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대응, 미 재무부 시행령 개정 과정에 집중해야”
무협 ‘제1회 글로벌 통상포럼’ 개최
EU의 유사제도 도입 여지에도 주목
▲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워싱턴지부장은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 이상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큰 치적으로 내세웠던 IRA 법률 자체의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오는 12월 3일까지 진행되는 IRA 2차 의견수렴 과정에 업계와 정부의 핵심적 의견제출 등 대응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사진은 16일 밤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제1회 글로벌 통상 포럼’이 진행 중인 모습.
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함에 따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전면 개정 가능성이 줄어든 가운데 미 재무부 시행령 개정에 아웃리치 활동 등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전지산업협회와 공동으로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11월 16일 미국과 유럽 현지를 연결해 ‘제1회 글로벌 통상포럼’을 개최하고 미국 중간선거 결과와 IRA의 향방과 이에 대한 대응책을 이처럼 논의했다고 밝혔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IRA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미국 내에서도 IRA 추진에 대해 일부 비판적 여론이 있고, 지난 13일 프놈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기업들의 기여를 고려해 양국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만큼 IRA 시행령 마련 시 개선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부분의 전기동력차 제조사들이 단기에 IRA의 미국 내 생산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보다 긴 호흡으로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며 “IRA는 전기동력차 세제 지원 외에도 풍력,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및 인프라 확충 관련 다양한 예산사업과 혜택 제공이 있으므로 우리 기업들로서는 이를 잘 활용해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의회 설득 노력은 지속해가되 우리로서는 재무부에서 발표 예정인 IRA 시행령에 우리 기업의 이익이 반영되도록 노력을 집중해가야 할 것”이라며 “선거 이후에는 분위기가 다소 유연해진 만큼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창의적 해결책 마련과 제시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그는 “미 재무부의 IRA 시행령 마련 시, 특히 보조금 지급을 위한 현지생산 요건과 관련해서는 상무부, 무역대표부(USTR), 관세청 등 다른 부처와의 협업이 불가피한 만큼 우리로서는 재무부뿐만 아니라 이들 부처에서도 우리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아웃리치 활동을 강화해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IRA 보조금 지급 조건 중 배터리 원자재 조건을 만족하는 기업은 내년에도 거의 없을 전망이며 따라서 7500달러의 보조금 중 3750달러의 혜택을 누리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라며 “또 다른 조건인 배터리 소재 조건 만족 기업도 미국 내 생산기반 구축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인 점을 감안하는 경우 또 다른 3750달러의 혜택을 보는 전기차 모델도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빛나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장은 “유럽연합(EU)은 지난 11월 4일, IRA의 보조금 기준이 세계무역기구(WTO) 내국민대우 조항을 위반한 수입대체보조금에 해당하며, 시장 왜곡, 다자무역 위협, 보호주의와 차별적 조치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미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은 IRA가 미국으로 생산기지 이전을 목적으로 한 시장 왜곡 조치로 EU 경제와 산업에 피해를 미치고 EU 기업들의 탈EU 추세를 부추긴다고 비판하며 ‘바이 유러피언’ 법(Buy European Act) 등 EU 공동의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국과 EU는 구체적인 해법 마련을 위해 지난 10월 14일 이후 ‘EU-US IRA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작업 중이며, 이를 통해 12월 개최될 미-EU 무역기술위원회(TTC)에서 합의안이 도출될 가능성도 있어 이 결과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EU는 반도체법안, 배터리법안 등을 통해 EU 역내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고, 역내 안정적 원자재 공급망 구축을 위해 내년 초 원자재법안을 발표할 예정으로, 미국 IRA의 현지생산 요건이나 국내조달 요건 등이 동 법안 기초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운영위원장은 “미국 내 전기차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산 전기차 수출은 IRA가 본격 시행되는 내년부터는 차질 발생이 불가피할 것이며 국내 1만3000여 자동차부품 업체도 어려움에 처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과 독일, 일본의 일부 업체들이 미국 현지생산으로 일부 보조금 수혜를 받고 우리 업체들은 받지 못하는 경우, 가격경쟁력 저하가 예상된다”며 미국 기업평균연비규제(CAFE)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현지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규정으로 인해 우리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부회장은 “미국의 전기자동차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한국 배터리 기업이 꼭 필요한 만큼 배터리 광물 및 구성부품 요건에 대한 유예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심광물 요건 충족 대상국 확대를 위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외에도 인도네시아 등 핵심광물 부존량이 높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잠재회원국까지 기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에 투자한 우리 배터리 제조기업들의 경우 현지 인력 부족과 제련시설의 중국 소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미국 내 제련시설을 확충해야 하지만, 관련 환경규제가 부담”이라고 호소했다. IRA 관련 우리 정부 교섭에서는 ▷광물 요건 충족 대상국을 인도네시아 등으로 확대 ▷미국 내 제련시설 확충을 위한 환경규제 완화 ▷배터리 소재나 원자재 가공 관련 인력확충과 훈련을 위한 한국인 기술자 활용 허용 ▷전문직 비자(E4) 쿼터 개정이 조속히 성사되도록 교섭 강화 등을 요구했다.
한편 그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북미 투자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수산화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핵심광물의 다국적 확보 계획도 구체화되는 만큼 미래 시장 진출 확대도 기대된다”고 언급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IRA와 관련해 “폐지 또는 전면 개정 가능성은 줄어든 것으로 판단되나 EU와 일본에서도 우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점을 감안해 미 의회와 정부 대상 민관 아웃리치 활동을 강화하는 등 IRA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12월까지 재무부 등 미국 행정부에 대한 아웃리치에 상대적으로 집중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주장해온 ‘법 적용 3년 유예’를 강력히 요구해가면서도, 배터리 광물 요건 중 대상 국가의 확대, 미국 내 배터리 제조기반 구축 원활화, 제련시설확충을 위한 환경규제 완화, 한국인 활용 허용 확대 등도 함께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