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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년 4 월 3 일
오늘 아침 자택에서 스포츠 신문을 보았는데 어제 인도가 우간다를
1:0으로 제압한 기사가 첫페이지에 대문짝 만하게 찍혔다. 신문을 보니 왠지 모르게
뿌듯함이 몰렸다. 그 때 마침 전화가 왔고 받아보니 로자리오 수석코치였다.
수석코치 : 감독님!! 지금 당장 협회 사무실로 오셔야 할꺼 같습니다.
캐슬 군 :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수석코치 : 일단 오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빨리 와주십시오.
전화통화를 마치고 나는 당장 협회 사무실로 가서 로자리오 수석코치를 만났다.
캐슬 군 :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이기에 호들갑이에요?
수석코치 : 지금 당장 저랑 같이 머훈 바간 팀으로 가셔야 할꺼 같습니다.
캐슬 군 :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알기 쉽게 설명 좀 해주세요.
수석코치 : 음하하하 좋은소식입니다. 머훈 바간 팀에 브라질 출신 스트라이커가 있는데 오늘 오전에
인도 당국에서 귀화 자격을 얻었다고 합니다. 머훈 바간 팀에 저랑 잘 아는 코치가 있는데
그렇게 연락을 해왔는데 그 친구 인도 대표팀으로 발탁 해보는게 어떠냐고 말하더라구요.
캐슬 군 : 오호!! 브라질리언이라....이거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격이군요 안그래도 대표급 공격수들이
장기 부상으로 인해 어찌 할까 골치 아픈 찰나에..잘 되었네요!!그래서? 지금 머훈 바간으로
가서 그 선수를 만나보자는 말입니까?
수석코치 : 예. 그렇습니다. 그 코치의 말로는 그 선수가 인도로 귀화할 뜻이 없다고 농담 식으로 말했다는데
일단 빨리 가서 설득 해보는게 좋을꺼 같습니다.
머훈 바간 팀은 현재 인도 리그에서 3위를 달리고 있는 강팀으로 인도 대표급 선수들이
다수 포진 되어 있는 인도에 몇 안되는 명문 클럽이고. 연고지는 켈커타.. 솔트레이크 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클럽이다. 인도축구협회는 수도인 뉴델리에 소재 해 있고 켈커타는 뉴델리랑
자동차로 하루 거리에 있는 비교적 먼 곳이었다. 내가 전에 몰디브 와 우간다를 맞아 경기를 치룬 곳도
바로 켈커타의 솔트레이크 스타디움이었다.
2008 년 4 월 4 일
하루 만에 도착한 켈커타로 나와 수석코치는 바로 머훈 바간 클럽으로 이동 하였다.
수석코치와 잘 아는 머훈 바간 코치가 마침 나와서 우릴 반겨 주었다. 그 코치의 안내를 받아 우린
머훈 바간 연습구장으로 이동 했다.
연습 구장에 도착하니 머훈 바간 선수들이 한창 훈련에 몰두 하고 있었다.
그 중에 낯 익은 선수들이 몇명 보였다. 머훈 바간 코치는 그 브라질리언을 소개 시켜 주었다.
바로 이 선수이다. 한 눈에 봐도 질리언은 뭔가 달라 보였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앗싸 가오리~~!!! 나의 감독 인생이 시작부터 서광이 아주 비치는구나...너만 있으면 되 너만!!"
나와 수석코치 그리고 그 질리언 선수 3명이서 대화를 하였다.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니
그 선수는 " 저는 제 고향 브라질을 등질 순 없어요 아무리 제가 제 꿈이 대표선수가 되는 것이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아닌거 같군요. 제 부모님을 생각 해보건데 그 자식이 조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대표선수가 되어서 뛴다는 것은 좀 납득 하실수가 없을 듯 하군요"
대충 분위기가 이렇게 되자 나는 속이 탓다. 수석코치가 입을 떼었다 "음 라미레스 선수의 생각이 정 그렇다면
더 이상 어쩔수 없군요. 하지만 오랫동안 인도 프로리그에 몸담으면서 쌓았던 추억과 인도를 생각하는
좋은 감정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다시 한번 생각 해주셨으면 하네요. 제 바램은 라미레스 선수가
우리 인도 축구팬들을 위해 뛰어 주셨으면 합니다."
라미레스 선수에게 내 연락처를 주고 혹시나 마음이 바뀌면은 연락 해 달라고 말하고 수석코치와 난
뉴델리로 돌아 왔다.
2008 년 4 월 10 일
집으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수석코치 였다. " 감독님 얼마전에 만났던 라미레스 선수가
인도로 귀화 의사를 표명 하였습니다." 허거거거거걱!! 내심 물건너 갔다고 생각했고 아깝지만 애써 잊어
버린 일이었는데...일이 이렇게 되자 뛸듯이 기뻣다. 곧 인도 당국으로 부터 귀화 허가를 받아냈다.
캐슬 군 : 아주 힘든 결정을 해주었습니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네요.
라미레스 선수 : 며칠 곰곰히 생각 해보았습니다. 역시 저는 인도가 좋네요..하하하
이렇게 된 이상 경기에서 골로 말하겠습니다!!
라미레스 선수를 인도 대표팀으로 바로 포함 시켰다. 공격수 부재로 시달리던 나의 골머리가
싹 가신듯 시원 했다. 큰 짐을 덜어 내서 정말 기뻣다.
2008 년 4 월 20 일
흠냥 ㅡ.,ㅡ;; 너두 귀화 했냐????
너는 좀 싫쳐잉~~~~~~~~~~~~좀 그렇타!!!!!!!!!!!!!!!!!!!!!( 배부른 생각??)
2008 년 5 월 14 일
5월달 피파 랭킹이 발표 되었다. 지난 달과 동일 하게 스페인이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인도 대표팀은 몇 단계 오른 144위로 기록 되었다.
2008 년 5 월 25 일
자택에서 한가롭게 스포츠 신문을 보고 있었다. 해외축구 코너를 보니
음.....모따가 일본 갔네 결국...영원한 성남 맨일줄 알았는데....우라와 레즈 돈 좀 썼네.....
2008 년 5 월 27 일
6월 11일날 벌어질 수리남과의 경기를 위해 대표급 선수들을 차출 하기 위해 각 구단을 돌며
클럽 관계자들과 만나 양해를 구했다. 부상 중인 선수들을 제외한 23명의 선수들을 트레이닝 센터로
불러 들였다. 먼저 간단하게 조깅으로 몸을 풀고 서서히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 나갔다.
오후엔 자체 청백전을 벌여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 하였다.
2008 년 6 월 5 일
오늘 인도축구협회 기자실에서 수리남 과의 경기에 출전 할 26명의 엔트리를 발표 하였다
이번 엔트리에 브라질 출신의 귀화 선수 호세 라미레스 발레토 선수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을 새로 물갈이
했다. 이번 엔트리는 대거 미드필드를 다수 뽑았는데 수리남 전에서 허리 중심의 파워 축구를 구사할
생각 이었다. 발이 빠르고 패싱력이 있는 미드필더를 중용할 뜻을 내비쳤다.
2008 년 6 월 9 일
수석코치가 수리남에 대한 전력분석 보고서를 가져 왔다.
나는 바로 코칭스태프들을 모아 수리남 전을 대비한 전술 회의를 열었다.
2008 년 6 월 11 일
오늘 북중미 다크호스라고 할수 있는 수리남과의 평가전이 있는 날이다.
오전에 트레이닝 센터에서 선수들과 간단히 미팅을 가지고 결의를 다진 후 경기장으로 향했다.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입장하고 나는 믹스존에서 간단히 경기에 관한 인터뷰를 잠깐 하고
인도 벤치로 가서 자리를 지켰다. 인도 국가가 울려 퍼졌다. 명색이 인도 감독인데 국가를 같이
불러야 하거늘.....나는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아 들을수 없었다..어려웠다.......흠.....
다음엔 외워서 꼭 부를 수 있도록 해야 겠다. 양 팀 국가 연주가 끝나고 바로 경기가 시작 되었다.
수리남 진용을 보니 4-4-2 포메이션 이었다.
경기 초반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수리남을 밀어 부쳤다. 페이스가 좋았다.
전반 20 분 경 라미레스 선수가 상대 태클에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고
나는 주심에게 항의를 했지만. 주심은 받아 들이지 않았다.
나는 조금씩 흥분 했고 그 때 부터 경기가 꼬이기 시작했다. 라미레스 선수가 빠진 후 공격진에
무게감이 떨어 졌고 경기 분위기도 수리남쪽으로 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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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나기 10분 전에 2:0 스코어는 계속 되었다. 인도의 페이스는 떨어질 때로 떨어 졌고
선수들의 사기는 좀 처럼 오르질 않았다. 답답한 축구에 실망한 인도 팬들은 미리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시작 했다. 후반 추가 시간에 추가골을 얻어 맞고 결국 주저 앉아 버렸다. 부임 후 3경기 만에 첫 패배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정말 선수들에게 실망했다. 아무런 힘도 못써보고 수리남에게 대패를 하고 만 것이다.
선수들은 고개를 떨군 채 경기장을 빠져 나갔고 일부 성난 축구 팬들은 야유를 보냈다. 무슨 일이 벌어 질지 몰라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경기장을 떠났다.
2008 년 6 월 12 일
어제의 패배는 다 나의 탓이었다.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코칭스태프들과 오전에 어제 있었던
수리남과의 경기에 대해 논의 하고 문제점이 뭐였는지 아쉬운 점 등등 대화를 나눴다. 향후 앞으로
대표팀이 나가야 할 방향을 잡고자 코칭스태프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오후엔 선수들과 마무리 훈련을 가졌고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 갔다.
이리 하여 2008 년 상반기 인도 대표팀 일정은 끝이 났다. 성적으로 보면 만족 스러울 수 있지만
내용을 보면 꼭 그렇치만은 않았다. 휴~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것 같다.....................
수리남 전을 떠올리니 우리가 과연 아시안컵 본선에 나갈 수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2008 년 6 월 25 일
협회 사무실에서 기술위원회가 열렸다. 대표팀 감독인 나를 포함하여
인도 출신의 여러 팀 감독 들과 수석 코치 로자리오 그리고 기술위원 3명과 함께 회의를 하였다.
세계축구의 흐름과 현재 대표팀의 상황, 대표팀과 클럽팀간의 선수차출 문제, 내년에 있을 아시안컵 예선
준비 현황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논의 하였다. 이번 논의에 후반기 일정도 잡았다.
우즈베키스탄을 대비한 키프러스 와 U.A.E를 대비한 오만 과의 평가전을 계획 하였다.
2008 년 7 월 1 일
이번 달 초 부터 말 까지 아무 스케줄이 없기 때문에 한 달간 휴가를 내었다. 협회에서 흔쾌히
수락 해주어서 나는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휴가를 떠났다.
2008 년 7 월 16 일
7월 피파 랭킹이 발표 되었다 역시나 선두는 스페인이었다. 인도는 지난달과 4단계 떨어진 148위를
마크 하였다. (참고로 5월 랭킹이 144위 6월 랭킹도 144위 였다.)
후반기 대도약을 노리는 인도 대표팀!!!!!!!!!!!!!!
아시안컵 예선을 잘 대비 할 수 있을지 기대 해본다!!!!!!!!!!!!!!!!!!!!!!!!!!!!!!
P.S ---- 이쁘게 봐주시고 한줄의 꼬릿말이라도 저에겐 엄청난 힘이 됩니다..^^
재미 없어도 이쁘게 봐주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첫댓글 건필이여~
넵!!!!!!!!!감사합니다...^^
화이팅...한국선수가 인도리그로 와서 대표팀이 되는 그런 일도 나왔으면^^
쭉 지켜봐왔는데 ㅎㅎ 너무 재밌네요 . 열심히 하세요 꾸준히 열심히 써 주시길바랍니다 ㅎㅎ 엄청 재밌게 봤네요 ^ㅡ^
노팅엄인 저는 저정도면 ㅎㄷㄷ
기적은일어납니다 ㅋ
연재속도가 빨라서 좋네요 ㅎㅎ 건필해주세영~
흠...저도 귀화선수나 좀 생겼으면 좋겠네요 ㅜㅜ 아무튼 건필하세요~~
네..님두요!!!님 감자전 빨리 읽고 싶네요...^^
ㅎㅎㅎ 인도 귀화선수 많다구 했었던게 현실이 되는군요.. ㅋㅋㅋ 좋은선수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 인도 토박이를 사랑합니다...
아 점점 재밋어지는걸...
지켜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들게 노력하신 흔적이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잘 읽고 있습니다.
^^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