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서 화천 산천어 축제까지 일박이일 행복
강상규
깊어가는 겨울밤 하해 같은 포용력은 간데없고, 그리움이 밀려와 둥근 달빛에 걸려 잠 못 이루고 초롱초롱한 기억 저편에 자잘한 일상 파르르 사시 떤다. 설 잠에 아침 늦게 눈을 뜨니 피곤이 이내 몰려 다시 잠자리로 향한다. 그동안 쌓인 고단함이 한꺼번에 밀려오니 장사가 없을 듯하다. 마저 잠을 청하고 나서야 정신이 든다. 겨울밤 왜 이리도 길게만 느꼈던 것일까. 삭정이 부러지는 소리도 사삭사삭 댓잎 부딪치는 소리도 환청으로 밀려와 여린 추억으로 시달렸던 지난밤이 아련히 생각난다. 오늘은 이틀간의 외유를 떠나기로 한 날이다. 모처럼의 쉬는 날을 이용하여 그리운 벗을 찾아 즐거운 여행길 햇살도 눈부시게 반짝이고 움츠린 몸도 한껏 기지개를 피며 춘천으로 향한다.
긴 여정이 무수히 쏟아지는 햇살도 정답게 느껴지고 스치는 바람결도 살갑기만 하다. 첨단문명의 발달에 전국 일일생활권으로 다가와 쉽고 빠르게 갈 수가 있다. 달리는 차 안에 편안하게 고속국도를 달린다. 그 옛날 삼십 리 길을 걸어서 고모님댁을 간 적이 있다. 아마도 세 시간이 넘게 산을 넘고 개울을 건너기를 수 없이 반복해 그만 기진맥진하여 길섶에 주져 앉고 말았다. 다리에 알이 통통하게 베인 애잔한 기억이 새롭다. 몇 년 전만 해도 네 시간이 족히 걸리던 것이 요즘은 새롭게 놓인 도로를 달리니 반으로 줄어들었다. 덕분에 쉽고 편하게 달릴 수가 있어 좋았다. 친구 만남의 설레임으로 가득한 거리에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고 올라가는 길목마다 햇살이 가득가득 두드리는 가슴에 빛이 되고 단숨에 찰랑거리는 따뜻한 마음 웃음 띤 얼굴엔 홍조 가득 담아 낸다. 커피 한잔의 여유도 오늘은 필요 없는듯하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유난히 둥그런 달님이 산자락 톱 나무 우듬지에 걸려 유유히 내려보고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달님과 마주하며 동승하니 기분이 묘하다. 하얀 달빛은 간간이 구름을 비집고 빛을 주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는 듯 술래잡기를 하며 달리는 기분마저 든다. 달님은 어둠이 깊어가는 걸 잡지 못하고 구름 속으로 사라지고 인위적인 가로등 불빛만 괴괴하게 도로를 비추어 준다. 뺨을 스치는 센바람이 차갑게 느낄 사이도 없이 친구에게로 향하는 발걸음 사뿐사뿐 봄날 나비의 날갯짓처럼 가볍기만 하다. 세파에 지쳐 첫 마음 기억은 희미해질 때 애틋한 눈빛은 환한 미소로 변하고, 살갑게 긴 포옹은 흔적도 없이 짱짱한 칼바람 후려치는 대숲의 호통이 서늘했다. 곧 처연했던 그리움의 환상도 멀리멀리 달아나 버리고 희희낙낙 웃음꽃을 선사하는 반가운 얼굴이 손짓한다.
기쁜 마음에 달려들어 두 손을 꼭 잡고 어찌할 줄 모르는 친구의 얼굴엔 가득 담은 미소가 애틋하게 다가서니 마음이 찡하다. 친구야 반갑다. 머나먼 타향인 나를 초청까지 해주는 친구의 다정다감한 말들이 고맙게만 느껴진다. 오늘만큼은 모처럼 행복한 잠을 청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매우 좋았다. 우리는 춘천에서 유명하다는 닭 갈빗집에서 건배 하며 편안한 해후를 했다. 어둠이 칠흑같이 밀려와도 같이하는 시간이 행복이었다고 말해 주고 싶다. 나는 춘천의 밤거리도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친구의 우애 덕분에 편하게 다가설 수가 있었다. 춘천은 소양호, 춘천호, 의암호가 시내를 감싸 안고 흘러내리고 있으며, 3면이 호수로 둘러싸인 낭만적인 호반의 도시였다.
아름다운 산 골짜기 맑고 투명한 일급의 청정수가 반짝반짝 빛을 토해내는 의암호, 공지 천에 얼음구멍을 내고 은빛 빙어들이 많이 잡혀 낚시의 묘미도 있고. 푸른 바다를 연상시킬 정도의 빼어난 물결을 이룬데다. 옆으로 펼쳐진 삼악산 자락을 끼고 고풍스러움을 더해주는 천혜의 산수화였다. 파란 물결로 둘러쳐진 삼면의 호수와 산의 풍경은 호반의 도시 이미지로 미지의 삼수갑산처럼 으뜸이었다. 매료된 도시 풍경 햇살도 강렬하다. 물 맑고 공기 좋고 친구 좋아 찾아간 호반의 도시여! 인심이 좋고 먹을거리가 풍부하여 꾹 눌러 살고 싶을 정도다. 친구랑 깔끔한 춘천의 풍경을 뒤로하고 좀 더 청정한 상류 지역으로 발길을 돌린다. 인제는 빙어축제가 유명하고 화천은 산천어 축제가 유명한 곳이다. 마침 올라간 날이 산천어 축제 개막행사를 시작했다 하여 우린 그곳으로 차를 돌려 상류로 올라간다.
북으로 북으로 달리다 보니 친구의 고향마을이라고 가리킨다. 용산리다. 원래 우리 동네 이름도 용산리였기에 솔깃하여 주변을 돌아본다. 고즈넉한 동네 집 몇 채씩 옹기종기 모여 있고 평화로운 인심 포근한 인심이 묻어나는 듯 높고 길게 산자락이 이어진 양지바른 동네 라 친근감이 든다. 올라가는 길목의 천연 요새들로 되어 있어 여기가 비무장지대에 가까이 왔음을 짐작한다. 첩첩이 병풍을 둘러맨 산자락은 손때가 묻지 않은 원시림 그대로 보여주니 더 아름답게 느껴지고 새털구름은 자유로이 청명한 하늘에 풍경을 연신 만들다 지우다를 반복하고, 생명의 근원이 되는 숲은 아린 추위와 싸우며 오랜 침묵 속 기다림으로 이어지고 새들은 고단한 추위와 싸우며 먹이를 찾느라 부산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리는 화천으로 향하던 중 호숫가 빙어낚시를 하는 많은 사람이 얼음 위에 즐기는 곳으로 가 보았다. 넓게 자리한 호수의 얼음 위에서 모두가 신바람에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빙어를 잡아 올리고 얼음을 지치는 꼬마들이 마냥 신났다. 나 어렸을 때 만들어 탔던 썰매를 보는 순간 아련한 추억이 목줄을 타고 흐른다. 온종일 방죽에서 뱅뱅 돌며 탔던 기억이 떠오른다. 순박함이 묻어 있는 동심이 톡 하고 튀어나올 것 같은, 그 시절 이야기가 너무나 그리워 숨이 목구녕에 걸린 애린 추억으로 감흥에 젖어본다. 따끈따끈한 추억을 얼음 위에서 꺼내 펼쳐본 동심은 마음속에 살아있었다. 넓은 호수에 수정처럼 깨끗하게 다가오는 풍경이 나를 사로잡고 있다.
우리의 여정은 들머리에 붕어 섬이 환영을 하고 상징탑인 화천 대교를 지나 긴 행열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화천 역시 금강산댐에서 비무장지대로 다시 평화의 댐으로 흘러내리는 청정지역이라 공기부터가 콧등을 자극하는 미향이 은은하다. 산천어 말 그대로 청정수가 풍부하며 수달이 사는 천혜의 자연이 살아있는 지역이라, 눈과 얼음으로 한 〃얼지 않은 인정”“녹지 않는 추억”으로 축제 슬로건을 걸었다. 얼음 천국, 산천어 축제는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정월에 칼바람이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찬바람과 깨끗한 일급 수로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얼음이 얼리는 청정한 지역이다. 바닥까지 보이는 맑은 물속에 노다지로 부각된 산천어는 금장으로 무장한 겨울철 이색 테마 축제였다.
우리가 들어간 날은 하루 방문객이 가장 많은 십삼만 명이 움집 하여 축제를 즐겼다.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화천의 인구는 이만 삼천여 명인데 이틀 동안 화천군민 열 배가 넘는 관광객이 다녀갔다. 천혜의 자원으로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산천어 축제를 통해 육백억이라는 경제적 창출을 한다고 한다. 작은 미니 지자체에서 대단한 성과에 놀랠일이다. 많은 인파로 몸살이 날 정도 길게 늘어선 행사장은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기다림의 여유로움도 보인다. 눈으로 만든 인물상들 지역 특산물 체험코너를 운영했고 협찬사와 이색 경기방식으로 방문객을 붙들고 눈썰매와 봅슬레이 등도 타볼 만한데 긴 행렬 덕분에 우리는 포기하고 곳곳이 감상하기에 바빴다.
다음 코스로는 시식시간이다. 입에서는 산천어 구이냄새에 도리깨침이 흐른다. 얼른 산천어와 빙어를 맛보러 음식점을 찾는데, 가는 곳마다 북새통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다행히 우리가 들어간 곳은 풍물패 각설이 타령에 흥얼거리는 토속 집으로 들어가 산천어구이와 빙어회를 시켰다. 산천어구이가 나오고 우린 청정수로 건배를 하며 맛을 보니 담백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고 부드럽다. 육질이 연이 물고기와 다르게 입맛이 깔끔했다. 빙어는 튀김으로도 나오고, 움직이는 놈을 잡아 기절시키는 묘미가 쏠쏠하다. 손으로 튕기고, 초장에 입으로 쏙 넣고 씹으니 아삭아삭하고 생물치고 비릿한 맛이 약간은 있으나 맛은 일품이었다. 그런데 먹는 것까진 좋았는데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산천어는 양식임이 분명한데도 마리당 희귀성을 인식해 비싸게 주고 먹었다. 여러 명이 먹었을 때는 비용이 만만치 않게 나오리라 본다. 빙어 역시 귀한 놈이라 그런지 몇 마리도 들지 않았는데. 일만 원을 받는다. 어느 친구들은 여럿이 같다가 구경만 하고 돌아왔다는 말도 들릴 정도의 아쉬움이 있고 귀하게 대접하는 빙어와 산천어가 말 그대로 금값이다. 겨울철 별미 산천어와 빙어를 맛보고 나니 멀리서 온 보람도 있었던 여행이다. 하얀 눈과 얼음으로 청정지역 축제를 통해 화합을 다지고 지역 특산물을 유통시켜 주민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축제 며칠 동안 일어나는 일들이 어마어마한 경제가 표출되기까지 지자체로서는 대단한 아이디어로 승부한 관계자 분들과 지역 군민의 땀과 정성이 잘 반영된 화합의 분위기였다. 관심을 두고 찾아준 방문객의 아낌없는 성원에 힘을 얻는 대목이다.
겨울 테마 축제가 성황리에 마치기를 대전에서 기원해 본다. 아름다운 자연은 소중히 잘 지켜야 하고 우리가 사는 곳에 청정지역을 귀하게 여기고, 보호하여 얼마 남지 않은 원시림을 더욱 소중히 지키고 가꿔야 하지 않을까. 많은 분이 즐겁게 감상하고 체험하며 우리 땅에서 얻은 순수한 먹거리에 감동하는 것을 보면서 문명의 발달로 말미암아 귀하게 여겨지고 신기해하는 걸 보면서 안타까울 뿐이다. 언젠가 근근이 입에 풀칠하기 바쁜 그 시절에는 어디를 가나 맑고 깨끗한 자연이 넘치던 시절이 마냥 그립기만 한 추억 저편에 이었다.
기축년 01월15일
첫댓글 좋은 여행 하셨습니다선생님? 저도 제작년가을에 삼악산 가보았습니다. 그리고 작년 여름에 소양강댐으로해서 ~저녁놀 죽이게 아름다운 공지천 길을 걸었습니다. 당일코스로 여행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잘읽었습니다.
선생님 좋은 추억 만들고 오셨네요.저도 지난 년말 모임에 회원들과 충청도를 벗어나 국도를 타고 경기도 경유 춘천에 남이섬에서 찰칵 소양강처녀 노래비 들려 찰칵' 그 이름도 유명한 춘천닭갈비에~ 건배~1박2일에 여정 편갈라서 윳놀이 다음날 소양강 다목적땜을 관람하고 "봄봄에 김유정선생님의 생가를 둘러보고 원주로 발길을 돌려 그 이름도 유명한 토지의 작가이신 박경리 문학공원에 들러 선생님의 근면 검소하고 파란만장한 삶에 역사를 관람하고 청주로 향해 달리는 차창밖의 서녁 하늘에 연시빛 노을이 어찌나 아름답던지요.(소선님도 함께 추억 만들었어요.) 선생님 감상 잘 했습니다.
군 생활의 추억이 얼어있는 곳이라 가 보고 싶었는데 너무 늙고, 추워서..... 덕분에 간접 체험 잘 했습니다..
산청어 축제에 다녀 오셨네요. 호반의 도시 춘천 닭갈비가 유명하다고 해서 저도 남이섬을 돌아 닭갈비만 맛보고 왔어요.
감상 잘 했습니다.
일상에서 탈출하여 아름다운 도시 춘천으로 향하는 선생님의 마음과~ 벗을 만나서 아름다운 추억 만들고 춘천의 구석구석까지도 자세히 설명해 주시니~ 다음에는 산천어 축제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감사합니다.
가고 싶어라
가장 성공하고 모범적인 자치단체의 축제중의 하나가 빙어축제라고 하더군요. 선생님의 발걸음에 함께 동행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 생각해 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