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전지훈련에 참가중인 이순철 감독은 30일 '남의 팀 분위기를 심각하게 망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SK는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감독이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김재현과 관련된 부분이다. 이감독은 팀의 간판타자인 김재현의 재계약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SK의 트레이드 요구 등으로 김재현의 마음을 흔들어 놨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감독은 LG 출신의 SK 프런트가 김재현과도 얘기를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재현 뿐만 아니라 FA 유지현을 편법으로 영입하려고 했던 점도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SK는 LG가 유지현과 FA 계약을 하면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이처럼 최근 LG서 벌어진 여러 가지 사건들이 SK와 얼켜있다. 감독과 불화를 겪은 이상훈을 양현석, 오승준을 받고 SK에 보낸 것도 이감독은 손해보는 트레이드였음을 인정했다. 이감독은 롯데 양상문 감독과 이상훈의 트레이드에 대해 합의했으나 롯데 고위층의 반대로 무산돼 SK에 이상훈을 넘긴 것이기 때문이다.
이감독은 'SK 조범현 감독과 한 차례 통화를 해 일본에서의 연습경기에 대해 논의했다. 다른 얘기는 일본서 만나 하자고 했다'며 '이후 SK쪽에서 여러차례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전화로 얘기하면 서로 싸움밖에 될 것 같지 않다. 나한테 전화를 할 것이 아니라 공개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 정혜정 기자 base92@>
SK는 LG 이순철 감독의 공개사과 요구에 대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SK 최종준 단장은 30일 '여러가지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 이순철 감독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모든 책임을 SK로 돌리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단장은 '유지현은 내야수요원으로 고려한 적이 있고, 지난해말 LG에 '계약후 트레이드' 방안을 타진했을 때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김재현은 분명 LG 소속 선수다. 어느 팀이 뒤에서 현역선수 빼내기 공작을 한단 말인가. 어불성설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재현의 영입가능성에 대해 최단장은 '김재현이 SK를 믿고 계약을 미루고 있다는 말은 너무도 무책임하다. 만약 책임질 수 있는 말이라면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보라. SK는 김재현을 놓고 트레이드 카드를 맞춰본 적도 없다. 구단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사안을 이렇듯 함부로 얘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발끈했다.
또한 '그렇다면 이상훈에게 기타를 치라고 종용한 쪽도 SK란 말인가. 제발 상식선에서 판단해 줬으면 좋겠다. 영입을 원했다면 공작이 아니라 훌륭한 카드를 제시하며 강하게 트레이드를 시도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괌=박재호 기자 jhpark@>
LG와 SK의 '견원지간'은 태생적으로 피할 수 없다.
양구단은 구조적으로도 그라운드 안팎에서 사사건건 충돌할 수 밖에 없었다. 먼저 인적구성. SK의 최종준 단장은 LG의 초창기 멤버다. LG에서 운영부장을 거쳐 단장까지 맡았던 '핵심 브레인' 최종준씨가 작년 SK로 옮기면서 화제가 된 것은 국내프로야구에서 2개 구단을 거치며 단장이 된 첫 사례였기 때문. 그만큼 LG의 선진 운영 및 마케팅 기법은 창단된지 4년 밖에 되지 않은 SK의 노하우로 흡수됐다.
SK 프런트의 또 다른 중축인 민경삼 운영팀장도 LG 출신.
LG의 내야수를 거쳐 매니저, 코치 등 다방면으로 일했던 민경삼씨는 지난 2000년 창단된 SK에 가장 먼저 스카우트된 케이스.
LG는 프런트 뿐만 아니라 그라운드의 전략 전술도 상당 부분 SK에 노출됐다. 김성근 전 LG 감독의 아들로 LG 전략분석팀의 핵심요원인 김정준씨와 노석기씨가 지난 2002년 12월 SK로 말을 갈아 탔기 때문. LG는 이들이 SK로 직장을 옮기자 부랴부랴 기존의 사인체계 등을 바꾸느라 곤욕을 치렀다는 후문이다. 김정준씨의 SK행에는 LG가 지난 2002년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었던 김성근 감독을 중도경질한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SK의 김대진, 서효인, 박종훈 코치 등도 LG의 코칭스태프를 역임했던 인사들로 양팀이 만나면 거북한 기류가 형성된다.
이런 와중에 지난 시즌 초반 불거진 몰래카메라 사건은 양팀의 관계를 악화시킨 결정타였다. 인천 문학구장 외야석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방향이 홈쪽을 향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LG측에서 '사인 훔치기' 용도가 아니냐며 철거를 요구했고, SK는 악의적인 트집잡기라고 반박하는 등 밀고당기는 가운데 양구단의 상처는 봉합될줄 모르고 더욱 깊어만 갔다. < 이백일 기자 maverick@>
LG와 SK의 감정 싸움 중심에는 LG의 프랜차이즈 세 선수가 있다.
시작은 유지현부터다. SK는 FA를 신청한 유지현에 대해 LG측에 계약후 트레이드라는 편법 영입을 요청했었다. 유지현은 지난 29일 우여곡절끝에 LG와 1년 계약했다.
감독과의 불화를 겪은 이상훈의 트레이드에서도 LG는 큰 생채기를 입었다. 팬들로부터 'LG가 이상훈을 버릴려고 계획했었다'는 등의 온갖 비난을 받아가며 헐값에 트레이드 한 팀이 바로 SK였다. 게다가 SK 조범현 감독이 이상훈의 기타연주를 허용한다고 하자 이순철 감독은 '나를 두 번 죽인다'며 선수들의 취미 생활도 허용하지 않는 속좁은 감독으로 비춰진 데 대해서도 기분이 상했었다. 특히 김재현이 각서 파기를 요구하며 재계약이 지지부진하자 LG 이순철 감독이 SK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SK는 한 차례 김재현의 트레이드를 얘기한 것 뿐이라고 했으나 LG 이순철 감독은 '이상훈 트레이드건을 논의할 때도 김재현 트레이드를 요구했었다'며 SK가 뒤에서 김재현의 영입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재현은 '팀을 옮기는 것은 선수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계약 난항을 겪는 것에 대한 SK 관련설을 부인했다. 지난 29일에도 김재현은 구단관계자와 만나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해 LG의 유일한 미계약자로 남게 됐다. < 정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