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1월에 쓴 글이니 벌써 12년 전 일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안현필이란 분의 건강저서 삼위일체 건강법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책의 내용은, 이 분이 실제로 겪었던 경험담을 바탕으로 기록한 건강한 식생활의 관한 것인데, 눈에 띠는 것이 두 가지 있었다.
먼저 다섯 가지 5백 식품을 멀리하라는 것이다. 오백 식품은 흰쌀, 흰밀가루, 정제소금, 정제설탕, 화학조미료이다. 두 번째 육식을 하되, 성장촉진제나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은 것으로 섭취해야한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필자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있었으므로 바로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우선 충북 옥천에서 생명 농법으로 생산된 현미와, 서리테콩, 보리쌀을 섞고 약간의 흰쌀을 가미하였는데, 줄창 부드러운 흰쌀밥에 익숙했던 입맛에는 영 아니었다. 말하자면 입맛엔 좀 거칠었지만, 건강을 위해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달래가면서 먹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식생활을 바꾼 지 달포 가웃 되었을까...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니 온 몸에 두드러기 같은 붉은 반점이 생겼는데, 가렵지는 않았다. 나는 침대에 소위 집 진드기의 소행으로 착각하고, 황급히 소독약을 구입하여 침대 곳곳을 소독하였으나, 별반 효과가 없었으므로 피부과를 찾아 갔다. 피부과 진료 후 받은 처방전으로 인근 약국에 들러 약을 구입하였는데, 평소에 알고 지내던 약사가 조제약봉지를 건네며 이런 말을 하였다. “ 글쎄요, 제 생각엔 피부 관련약이 워낙 독해서, 그렇게 가렵지가 않다면 하루 이틀 더 둬 보는 게 어떨지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약이 독하니 먹지 말고 버텨서 이겨내라. 그러나, 더 도지면 그 책임은 내가 안 진다. 는 얘기다. 말이 고마웠다. 나는 약을 먹지 않고 기다려 보기로 했는데... 정말 이틀이 지난 후 그 증세가 없어져버렸다. 대신 이번에는 그렇게 소화가 잘되던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되질 않았다. 아니, 속이 꽉 찼기 때문에 뭘 먹을 수 가 없었다.
한 끼만 굶어도 헛것이 보일 정도로 허기를 참지 못하는 체질인데, 만 하루를 굶어도 배가 고프질 않은 거였다. 해서 일부러 소화를 돕고자 소화제 복용, 격한 등산, 사우나 땀 빼기, 생 무 먹기 등을 해도 뭘 먹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난데없이 말로만 듣던 치질 증세까지 나타나는 것 아닌가. 이것이 혹, 사람이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절차인가? 라는 모종의 공포감이 들기도 하였다.
마침, 건강관리공단에서 독촉장이 다시 왔다. 의무 검진을 받아야 할 대상인데 계속 응하지 않았으니, 올해는 꼭 지정 병원에 가서 받으라는 거다. 사람이 다 죽게 되었는데 안 갈 수가 있겠는가? 더하여 공짜진료를... 역곡 메디 뭐시기니 라는 동네병원보다 조금 큰 곳에서, 요식행위에 의해 “이상 없음” 검진을 받고, 다음 날 위 내시경 검사를 맨 정신으로 했는데. 아! 그것은 정말, 웬만하면 잘 참는 나도 다시 이 짓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검사결과 위염 증세가 조금 있을 뿐, 이렇다 할 이상은 없다는 것이다.
젊은 의사는 진료 표와 나의 얼굴을 번갈아보면서, 나의 증세를 듣고 진지한 표정( 도무지 자기 상식으론 이해할 수가 없다는...)으로 처방전을 간호원에게 전해 주고는 “ 약 드시고 한 번 더 나와 보시죠.”하였다. 의사가 처방해준 약을 먹어도 상태가 호전되질 않았으므로 불안한 마음에 나는, 큰 병원으로 가서 재진단을 받아야겠다고 마음먹고, 이튿날 부천성모병원 내과를 찾았다.
한참을 기다린 후 담당의와 마주하여 증세의 전후좌우를 상세히 설명하였다. 내 얘기를 다 들은 의사는 지극히 사무적으로 “우선 검사부터 합시다.” 하며 사인한 진료표를 건네 주었다. 진료표를 받은 나는 조심스럽게 의사에게 “검사는 다른 병원에서 다 했는데... 혹시 선생님 경험상 무슨 증상인지 모르시겠습니까?“ 하니 의사는 대뜸 ”아니! 내가 무슨 점쟁이라도 됩니까!“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어 나에게 화풀이라도 하듯 언성을 높이면서 이렇게 말하는 거였다. 당황한 나는 의사 말에 순응하여 검사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갈 것인가, 를 염두에 두고 잠시 머뭇한 후 후자를 택하기로 하고, " 아니! 꼭 점쟁이라야 됩니까?" 라고 대꾸하고는, 들고 있던 진료표를 확 찢으면서 “ 진료 취소하겠습니다.”하였다. 뜨악한 의사와 엉거주춤한 간호원을 뒤로하고 나오는데, 삼 일여를 굶은 내가 어찌하여 그런 힘과 성질머리가 남아있는지 나 스스로도 희안하게 생각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병원이 나의 증세에 큰 도움을 주진 못하겠다고 판단하고, 아침저녁으로 흰쌀 죽을 조금씩 삼키면서, 누가 가르쳐준 치질 자가 치료에 들어갔다. 수시로 난로에 어른주먹 만한 차돌을 덥혀, 그곳에 갖다 대는거다. 그러나 좀처럼 개선되는 것 같질 않았다. 그리고 일상생활은 힘이 조금 없을 뿐 큰 지장은 없고, 오히려 머릿속은 훨씬 맑아지는 듯하였다.
증세가 시작된 후 일주일여가 지나면서, 눈에 띠게 수척해진 나는 비로소 정상식사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예전보다 양이 반 정도 줄어든 것 말고는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얼마가 지난 후 몸도 다시 살이 올라, 전의 모습을 되찾고 돌이켜보니 식단을 바꾼 이른바 명현현상을 가지고 호들갑을 떤 것이었다. 나는 이 일을 겪은 후, 왼쪽다리 장해가 있는 내가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마라톤에 도전하여 10킬로 3회, 하프 2회를 소화했다. 몸이 가벼워지고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회원 여러분에게 한번쯤 실행을 권하면서 여러분 건강에 일말의 도움이라도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누군가 명예나 재산보다도 건강을 잃으면 모두를 잃는 거라 하지 않았던가...
첫댓글
"들고 있던 진료표를 확 찢으면서 ..."
저도 다음에 불친절한 의사 만나면
써먹겠습니다 .. ㅋ
(안현필씨가 빨간기본영어 책 만드신 분 아닌가요?)
ㅎㅎㅎ 에라이~~
맞아요. 삼위일체 기본영어... 종로학원... 150세론주장... 영어교육학자에서 자연건강지킴이로 변신했단 분이시죠.
심송님 건강관리 철저하게 잘 지키시네요..
먹거리의 중요함을 한번 더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경험인데요 현미를 어떻게 먹느냐가 아주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