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천 파동에서 불거진 사퇴론을 일축하며 정면돌파에 나섰다고 합니다. 공천 반발이 더 확산되기 전 진화에 나서겠다는 의도지만, 이미 집단행동 움직임까지 감지되는 상황에서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일 것 같습니다.
이 대표 측은 최소한의 쇄신 조치로 공천 관련 실무 책임자인 친이재명(친명)계 핵심 조정식 사무총장 불출마 카드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대표는 22일 작심한 듯 반격에 나섰는데, 먼저 비이재명(비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2선 후퇴'에 대해 "툭하면 사퇴하라는 분들이 계신 모양인데 그런 식으로 대표가 사퇴하면 1년 내내 365일 대표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선거를 50일도 남겨두지 않고 총사령탑을 교체하는 게 총선 승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분명히 한 셈인 것 같습니다.
공천 파동의 도화선이 된 출처 불명의 여론조사와 하위 20% 평가 공정성 논란에 대해 이 대표는 "시스템에 따라 진행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고 합니다.
비명계 지역구 현역 의원을 배제한 '표적' 여론조사 관련해서도 "선거 과정의 일상적 조사"라며 "과민하게 예민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하위 20% 평가를 받은 의원들을 향해서도 평가 체계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며 "누군가는 1등을 하고 누군가는 꼴등을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사실상 결과 수용을 촉구했습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고리로 민주당 공천 과정의 정당성을 역설했는데, 그는 "국민의힘은 (여론조사) 압도적 1등을 경선에서 배제하는 해괴한 공천, ‘입틀막(입을 틀어막는다)’ 공천 아니냐"며 "민주당은 그런 경우가 없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공천 갈등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당에 대한 애정과 충언으로 안다"며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잘하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아마 이런 걸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고 할 것입니다.
<민주당 이철희 전 의원은 21일 라디오 방송에서 “지금 진행되는 민주당 공천이 공천(公薦)이냐. 사천(私薦)이지”라고 했다.
“공천은 경쟁력 비교인데 자기편 아니라고 여론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당권을 쥔 쪽이 공천을 줄지 말지 했던 정당은 늘 망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정무수석이었던 이씨는 요즘 총선판을 보는 심정을 묻자 “짜증 만땅(가득)”이라고 했다.
제3자 눈에도 “이재명 대표가 도대체 왜 저러지” 하고 궁금해진다. 도무지 선거에서 이기겠다는 선택으로 안 보인다. 여야의 공천 작업이 시작된 후 지지율 그래프를 보면 대다수 국민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지금 민주당의 반전 카드는 이재명 대표의 총선 불출마”라고 했다. 그래야 공천 탈락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
야권에선 진작부터 같은 주문이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총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되 그 과실을 내가 취하지 않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특히 그랬다. 역시 문 정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총선 지휘부부터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고, 정봉주 전 의원은 인천 계양을에서 이 대표와 맞붙겠다는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을 “허공에다 헛주먹 휘두른다”고 조롱했다.
다음 대선 재도전에 나설 이 대표가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게 목적이겠느냐”라고 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2년 전 보궐선거 때 민주당이 무조건 당선되는 텃밭을 골라 출마한 인천 계양을에 다시 출마하겠다고 했다.
당초 민주당이 어떤 지도 체제로 총선을 치를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지난 연말 언저리에 이 대표가 2선으로 후퇴하고 비대위 체제가 꾸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 대표 체제를 고집하면 비명들에게 피해의식을 자극해 당을 분열시키고 선거에서 중도 확장성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문 정부 총리 세 명 중 이 대표의 경계심이 덜한 ‘김부겸 비대위’가 등장한다는 시나리오가 유력했다. 다만 이 대표의 심중을 잘 아는 정청래 최고위원의 판단은 달랐다. “4월 총선 민주당 공천장엔 이재명 대표의 직인이 찍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말대로 됐다.
“선거는 더 절박한 쪽이 이긴다”는 게 정설이다. 이 대표도 기자회견에서 “총선 승리가 너무 절박하다”고 했다. “최소한 원내 1당을 차지해야 하고, 목표를 높여 잡으면 151석”이라고 했다. 그렇게 절박하면 희생이나 모험을 해 유권자들을 감동시키려고 발버둥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 정반대다.
이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다”는 헌법 44조의 불체포 특권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과 백현동 특혜 개발, 쌍방울 대북 불법 송금 및 공직 선거법 위반 등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불체포 특권이라는 갑옷을 벗는 순간 언제 감옥으로 끌려갈지 모른다. 국회의원 현직 신분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대선에서 패배하자마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상식 밖 선택을 했고 이번 총선에도 다시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금배지는 방탄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못 된다. 검찰이 체포 동의안을 국회에 보냈을 때 부결할 수 있어야 불체포 특권은 완전체가 된다. 총선에서 승리하면 당연히 그렇게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작년 9월 21일 국회에서 이재명 의원 체포 동의안이 가 149표, 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통과됐다. 민주당에서 최소한 29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기권 무효까지 합하면 39명이 딴마음을 품은 것이다. 그래서 이 대표는 정말 절박한 것은 민주당의 총선 승리가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자기를 배반하지 않을 확실한 친명(親明) 만으로 짜인 국회 다수 의석이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공천권을 확실하게 행사하려면 대표 직인을 지켜야 한다. 2선 후퇴 및 비대위 체제를 거부한 이유다. 이 대표 측은 배신자 39명이 누구인지 면밀하게 점검했을 것이다. 민주당 현역 평가 하위 20%라고 통보받은 31명이 대부분 이들과 겹친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해서 이재명 체포 동의안 부결을 담보할 ‘친명(親明) 불체포 의석’ 확보 작전이 진행되고 있다. 당보다 자신의 안전에 우선순위를 둔 선사후당(先私後黨) 역주행의 결말이 궁금해진다.>조선일보. 김창균 논설주간
출처 : 조선일보. 오피니언 [김창균 칼럼], 明에게 ‘黨 승리’보다 절박한 ‘親明 불체포 의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정체 불명의 여론조사를 비선 조직이 돌렸다는 지적이 사실인가', '현역 하위 20%에 비명(비이재명)계가 몰린 것이 차기 당권을 노린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각각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하위 20% 반발이 많다', '전날 의원총회에 출석하지 않아 당내 불만이 많다'는 지적엔 답 없이 자리를 빠져 나갔다고 합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사람은 현 상황에서 한 사람뿐일 겁니다. 작금의 상황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도 그 사람뿐입니다 . 관심을 가진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런 사실이 없다"라고 얼굴색도 변하지 않고 말을 하니 놀라울 뿐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사람의 얘기를 뉴스에 봐야하는지 참담합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