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5월 9일 밤 9시 50분으로 기억하고 있다. EBS에서 대한민국화해 프로젝트로 ‘용서’라는 제목으로 감동 있는 내용들을 방송해 주고 있었다. 그날은 전 세계챔피언 박종팔씨와 박종팔씨의 영원한 맞수이었던 이효필씨의 이야기를 방송해 주고 있었다. 전남 해남(이효필)과 전남 무안(박종팔)이 고향인 두 사람은 친한 친구이자 맞수라고 방송했었다. 과거의 사연들을 방송해 주며 두 사람이 중국에 있는 사막으로 화해의 여행을 간 내용이었다. 결과는 두 사람이 멋지고 근사하게 화해를 하는 것이었고, 그걸 시청한 시청자들도 잔잔한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함께 본 지인들도 멋진 친구들이라며 박수를 보냈던 그날. 나도 큰 감동을 받아 인터넷에 그 사연을 올리며 칭찬을 했었고, 내가 운영하는 선교회 소식지에도 올려서 함께 감동을 받길 원하며 6월 소식지에 올렸었다. 그런데…….
오늘 낮에 밖에서 일을 보고 운전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는 엄청 내리고 있었다. 핸드폰이 신호를 했다. 운전 중이라 갓길로 차를 세우고 전화를 받았다.
“네 감사합니다. 나눔입니다.”(난 거의 이렇게 전화를 받는다.)
“양미동 목사님이시지요?”
“네 그런데 누구신지요.”
“저 이효필이라는 사람인데요.”
“네? 누구시라고요?”(전화 상태가 안 좋았다.)
“박종팔이 친구 이효필이라고요.”
(이 때까지만 해도 내가 사역하고 있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형제가 전화를 한 줄 알았다. 그런 일이 자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전화 상태가 안 좋은데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세요. 누구시라고요?”
“목사님이 저와 종팔이 친구의 이야기를 책에다 쓰셨다면서요.”
(그때야 생각이 났다. 감동을 받았던 용서 이야기를 글로 썼고 인터넷과 소식지에 올렸던 것이…….)
“아~ 네 안녕하세요. 정말 감동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썼는데요?”
“아~ 그러면 글을 쓰려면 정확한 사실을 알고 써야지요. 저만 나쁜 놈이 되어 버렸잖아요. 아는 동생이 그 책을 읽어 주며 형이 정말 그랬어? 나쁘네…. 라고 하잖아요.”
“어? 전 EBS TV에서 방송한 것을 그대로 정리한 것뿐인데요? 어느 시청자가 감동적인 내용인 그걸 믿지 않겠어요? 사실과 다른가요?”
“저도 방송국에게 한방 맞은거에요. 15일 동안 촬영해서 저에게 불리한 쪽만 방송한 것입니다.”
“아~ 그래요. 저의 글 때문에 이사장님이 상처를 받았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종편 방송도 아닌 EBS 방송이라 사실 그대로 방송한 거라 생각했기에 그렇게 감동 받았다는 글을 썼는데요. 죄송합니다.”
“뭐든지 한쪽 말만 듣지 말고 상대편 말도 들어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5천만 원을 안 갚은 것이 아니라 5천5백만 원을 갚았었어요. 방송에서 나를 그렇게 몰아 버린 겁니다.”
“네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다시 글을 써서 올려야겠네요.”
그렇게 사과를 하고 전화가 끝났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나도 완도 사람이다. 이효필씨를 매도하려고 쓴 글이 아니고, 두 사람의 화해와 용서가 너무 아름다워 글을 썼는데, 동향인 사람에게 상처를 준 결과가 발생했다. 마음이 무겁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다.
1839년 영국작가 에드워드 리턴이 쓴 아르망 리슐리외 란 작품 속에 등장한내용이다.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칼보다 펜, 즉 언론이라는 말이겠지….
이효필씨의 말대로라면 화해 프로젝트가 오히려 상처만 남긴 결과를 초래했다. 이제야 신문 지상에 A모씨, B모씨 하는 이유를 알았다. 내용을 보면 누군지 다 알 수 있는 사람이지만 이니셜을 사용한 이유를 말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지, 내가 감동을 받았든지 다른 사람이 멋지다고 생각했든지, 내 글로 인해 이효필씨가 상처를 받았다면 내 잘못이다. 이 글을 통해서 이효필씨에게 정중히 사과를 드린다.
2013. 7. 2.
양미동(나눔) 목사
첫댓글 방송은 공정함에도..
우리같은 사람은 그대로 믿는게
방송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