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은 무릎을 꿇었다. 살려 달라고 빌었다.
나는 하늘을 쳐다 보았다. 보름달이었다.
한순간이었다. 놈은 최고의 고참이었고, 나는 최고의 졸병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은 내가 놈을 벗어나 마음껏 밤하늘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데모를 하다가 군대에 끌려가서 고참들로부터 온갖 모욕을 당하고 욕설을 듣고 구타를 당하면서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문득 일어나서 야전삽을 들었다.
녀석의 머리를 야전삽으로 때리면서 밖으로 불러냈다.
“꿀어! 개새끼야!”
한마디로 모든 것이 해결 되었다.
나는 놈을 때리지 않았다. 놈이 무릎을 꿇으면서 나는 자유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나의 사춘기는 그렇게 끝나고 있었다.
지독한 반항아였던 나는, 다니던 고등학교를 퇴학 당하고 묵호로 와서 교련복을 입고 발한 삼거리를 활개 치며 돌아다녔다.
학생운동이 뭔지도 몰랐다. 민주주의가 뭔지도 몰랐다. 독재가 뭔지도 몰랐다.
다만, 나의 첫경험 그녀를 위한 길인 것만 같았다.
“동생 대학 보내려고요......”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면서도 그녀의 그 한마디는 내내 귓전에서 떠나지 않았다.
데모는 사춘기 반항아의 연장선에 불과했다.
그것이 軍에서 끝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자유의 소중함과 반항의 무모함을.
ps: 페친 아드님이 군에 입대한다고 해서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군대도 좋은 경험과 삶의 혜안을 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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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마차 커피도 있어요. 낮에는 커피 팔아요. 밤에도 팔구요. 감사합니다. 용궁 마차 많이 소문내 주세요. 착한 여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