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울퉁불퉁 모난 지휘자가 들려주는
섬세한 사람들을 위한 서른 가지 소통 이야기
어제 만난 친구가 의미 없이 던진 말 한마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분노와 자괴감. 그래도 어쩌면 꽤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위안. 이 모든 감정이 혼탁한 흙탕물처럼 마음에 고여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때가 있다. 누구나 그렇게 살아간다는 사실에 ‘그래, 그런가 보다’ 하면서 그냥 넘기다가, 어느 날 문득 거울 앞에 서서 나를 본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거울 속에는 울퉁불퉁 모난 사람 하나가 참으로 못난 모습으로 서 있다. 누가 봐도 세파에 찌들어버린 얼굴이다. 어쩐지 온몸이 욱신거리는 것 같고, 피로감이 몰려온다. 그래, 아무래도 ‘나’는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
『너의 악보대로 살면 돼』는 이처럼 섬세와 예민 사이를 오가는 이들을 위해 현직 지휘자가 풀어낸 서른 가지 소통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간관계를 음악, 그중에서도 합창에 접목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둘 것을 당부하는 자기계발서와 에세이 출간이 줄을 잇는 가운데, 저자는 사회생활이 다 함께 노래를 부르는 합창과 비슷하다는 데서 착안해 자신의 경험담과 성찰을 촘촘히 엮어서 새로운 인간관계론을 제시하고 있다.
백이면 백, 똑같은 음색이 없듯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하나의 목표로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한 곡의 노래를 함께 소화해내는 과정과도 닮아있다. 책에는 모난 자신을 직시하고, 있는 그대로의 울퉁불퉁한 모습을 사랑하는 방법에서부터 출발해, 합창의 원리를 참고해 타인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하나로 어우러지는 세상의 재미와 행복에 관한 이야기가 풍성하게 담겨 있다. 저자는 모난 자신을 애써 둥글게 바꾸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며 섬세함과 예민함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인 만큼, 타인을 배려하는 예민함은 빛나는 개성이 될 수 있음을 밝힌다.
저자
김진수 저자 : 김진수
예술은 종종 예민한 사람의 쉼터가 된다. 여리고 상처받기 쉬운 마음을 노래로 달래던 학창시절을 지나 본격적으로 성악의 길에 접어들면서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이 시작된다’는 모차르트의 말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지휘를 배우면서 음악의 원리와 사람 사이의 소통 방식이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특히 인간관계라는 것이 서로 다른 음색이 어우러진 합창 같다는 점을 깨닫고 본격적으로 음악을 접목한 소통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런 고민과 성찰의 결실이다.
중앙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지휘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4년 제9회 전국합창대회에서 베누스토 합창단을 지휘해 우수상을, 2006년 제24회 강원도 전국합창경연대회에서 동상을 받는 등 크고 작은 합창대회에서 지휘자로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2009년에는 KBS 추석 특집 다큐멘터리 <천상의 수업>에서 합창을 지도하는 등 폭넓은 활동을 하며 마음을 움직이는 지휘자로 거듭났다.
현재 명지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에서 강사로 재직하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과 관공서를 포함한 250여 개 기관에서 소통을 주제로 활발한 강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목차
추천사
글을 시작하며 | 누구나 오래된 악보를 품고 산다
1장 모난 나는 못나지 않았습니다 | 나를 알아간다는 것
‘모’가 만드는 방패
인정하는 순간 더 강해진다
모난 나와 못난 나
울퉁불퉁해도 괜찮아
혼자만의 안전지대는 없다
너는 너의 소리를 내면 돼
2장 관계에도 악보가 있다면 | 소통과 인간관계
목소리는 곧 당신의 분위기
나만의 호흡 그리고 너만의 호흡
인간관계에도 악보가 필요하다
조율할 수 없는 소리도 있다
잡음은 어떻게 화음이 되는가
진실한 소리에는 나이가 없다
침묵은 가장 슬픈 음악이다
톤을 맞추고 마음을 조율하는 법
나와 너가 아닌 우리를 위한 심포니
3장 속도와 쉼표 | 삶을 대하는 나만의 템포
관계를 대하는 세 가지 착각
나만의 템포를 찾는다는 것
당신은 알레그로, 나는 안단테
시기마다 다른 인생의 템포
타인의 속도로 걸어보다
콘브리오, 생기 있는 관계
쉼표 없는 악보는 공허하다
지금 나의 가슴은 뛰고 있는가
음표와 음표 사이에 웃음을
4장 대단원의 막 | 함께 노래한다는 것
사회생활이란 크고 작은 합창의 연속
개성을 살리고 조화를 이루는 황금비율
흥이 나면 우리는 화음이 된다
마을회관을 적신 눈물의 합창
결코 혼자 할 수 없어서 합창이다
하모니, 기적과 전율의 순간
모난 돌이 바람과 파도에 깎이는 시간을 생각한다
; 대범해지고 싶은 예민한 지휘자의 자기고백과 성찰
저자의 인생은 언뜻 열등감투성이다. 천재적인 음악적 소질을 타고난 형이라는 존재는 언제나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었다. 더군다나 가난 때문에 제대로 음악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어깨너머로 형을 관찰하면서 어렴풋이 기억해둔 소리를 더듬어 성악의 기본 발성을 끊임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바이브레이션이라는 목소리의 자연스러운 떨림을 경험한다. 노래 실력이 질적으로 향상되는 순간이었다. 짜릿한 희열을 느낀 저자는 지치지 않고 음악 공부를 계속한 끝에, 결국 음대 성악과에 진학하게 된다. 그런데 모든 것을 다 이룬 것 같은 순간에 또 하나의 장벽을 경험한다. 그것은 바로 유학이었다.
음대, 특히 성악과를 졸업한 이후의 진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유학을 가는 길, 또 하나는 시립합창단 단원으로 들어가 돈을 버는 길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경제적인 여건만 된다면 유학을 가는 것이 이상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현실이 또다시 발목을 잡았다. 결국 서러운 마음을 한켠에 품고 시립합창단 오디션을 준비했지만, 줄줄이 낙방 신세였다. 악보를 보고 노래를 부르는 시창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저자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시창 책 세 권을 몽땅 외웠고 국립합창단 1차 오디션에 합격, 그렇게 합창의 세계에 들어서게 된다.
합창단 생활은 단순히 노래 연습을 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게 해주었다. 인간은 하나하나의 음률이고, 관계는 악보와 같았다.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두 사람 간에 잘못된 악보를 연주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처럼 조화가 없는 소통은 잡음에 불과하며 타인의 음정에 끌려다녀서는 좋은 소리를 낼 수 없다. 저마다 모난 구석이 있는 이들이 삐걱거리지 않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템포나 호흡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책에도 없고, 누구도 말해주지 않던 것을 저자는 다름 아닌 합창을 통해서 배우게 된 것이다.
합창 연습은 사회생활의 축소판
; 지휘자로서 소통의 비밀을 발견하다
합창단원으로서의 활동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단순히 함께 노래하는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화음과 리듬을 맞추는 것이 첫 번째 난관이었고, 나의 감정과 느낌대로 부르면 되는 일이 아니라 전체적인 조화를 생각하면서 음표를 하나하나 따라가야 한다는 점이 혼란스러웠다. 줄곧 자신의 감정을 충실히 표현해오기만 했는데 이제는 ‘우리의’ 감정을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화음이란 서로 다른 높이의 소리들이 동시에 울려서 생기는 합성음이다. 서로 다른 소리들이 하나로 합쳐져 전혀 다른 소리를 내려면 모두에게 공통된 약속이 있어야 한다. 군무를 출 때도 정해진 위치와 동작이 있고 그것을 어기면 전체가 흐트러지듯 합창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작은 것 하나까지도 섬세하게 ...신경을 써야 했다. 또한 지휘자의 손끝을 따라가면서 같이 호흡을 하고 템포를 맞추어야 했다. 합창단원으로서 활동하는 동안 저자는 전체적인 톤을 조율하고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지휘자라는 역할에 큰 감화를 받았다. 이는 곧 지휘를 공부하고 지휘자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크고 작은 합창단을 지휘하면서 저자는 합창을 한다는 것이 사회생활의 축소판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함께 노래를 부르다 보면 나 혼자 튀고 싶어 하는 사람, 자신감 없이 타인의 소리에 묻어가는 사람 등 다양한 군상들이 모인다. 그리고 저마다 생김새가 조금씩 다른 것처럼 어느 한 사람도 완벽하게 똑같은 음색이 없다. 이때 스스로의 음색에 대한 확신과 다른 사람의 음색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합창에서 가장 중요한 조화가 깨지게 된다. 화음이 불협화음이 되고 마는 것이다.
소리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 골치 아픈 사람과의 잡음을 화음으로 바꾸는 법
저자는 인간관계에서 ‘소리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음악을 접목한 소통법이 특별한 이유는 이처럼 차이와 구별 짓기보다는 어우러지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점 때문이다. 어느 하나도 소외되는 일이 없다. 가장 먼저 자신의 음색을 사랑하고 타인의 음색에 귀를 기울여야 비로소 한목소리를 낼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둘이면 둘, 열이면 열, 사람이 모이면 저마다의 개성이 날카로운 모가 되어 서로 상처를 입히는 상황이 생긴다. 그럴 때는 합창을 하듯 서로 배려하면서 합일점을 찾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인간관계도 때로는 세게, 때로는 여리게, 때로는 쉬어가기도 해야 오래 가는 인연으로 남을 수 있다. 그렇기에 인간관계에도 악보가 필요하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가 ‘우리는 누구나 오래된 악보를 품고 산다’고 표현한 것처럼, 사람들은 저마다 이루지 못한 꿈과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슬픔, 미련을 품고 있다. 때로는 마음의 상처가 자꾸만 덧나서 점점 커지는 것도 모른 채로 방치하다가 뒤늦게 마음의 병을 얻어 고생하기도 한다. 아무런 계산 없이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이상적인 소통을 꿈꾸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저마다 타인의 삶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차라리 혼자 있고 싶을 정도로 막막한 순간에도 절대로 자신을 표현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을 조언한다. ‘너의 악보대로 살아도 된다’고 말이다. 당당히 나라는 악보를 연주할 수 있는 용기에는 아무도 인상을 찌푸리지 않을 것이다.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이 시작된다’는 모차르트의 말처럼 음악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언어 이상의 가교 역할을 할 테니까 말이다. 음악을 통한 소통, 음악과 닮아있는 소통이 바로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우리는 제각기 고독을 짊어지고 있지만, 언제나 함께 있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호흡과 템포를 맞추는 시간이 귀한 것이다.
예술은 종종 예민한 사람들의 쉼터가 되곤 한다. 잘난 형에 대한 열등감으로 괴롭던 저자의 학창 시절.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주는 건 노래였다. 제대로 지원도 받지 못했지만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결국 음대 성악과에 진학했다.
모든 것이 잘 될 것 같았는데 또 하나의 벽이 다가온다. 성악과를 졸업한 이후 진로는 크게 두 가지. 유학을 가거나 돈을 벌기 위해 시립합창단 단원으로 들어가는 것이다.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저자는 합창의 세계에 들어선다. 합창단원 생활은 단순히 노래 연습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인간은 하나하나의 음률이고, 관계는 악보와 같았다.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두 사람이 다른 악보를 연주하기 있기 때문이다. 조화가 없는 소통은 잡음에 불과하며 타인의 음정에 끌려다녀서는 좋은 소리를 낼 수가 없다. 저마다 다른 구석이 있는 이들이 삐걱거리지 않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템포나 호흡을 인정해야 한다.
<너의 악보대로 살면 돼>는 성악과를 졸업하고 국립합창단을 거친 후 현재 합창 지휘자로 활동 중인 김진수 지휘자의 진솔한 고백이다. 인간관계를 합창에 접목해 설명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하나의 목표로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한 곡의 노래를 함께 소화해내는 합창과 닮아있다. 책에는 모난 자신을 직시하고, 있는 그대로 울퉁불퉁한 모습을 사랑하는 방법부터 합창의 원리를 참고해 타인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어우러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김진수 지음/더난출판/260쪽/1만 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