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송년 모임이 있어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문을 닫았다.
거리가 한산하다.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조차 을씨년스럽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리지 않는 이유는 지적재산권 저작권료 때문이라고 한다.
씁쓸하다.
내가 작곡가라도 내 작품이 많이 불려지면 좋지, 왜 돈에 얽매일까!
캐롤을 들으면 흥청이던 과거의 좋은 기억이 많이 기억될 것인데....!!
올 송년회는 내게는 특별한 송년회가 된다.
지난 4년 동안 회장이란 직함을 갖고 있으며 여러 군데를 다녔었다.
그런데 임기가 만료되어 직함을 내려놓는 마지막 송년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섭섭하기도 하지만, 시원하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듯한 가뿐함도 느낀다.
어느 모임에서나 장(長)을 한다는 것은 개인적인 영역에 적잖은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족에게 등한시한 인상을 주기 쉽다.
내 아내가 얼마나 반가워할까!
그렇다고 잘 할 수 없는 내 위치이지만!!
그러하기에 이 작은 추위에도 움추려든다.
영하는 아니라도 바짓가랑이를 들어오는 바람이 차다.
버스 정거장 옆 가게에 기모청바지 10,000원이란 옷이 눈에 들어온다.
만져보니 기모도 있고 스판도 넉넉히 되는 바지이다.
그러나 나이도 생각해 청바지보다 검정색을 사려고 들어갔다.
그런데 내 검정색은 사이즈 34인치가 없다고 한다.
모레 입고된다기에 미리 돈을 주고 영수증을 받았다.
홈쇼핑 방송을 보면 두 벌에 60,000원 가까이 하는 액수였던 바지가 단돈 만 원이라니!
공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60대 노인네가 청바지를 왜 사느냐고 묻는 분이 계실까?
요즘 60대는 경노당에 가면 쫓겨난다고 한다.
70대가 가면 담배 심부름이나 막걸리 받아오는 똘마니(?)로 전락한단다.
그럼에도 청바지는 나보다 훨씬 젊은이들의 전유물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검정색을 찾는 이유이다.
특히, 광화문 집회에 가면 아무 데서 앉을 수 있는 작업복 차림이 편하다.
언제까지 광화문을 나가야 하는지, 끝도 모를 이 암울한 역사가 어서 종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들은 내가 광화문을 나가니 애국자라고 말하지만, 아니다.
사무실에 앉아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느니 가슴에 응어리진 울분을 토하려고 나간다.
내일은 아무런 부담없이 오랜 기억을 더듬어 저녁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려 한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리던 단성사 뒷골목을 배회하는 젊은 영혼을 만나야겠다.
만나려는 그 젊은이는 어데로 가고, 어느새 60대 늙은이로 변한 사내를 만나겠지!
그를 만나고 싶은 분은 중절모를 쓴 검정색 구스다운을 입은 사람을 찾으시라!
즐거운 주말 되시라!
첫댓글 크리스마스 캐롤이
안 나오는 이유를 처
음 알았습니다.
행복한 아침이 되십시요.
마도친님 오랫만에 토끼방 글올려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케롤이 울리는지 안울리는지 감각도
없이 살다보니 나이가 먹었다는 실감이 나네요
마음은 아직청춘같은데 어느새 7자를 바라보니 한편 서글퍼 지네요
옛날 학창시절 망년회 올나이트한다고 남학생 여학생 짝맞쳐서 짝짓기 한다고 쪽지폽기도하고 파트너 마음에 안들면 삐져서 가는친구들도 있고
요즘은 좋은대학 가려고 머리싸매고 공부하느라 그런학생들은 보기드물지요
나이먹으니 갑장친구들과 함께하는시간이 노후대책이지요.
친구님도 이번정모에 서 한해 마무리 해요
ㅎ~^^
마음먹기 생각하기 나름
아직은 청춘맞습니다 ㅎ
제 남편은 67세인데도 생전 안입던 청바지를
제가 사다가 입게 했는데 잘 어울리고
10년은 더 젊어 보이는게 아주 근사 하던걸요^^
아직은 입으셔도 됩니다 ㅎ
매럭님 지난번 송년회에서 전번을
메모안했네요
제전번으로 010~6338~5528
로 부탁합니다
정모에 참석 기다립니다
마도 남친님
미인아도 외모는 추래하지만
마음은 착각은 자유
청춘이라서ㅡ
청바지 선호를 하죠
편안하고 부담감이 없다는
이유죠
마도님
마지막 ''장'' 사퇴에
우울하겠지만
한편으로 홀가분 하겠습니다
그 동안 맘고생 수고했습니다
마도남친님
용서보다
아름다운 향기가
없음을 진실로 깨닫지
못하고 반목의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오늘도 바람이
차가을꺼란 기상예보입니다
고뿔조심 하시고
편안하고 뜻깊은
주말 휴일되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