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自殺)을 죄라고 한다. 그것은 너의 생명은 하느님의 것이라 내
맘대로 처리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나는 생명을 비워버리는
것을 시인한다.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한다. 나는 그것을 좇아야 한다
고 믿는다. 나도 죽인다는 것은 퍽도 안 되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자살을 아주 손쉽게 하는 것을 자랑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꼭 자살을 해야 할 경우 그러한 자리에서 못나게 죽음을 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죽는다는 것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을 때
는 죽어야 한다. 이렇게 죽어야 다음 대(代)가 좀 살아가게 된다. 얼굴
은 주그러지고 나이는 일흔이 넘게 늙어서 나는 병 하나 없다고 자랑
을 한다. 그건 거짓말이다. 여든 아흔이 넘어서 건강이 있다고 할 것인
가? 늙는 것이 병인 것이다. 죽을 때 죽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
다. 이래야 사람이 가치가 있게 보이지 않겠는가?
일제(日帝)시대 종교탄압의 하나인 신사참배사건으로 감옥에 갔다온
이들이 당시에는 죽기로 저항한 것으로 듣고 있다. 자기가 자기를 결정
지을 수 있는 문제이다. 내가 자꾸 나아가는 것이라 죽어서 나아진다면
몸나의 자살은 하지 않을지언정 정신의 자살은 얼마든지 해도 좋을 것
이라 생각한다. 나아가는 것이라면 정신의 자살을 하는 그 지경이 복음
도 알고 은혜도 부딫쳐 보는 것이 된다. 내가 나를 죽이고 내가 나를
낳아 가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 내가 걸어오면서 생각해본 것이다. (1956)
첫댓글 내가 자꾸 나아가는 것이라 죽어서 나아진다면
몸나의 자살은 하지 않을지언정 정신의 자살은 얼마든지 해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