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는 하지만, 지난주의 한국-아르헨티나 축구시합에서 보듯이, 둘 사이에 현격한 능력의 차이가 있을 때는 그것이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인간과 암 사이의 전쟁에서도 아직은 그와 마찬가지일 것 같다.
아무리, 자기가 앓고 있는 암에 대해서 잘 안다 해도, 그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그 지식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다만, 환자가 자기의 지병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그때그때의 상황에 적절히 대처를 할 수 있는 만큼 아무래도, 좀 더 오래 살고 좀 더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는 크게 보탬이 되리라.
어제 날짜(음력)로 환갑을 맞은 나는 지금 혈액암에 걸려 투병 중에 있다.
통계청 암 발생률 통계자료에 의하면 2005년, 백혈병 발생건수는 2,289명(10만명당 4.7명)이고, 림프종, 골수종 등의 혈액암을 포함하면 6,152명으로, 유방암 다음으로 높다.
전에는 이 혈액암이 아주 치명적인 병으로 간주되었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치료방법이 개발되어 잔여수명이 크게 늘어났으며 일부는 완치까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혈액암의 치료방법은 화학항암이 대종을 이루고 있는데 아종에 따라 혹은, 예후를 분류하는 기준에 따라, 그 완치율은 10~90 %로 다양하다.
또, 화학항암의 효과가 미미하거나 재발을 하게 되면 마지막으로,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게 되는데 아직은 그 예후가 기대만큼 좋은 편은 아니라는 평이다.
더구나 그 중의 일부는 골수이식 전, 먼저 받게 되는 관해요법, 공고요법에서, 완전관해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항암제 투여에 따른 합병증(패혈증, 출혈, 쇼크 등)으로 사망할 위험도 상당하다.
나는 혈액암 중에서도 림프종 환자에 속한다.
림프종은 면역체계의 세포인 림프구와 관련되어 발생하는 암으로, 비정상적인 세포가 증식하여 림프절이나 비장과 같은 장기의 림프조직에 집결하며 이들 세포가 계속 증식하면 덩어리를 이루는데 이것이 바로 종양이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림프구는 원발소(림프절)에서 다른 림프절로 이동하거나 림프계를 따라 먼 곳의 다른 장기로 전이된다.
림프종은 크게, 호지킨 림프종과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구분한다.
내가 속한 비호지킨 림프종은 면역세포 중에서 B세포나 혹은 T세포에서 발생되는데, 호지킨보다는 비호지킨 림프종이, B 세포 림프종보다는 T 세포 림프종이 예후가 더 나쁜 편이다.
나는 그중 B 세포 림프종에 속한다.
이러한 비호지킨 림프종은 다시, 수십 가지 유형으로 세분화된다.
각 유형마다 병의 진행 양상과 증상이 다르며 치료방법에 따른 반응도 각기, 달리 나오고 또, 치료 결과도 다 달라진다.
이는 또, 고위험도 림프종과 저위험도(지연성) 림프종 환자로 구분이 되는데 나는 그 후자 쪽이다.
지연성 림프종 속에도 여러 종류의 아형이 있으며 나의 경우는 ‘소 세포 림프구성 종양(Small Cell Lymphoid Neoplasms)의 한 아종에 속한다.
이 소 림프구성 세포 림프종은 다시, 만성림프구성 백혈병/소림프구성 림프종[Chronic lymphocytic leukemia (CLL) / small lymphocytic lymphoma (SLL)], 외투세포림프종 [Mantle cell lymphoma (MCL)], 여포림프종(follicular lymphoma), 변연부 림프종[marginal zone lymphoma (MZL)], 림프구형 질세포성 림프종/거대글로블린혈증 [Lymphoplasmacytic lymphoma (LDL) / Waldenstrom macroglobulinemia(WM)] 등으로 나뉜다.
이들은 모두, 면역세포가 분화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결함이 있는 B 림프구가 미성숙된 상태로 계속, 단클론성 증식을 하면서 종괴를 형성하는 것이다.
소 림프구성 세포 림프종의 일종인 변연부 B세포 림프종 (Marginal zone B cell lymphoma)은 다시, 점막 관련 림프조직의 변연부 B 세포 림프종(Extranodal marginal zone B cell lymphoma of mucosa-associated lymphoid tissue, MALT lymphoma)와 비장 변연부 림프종(Splenic marginal zone lymphoma(SMZL)) 및 림프절 변연부 림프종[Nodal marginal zone lymphoma(NMZL)]의 3 아종(subtype)으로 세분된다.
그 중에서, 가장 악성인 암이 바로, 림프절 변연부 림프종[Nodal marginal zone lymphoma(NMZL)]으로서, 혈액종양과 주치의가 내가 앓고 있는 혈액암에 붙여준 병명이기도 하다.
림프절에 원발하는 변연부/단구양 B 세포 림프종은 단구양 종양 세포나 소 림프구가 림프동, 혈관 또는 여포 주변으로 침범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또, 점막 관련 림프 조직에서 발생하는 변연부 B 세포 림프종과 형태학적, 면역 화학적으로 동일하여 점막의 변연부 B 세포 림프종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세포기원의 종양으로, 저분화 점막 관련 림프 조직형(low-grade MALT type) 림프종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림프절 여포의 변연부에 위치하고 있는 IgM 양성, IgD 음성인 B 세포에서 기원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문헌들에 의하면 원발성 림프절 변연부 B-세포 림프종은 전체 비호지킨 림프종들 중에서 약 1.8%로, 매우 낮은 발생빈도를 보이며 이들 중, 약 20 %가 고등급 림프종으로 형질전환이 되었다고 하였다.
림프절 변연부 B 세포 림프종은 일반적으로, 매우 느리게 진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항암제에 대한 반응도 좋아서 비교적 쉽게 관해가 되는 편이라고 한다.
반면에 재발이 잦고 근치가 안 되어, 비교적 오래 살 수 있는 다른 변연부 B세포 림프종과는 달리, 평균 잔여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여러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화학항암(표준치료)에 대한 반응유지기간이 평균(중앙값) 29 개월이고, 발병 후 3~7년 만에 발견되어 평균 5년여를 투병하다가 사망한다고 하므로 결국, 발병 후 잔여수명은 8~12년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투병 중의 적극적인 치료가 잔여수명 연장에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며 휴식기(항암제 반응 유지기간 등) 중의 재발방지를 위한 추가적인 공고요법 등도 역시,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택한 임상시험(2상)도 다른 림프종에서는 이미 보편화 된, 기존 화학항암제와 리툭시맵의 병용요법이었는데, 그 기대효과라는 것이 고작, 일차치료 종결 이후 재발되는 시기까지의 기간 즉, 항암제의 반응유지기간을 평균 29 개월에서 35 개월로, 6 개월 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첫댓글 병을 알고 대처하는 방법부터 찾아야 겠습니다.
힘든 투병에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고 병을 알고 대처하시면 좋은 결과있으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