~~~~~ㅠㅠㅠㅠㅠㅠ]
[그냥 눈으로 보면 돼잖아~~~~~~~]
[안돼~~~~~저기로 가야해~~~~~~~~~ㅠㅠㅠ]
ㅎㅎㅎㅎ
절규를 하니 순창 가는길에 슬쩍 돌아 가로수길 꽁무니는 달렸는데
길모르는 난 속으로 그랬다.
순창들러 담양으로 다시와서 이 길을 달리면 되겄네잉~!!! ^^*
순창민속마을을 가니 전부 고추장 된장집이다..ㅎㅎㅎ
아마도 지원을 아낌없이 했는지 다들 고래등같은 기와집을 지어 놓고
뜰안에는 커다란 항아리들이 가득이고
각종 장아찌와 장류들을 팔고 있었는데
할머니 한분이 대문앞에서 손짓을 하시길래 그곳으로 들어갔다.
집안에는 지하 저장고로 통하는 화물용 엘리베이터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장류와 장아찌를 좀 사는데
느싯느싯한 전라도 사투리가 얼마나 정겹던지...ㅎㅎㅎㅎ
아주 사람속을 살살 녹인다 녹여..^^
순창에 혹시 맛있는 집 있냐 물으니
[순창에 오면 한정식을 먹어야지라~~~~ㅇ 음식은 전북이요 전북~~~]
하면서 종이에 약도를 그려줘가면서 음식점 한곳을 추천해주었다.
식당이름은 이름도 예쁜 청사초롱
입구에 들어서니
잘생긴 사장님이 똑같이 나긋나긋한 전라도 사투리로
[서울서 오셨지요이~ㅇ 장집서 전화 해주데요잉...ㅎㅎㅎ]
ㅎㅎㅎ
도착전에 미리미리 준비해두라고 일렀던 모양이었다.
그집에서 제일 비싼 한정식은 팔천냥짜리
오전이라 음식준비가 덜되었다면서 기다리라 하는데
어떤 음식이 나올려는지 기대가 되었다.
서울서야 팔쳔냥짜리가 별것 없지만 그래도 남도땅인데....한가닥 기대를
문이 열리고 눈알이 튀어 나오도록 한상 떡 벌어지게 차려나왔다.
식구들이 모두 합동으로....[우와~~~~~~@..@]
강진에서의 쓰린 속을 달래기에 충분하게 푸짐하고 맛있는 식사를
단돈 삼만이천냥에...
^...............^V
보는 눈과...먹을 입과...빨빨대고 다닐 다리만 가지고도
아깝다는 생각없이 돈을 쓸수 있었고, 눈쌀을 찌푸릴일 없이 깔끔한 잠자리에
길바닥에 시간을 깔면서 다니는 길막힘도 없이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과
충분히 배불리 먹을수 있는 음식과
충분히 편안하게 쉬면서 다녀온.......여름휴가였다.
출발부터 꼼꼼하게 써내려간 여행가계부도 예산이 남아 있었다.
다음날 출근을 하는데
반쪽씨는 자기만의 휴가를 떠난다고 남은 하루를 애인(낚시가방)을 데리고
총총 나섰다.
* 서쪽을 피해서 가는게 '피서'라고 누가 우스개 소리로 그랬단다.
청개구리처럼 남들 피해가는 서쪽으로 향하니 즐거움이 두배다!!! ^^*
카페 게시글
세상사는 이야기
(3) 고즈넉한 소쇄원을 거닐면서...
노루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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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60
05.08.17 15:51
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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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팔천냥 짜리 한정식 먹으러 가야겠네요 즐거운 여행 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
남도에 가면 음식이 정말 끝내줘요...특히 생선 구이...우리가 오가며 잘 다니는 시골 음식점은 생선을 양념해서 쪄 두었다가 숯불에 구워 주는데...맛이 기가 막혀요.푸른별 배 고파도 참고 참으며 가는집.. 노루귀님~즐거운 여행 이셨군요...
심마니님 소식하시는데 한정식 시키시면 아까우실텐데요.ㅎㅎㅎ 초록별님 그집 꼭 알려주세요.^^ 잘 기억해뒀다 한번 가보게요. 길지만 몇군데는 빼고 쓴거랍니다. 혹여 남도 여행에 도움됄까 싶어 길지만 그냥 끄적끄적 적어봤습니다.
이번 여행으로 팔 다리 허리 쑤시는 건 나으셨는지요...^_^
^^;;; 허리는 여전히 뻐근했지만 여자들이 그나마 손에 물 안대고 다닌것만해도 따봉이었지요.
디카 없슈???.........소쇄원 한 컷 잘라오징...^^*
지인님 까페에 사진 몇컷 올려볼께요. 식구들이 사진 찍는걸 워낙 싫어라해서 사진 몇장 못건졌네요. ㅎㅎㅎ 폴라로이다 하나 사야겄슈~~
폴라거시기는 해상도와 보관면에서 괜찮은지...요즘은 예전에 비해 가격이 거시기해졌다하긴 하는데...ㅎ
이래서 여자랑 말싸움 하면 남자는 한방에 날라간다는게 증명되나보다 ..요리조리바도 조리있게 ...
말싸움 해보실래요???...ㅎㅎㅎㅎ 기억력이 별로라서 여행기라도 꼼꼼하게 적어봤는데, 저도 계속 헷갈리데요. 그나마 몇군데는 빼먹었구요. ㅎㅎㅎ
소쇄원 .다리위에 서있는 여인을 보았는데 ㅋㅋㅋ 흐미하게 나마 보았다는
지금은...서울이여유? 긴 휴가 뒤의 목욜도...쉬시나요... 소쇄처사 양산보의 고즈넉한 정원을 담장을 끼고 함께 걷듯...꿈길입니다...
이런....소식 궁금해 하는 분들 많아요. 어찌 지내시는지요. 염치없어 요번주 목욜은 출근할라구요...^^;;;;
여행후기를 쓰기란 여간 어렵지 않은데 정말로 잘 읽었습니다.
읽기에 길긴 한데...기록을 남겨둬야 겠단 생각에 적어봤어요 담번에 다시한번 가게 되면 빠트려서 아쉬웠던 곳과 다시한번 가고 싶은곳을 기억해 낼려구요. 건강하시지요??
여름 휴가를 맛깔스럽게 보내셨군요......한바퀴 휘~~~~~둘러야 하는디......내는 소쇄원 대금 곡만 좋더라......ㅎ
취향나름이겠지만 전 소쇄원이 참 좋던데요~~~ㅎㅎ
심마니님! 한정식 묵어로갈 번개함 하입시더 초록님 자랑 하시는 생선구이 집도 알아가지고~~~
먹는거에만요???....ㅎㅎㅎㅎ그렇게 따지자면 음식은 서울이 맛난곳이 제일 많지요!!!
음~이런게 공주과 휴가군요.
ㅎㅎㅎ 결혼한 여자에게 가끔 손을 쉬게 해주는 휴가는 필요하답니다. 손을 혹사해서 팔에 병이 났거든요. ^^
휴가는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땀흘린 후 물맛이 좋듯이 열심히 일한 사람은 휴가의 참맛을 알지요..
초롱초롱한 ㅋㅋㅋㅋㅋㅋ 이제야 알았어욤 나 무뎌
순창 감짱아치 정말맛있는데...우리딸 뱃속에 담고 마지막 으로 다녀온여행지가 전주 금산사로 남원으로 순창 그곳이였는데~~새삼 그립네요..ㅎ
아주 조용한 동네였어요. 조용하니 다녀왔답니다.^^
잘 다녀오셨는지요?. 다음 기회되면 소쇄원 비오는날 골라서 한번 가보셔요. 가보시면 이유를 아실껍니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길 넓힌다고 그 나무들을 다 베어버린다는것을 어찌저찌 목숨내걸고 막았다하더군요.. 지난주 담양 그 근처에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