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이 느낀 배신감
남창현 신부
한 유명한 성직자가 인간적으로 부족한 모습을 보여 크게 배신감이 들어 괴롭다는 신자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그 성직자는 그분을 배신한 적이 없습니다.
어쩌면 그 신자 분의 존재조차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저 그의 약점은 늘 그와 함께 있었고 다만 그것이 어떤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왔을 뿐입니다.
누구도 배신한 사람은 없는데 배신감이 든다면 그것은 스스로 만든 감정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지나치게 기대를 했던 것이 문제입니다.
내게 실망을 준 원인은 그 사람이 아니라 지나치게 기대한 나의 탓이었던 것입니다.
결혼한 배우자가 결혼 전과 결혼 후가 달라졌다고 배신감이 든다는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결혼 후에 달라진 것이 아니라 이전엔 알지 못했던 그의 진짜 모습이 결혼 후에 드러난 것입니다.
그것을 알아차리면 원망할 일도 배신감이 들 일도 아닙니다.
내가 이 사람의 이런 기질을 결혼 전에는 알아채지 못했구나, 이런 모습이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면, 알게 된 것에 맞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군중의 변화는 꽤나 드라마틱합니다.
하루 사이에 예수님을 대하는 모습이 180도 달라집니다.
그들의 환호는 실망에서 저주로 나아갑니다.
그들이 기대하던 예수님의 모습과 실제 예수님이 다르다는 그들의 생각이 그 살의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어떤 예수님의 모습을 그리든 예수님은 그저 예수님이십니다.
* 내가 만들어낸 생각이 나를 괴롭히고 있지는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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