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비(慈悲)
아침에 일어나 여명(黎明) 짙지않은 창문을 주시했다. 무엇인가 움직임의 느낌, 영화 이스케이프(Escape)...불을 켜니 긴급 탈출을 위해 방충망을 뚫으려는듯 허둥대는 모기 두마리, 어젯밤 모기장속 나의 심장에서 솟아 나오는 붉은 피를 노렸던 침략자들이다. 인체를 해함의 댓가는 가혹한 응징이다. 자비를 베풀지 못했다.
창너머 도시는 아직 어둠에 휩싸였고, 버스터미널 플랫폼 사각등은 아직 켜지지 않았다. 백화점앞 도로가의 깜빡이는 차가 눈에 띈다. 숨가쁘게 깜빡이는 경광등(警光燈), 덜 밝은 날씨지만 그들에겐 그게 헤쳐가야할 삶의 여정에 필요한 미션인 것이다.
휴대폰에 옮겨진 시선, 누구는 밴드에 글을 올렸고, 댓글에서 방향설정의 잘못을 지적하며 혼란이 일어나니, 다음날 다시 글을 올려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누가 올리라 햇고, 누가 댓글을 탓했었나? 그러나 통제되지 않은 공간에서 스스로들 소통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 온라인 공간의 또 다른 묘미이다.
어느 스님은 설문에서 질문자(인간) 판단의 잘못을 지적하며, 뻔한 신의 영역을 들먹거렸다. 모두가 자신이 길이 올바름을 내세우며, 외로운 혼자만의 자리를 마다 않는다. 내가 조심스레 댓글을 달았다.
"고명하신 스님의 설문을 보게 되네요.
저는 다만 인간의 한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완벽하다면 신과의 구분이 쉽지 않겠지요.
예수님도 십자가의 고난을 피하고 싶었으나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라고 하셨다는 성경말씀 기억나네요.
술김에 쓰는 댓글이니, 술깨면 제생각이 달라질지 몰라요. 글 감사합니다."
글쓴이(스님)의 대댓글은 이렇게 돌아왔다.
"000(시간여행자)님!
첫 댓글
환영하고 반갑습니다^^
인간의 한계에 일단 방점 찍고요 ㅎㅎ
같은 생각이니
술깨시고 딴생각 마십쇼!ㅎㅎ"
허허 그 스님 속세 무지랭이의 댓글도 잘 받아 넘기시네. 나도 처음부터 스님 글에 토달고자 함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다. 나의 위험한 종교관념과 개똥철학, '종교는 일단의 가설(假說)이 있고, 정치는 관객을 기만하는 쇼다? 개별 종교이론의 근원은 인간을 해함이 없다. 다만 인간의 잘못된 선택이 세상을 혼란 시킨다. 모두가 한방향으로 사랑하면 결국 신(하나님)의 품속에 함께 든다. 그들은 모두가 형제이고, 삼촌 이모이기에 그렇다.'
산친구가 보내온 동영상, 부모없는 아이들 셋키우던 어느 스님, 사람들 시선 아랑곳않고 삼겹살집에 앉았다. 자신은 채식을 하면서도 아이들에게 고기를 먹이는건 그들이 커서 무엇이 되든, 우선은 영양부족 때문이었단다. 교리보다 그게 진정한 자비가 아닐까?
불현듯 내일은 난생 처음(마지막으로) 절밥을 먹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난다. TV 채널을 돌리다 보니 오래전 방영되었던 '파랑새는 있다' 라는 드라마가 재방영 되고 있었다.
서로 사랑을 나누고 장래를 약속하던 젊은 남여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헤어지며, 남자가 떠나기전 여자에게 주고간 시집의 시가 김재진의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였다. 글이 가슴에 와 닿아 올려 보았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김재진]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치지 않을 때
섭섭한 마음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번이나 세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보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그림자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 넣고 떠나라
* 사진은 10여년전 부처님 오시날에 어머니와 남원을 여행하며 찍은 첨부물입니다. 부처님 오신날, 복된 시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