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3종 킹코스 언젠가 완주해보고 싶었지만 마라톤 풀코스 도전 계획도 없는 나에겐 한낮 꿈이었다. 그런데 지난 5월 장현수원장님의 제주킹코스 대회 함께 가자는 미끼를 물었다. 그래 한살이라도 젊을 때 도전하는 것이 완주 가능성을 높이지 않겠는가? 정작 낚시꾼은 햄스트링 부상 핑계로 핫바지 방구 새듯이 빠졌다.
나의 장거리 경험은 미천했다. 수영 1.5km, 달리기 23km, 자전거 45km!
2달 동안 장거리는 수영 2km, 달리기 30km, 낙동강 자전거 150km 각각 1회씩 밖에 못했지만 기록에 대한 욕심은 대단했다. 수영 1시간 30분, 잔차 7시간 30분, 달리기 4시간 30분, 바꿈터 시간과 +알파 29분해서 목표는 13시간 59분!
대회 준비하면서 훈련만큼 신경 쓴 것이 복장이었다. 왜냐하면, 장거리 자전거에서 가장 힘든 것이 엉덩이 통증이었고, 달리기에서는 상체 호흡이었다. 그래서 경기 때는 경기복 대신 자전거 탈때는 자전거 전용옷으로, 달리기할 때는 달리기용 옷으로 바꿔 입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을 몰랐다. 시합에서는 몸이 땀에 젖어있어 바꿈터에서 옷을 바꿔 입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대회 1달 전 벤치프레스 훈련 때 왼쪽 어께인대를 다쳐 수영 훈련이 힘들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다친 어께는 달리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회 4일전 수달에서 왼쪽 어께가 너무 아파 5km 이상을 뛸 수가 없었다. 수달지기 장현수원장 왈, 대회전까지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가능한 모든 치료는 받아야한다면 한의원에 와라고 했다.
11일 부산철인학교 박찬호감독에게 자문을 구하니 스포츠테이핑을 권했다. 그날 한방 명의 장현수 한의원에서, 다음날 양방명의 재미로철인 회장 카이맨님 병원에서의 치료로 통증이 제법 사라졌다. 그러나 어깨인대와 통증 완화를 위해 테이핑과 진통제가 필수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나의 목표는 기록에서 완주로 바뀌었다.
13일 대회장안 옷가게에서 소매가 있는 SKINS 옷이 팔을 잡아주는 효능이 있다기에 10만원을 바로 질렀다. 이 옷이 왼쪽 팔이 쳐지는 것을 막아줬는지는 모르지만 어께 테이핑한 것이 떨어지지 않게 꽉 잡아주었으며, 또한 나의 빼어난 몸매가 잘 드러나게 해주었다.
지금까지 철인경기 전날 제대로 잠을 자본적이 없었다. 그러나 13일 수면제를 먹고 5시간을 푹 잤다. 체중은 평소보다 2kg 많은 62kg을 유지해 대회날 에너지소모에 대비했다.
대망의 14일! 완주를 위해 어께통증이 발생하지 않게 최대한 조심하고, 심박수를 최대한 낮추어 젖산이 쌓이는 것을 철저히 막았다. 집사람이 “철인3종 대회가 이번만 있는 것도 아니고 어께통증이 심하게 다치면 평생 운동 못할 수도 있으니 아프면 포기”해라고 당부를 했다.
스페셜 food를 맞기고 수영 대기선에 섰다.
3각 꼭지점 수영 코스에서 방파제 안쪽 지점은 파도가 심하지 않았지만 바깥쪽 지점은 파도 심해 일직선 800m를 두 바퀴 도는 3.2km로 수정되었다. 그러나 파도 때문에 줄은 C자 형태가 늘어져버렸다. “뿌앙” 신호와 함께 입수했는데 파도가 무척 심했다.
수온은 적절했고 호흡은 금방 터져 바다가 포근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파도가 심해 전방을 식별할 수 없어 앞사람만 보고 따라갔다. 어께 통증에 신경을 곤두세웠고, 몸싸움을 피하고, 최대한 편하게 수영했다. 수영 1회전이 끝났을 때 통증이 경미해 수영에서 포기하는 사태는 생기기 않을 것 같았다.
((수영 첫번째 바뀌 돌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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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마쳤을 때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1:26:44
수영 후 씻고 습한 상태에서 자전거용 옷으로 갈아입는데 무려 13분이 소요되었다.
(수영 후 사이클 복으로 바꿔입고서)
자전거 출발!
차비탈님은 나에게 평속 25km를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심박수가 올라가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했다. 출발 후 약 20km 지점까지 오르막이었다. 평속을 보니 26.2km. 이후 속도가 조금씩 올라 60km 지점에서는 평속이 29.2km 였다. 65km부터 132km까지 돈네꼬 언덕을 포함한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었다. 언덕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맞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70km 지점에서 왼쪽 무릅 안쪽에서 사타구니까지와 오른쪽 사타구니에서 쥐가 내렸다. 기어를 최대한 낮추고 가끔 댄싱을 하면서 다리를 풀어주었다. 이후부터 내리막에서는 페달링을 하지 않고 다리를 풀어주었다. 92km 스페셜푸드 지점에 나의 것은 없었다.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전복죽 두그릇 먹고 과일 통조림이 너무 먹고 싶어 남이 먹다 남은 통조림을 뒤졌지만 없었다. 응가 찐하게 하고 돈네꼬로 출발했다.
말로만 듣던 돈네꼬, 108km 지점부터 1.5km 정도로 미포에서 해월정까지 정도의 경사였다. 그러나 지쳐있는 상태에서 만만찮았다. 선수 절반 정도가 끌바를 하고 있었다. 지그재그로 힘들게 정상에 도달했을 때 심판이 475등이라 불러주었으며, 장프로가 시원한 콜라를 건네주었다. 구세주였다. 배도 고프고 허리가 잘려나갈 듯이 아파서 130km 지점의 보급소에서 쉬었다. 허리 통증을 호소하나 아줌마 철인이 친절하게 소장 파스를 붙여주었고 의사철인이 자신이 처방한 진통제라면서 2개를 건네주었다. 2-3번째 구세주였다.
이후 10여 km가 지속적으로 내리막이라 편했다. 이대로 쭈~욱되기를 기대했지만 155-160km의 완만한 경사는 돈네꼬보다 더 나를 괴롭혔다. 이후 평지였지만 나에겐 가장 힘든 구간이었다. 장거리 자전거 훈련 부족을 고통으로 느꼈다. 총구간 평속이 24.7km 나왔다.
8:07:07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가족과 대학원생들 날 반갑게 맞아주었다. 젖은 사이클복을 벗기고 어께 테이핑을 하고, SKINS 옷을 입혀주는데 17분을 소요했다. 끝장 자봉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사이클 후 바꿈터에서 자봉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다)
달리기 출발하려는데 신발을 깜박 신발을 준비하지 않았다. 신발이 젖을 경우를 대비해서 예비용으로 자봉에게 맞겨둔 신발을 신고 달렸다. 어께 통증 때문에 왼손은 가급적 움직이지 않고 오른손만 앞뒤로 흔들면서 뛰었다. 처음 2km는 평속이 6분 15초 였는데, 8km 반환점에 도달했을 때는 7분 페이스로 떨어졌다. 왼쪽 장경인대 근육의 통증 때문에 1km를 뛰고 스트레치하고를 반복하면서 달렸다. 그때, 바로 앞의 런클 뻰지님 언덕을 오를 때 걷는 모습을 보았다. 달리기 고수 뺀지도 걷는구나, 나도 걷자! 이후 오르막은 걷고 평지와 내리막은 뛰었다. 또한 보급소마다 쉬면서 보급받고, 시원한 물을 머리에 부어 식혔다.
고수는 대회마다 기록을 남기고 나는 응가를 남긴다. 아주 찐한 응가를 주요소 화장실에 남겼다.
마지막 2km, 나의 학생들이 마중 나와서 함께 뛰어주니 힘이 솟아났다. 기다리던 집사람과 아들 지우와 함께 결승점을 통과하며 기쁨을 나누었다.
5: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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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15시간 39분 48초의 힘든 여정이 끝났다. 나의 인생 최대 목표 중의 하나가 성취되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나의 킹코스 도전, Happy ending으로 마무리를 했다. 나의 등수는 415등, 대회 신청자 850명 중 519명만 완주했다.
(완주 후 자봉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다)
에필로그
대회 마치자 고통이 너무 심해 두 번 다시 킹코스 도전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픈 고통은 조금식 사그라지고 완주의 기쁨만 뚜렷하게 돋보이고 기록이 아쉬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55세가 되는 2년 뒤 50대 후반부 입상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돈네꼬야 기다려라. 2년뒤 너의 똥꼬에 똥침을 놓겠다!
첫댓글 새로움에 도전, 성취...
완주 축하드립니다.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도전도 좋지만 얼굴 노후화도 생각하셔서ㅎㅎ
김교수 축하한다. 도전정신이 훌륭하고 해 내니 너무 부럽네. 나는 능력 부족으로 철인 접었다. 다음 기회봐서 후일담 들어보자.
완주후 표정이 너무나 평온하고, 여유로워 보입니다. 외유내강의 전형이랄까?? 좀더 준비된 다음 도전을 기대하면서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김 재 환 힘!!!!!
과연 철인입니다. 존경스럽습니다^^. 풀코스 하나만 해도 다시는 풀 안 뛴다는 다짐이 일주일 이상 가는데...
통증은 몸이 내게 "주인님 더 이상 못견디겟소"하며 조심하라고 보내는 신호인데 진통제나 다른 물리적 치료로 감추는 것은 아니다는 생각이, 어쨋든 대단하오! 축하
킹코스를 완주하신 분의 표정이 아니신데요^^
너무 즐거워 보이시는.ㅋㅋㅋㅋㅋㅋㅋㅋ
컨디션 회복 잘하시고, 킹완주의 후일담 들려주세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요.
축하드립니다.
완주 축하합니다. 회복 잘하세요.
축하드립니다. 완주후에 행복해 보이시네요. 회복 잘하세요.
완주를 축하하고,이제부터는 쉬엄쉬엄하슈~~
중간중간의 표정을 보니 힘든게 거의 보이지 않네요. 한번만에 멋지게 철인 3종 킹코스 완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연습보다 실전에 훨씬 강한거같아요.
힘들었지요! 푹 쉬세요. 멀리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젠 누가 대를 잇나? 아~ 삐약이가 있당!
멀리서 감사합니다. 잘 보내다 오세요.
빼어난 몸매의 김철인님 ㅋ, 대단하십니다.
풀은 안 뛴다 안 뛴다더니 요런 편법(?)으로 입문하시네요. 다음번 입상도 기대하고 그러려면 마라톤서 분발하셔야 될듯한데 이번 춘천서부터 단축해 보심이 어떨런지요ㅋ 완주 축하드리고 회복 잘하이소~~ 철인 문외한올림ㅋ
아! 그렇네요. 첫풀이네, 이런 경우 첫풀패을 만들어야되나? 헷갈리네. 일단 월달에서 첫풀 턱 함하고 고민해볼까요?
예 감사합니다. 이번 토요일 미국 출장갔다 27일 오면 시간되는데로 월달 갈게요.
멋집니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철인도 되보고 ..
완주 축하드립니다! 그날 제주에서 뵈었을때 쌩쌩한 모습으로 지나가시던데요...ㅋ
아이언맨에 등극하신거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아이언맨! 차~암! 힘듭니다...ㅋ
아이언맨 등극을 축하 드리옵고,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효마클 아이언맨 1호이신 류승관 고문님의
" 다른 거 재미있는 것도 많은 데 그 힘든 것을 또 할라꼬요??? " 하시던 말씀이 귓가에 와 닿습니다. ㅎ
손선배님 대단하세요. 이걸 3번이나 도전하였으니. 회복 잘 하시고 미국 출장 갔다오면 소주한잔 해요.
축하드립니다.. 세상에는 킹코스를 완주한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나누어 지지요..
(풀 마라톤 완주 후 누군가 소감을 묻길래 했던 말 또 써먹습니다..ㅎㅎ)
무사 완주 축하합니다. 벌써 기록 욕심을 내시다니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