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029
의상조사법성게29
동봉
존재와 공간(5)
하나속에 여럿있고 여럿속에 하나있어
하나가곧 여럿이고 여럿이곧 하나이네
미세먼지 그가운데 시방세계 담겨있듯
온갖미세 먼지마다 시방세계 들어있네
일중일체다중일一中一切多中一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일체진중역여시一切塵中亦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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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으레 물질과 비물질 에너지로 되어 있다
불교에서는 이를 삼계三界라 한다
첫째 색계色界는 물질이다
둘째 무색계無色界는 비물질이다
셋째 욕계欲界는 물질 비물질의 속성이다
어라! 삼계 순서가 바뀐 것 아닐까?
일반적으로 욕계 색계 무색계 순順인데
색계 무색계 욕계로 바꾸어?
순서는 욕계 색계 무색계가 맞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순서를 바꾼 것뿐이다
첫째 물질을 분석해 들어가면
오직 원자原子atom만이 있을 뿐이다
때로 원자와 '원소原素element'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기도 한데
원소는 엘레멘트element라 하듯이
물질을 이루는 성분의 종류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그릇 백화점에 가면
진열대에는 다양한 그릇이 놓여 있다
나무로 만든 목기를 비롯하여
흙으로 빚은 토기 옹기 질그릇 따위와
아름다운 도자기도 있을 것이다
놋그릇과 사기그릇 유리그릇이 있고
얼룩 없는, 때 묻지 않는, 오점 없는
녹슬지 않는 스테인레스 그릇도 있다
싸리나무 대나무로 만든 광주리가 있고
실로 짠 수예품 그릇들도 있다
이들 그릇은 모양새와 빛깔이 다르듯
쓰임새가 다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를 우리는 모두 '그릇'이라 부른다
나무 재질에서 돌로, 금속으로
흙으로, 유리 따위로 빚어졌다고 해서
어떤 것은 분명 그릇인데
어떤 것은 그릇이 아니라 할 수가 없다
원소란 단지 원자의 재질일 뿐이다
그런데 이처럼 여러 가지 재질로 된 그릇이
다양한 모양새
다양한 크기와 빛깔
다양한 쓰임새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깊이 파고 들어가보면 오직 원자일 뿐이다
그럼 그릇들만 원자로 되어있고
그릇 외에는 원자가 아닐까
그릇도 그릇에 담길 밥과 반찬과 차茶와
온갖 요리들도 모두 원자로 되어있고
원자로 이루어진 다양한 그릇에
원자로 구성된 음식물을 섭취하는 사람도
몸의 원형질은 다 원자로 되어있다
언제는 생명체가 세포로 되어 있다더니
이제 와서 모두가 원자라고 하면 되겠는가
세포도 알고보면 원자의 집합이다
나도 너도 그도 우리도 원자의 집합이다
산도 들도 냇물도 원자의 집합이고
바위도 자갈도 모래도 원자의 집합이며
지금 글 쓰는 도구 스마트폰도
원자를 떠나 다른 것으로 되어있지는 않다
세상에 내가 입고 있는 옷도 원자고
쓰고 있는 다촛점 안경도 원자의 집합체다
대관절 원자 아닌 게 과연 뭐가 있겠는가!
눈에 보이는 모든 물체는
생명이 있거나 없거나 할 것 없이
모두 한결같이 원자로 구성되어있다
피부에 와 닿는 것이라면 다 원자다
이 원자의 지름이 얼마라고?
나노미터보다 10배나 더 짧은 옹스트롬
바로 이 1옹스트롬의 길이와 맞먹는다
지구상에 지금까지 나온 도구 중
가장 얇은 게 도루코 면도날이라는데
이것도 300옹스트롬 이쪽저쪽이라 한다
원자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이제 조금이나마 이해가 갈지 모른다
다른 비유 하나 더 들까 싶다
500cc 머그잔에 물을 가득 채웠을 때
그 물에 들어있는 원자 수數가
과연 어느 정도라고 여겨지는지
갠지즈강 모래알로는 비교가 되지 않고
사하라 사막의 모래알 숫자라면
엇비슷하게 맞아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만큼 작은 것이 극미진 원자의 세계다
원자가 이렇게 작다 하더라도
이 원자 안에는 한가운데 원자핵이 있고
원자핵을 중심으로 하여 전자가 돌고 있다
원자, 원자핵, 전자의 크기는 어떨까
원자를 거대한 실내체육관이라 가정하면
한 가운데 원자핵은 구슬 크기이다
구슬치기할 때의 바로 그 구슬 크기이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되어있는데
중성자中性子는 전하가 중성이지만
양성자陽性子는 양(+)전기를 띠고 있다
이 양전기를 띤 양성자와
음(-)전기를 띤 전자의 양이 같으면
전기의 양은 제로(0)가 된다
양성자는 전자보다 1,840배 쯤 무겁기에
둘은 때로 어울리지 않는 면도 있다
아무튼 원자가 그렇게 작지만
실제 알고보면 텅텅 비어있는 셈이다
거대한 실내체육관 중앙 허공에
구슬 크기의 원자핵이 있고
이 원자핵 1/1,840크기의 전자라니
원자핵 양성자의 개수에 따라
원소의 성질을 결정한다
그리고 이를 원소 고유번호로 사용한다
이 양성자에는 두 개의 위 쿼크와
한 개의 아래 쿼크가 있는데
양성자와 쿼크와의 크기 비교는
원자와 원자핵의 크기보다 더 벌어진다
오늘은 극미진에 관한 이야기라서
쿼크까지는 논하지 않는다
원자가 이렇게 텅텅 비어있는 상태이므로
가령 지구를 형성하고 있는 모든 원자를
불랙홀 수준으로 압축시키면
질량은 그대로인 채
지구 크기가 자그만치
축구공 하나 크기 정도로 줄어든다고 한다
1옹스트롬의 지름 크기 원자의 세계
그러나 이처럼 텅 비어있는 세계
이를 불교에서는 극미진極微塵이라 한다
의상조사《법성게》의 일미진一微塵은
바로 원자의 세계를 얘기하고 있다
티끌 진塵 자는 작을 미微 자와 더불어
소수점小數點decimal point 이하
작은 수에 들어간다
작을 미微 자가 10^-6이라면
티끌 진塵 자는 10^-9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미微가 100만 분의 1이라면
진塵은 10억 분의 1에 해당한다고 본다
티끌 진塵 자에 담긴 뜻을 살펴 보면
사슴鹿이 떼를 지어 질주하면서
일으키는 뽀얀 흙먼지土를 가리키고 있다
사슴 떼의 질주는 실로 장관이다
사바나의 들소 떼 질주만큼은 못하지만
버팔로 떼의 질주도 또한 대단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이 치타인데
사슴의 질주도 치타에 버금간다
사력을 다해 달아나는 사슴을
치타가 번번히 놓치는 것은 까닭이 있다
사냥감을 보고 달리는 치타보다
생존 앞에서 죽을 힘을 다하는 사슴이
더 절체절명絶體絶命이기 때문일 것이다
원자로 표현되는 극미진의 세계
하나의 미세 먼지가 시방十方을 머금었다
나노미터 1/10 옹스트롬 크기
그토록 작은 원자도 알고보면 텅 비었으니
부처님의 제법무아諸法無我 가르침이
그야말로 실감이 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모든 게 꽉꽉 차 있다고 보는데
그런 생각을 뒤집고 텅텅 비었다시니
그것도 요즘이 아닌 2,600여 년 전이다
정말 하나의 미세먼지가
시방十方을 머금고 있는 게 맞을까?
2,600여 년은 접어두고
그 절반에 해당하는 1,300여 년 전 신라
화엄조사 원교국사 의상스님께서
하나의 띠끌이 시방을 머금었다시니
어즈버! 마냥 존경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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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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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2017
선겨울立冬을 맞아
종로 대각사 '검찾는집'에서
첫댓글 금강반야바라밀경 금강반야바라밀경 금강반야바라밀경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