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 중 '승천'. 한국의 산 위로 갓 쓰고 도포 입은 예수가 승천하는 모습을 그렸다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 연작 중 '예수의 탄생'. 누런 한우가 아기 예수를 보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운보 김기창의 '예수의 생애' 연작 중 '요한에게 세례 받으시다'. 세례 요한이 표주박으로 요단강 물을 떠서 예수에게 세례를 주고 있다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 연작 중 '사탄에게 시험받으시다'. 사탄을 도깨비로 묘사하고 광야의 벼랑이 아닌 우리 산하의 바위로 묘사했다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 연작 중 '탕자 돌아오다'. 주변의 풀까지 말라붙은 모습을 통해 노심초사한 부모의 심정을 그렸다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 연작 중 '예루살렘 입성'. 예루살렘 성문을 숭례문처럼 묘사했다
지난 2017년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특별전에 초대돼 전시된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 연작
머리카락을 땋은 처녀에게 에밀레종 비천상(飛天像)의 선녀 같은 천사가 태중에 예수를 가졌음을 알려줍니다. 아기 예수가 태어난 마구간엔 누런 한우도 있습니다. 헤롯왕이 아기 예수를 죽이기 위해 어린이를 학살하는 장면에선 ‘포졸’들이 등장합니다. 세례 요한은 표주박으로 요단강 물을 떠서 예수에게 세례를 줍니다. 광야에서 갓을 쓴 예수를 유혹하는 사탄은 도깨비 모습입니다.
이 그림들은 한국화의 대가 운보 김기창(金基昶·1913~2001) 화백의 ‘예수의 생애’ 연작 작품들입니다. 운보의 이 연작은 유명하지요.
그런 그가 ‘예수의 생애’를 그림 30점으로 그렸습니다. 수태고지(受胎告知)부터 승천(昇天)까지 예수의 생애 주요 장면을 비단에 담았습니다. 이 연작을 그린 시기(1952~1953)도 중요합니다. 6·25 전쟁 때입니다. 당시 운보는 전북 군산 처가로 피란을 내려갔다가 미국 선교사의 권유로 예수의 생애를 그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쟁의 고통 속에서 예수의 일생을 떠올렸던 것이지요.
운보는 예수를 한복 입은 사람으로 묘사하고 신약의 무대를 한국의 익숙한 풍경으로 묘사했습니다. 갓 쓰고 한복 입은 예수가 색동옷 입은 어린이들과 만나는 것이지요. 운보는 예수의 생애를 2000년 전, 저 멀리 이스라엘 땅이 아니라 바로 우리를 구하기 위해 오신 분의 삶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운보는 1978년 ‘나의 심혼을 바친 갓 쓴 예수의 일대기’란 글에서 이 연작을 그리게 된 동기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손을 잡고 교회의 유년 주일학교를 다녔었다. 나는 가끔 미국에서 발행된 예수를 그린 예쁜 카드를 선물받았다.
그때 나는 어린 마음에도 그런 그림을 그려 보고 싶은 충동을 받았다. 나는 그때의 충동을 30여 년 만에 실현시켰다. 나는 네 복음서를 놓고 연구하면서 고심 끝에 29장면의 하도(下圖)를 완성했다.”
그는 당시 예수의 용모에 고심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운보는 ‘범세계적 인물’이면서 ‘세계의 모든 사람, 계급도 없고 남녀 노소 모두에게 정신적 의지가 될 수 있는 인물상’을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는 뜻입니다.
그는 또 캐나다 출신 게일 목사에 의해1895년 번역 출간된 ‘천로역정’의 삽화를 참고했다고 합니다. 천로역정의 삽화는 원산의 무명화가가 맡았는데, 풍속화풍으로 판화로 만들었답니다. 그 삽화에서 천당은 남대문과 같은 누각으로, 천사는 선녀로 묘사했답니다.
운보의 그림에서 예수가 입성하는 예루살렘성이 남대문 같은 모습을 한 것이나, 마리아에게 수태를 알리는 천사가 선녀로 묘사된 것은 그런 까닭인 것입니다.
운보는 “나는 이 ‘예수의 생애’를 통해 우리 한국인들의 자기 체험을 접근시키려고 노력했다”고 했습니다.
원래 29점이었던 연작은 한 독일인 선교사가 ‘부활 기념 카드’에 쓸 그림을 부탁해서 ‘부활’이 추가되면서 총 30점으로 완성됐지요.
운보의 ‘예수의 생애’ 연작은 지난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특별전에도 초대받았습니다.
당시 저는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 현장을 취재하다가 이 전시도 보았습니다. 전시장 벽을 가득 채운 갓 쓴 예수의 일생을 그린 성화(聖畵)를 서양 사람들이 흥미롭게 보던 시선이 기억납니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relion-academia/2023/09/20/PRFDMNB2QNE73NLOJEBQNB7CAQ/
첫댓글 좋은 그림을 올려주신 집사님께 "고밉습니다"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여기서 글로 뵈오니 반갑습니다. 예배당에서 뵈올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