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물러가야 시원함을 핑계로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조해 볼 텐데 아직도 덥다. 그래도 이쯤 소박한 교실에서는 학기 중 계속 해 오던
독서활동의 `강조`가 이루어진다. 교사가 강조하기도 하고, 학교 독서 행사들이 긍정적인 자극을 주기도 하고, 부모님의 책선물이 가을독서를 맞기도
한다. 친구들이 가방에 넣어 가지고 오는 책들이 궁금해지고 학급 도서들이 다 읽은 책이 되어가는 2학기, 가을이 온 것이다. 소박한 교실의 아침
독서는 20분이다. 그 짧은 시간에 불러도 모르게 집중하여 읽고 있는 한 아이에게 슬쩍 물었다. "넌 책을 왜 읽니?" 아이는 `당연한 이유를
왜 묻지?` 하는 표정으로 "재밌으니까요."한다. 정답 같다.
소박한 교실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도서관 활용수업을 한다. 주로 국어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일 경우가 많은데 가끔 미술소재와
감상활동을 위해서도, 음악가가 궁금해서도 가기도 한다. 아이들의 독서활동 끝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 읽어주는 동화책` 시간을
가진다. 오늘 아이들이 골라온 것은 돼지에 관한 동화책이었는데 작가 아서 가이서트의 "꿀"이다. 거기에는 글이 `꿀` 밖에 없다. 그림은 얼핏
펜화처럼 보이고 그 사이 핑크빛 엄마돼지와 아기돼지들이 여럿 보인다. 오늘 아이들에게 그림을 감상하면서 간단한 이야기를 꾸며 읽었다. 선생님이
그림을 설명하며 만들어내는 `사람의 말`을 아이들이 `돼지말`로 번역하는 놀이를 하면서 책을 읽었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단어는 `꿀`
뿐이었다.
"엄마 돼지가 아침잠에서 깨어나 아기 돼지들을 깨웠어요."하면 "꿀꿀꿀, 꿀꿀꾸우울"하고, "사과나무로 뛰어 들자."하면
"꾸울꾸울꾸꾸꾸꿀"……. 깜짝 놀랐다. 아이들이 자기 나름대로 돼지 소리로 이야기를 번역하여 소리를 낸다. 도서관이 `돼지판`이 되었다. 자기
소리에 웃고 친구 소리에 웃고, 웃음소리에 한 번 더 웃었다.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꿀` 소리는 처음 듣는다. 아이들의 창의적인 생각과 표현에
가슴이 막 뛰었다. 재미있다. 아침에 그 아이 말처럼 소박한 교실의 아이들 모두 책이 재미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좋은 책이 뭐냐고 물었더니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내 눈치를 보는지 어른들이 좋아하는 개념화된 이야기를 한다. 나쁜 책에 관해 물었더니, 어른들이 독서에 대해 하던
잔소리를 아이들 입으로 한다.
만화책, 미스터리책, 유머책 등 너무 재미있어 손에서 놓지 못하고 교과서 아래 숨기고 보던 책들을 나쁜 책이라고 한다. 과연
그런가? 우리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책을 읽으면서 어른들 눈치를 보며 나쁜 책을 읽고 있다는 죄책감을 느끼게 했구나는 생각을 한다. 책을
고르는 안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부족했구나. 그래서 만화책을 가지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왜 만화책이 나쁜 책이라고 생각해?
엄마가 그만 좀 읽으라고 하니까요……. 아이들과의 이야기가 한 정이 없다. 다양한 자신의 생각들이 나온다. 가끔 반문을 통해 사고를 자극하며
아이들 입에서 "야 그럼 우리 좋은 책과 나쁜 책의 기준을 정해 보자" 소리를 들어낸다.
기사입력: 2017/10/09 [14:34]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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