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으로 사랑하는 풀꽃, 너는 나의 영원한 동반자
야생화
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흰까치수염꽃 너는 나의 첫사랑 여인처럼 내 가슴속에서 늘 함께 하는 그리움인 것을.
사람들이 새봄을 알리는 꽃 하면 세한고절의 매화나 집시랑 끝이나 뒤뜰 굴뚝 밑에 아기 병아리처럼 노랗게 피어 봄을 시샘하는 수선화 정도만 알아도 우리 꽃에 상당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지. 거기에다 눈 속에서 꽃을 피워 한국의 에델바이스로 알려진 복수초나 변산바람꽃을 알 정도면 우리나라 야생화인 풀꽃에 참으로 관심이 많고 고상한 사람이고말고.
흰까치수염꽃, 지천으로 피어서 한겨울에도 엄동과 삭풍에 굴하지 않고 파랗게 풀잎으로 남아 있더니, 진눈깨비 속에서 보라색 꽃을 피워, 지나가는 이가 아기별꽃 같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천상초 같다고 하지만 열에 열 사람 모두가 흰까치수염꽃이라고는 모르지. 그 흰까치수염꽃을 나는 죽도록 사랑하고 싶다네. 왜냐면 밟고 또 밟아도 울지도 모르고 더욱 아파하지도 않으며 어김없이 새봄이 오면 파릇한 새 싹이며 보라색 꽃을 제일 먼저 피워 미소를 띠울 때는 나는 그만 뿅 가고 만다네. 우리네 힘없는 백성들의 삶에 의지라고나 할까. 새봄을 알리는 꽃이 어디 흰까치수염꽃 뿐인가? 어떤 이는 개불알꽃이라고 하는 디 풀꽃을 잘 모르는 사람이고 개불알꽃은 따로 있다네.
복수초는 어쩌고? 노란 민들레 같은 꽃을 눈 속에서 피워 그 기상이 가상하나 열흘 붉은 꽃에 지나지 않아 늘 아쉬움을 남기며 맨 먼저 이별을 알리는 꽃이라네. 잎이 당근 잎과 비슷하지.
나는 풀꽃들을 죽도록 사랑하지.
새봄에 피는 꽃으로는 영산홍 장수매. 산당화 목련꽃, 목단꽃 개나리 이런 목화 꽃들도 있지만 우리 꽃 풀꽃으로 대문자초, 돌단풍, 말똥비름, 바위채송화, 돈나물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네. 봄이 무르익을 때면 빨알간 비단 주머니를 주렁주렁 단 금낭화, 매의 발톱 같은 꽃을 피우는 매발톱, 청사초롱 같은 꽃을 피우는 섬초롱꽃과 금강초롱꽃, 꿩의 비듬, 기린초, 영란꽃이라고 어느 여학교 교화인 은방울꽃, 사진작가들이 제일 좋아하는 범부채, 동자꽃, 부처손이라고도 하는 풀손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꽃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향기로운가? 제 것 좋은지 모르고 코 큰 놈 나라 서양의 것들만 좋아하다가 속조차 빼앗길라.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께 우리 꽃 풀꽃을 사랑하드라고 잉.
참 자네 오랑캐꽃이 어떤 꽃인지 아나? 이 사람아 그 흔한 제비꽃이여. 사연을 알고 싶거들랑 쐬주 한 병 사가지고 와.
큰 소리로 외쳐도 외로운 메아리이고, 오늘 나는 야생화 화원에 갔는디 서양 꽃들은 산스베리아 등 아주 잘 팔리는데 야생화인 우리 풀꽃은 안 팔리어 밥 굶기 딱 알맞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여.
여보게 자네 나하고 내기 할까? 앞으로는 우리 꽃 풀꽃 세상이 온다네. 왜냐면 아까 말 히였잖여? 우리 꽃 풀꽃이 서양의 꽃들보다 훨씬 이쁜게. 자네도 시방부터라도 우리 풀꽃에 좀 관심을 가져 보드라고 잉.
그런디 요즈음은 보도 듣지도 못한 풀꽃들이 중국에서 넘어와 희귀성으로 값이 탱탱하다네. 그 이름도 희안하게 대나무 석곡, 조솔란, 세뿔석위 사자머리 등 여러 종류의 풀꽃이 들어온다네. 일본은 또 어쩌고. 그들의 영민함으로 진즉에 풀꽃 산업화에 성공하여 일본 꽃으로 세계시장을 당당히 누빈다네. 그런디 자네 벚꽃나무 원산지가 우리나라 제주도인 것 아는감? 우리 풀꽃도 일본에 가면 일본 꽃으로 둔갑하여 세계 꽃시장에 팔린다니 이것을 어찌 말해야 한당가? 그리고 이미 그들은 풀꽃에 육종학을 도입하여 변이종 만들기에 성공하여 세계 꽃시장의 엄청난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네. 왜 자네도 알지 않은가? 왜 철쭉이라고 하는 변이종 철쭉의 색깔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풀꽃의 하나만 예를 든다면 비비추라고 하는 꽃이 있는 디, 전 세계적으로 이 비비추 꽃이 200 여종이 있다네. 그런디 이미 일본 사람들이 150 여종을 변이를 시켜 우리나라에도 홍수처럼 들어오고 있고 상당히 비싼 가격으로 거래가 된다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이 꽃을 50 여종을 변이를 시켰다고 하더구만. 요즈음은 그 희귀성 때문에 변이종 야생화가 훨씬 이쁘고 그 변이종만 수집하여 기르는 사람이 꽤 많다네. 이 사람아 이것이 자네한테 말하는 중요한 정보여. 아는가? 다시 말해서 우리 땅 전라도하고도 이 북도가 야생화, 우리 풀꽃이 아직 붐이 일지 아니하였고 타 시도에 비하여 뒤떨어져 있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잉께 그리 알고, 경게(경기)가 회복되면 투자 히볼 만 히여. 하고 안하고는 자네 맴이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하면 우리나라 산천에 널려있는 그 이쁘고 깜찍한 우리 풀꽃들을 알리고 보호하며 우리 풀꽃 선양에 앞장서야 하는 운명을 자네는 가지고 태어났음을 꼭 알아야 히여. 그 운명을 거슬리면 어떻게 되는가는 자네가 더 잘 알 테지만 내 쬐께만 귀 뜸하면 하늘의 노여움을 살 것인께 알아서 하드라고 잉. 그래야 자네 후일 이승을 떠나도 많은 사람들이 자네를 기억할 것이여.
이제 그 이쁘고 깜직한 풀꽃 몇 개만 예를 들고 내 말 끝을 낼라네. 봄을 수놓은 풀꽃으로 노오란 애기똥풀, 보라색으로 꽃 모양이 열십자 자태로 피는 천상초. 오랑캐꽃이라고 하는 제비꽃,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민들레, 이제 산에서 구경하기 힘든 뿌리가 독초인 할미꽃, 깊은 산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그 옛날 역적질 한 자들 사약 만들 때 쓰였던 천남성, 변산의 그 유명한 바람꽃과 복수초, 우리나라 깊은 산 어디에나 자생하며 희귀종은 아주 고가로 거래되는 춘란, 자네 참 난 좀 기른다고 히었는가? 그 재미가 고고(孤高)한 맛이 있다고 하는 디 그 뜻은 제대로 알지? 그리고 가을 산을 가장 멋지게 수 놓는 구절초며 들국화, 또한 두메부추, 교만함을 보여 옥황상제의 노여움으로 승천한 용이 산에 떨어져 나무까지에 쓸개가 찔리어 검붉은 피가 온 산야를 물들이고 그 자리에 피었다는 용담(龍膽)꽃의 아름다움과 외로움을 함께 느껴 보게나. 산신령처럼 가을 산을 하얗게 수놓는 의악새라는도 하는 억새 더 말하면 잔소리 잉께, 오늘은 이만 할라네. 좌우간 자네는 우리 풀꽃 지키고 가꾸는데 자네의 모든 역량을 쏟아야 히여. 그래야 자네 내 친구이고 막걸리 같이하면서 할 야그가 있지 않겠는가?
# 습작노트 : 이 글은 닉이 야생화인 제게 말하는 독백적이고 자전적인 글임을 밝혀둡니다.
첫댓글 '야생화'님을 처음 뵈었을때 참 궁금 했었지요...어떤분이 이렇게 야생화를 많이 아실까 하구요....저는 야생화는 이름이 없는줄 알았습니다..그런데 그렇게 작은 꽃 하나하나에도 이름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지요...하지만 분명 이름이 붙혀지지 않는 야생화도 있겠지요...김춘수님의 시처럼 나의향기와 빛깔에 알맞는 이름을 불러다오..처럼 ....그것처럼......어느 길가에 핀 야생화에 제가 부르고 싶은 이름을 붙혀도 아니 불러도 상관 없겠지요?...^^..........
언제나 믿음직하신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숙연해 지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건강하소서
야생화님의 풀꽃 사랑이 고스란히 베어 있습니다. 시골처녀처럼 피어나는 풀꽃.... 사랑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임을 봅니다.
독백의 형태로, 그것도 사투리를 섞어 구수하게 야생화를 사랑하자는 함양적 글을 쓰셨습니다. 야생화님을 문우로서 만나게 된 것은 또다른 행운이었습니다. 야생화가 이리도 예쁜 꽃인것을! 이틀 전인 3월 12일에는 전북도청 대강당 1층에서 전국 란대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회의차 갔다가 란에 심취하여 2시간을 구경하고 왔습니다. 대상은 황화소심으로 작품명은 보름달이었으며 최우수상은 2개가 있었는데 그중 중투(일월)은 너무 좋았습니다. 보름달이란 대상 수상작은 1억2천만원에 팔렸다고 대회관계자께서 귀띔해주었습니다. 저는 아무생각도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세상에!! 주먹만한 화분에 풀 서너촉, 꽃 한송이 피었는데 억! 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