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라판타지아
(나의 환상 속에서)
이석범(똘이)
소파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는다.
나는 이내 꿈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드넓은 벌판이 초록빛으로 가득하다. 눈앞에 펼쳐진 넓고 넓은 대지에 푸르름이 끝없이 넓다. 바람으로 천천히 일렁이기 시작한다. 서서히 그리고 넓게 파도 친다. 파도처럼 푸른 물결이 흔들린다. 파도처럼 쏴쏴 소리를 낸다. 시야에 보이는 광활한 대지가 모두 초록의 물결이다. 이렇게 초록색깔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할 수 있구나! 이 초록빛 만으로도 나의 가슴은 기쁨과 평화가 넘치는구나!
하얀 구름이 솜처럼 일어난다. 먹구름이 비를 뿌릴 것 같이 올라온다. 천국의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천국의 입구에 서 있는 것처럼 신비롭고 아름답다.
한줄기 가느다란 바람이 불어온다. 들판의 오른쪽 끝에서부터 바람이 불어오고 보리밭이 흔들린다. 바람은 소용돌이 치듯 크게도 불다가 다시 조용히 물결치듯 작게도 불어 온다. 빠르게도 불다가 느리게도 분다.
잠시 후, 천상(天上)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천사(天使)가 지상에 왔음을 알리듯 가느다란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대지에 울려 퍼진다. 하얗고 긴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두 팔을 벌리고 서서 노래를 부른다. 호흡이 긴 노래가 비단실 같이 아름답게 그리고 길게 바람결을 타고 흐른다. 천사의 길다란 치마자락이 함께 펄럭인다. 긴 머리카락도 같이 날려 흩날린다. 무용수의 옷처럼 긴 소맷자락도 펄럭인다.
노래가 멈추고 오보에의 선율이 흐른다. 맑고 은은하게, 역시 가늘고 길게 바람을 타고 온 대지에 퍼진다. 광활한 대지의 끝까지 흐른다. 바람이 멈춘다. 먹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열린다. 금방 나타났던 무지개가 어느덧 사라진다. 찬란하던 햇빛이 사라지고 대지는 다시 어두컴컴하다. 대지의 끝에서 하늘 밑에서 바람이 인다. 바람이 불어 온다. 바람이 몰려온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듯이 바람이 웅장하게 밀려온다. 그러나 거칠지 않게 그리고 무겁게 바람이 불어 온다.
다시 천상의 노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조용히 그러나 환상적으로 바람이 불어 온다.
하늘 한편에는 하얀 구름들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고 맑고 투명한 햇빛을 내리 쪼인다. 반대쪽 하늘에 있던 먹구름이 바람에 업혀 내달린다. 먹구름이 몰려오는 듯 우뢰雨雷가 몰려오듯 웅장함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태양은 구름에 가려 어두운 듯 밝은 듯 햇살을 뿌린다. 터진 구름 사이로 강렬한 밝기의 광선이 내리 쪼인다. 창세기 천지창조의 하늘이 열리는 것인가?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 란 부제가 붙은 ‘남자의 자격’이란 TV프로그램에서2년 전쯤에 연예인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전국합창대회에 나가서 입상을 하게 된다. 거기서 부른 노래가 넬라판타지아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 곡은 솔로를 맡은 여자 가수와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노래 가사의 의미는......’자유로운 영혼의 꿈’ 뭐 이런 것이다. 원제목은 ‘Gabriel’s Oboe’(가브리엘 오보에)이며, ‘롤랑 조페’ 감독의 유명했던 영화 ‘미션’의 OST로 영화음악의 거장 ‘엔리오 모리꼬네’ 가 작곡한 기악곡이었다. ‘사라 브라이트만’이란 가수가 가사를 붙여 ‘넬라판타지아’란 이름으로 노래하여 세계적으로 히트시켰다. 넬라판타지아는 여러 사람에 의해 불려졌으나, 원곡의 오보에 연주자 ‘데이비드 애그뉴’가 오보에를 연주하고 딸인 ‘끌로에 애그뉴’가 부른 버전이 여린 목소리와 더불어 가장 감미롭고 신비롭고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이 곡을 들으면서 처음에 느낀 감정은 드넓은 청보리밭이 눈앞에 펼쳐지고 멀리 나무 한 그루만 서 있는 끝없는 초원에 흰 옷을 입은 여인이 두 팔을 벌리고 서서 혼자 노래도 부르고 오보에를 연주하는 풍경이다. 거기에 바람이 쏴~하고 불어서 보리가 일렁이는 광경이었다. 그 때 생각나는 단어들이 초원, 구름, 바람, 빛, 꿈, 영혼, 환상 같은 것 이었다. 이육사의 광야가 생각나기도 하였다. 번역된 노래의 가사를 검색해 보면서 인간의 감성이 거의 차이가 없음을 알고 나는 깜짝 놀랐다.
환상 속에서 나는 한 세계를 보았습니다.
그 곳에는 모두 정직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내 꿈에서 나는 항상 자유롭게 살 수 있습니다.
구름이 떠다니는 것처럼
영혼의 깊은 곳에 있는 풍부한 부드러운 마음씨
나는 환상 속에서 빛나는 세계를 보았습니다.
하나도 어둡지 않은 밤
영혼의 꿈은 언제나 자유롭습니다.
구름이 떠다니는 것 같이
나의 환상 속에서는 따뜻한 바람이 있었습니다.
도시 안에서 숨을 쉬는 것 같이, 좋은 친구와
나의 영혼의 꿈은 항상 자유롭습니다.
구름이 떠다니는 것 같이
영혼의 깊은 곳에 있는 풍부한 부드러운 마음씨
첫댓글 넬라판타지아란 음악을 듣고 느낌을 적어 보았습니다. 역시 감성은 있으되 표현할 수 있는 어휘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음악화일을 첨부하려다가 3M 가 넘어서 첨부하지 못했음을 알려 드립니다.
제 글이 부족해서 음악을 들으시면 훨씬 좋을 것 같은데......물론 많은 분들이 익히 알고 계시겠지만요.
"청보리밭이 눈앞에 펼쳐지고 멀리 나무 한 그루만 서 있는 끝없는 초원에 흰 옷을 입은 여인이 두 팔을 벌리고 서서 혼자 노래도 부르고 오보에를 연주하는 풍경이다. 거기에 바람이 쏴~하고 불어서 보리가 일렁이는 광경이었다." 눈앞에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듯 착각이 되네요.잘 읽고 갑니다.
제가 넬라판타지아 즐겨 듣고 꿈속을 헤매 듯 감상에 젖고 하는곡인데 이글은 글 서두부터 어쩌면 이렇게 글 표현을 환상적으로 하였을까 싶어 여러번 읽었습니다.저는 한문장에 사색이 담긴 또는 낭만적인 표현을 한 두낱말도 못 넣겠는데 대단한 멋진 표현의 글입니다. 많이 배우고 감동받고 갑니다. 이렇게 초록색깔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할 수 있구나! 이 초록빛 만으로도 나의 가슴은 기쁨과 평화가 넘치는구나!
'청보리밭이 눈앞에 펼쳐지고 멀리 나무 한 그루만 서 있는 끝없는 초원에 흰 옷을 입은
여인이 두 팔을 벌리고 서서 혼자 노래도 부르고 오보에를 연주하는 풍경이다. 거기에 바람이 쏴~하고 불어서 보리가 일렁이는 광경이었다...'
온국민을 몽환의 세계로 집어넣었던 곡이 선생님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어 좋은 글 한편 나왔습니다.
초록색은 제가 좋아하는 색상중 하나입니다. 저에겐 초록색 옷이 있는데 즐겨 입습니다. 남성이신 선생님께서 이렇게 좋은 감성을 소유하셨으니
이제부터는 손으로 옮겨 적다보면 많은 사람들에게 넬라판타지아처럼 꿈을 꾸게하는 글을 쓰게 될겁니다. 감상 잘 하고 갑니다.
"천상(天上)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천사(天使)가 지상에 왔음을 알리듯 가느다란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대지에 울려 퍼진다. 하얗고 긴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두 팔을 벌리고 서서 노래를 부른다. 호흡이 긴 노래가 비단실 같이 아름답게 그리고 길게 바람결을 타고 흐른다. 천사의 길다란 치마자락이 함께 펄럭인다. 긴 머리카락도 같이 날려 흩날린다. 무용수의 옷처럼 긴 소맷자락도 펄럭인다."
환상입니다.
"그 때 생각나는 단어들이 초원, 구름, 바람, 빛, 꿈, 영혼, 환상 같은 것 이었다."~ 감동깊게 들었던 몇번의 순간들이 영상으로 쓰쳐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번역된 노래의 가사를 검색해 보면서 인간의 감성이 거의 차이가 없음을 알고.. 똘이 선생님 감성이 정말 풍부하시네요 넬레판타지아 음률은 언제들어도 말 감미롭습니다. 그런데, 이 음악속에 흐르는 감성을 이렇게 훌륭하게 표현하셨군요 정말 놀랍습니다. 과연 기대됩니다. 감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