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 하나]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9) / 임채룡 베다 신부
발행일2023-07-09 [제3351호, 3면]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핵발전소입니다. 핵발전소는 온실가스도 적게 배출하고 발전 비용도 적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핵발전소를 어디에 지으면 좋을지 물으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핵발전소가 지닌 위험성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치 복불복 게임처럼 ‘내 근처만 아니면 돼’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핵발전소는 한 번 걸리면 벌칙을 받고 끝나게 되는 그런 가벼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탄소중립을 위해 핵발전소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인해 벌어지는 기후재난에 무엇보다 취약한 것이 바로 핵발전소입니다. 핵발전소는 내진설계가 되어 있어 각종 재난에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소도 충분히 안전하게 지어진 건물이었습니다. 그런 안전한 건물이 거대한 쓰나미로 인해 4개의 원자로 중 3개가 폭발하게 됐지요.
이미 한국에서도 여러 번 핵발전소의 안전에 대한 의구심을 던지는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2014년 8월 집중호우로 고리 2호기 취수 건물 내 배전반이 침수되어 결국 발전소가 중단됐습니다. 2020년 여름에는 울주군에 있는 신고리 3, 4호기 시설이 45일간 지속한 집중호우로 일부 침수됐지요.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핵발전소 4기가 운전을 정지했으며, 4일 뒤 태풍 하이선의 접근으로 경주 월성 핵발전소 2, 3호기 역시 운전이 정지됐습니다.
IAEA라고 불리는 국제원자력기구에 가면 전 세계에 있는 439기의 모든 핵발전소를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24기의 핵발전소도 등록이 되어 있지요.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날 때 전 세계의 핵발전소는 451기였습니다. 40여 년 가까이 지났지만 원자력 발전소의 숫자는 늘지 않고 줄어들었습니다.
핵발전이 그렇게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며 안정적이라면 숫자를 더 늘려도 될 텐데 왜 늘리지 못하고 오히려 숫자가 줄어들고 있을까요? 그것은 핵발전소에는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경제연구소가 우리나라 핵발전소 4기를 조사해보았더니 최대 2490조의 피해가 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제일 저렴한 울진은 약 900조 정도이며, 평균을 내니 약 1400조 정도의 복구 비용이 든다고 조사결과를 이야기했습니다.
만약 서울과 수도권 근처에 핵발전소가 세워졌다면 그 액수는 더 크게 불어났겠지요. 하지만 서울에 사는 사람만 사람이고, 부산이나 경주, 영광이나 울진에 사는 사람은 희생을 감수해도 되는 사람일까요.
그러므로 핵발전을 안전한 친환경 정책으로 포장하는 것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포장지만을 보고 옹호할 것이 아니라, 그 알맹이를 보고 미래와 생태계를 배려하는 재생에너지에 눈을 돌릴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임채룡 베다 신부
교구 생태환경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