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5일에도 국내에서는 어김없이 통일연대 등 NGO들이 북한과 연대하여 ‘8.15 민족통일대회’라는 이른바 8.15 민족공동행사를 치렀다. 이번 행사는 북한측이 한국정부의 김일성 조문불허와 범민련-한총련 등 이적단체 참가불허를 문제삼는 바람에 서울-평양에서 각각 분산 개최되는 행사였지만 남북공동결의문을 발표하는 등 대회의 명맥은 유지되었다.
90년대 이래 매년 8월 15일 개최되는 민족통일행사는 이른바 통일선봉대(약칭: 통선대)의 전국순회행사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올해에도 통일선봉대는 14박15일(7.31-8.15) 동안 전국을 순회하면서 소위 ‘통일운동’의 열기를 고취하였다.
통일선봉대의 활동을 지켜보는 많은 국민들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불볕더위 속에서 조국통일을 위해 젊은 청년학생들과 노동자들이 전국을 순회하면서 고생하는 것으로 막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본고에서는 8.15 통일선봉대의 실체를 통해서 일부 NGO에서 주도하는 통일운동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을 지향하는 것인지 밝혀보고자 한다. 이는 현 시기 통일운동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이해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통일선봉대의 구성과 활동
첫째, 통일선봉대는 말 그대로 통일운동을 앞에서 이끄는 선봉대라는 의미로 한총련은 이를 ‘통일의 돌격대’라고 칭하고 있다. 올해 통일선봉대의 공식명칭은 ‘파병철회! 반미민족공조! 2004 통일선봉대’이며, 그 편재는 범청학련(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통일선봉대, 노동자통일선봉대, 청년통일선봉대, 여성통일선봉대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통일선봉대의 핵심세력이라 할 수 있는 범청학련 통일선봉대는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주축이 되고, 노동자 통일선봉대는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청년통일선봉대는 한청(한국청년단체협의회) 등이 주축이 되어 말 그대로 각 분야 통일운동의 전위대들이 참가하고 있다.
통일선봉대의 총대장은 전국연합 의장과 범민련 서울시연합 의장이 공동으로 맡고 있으며, 범청학련 통일선봉대는 한총련의 조국통일위원장이 맡았다. 특히 범청학련 통선대는 동군(반미반전軍: 부산, 대구지역)과 서군(민족공조軍: 광주, 전주, 청주지역)으로 구분하여, 각 지역에서 활동하다가 대전에서 합류하여 서울로 진군하여 투쟁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또한 각 軍마다 1중대, 2중대, 3중대, 문선대, 전대기련 중대 등으로 편성하여 군대식 편재를 갖추어 이른바 돌격대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둘째, 통일선봉대의 위상과 목표는 ‘17기 범청학련 통일선봉대 활동계획서’(2004.7.18) 및 ‘통일운동선봉대의 투쟁선포문’(2004.7.31) 등에 잘 나타나 있다. 이 문서엔 통일선봉대의 의의와 목표, 활동기치, 6대 정치적 과제, 활동방향, 투쟁형태 등 동 단체의 활동지침을 명시하고 있다.
통일선봉대 투쟁선포문에서는 동 조직이 6.15 공동선언을 결사관철하기 위한 투쟁, 이라크파병을 저지하고 한미전쟁동맹을 폐기하기 위한 투쟁, 주한미군 철수투쟁, 국가보안법 철폐투쟁 등을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을 천명하고 있다. 범청학련은 통일선봉대의 활동기치로 “전국 경향각지에서 과감하고 완강한 실천투쟁을 벌여 이라크파병을 반드시 저지시키고, 반미 민족공조 함성높이 울리는 8.15 민족공동행사를 성사시켜 2005년 주한미군철수 원년을 개척하는 돌격대가 되자”라고 밝히며, ‘6대 정치적 과제’로 “반미 민족공조 실현, 이라크파병저지, 대북핵전쟁책동 분쇄,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8.15 민족공동행사 성사” 등을 설정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이러한 주장은 최근 북한의 대남선동과제와 일치하는 것이다. 실제 이들 내용은 북한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에서 연일 주장되고 있는 것임을 지적한다. 특히 통일선봉대는 조국분단 60주년이 되는 2005년을 주한미군 철수 원년, 조국통일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주장한바 있다. 이는 북한당국이 올 초 내부적으로 설정한 적화통일 스케줄인데, 지난 6월 15일 인천에서 개최된 ‘6.15 민족대회’에서 남북한 민간단체가 합의하는 형식을 취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미동맹을 배격하고 미군을 철수시키고,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며 지향하는 통일은 무슨 통일인가? 이는 북한이 연방제통일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결국 적화통일의 최대 걸림돌인 세계 최강의 미군을 철수시켜 우리내부에 군사적 공백상태를 연출하고, 국가보안법을 철폐시켜 마음놓고 간첩활동과 사회주의운동을 하고 북한노선을 고무찬양하여 연방제 적화통일을 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는 결국 통일선봉대가 지향하는 것이 자유민주 통일이 아니라, 북한노선과 궤를 같이하는 친북반미 통일임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통일선봉대의 활동상을 보면, 이들의 친북반미 성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15일동안 이들이 전국에서 벌인 주요 활동을 보면, 이라크파병저지투쟁(한미동맹 파열구/주한미군 철수투쟁), 촛불대행진, 주한미군 기지투쟁(군산, 광주, 평택 등), 대시민 캠페인 및 선전선동 활동, 지하철 선전전, 교도소 항의방문(국보법 철폐), 미대사관 진격투쟁 등을 들 수 있다. 약 500여명의 통일선봉대원들이 전국을 누비며, 이른바 반미친북 통일운동을 벌여 온 것이다.
이상에서 보듯이, 결국 통일선봉대는 '통일‘이라는 미명 하에 북한의 대남투쟁노선을 우리내부에서 충실하게 선전선동하는 대행자이며, 반미친북 통일운동세력임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맺는 말
북한과 국내 일부 NGO들은 이번 8.15행사와 통일선봉대의 활동을 통해 이른바 통일전선공작의 배합에 주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일전선이란 북한이 대남혁명전술 중 가장 중요시하는 전술로 북한과 국내 친북세력 및 일반 민중이 합류하여 북한이 의도하는 적화혁명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전형적인 조직투쟁전술이다.
통일선봉대의 활동은 우리내부의 노동자, 농민, 청년학생 등 각계각층 민중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우리민족 제일주의’, ‘우리민족끼리’라는 민족공조 의식과 친북반미의식을 고취시켜 이른바 통일운동(연방제)의 기틀을 다지려는 친북 통일전선운동으로 평가된다.
통일선봉대의 활동을 보면 6.15 공동선언을 지지관철한다는 미명 하에 통일운동이 마치 자신들만의 전유물인양 행동하면서 친북반미 통일운동을 전개하는 행위가 민족과 통일을 위한 양심적 행위인양 착각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행위는 결국 자유민주통일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자유와 인권과 행복을 지향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역행하는 한국현대사의 불행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