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는 ‘정의는 마침내 승리 한다.’는 잠꼬대가 쓰여 있지만 사실은 대게의 경우 불의가 승리한다. 정의는 어쩌다가 한 번씩 승리할 뿐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21 세기 한국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5 천년 역사는 정의와 진보 보다는 불의가 승리하는 경우가 압도적이었다. 비록 가뭄에 콩 나듯 성현들이 나타나서 옳은 소리를 몇 마디 하기는 하셨지만 실제로 그런 분들의 말씀은 가끔 포장지로 사용될 뿐이다. 역사는 ‘조직의 쓴맛’ 이 아니라 ‘정의의 쓴 맛’을 보면서 나아간다.
이재명이 23일간 단식을 한 것을 두고 효과가 있었느니 없었느니 말들이 있었다. 그러나 우선 생각할 점은 밥은 아무나 굶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굶어 본 사람만이 굶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서 이재명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29명의 배신자가 나와서 욕을 많이 쳐들고 계신다. 가결파 의원들의 정성껏 내뱉는 소리를 듣고서 생각나는 일이다. 어렸을 때 친구들 사이에서 누가 무슨 말을 하면 ‘옳은 개소리네’하는 장난을 쳤었다. 세상에는 항상 ‘옳은 말만 골라서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심리학자에 의하면 욕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불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회복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욕은 실질적으로 우리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지만, 우리 내부에 있는 정서적 불균형을 진정시키고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영국 킬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리처드 스티븐스 박사는 욕설이 고통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얼음 양동이에 손을 넣고 얼마나 오래 참는지를 관찰했다. 실험은 두 차례 이루어졌는데, 참가자들은 첫 번째 실험에서 양동이에 손을 넣고 욕설을, 두 번째 실험에서는 정중한 단어를 사용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욕설하면 고통을 더 오래 참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티븐스 박사는 “욕설을 하면 심박 수가 증가한다. 욕설이 일종의 감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증거다”라고 말하면서, “고통스러운 상황에 부닥쳤을 때 욕을 하면 스트레스가 더 높아진다. 그렇게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고통을 느낄 수 없도록 통각 상실 기능이 작동하기 시작한다”라고 전했다.
국회의원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가 아니고 지역구이다. 지구가 두 조각이 나더라도 지역구가 재선을 위한 안전에 문제가 없으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야당 지지자들이 어떤 민주당 의원이 마음에 안든다고 비난만 해서 여당이 당선되면 안된다. 따라서 마음에 안드는 의원의 지역구에 경쟁자가 누구인줄 알아서 그 사람을 응원해야 효과적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이 방법은 선거가 닥아오지 않는한 그 지역구에 사는 사람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배신자에 대해서는 욕을 하는 수 밖에 없다.
인간이 돈에 관한 선택을 할 때 신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연구하는 신경경제학에서 신뢰와 배신이 모두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발생하는 행동이라고 한다.
서로를 신뢰하는 이유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 탓인데 옥시토신은 사랑, 행복, 돌봄 등의 마음을 유발하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이 많이 분비될수록 사람은 남을 더 돌보게 된다. 그리고 옥시토신이 많이 분비될수록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 분비도 늘어난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기분이 매우 좋아진다.
이 말은 남을 신뢰하며 사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실험에 따르면 게임에서 남을 배신한 플레이어보다 신뢰를 보여준 플레이어의 몸에서 옥시토신이 훨씬 더 많이 분비됐고 훨씬 더 많이 행복해 했다.
그러므로 배신은 옥시토신이 부족한 사람에게서 나올 확률이 높다. 이런 사람들은 돌봄, 나눔에도 별 관심이 없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옥시토신이 결여됐기 때문에 배신자들이 신뢰로 연결된 동지들에 비해 훨씬 덜 행복하다는 것이다.
배신을 통해 당장의 이익을 취하는 것이 잠깐은 달콤할지 모르지만 영원히 달콤할 수는 없다. 특히 정당같이 배신을 응징하는 체계를 갖춘 공동체라면 더욱 그렇다.
동물 중에 배신을 용서 하지 않는 의리의 공동체를 이루는 종자는 박쥐라고 한다. 박쥐는 소나 말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데 생후 2년까지는 너무 어려서 흡혈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성인 흡혈박쥐들이 제 새끼 남의 새기 가리지 않고 어린 박쥐에게 피를 나눠주는 매우 협동적인 공동체를 이루고 산다.
그런데 무리 중에 만약 얻은 피를 혼자서 다 먹는 박쥐가 등장하면 무리는 그 배신자 박쥐를 즉시 따돌려버려서 배신자 박쥐와 그 가족들에게 어떤 혜택도 베풀지 않는다. 이렇게 강력히 응징을 해야 배신자 박쥐의 추가 출몰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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