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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남 알프스 산행 3일째; 키타다케 산장~후타마다(二保,2209)~히로가와~아시야스
2013년 8월31일 토요일 흐리다 맑아짐
오늘은 산행 둘쨋날로 이곳 산장을 출발하여 아이노다께(間의岳, 3189)~노우토리다케(農鳥岳,3026)를 거
처 다이몬자와고야(大門澤小屋, 1673)까지 가서 마지막 밤을 그곳에서 보낼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산장을
고야(小屋)이라고 하는 것 같다.
지난 밤에는 8시에 소등하자 말자 잠자리에 들었다. 12시나 되었을까..., 잠이 깨었는 데..., 주위에서 코고는
소리가 요란하다. 모두 나이가 있다보니 호흡기관의 탄력이 떨어진 탓에 너나 할 것없이 코골이가 된 것 같
다. 창문에 부딫치는 바람 소리가 요란하다. 산장이 흔들릴 정도로 돌풍이 불어댄다. 그나저나 날이 새면 괜
찮아야 할텐 데..., 다시 잠 들었다가 눈을 뜨니 3시반..., 5시에 기상하기로 되어 있으니 붐비기 전에 화장실
에 미리 다녀 와야겠다. 다행히 이른 시간임에도 볼 일을 볼 수 있었다. 생리현상도 상황에 적응을 하는가
보다. 산장 밖으로 나와 혹시나 하고 하늘을 처바 봤지만 역시 별은 보이지 않는다.
다시 자리에 누워 뒤척거리는데..., 옆에 자던 무주공산 남 산꾼이 유리창을 통하여 셧터를 눌러댄다. 무슨
일인가 보았더니, 어둠속에 후지산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게 아닌가!
옆 방으로 갔더니 벌써 친구 둘이 창가에 서서 후지산을 감상하고 있다. 창문을 열고 후지산을 카메라에 담
았다.
[후지산]
[기타다케 산장의 아침...]
[일출]
다시 밖으로 나왔더니 일본 남알프스 山群산군들이 운무 속을 들락날락 변화 무상하다. 그러나 밤새도록 창문을 흔들어 대던 기세 좋던 바람은 약해져 있고 날씨도 그리 춥지 않다. 종옥이가 갖고 온 온도계에 의하면 어제 기타다께 정상의 온도가 10도 였다고 한다. 체감 온도는 더 떨어져, 나는 손가락이 노출되는 장갑을 낀대다 비로 흡뻑 젖기까지 했으니 손이 약간 시릴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은 날씨가 그런대로 괜찮아 다행이다.
방에 들어 왔더니 김대장이 "태풍이 소멸 되었다고 합니다. 일정대로 5시반에 식사하고 6시20분에 계획대
로 출발합니다" 라고 하여 모두들 안도 한다.
[짐을 대충 챙겨 놓고...]
[아침 식사]
식당으로 내려 갔더니, 이 산장까지 헬기로 부식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인지 아침식사는 이와노조칸 호텔에 비하여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먹을만하다. 식사를 끝내고 도시락도 하나씩 챙긴다.
[벽에 걸린 남 알프스...]
식당 벽에는 기타다케에서 이곳 산장을 거처 오늘 갈 아이노다케~노우토리다케까지, 남 알프스 종주 코스의 겨울 사진이 기다랗게 붙어 있다.
[출정 준비...]
출정준비를 하고 산장 입구에 섰다.
[산행 채비는 끝났는데...]
그런데..., 운무가 점점 심해져서 시계가 좁아진다. 김대장이 비옷을 미리 입으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 비는 오지 않기에 나는 어제처럼 상의만 바람막이를 입었다. 그러나 셔츠와 바지는 조금 더 두꺼운 것으로 갈아 입었다.
[산행을 나섰다가..., 바로 산장으로 후퇴...]
산장을 떠나 능선에 올라서니 비는 오지 않으나 세찬 바람이 몰아친다. 바람이 워낙 거세게 불어 서 있기 조
차 어렵고 스틱을 내 미는 데, 스틱이 바람에 날려 엉뚱한 곳에 착지된다. 더구나 스타갓토로 강풍이 몰아치니 발을 내딛기가 어렵다.
나는 백두대간 종주시 미시령을 지날 때가 생각났다. 그날 아침, 인제쪽에서 속초쪽으로 부는 바람이 어떻게 세던지 내몸이 날라 갈 것만 같아 거의 기어가다시피 미시령을 통과했다.
겨우 5~6분이 경과했을까, 앞서가던 김대장이 후퇴 명령을 내리고, 우리는 산장으로 철수 한다.
[키타다케 산장에 있는 지도...]
산장에 철수해 있는 동안 김대장이 바빠 졌다. 산행은 계획대로 되는 것이 제일 좋다. 스케쥴이 틀어 지면
숙소나 차량 이용계획이 틀어지니 취소 할 건 취소하고 또 새로 예약 할 건 예약 하고 가이드가 바빠지게
마련이다. 50여분 산장에 머무르다 출발지점인 히로가와라로 돌아 가는 것으로 정해 졌다. 모두들 비바람
에 내몰리는 것 보다 하산 하는 게 좋겠다는 표정이다. 그래도 능선까지 올라 강풍을 몸소 체험한 탓으로 스
케쥴 변경에 따른 불만을 나타내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하산 하더라도 어제 왔던 길로 가면 강풍은 마찬가지 일터..., 다행히 능선을 피해 하산하는 루트를
찾아 냈다. 지도에서 붉은 선은 어제 왔던 길, 파란 선이 지금 내려 갈 하산로 이고 참고로 원래 계획은 붉은
점선을 따라 다이몬자와 산장까지 가려고 하였다.
[산장을 떠나는 산꾼들...]
7시20분 산장을 떠난다. 악천후를 체험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태풍이 소멸 되
었다는 데 왠 강풍이? 고산지대 일기는 정영 알 수 없단 말인가? 산요회 해외산행 역사상 스케쥴 변경은 처
음이라고 한다.
[안녕! 기타다케 산장... ]
종옥이가 제일 아쉬운지 제일 늦게 산장과 이별한다.
[땅바닥에 드러누은 잣나무 사이로...]
예상대로 능선을 벗어나 있어 바람은 잦아들고....
[계곡]
우측으로 언뜻 언뜻 나타나는 계곡에는 햇살까지 보인다.
[산행 중단이 몹시 아쉬운 종옥...]
[지도에 있듯이 1시간 10분간은 오르막....]
[에델바이스...]
기타다케 산 주변에 에델바이스가 많이 보인다. 나는 십수년전, 1996년으로 기억 하는데, 융프라우에 갔을
때, 그 곳에도 에델바이스가 있었는데.., 이곳이 훨씬 더 많은 듯하다. 그때 융프라우 매점에서 스위스 아가
씨가 건조된 에델바이스 한송이를 건네주며 지갑에 넣고 다니면 행운이 온다고 했는데..., 그만 국내에서 그 지갑을 통째로 잃어 버려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야생화]
대원이 사진을 보더니 보라색 꽃은 투구 꽃이라고 한다.
[개이기 시작하고...]
[분기점]
산장에서 50분 왔고, 다음 분기점[八本齒]까지는 20분이 남았다. 일본 산꾼 하나가 기타다케 정상에서 내
려오고 있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40분 거리...
[八本齒 능선...]
앞에 팔본치 능선이 칼날처럼 뻗어 있고 주봉이 가파르게 솟아 있다. 우리는 주봉에 오르기 직전 왼쪽으로
내려간다.
[능선을 떠나기 전에 후지산을 뒤에 세우고...]
[능선을 떠나 계곡으로...]
[히로가와라로...]
멀리 계곡 끝에 히로가와라가 보인다. 여기 고도가 2500정도이니 1000정도 내려가야 한다.
[휴식...]
잠시 쉬어 간다. 산행 방식에 개혁이 시작된 지점이다. 그동안 오르막이던 내리막이던 가다 서다를 반복하
며 산행해 왔다. 나는 50분 산행하고 10분 쉬더라도 어느 정도 페이스가 맞아야 하는 데..., 대장 명령에 따
라야 하고 대장은 할매들 보조 맞추고..., 지금까지 산행 맛이 반감되어 왔다. 그래서 희태가 김대장 한테 양
해를 구했는지 어쨌는지, 휴식 이후에는 숨통이 트였다.
[빙하 골짜기에...]
산행체증이 풀리자, 영달이, 희태, 태건이와 함께 시원하게 앞으로 내 닫는다. 모두들 깝깝했으리라. 그러나
다른 친구들은 뒤따를 줄 알았는데 따라오지 않는다. 빙하 가까이 왔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영달이는 빙하
라하고 태건이는 석회석이다 하고 티격태격 했다는 데 결과는 영달이가 판정승..., 그래서 태건이 왈 '오늘
은 왠일인지 영달이 말이 거의 맞다'고 너스레를 떤다.
[빙하의 두깨...]
[뒤따르는 팀...]
[네명이 거총하여 빙하를 조금 얇게 해놓고...]
[산꾼들과 교차하며...]
[후타마타(二保, 2209)]
일본 산꾼들이 쉬고 있다. 여기서 가타노고야를 거처 어제 올랐던 등로로 기타다케 정상[北岳頂上, 3193]
으로 갈 수도 있다.
일본에서 야마[山]는 산을 총칭 하는 말이고 높은 산은 다케[岳]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악[嶽]자가 붙
은 산은 육산과 대비해서 암[巖]산을 일컫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귀...]
[휴식...]
잠시 휴식하다가 무주공산팀을 보내고 봉연이 까지 와서 다시 조금 더 내려 가다, 11시40분에 점심 식사를
한다. 기타다케 산장 도시락이 이와노조칸 것보다 더 나았다. 오늘 저녁 다이몬자와 산장에서 먹으려고 가
저온 밑 반찬까지 꺼내서 맛있게 점심을 먹는다. 태건는 술이 없어 밥이 소태처럼 쓰다고 투덜댄다. 내가 갖
고 갔던 소주는 계곡으로 내리기 전에 이미 바닥이 났다.
[갈림길...]
어제 아침에 지나 갔던 갈림길에 닿았다. 여기서 어제 아침 우측으로 올라 갔다가 지금 좌측 골짜기로 내려
왔다. 이제 곧 출렁다리를 건너면 히로가와라-
[안내판...]
출렁다리를 건너 다시 안내판 앞에 섰다. 오른 길은 빨강, 내린길이 파랑, 가지 못한 길이 노랑이다.
[내려온 계곡을 처다보니 아득히 빙하가 보이고...]
[히로가와를 떠나며...]
이번 남 알프스 산행은 기상악화로 남 알프스의 주봉이며, 일본에서 후지산[富士山, 3776]다음인 제2봉에
자리메김하고 있는 기타다케[北岳, 3193]를 등정 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래도 악천후 속에 까다로운 너덜
길을 참가자 전원이 무사히 끝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 한다. 오늘은 약 10km를 5시간 걸어 내려 왔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점보 택시를 타고 이와 노조칸에 도착한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생일을 맞은 찬수가
시원한 맥주를 한 캔씩 돌려 갈증을 풀어 준다. "찬수야 고맙다, 기타다케 정기를 받아 부부 금슬 좋고 만수
무강 하그래이..."
[이와노조칸에...]
[아껴 두었던 발렌타인을 로얄살루트에 옮겨 담아 ...]
[무사 산행을 자축하며 ...]
취기가 오르자, 로얄살루트 38년산이 가끔 로얄살루트 83년 산으로 바뀌기도하고....
[바닥이 날때까지...]
[온천욕을 하고...]
온천욕을 하고 방으로 왔더니, 소파에 잠들어 있는 태건이를 제방으로 보내고..., 룸메이트만 남았다. 로얄
살루트와 따지 않은 맥주까지 깨끗이 비우면서 이런저런 예기를 나눈다. 예기 중에 내가 일본은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 했더니 한 친구는 '사카모도 뭣인가' 를 읽어보면 일본을 가장 잘 알 수 있다고 한다. 메이지
유신에 가장 공훈이 있는 사람이란다. 내가 궁금한 것은 일본은 어떤 나라이고, 한일 관계는 어떻게 정립되
어 갈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친구들의 견해인데... 예기가 겉돌고 말았다.
종옥이가 다도에 심취해 있다.
[마무리는 녹차로 ...]
노천탕에 담구었다가 탕밖으로 나와 풍욕을 하기도하고, 방으로 돌아와 친구가 따라주는 녹차향을 음미하니 더 없이 행복하다. 희태가 "하루 산행을 취소하니 이렇게 여유있고 좋은 걸..."하는데 모두들 공감하여 낄낄댄다. 11시 반이나 되어 자리에 들어 또 다시 일본에 대한 생각에 젖어본다.
일본사람들의 해악은 현재 진행형이다. 남북한이 행여라도 화해의 무드가 나타나면 어김없이 이들은 다른 쪽에 접근하는 듯하다. 마치 통일을 방해 하려는 느낌이다. 또한 아베 정부 들어와서는 자위대를 방어만이 아닌 공격의 군대로 변모하여 마치 패전의 굴레를 팽개치고 군국주의로 부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그들은 우리 대통령이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라고 한 말에 시비를 걸고 제국주의 깃발을 다시 등장 시킨다. 누군가 예기했듯이 우리는 이 기회에 그 들이 소위 말하는 '욱일승천기'는 일제기로, 천왕은 일(본)왕으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들의 자위대가 막강할 뿐 아니라 이들이 사용하는 국방비도 우리를 훨씬 앞지른다. 그래서 우리야말로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들과 원수로 지내라는 말이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이 역사를 잊으면 불행을 되풀이 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하고 대비하여야 할 줄 안다.
나는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 북쪽 500km 지점에 있는 곳에 펠렛프랜트를 건설하는 프로잭트에 PM으로 4년간 일을 한 적이 있다. 브라질은 다민족 국가로 인구1억9천만에 한인은 5만인데 비해 일인은 1%나 된다. 그런데 브라질 사회에서 일본인들은 ‘가란치아’로 통한다. 즉 이나라 말로 '보장된다'는 말이다. 일인의 신용과 일본제품의 품질이 보장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브라질 사람들이 볼 때, 동방에 있는 한국과 일본은 지역적으로도 가깝고 외모도 비슷하여 거의 같다고 생각한다. 나는 교민들이 일본사람 덕택에 자기들도 좋은 인상을 받고 있다고 낄낄대며 좋아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런 호감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 여부는 그들의 몫인데 어째 크게 믿음이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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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온천욕 후 녹차라?? 희태,종옥,한권의 마지막사진에는
환한 童顔에 광채가
능선에서의 바람이 얼마나 세던지...상상을 초월하는 난생 첨 경험한 바람
아 이래서 조난을 당하는구나 여겨집디다. 그래도 미련이 많이 남아서리...
출발을 한두시간 늦췄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까지 나네요.
일본해는 5시에 뜨나?? 후지산 일출 사진도 명품?
군성의 얼을 묻고 온 큰 산사나이들 영혼과 건강이 많이 부럽다.
후지산 앞에 아침 8시에 영혼을 같이한
자랑스런 산요회 산사나이들
영원 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