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분 기도 1226. 하느님, 돈하고 남편하고 바꿔 주세요!
(오래 전에 읽은 글입니다만 요즘도 그럴 것 같은 맘이네요)
요세비
결혼 20년 만에 분가를 했습니다.
집이 망해 식구가 함께 살 수 없게 되어 시부모님은 조그마한 집으로 모시고,
저희는 지하 월세 방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저는 지하 방도 좋았습니다.
결혼 20년 만에 처음으로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자 쌀독에 쌀이 비어가고 지갑에는 돈이 떨어졌습니다.
늘 분가를 꿈꾸면서도, 분가라는 것이 몸만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독립이 먼저이어야 함을 모르는 철부지였던 것입니다. 살길이 막막한 저는 남편과 함께 청소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평생을 귀한 몸(?)으로 지낸 남편은 그 일을 견디기 힘들어했습니다.
가기 싫다는 남편을 끌고 일을 다녀오면, 남편은 온몸에 파스를 붙이고 드러누워 끙끙 앓는 소리를 냈습니다. 저는 그런 남편을 이해할 수도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 동안 결혼생활에서의 불만과 합쳐져서 남편에 대한 감정이 폭발 직전이 되었습니다. 기도하려고 하느님 앞에 앉으면 마음에 미움과 분노가 올라와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느님! 제가 하루도 빠짐없이 세끼 밥을 해 바치고
외출 한 번 변변히 못하고 20년 동안 시부모님을 모셨습니다. 그런 저에게 상은 커녕 이러시는 이유가 무언가요?’
그리고는 제 분에 못 이겨 목 놓아 울었습니다. 하느님 앞에 퍼질러 앉아 운 날이 아마 평생을 합쳐 운 날보다 많았을 것입니다. 자존심은 만신창이가 되고, 남편에 대한 미움은 거의 증오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울분에 차여 하느님께 고함을 치며 이런 기도까지 올렸습니다.
‘하느님! 돈하고 제 남편하고 바꿔 주세요.
저는 더 이상 남편 필요 없으니 돈으로 바꿔 주세요’ 라고, 사람이 자기 욕심의 극단으로 가면 어떤 기도인들 못 하겠습니까. 그런데 문득 이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다.”
‘내가 너와 함께 있다.’라니? 머리끝이 쭈뼛해졌습니다.
그러고 나서 정신을 차리니 남편이 보였습니다. 저만 힘들다고, 억울하다고 악을 쓰고 있을 때, 제 남편이 힘들게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을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사실 남편은 결혼 전이나 결혼 후나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변한 것은 제 마음이었지요. 살 만할 때는 남편의 모든 모습이 봐 줄만 했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자 남편의 무능력이 보였습니다. 결국 제 안에서 일어나는 미움과 분노의 원인은 남편이 아니라, 제 안에 있는 악이었습니다.
소리치며 악악거리는 제 옆에,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참고 있는 남편이 있었고, 그 남편 뒤에 하느님이 함께하고 계시다는 깨달음에 이르자, 저 자신이 부끄러워 숨고 싶었습니다.
하느님, 죄송합니다.
첫댓글 몇일 전 라디오에서 들었습니다
우리 남편 좀 바꿔 주세요 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답니다.
엄마 ! 아빠한테서 문자가 왔어.
뭐라고 왔는데?
어,
아들, 수능 잘 봤니? 못쳤다고 걱정하지 말고, 수능 성적이 인생의 성적이 아니야.
최선을 다 했으면 되는 거야. 걱정말고 남은 준비 잘하자~. 화이팅!
아버지가 참 스마트 하시네요. 멋쟁이 아버지시네요~
멋쟁이는 무슨, 우리 아들이 고2에요 고2.
제발 좀 바꿔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