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건조증 질환별 대처법-이준규 경향신문 의학전문기자ㆍ보건학박사
거리에 쌓이는 낙엽을 보면서 새삼 가을을 느낀다. 날씨는 점점 쌀쌀해지고 집집마다 난방을 시작하면서, 우리 몸도 마치 낙엽처럼 메말라 금방이라도 바스락 소리가 날 것만 같다. 건조한 환경 탓에 눈이 충혈되거나 뻑뻑하고, 콧속이 메말라 코피가 자주 난다. 입안이 바작바작 말라 입 냄새가 나고, 온몸이 가려워서 아무 데서나 품위없이 북북 긁게 된다. 온 나라가 건조주의보에 빠진 요즘, 가습기를 틀고 환기를 자주하고 물을 더 많이 마시는 기본적인 방법 외에 각 질환별 대처법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 입안이 바짝바짝- 구강건조증
음식을 먹을 때뿐 아니라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있을 때, 음식냄새를 맡았을 때도 저절로 침이 나온다. 이것은 하나의 반사작용으로서 자율신경계에 의해 구강 주위에 있는 타액선이 자극을 받아 분비되는 것이다. 또한 침은 잠을 자거나 안정을 취하고 있을 때에도 비록 적은 양이지만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분비되어 항상 입안을 촉촉이 적셔준다. 이러한 침이 어떤 원인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분비되지 않아 타액분비량이 1분당 0.1㎖ 이하이면 '구강건조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구강건조증은 입안의 거의 모든 기능에 장애를 일으킨다. 일단 평소 칫솔질을 잘 해도 충치나 잇몸질환에 걸리기 쉬워진다. 또한 씹는 것과 삼키는 것이 힘들어지고 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대개 입 냄새가 나므로,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구강건조증은 침을 분비하는 기관 자체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하거나 또는 고혈압 치료제나 항우울제, 진정제, 항히스타민제, 식욕억제제 등과 같은 다른 약물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빈혈, 당뇨 등으로 인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불안과 우울증은 침 분비 중추에 영향을 미쳐 평상시 침 분비량의 감소를 가져온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런 환자가 복용하는 항정신성 약품이나 혹은 우울증약도 타액 분비를 억제한다. 스트레스와 같은 정신적인 요인이나 방사선 치료, 계속적인 비타민A의 부족 등 구강건조증과 연관이 있다.
▷ 알코올 성분 구강청정제는 사용 금물
구강건조증은 원인이 되는 약물이나 치료법, 병적 증상들을 중단하거나 치료하면 대부분 정상화된다. 단, 침 분비선에 문제가 생긴 경우는 다양한 치료법이 필요하다. 보조적으로는 구강점막을 부드럽게 하고 감염을 막기 위해 소독약을 넣은 인공타액으로 입안을 자주 적셔주어야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 부드러운 칫솔로 꼼꼼히 양치해주고 술, 담배, 강한 산성음식 등의 섭취를 줄이는 한편 자주 물을 마셔주는 생활요법만으로도 증상이 개선 가능하다. 수시로 무설탕껌 씹기, 레몬향 음료 복용, 구연산을 첨가한 양치용액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알코올 성분이 함유된 구강세척제는 입안을 더욱 건조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권하지 않는다. 식사를 할 때 육류, 야채, 생선 등 여러 번 씹는 음식으로 저작작용을 유도하면 침 분비에 도움이 된다. 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자주 기분전환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 콧속이 간질간질- 비강건조증
비강건조증은 코 속이 마르고 건조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콧속이 당기듯이 간지럽고, 코를 만지면 통증을 느끼며, 점막이 벗겨지거나 코피가 날 수 있다. 비염이나 부비동염 등 대부분의 코질환은 비강건조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특히 코점막의 분비 기능이 저하되거나 건조한 환경, 비염 등은 비강건조증의 주요한 원인이다. 그리고 노인들이나 만성 질환자(신부전증, 항암 치료 환자, 고혈압, 당뇨 환자 등)는 코점막의 분비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별도의 비강질환이 없어도 많이 나타난다. 코를 후빈다든지 하여 비강 입구의 코털이 있는 부위에 감염이 되면 코 주위가 발갛게 붓고 단단해져 통증을 느끼게 하는 비전정염이 쉽게 발생하는데, 특히 어린이들에서 흔하게 관찰할 수 있다. 어린이는 스스로 비강건조증을 감별하기 어려우나 코피를 자주 흘린다든지 코딱지가 많아서 숨쉬기에 방해를 주는 경우는 비전정의 건조가 그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 콧속에 바셀린만 발라줘도 한결 나아
비강건조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코 점막에 약간 염증이 생겨서라면 바셀린과 같이 기름기가 많은 연고를 콧속에 발라주면 많이 완화되지만, 오래된 비전정염이나 습진이 동반된 경우라면 항생제, 혹은 부신피질호르몬제가 포함된 연고를 사용하여야 한다. 이비인후과에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처방된 연고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대부분의 비염이나 부비동 질환은 비점막을 농성 분비물로 덮게 하여 비점막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이는 코를 답답하게 하고 가피(코딱지)를 형성하여 비강건조증과 비출혈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상당 기간 그 증상이 지속되면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물론 코를 후비거나 코를 너무 자주 푸는 등 코를 자꾸 만지는 행동은 비전정염을 악화시키거나 비강의 정상적 기능을 저해할 수 있고 결국 비강건조증을 악화시키므로 피해야 한다.
● 온몸이 긁적긁적- 피부건조증
피부에는 건조를 막기 위해 지방질을 공급해주는 피지선이 있다. 그러나 팔, 다리, 손, 발, 배 부분에는 피지선이 적어 각질층에 있는 수분이 쉽게 증발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누구나 나이가 들면 피부표면의 지방질 분비가 줄어들고 호르몬의 변화와 각질층에서 수분 함유력이 감소함으로써 표피를 통해 수분손실이 증가하여 피부 건성화가 더욱 심해진다. 특히 요즘처럼 차가운 바람이 일고 습도가 낮은 건조한 날씨는 피부의 신진대사가 약화되어 지방분비가 적어지고 수분증발로 인한 가려움증을 동반한 피부건조증이 나타난다. 또한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비누나 세척제, 기타 화학제품 등도 각질층에 있는 지방질의 손상을 초래한다. 손상된 피부는 각질층에서 표피를 통해 수분손실이 증가하고, 수분 함유력이 저하된 피부는 결국 건조해진다. 일단 건조해진 피부는 표피를 통해 감작물질(항원을 예민한 상태로 만드는 물질)이나 자극물질의 흡수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민감해진 피부는 가려움증이 나타나 긁게 된다. 특히 잘못된 목욕습관은 피부건조증을 부추긴다. 샤워나 사우나를 너무 자주 하거나 욕조에서 몸을 불린 후 때수건으로 과도하게 문지르면 피부표면 지방질의 균형이 깨져 수분증발을 막지 못해 피부가 쉽게 건조해지고 가려움증이 더욱 심해진다.
▷ 피부 보습제와 완화제로 증상 개선
피부건조증과 가려움증은 원인제거와 생활습관의 변화, 그리고 적절한 피부 보습제와 완화제의 사용으로 만족할 만한 치료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하고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내환경을 건조하지 않게 조절하고 유지하는 것이 피부건조증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되며, 창문을 통한 규칙적인 환기, 중앙식 환기의 강화, 금연구역의 확대 등이 효과적인 예방법이다. 채광이나 온도(16~20도)와 습도(40~60%), 환기와 공기정화 등 근무환경을 최대한 자연환경에 가깝게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완벽한 실내 환경을 갖추기 어려운 여건에서는 주기적으로 환기를 시켜 적당한 실내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도록 하고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