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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밀푀유처럼 [밀푀유 케이크] Mille feuilles 도서관에서 강연하는 날, 장소와 교통편은 미리 파악해 뒀다. 내 유일한 재능인 성실함으로 자료는 이미 이틀 전에 보내 놨다. '허둥지둥의 신'이 이런 하루는 재미없다고 여긴 걸까? 그는 내게 '방 문 모서리에 부딪혀 뒤꿈치가 까일 것.'이라는 저주를 걸었고, 지혈이 잘 되지 않도록 애를 먹었다. 걷기 불편해 택시를 탔지만 매번 코앞에 서 신호를 놓치기 일쑤였다. 하루의 흐름이 조금씩 어긋나고 있었다. 늦지는 않았지만 예상과 다른 현장 분위기에 잠시 주눅 들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은 무척 어렵다. 이럴 때 면 속으로 '나는 프로다. 나는 프로다………' 하며 주문을 왼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던진 농담에 웃는 이가 드물 때도 그렇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문화 자본'을 언급한 시점부터는 다들 지루했는지 교감이 끊겼다. 묵묵히 설명을 이어 나갔지만 공감대를 형성하진 못했다. 식어 빠진 맨밥 같은 강연을 끝내고 속상한 마음에 성곽 길을 털털거리며 내려갔다. 그런데 아무리 걸어도 역이 나오지 않았다! 작은 불행이 밀푀유(파이에 크림과 과일 등을 얹어 겹겹이 쌓아 올린 빵)처럼 쌓이자 웃음밖에 나지 않았다. '오늘은 바보의 날인가? 일도 망치고,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 네.' 웃지 못할 상황에 웃으니 되레 마음이 가벼워졌다. 성곽이 쭉 이 어진 아름다운 길이 그제야 보였다. 울기에는 애매한 불행이 떠밀려 오는 날에도 분명 좋은 부분이 한 조각쯤은 있다. 이런 날은 곧장 집으로 돌아간다. 더운물에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밥 을 든든하게 먹는다. 큰일이 없었기에 다행이라 여긴다. 깊이 호흡하며 복잡한 생각을 털어 내고 눈을 감는다. 감정이 시시각각 바뀌듯 우리 를 둘러싼 운도 돌고 돈다. 운이 나쁜 날 다음에는 좋은 날 차례다. 신미경 |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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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다녀가신 고운 걸음
감사합니다~
보람차고
행복 가득한
주말보내세요
동트는아침 님 ~!
인간관계에서 나쁜 감정이 밀푀유처럼
켜켜이 쌓이면 해결 못 할 일이 생깁니다
그때그때 옳고 그름을 따지고, 풀어야겠지요!
반갑습니다
정읍 ↑ 신사 님 !
다녀가신 걸음
고은 멘트 감사합니다~
마음이란 게
시시각각 바뀌니
그냥 내버려둡니다~ㅎ
오늘 하루도
활기차고 웃음으로
가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