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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모 (지은이)청어람주니어2021-11-22
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책소개
길용 아재네 집에서 더부살이 중인 인수는 조병창에 취직하는 것이 꿈인 열세 살 소년이다. 인수는 일본인 선생님의 미움을 받아 학교에서 쫓겨나고 김화댁 아주머니의 소개로 신탄상회 배달꾼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장작을 배달하러 간 집에서 일본 소녀 아야코를 만난다. 인수는 다른 일본인과 다르게 조선인에게 친절한 아야코를 신기하게 생각한다. 무더운 여름날, 갑작스러운 비에 휩쓸려 아야코가 위험해지자, 인수는 사력을 다해 아야코를 구한다. 이 일을 계기로 아야코 아버지의 눈에 든 인수는 꿈에 그리던 조병창을 구경하게 된다.
그러나 인수가 꿈꾸던 조병창과 실제 조병창은 많이 달랐는데…. 일제 강점기, 꿈과 현실의 차이를 자각하기 시작한 한 소년의 뜨거운 성장기. 아이와 어른 사이, 인수는 과연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까?
목차
그리운 학교
달팽이서당
미쓰비시 줄집
배달꾼
깍두기 형
기차와 아야코
야학
이상한 모임
다시 만난 아야코
소원
심부름
아, 조병창
사라진 팔
핏줄
굿바이, 미쓰비시
저자 및 역자소개
안선모 (지은이)
느릿느릿 걸으며 기웃기웃 다른 세상 엿보기를 좋아해요. 사라져 가는 것들, 새롭게 등장한 것들을 보면 호기심이 발동해 오랫동안 관찰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지요. 꽃밭 가꾸기, 동물 돌보기, 사찰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며 역사에도 관심이 많아요. 그동안 《꼬마 난민 도야》 《엄마는 게임 중독》 《조용한 마을의 공유경제 소동》 등 많은 창작 동화와 다양한 분야의 어린이 책을 펴냈으며 지금도 꾸준히 쓰고 있어요. 해강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경기도 포천 산골에서 부엉이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출판사 리뷰
어린 배달꾼
인수는 길용 아재네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열세 살 난 소년이다. 인수가 사는 집은 줄줄이 붙어 있다고 해서 ‘줄집’이라고 불렸다. 인수는 일본인 선생님의 미움을 사서 학교에서 쫓겨나고 김화댁 아주머니의 주선으로 신탄상회에서 배달꾼으로 일하게 된다.
학교에 가고 싶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배달꾼이 된 인수는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조금씩 깨달아 간다. 그리고 언젠가는 조병창에 취직할 거라는 희망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모던 뽀이 깍두기 형과 일본 소녀 아야코를 만나다
인수가 일하게 된 신탄상회 주인 내외에게는 갑득이라는 아들이 한 명 있다. 인수가 갑득이를 깍두기로 잘못 알아듣는데 오히려 갑득이는 예명으로 ‘깍두기’를 쓰기로 한다. 깍두기 형은 인수가 여간해서는 만날 수 없는 모던 뽀이다. 중절모를 쓰고 양복을 입고 빨간 넥타이를 한 깍두기 형을 인수는 좋아하고 따른다.
신탄상회에서 일하던 인수는 장작을 배달하러 간 일본인 집에서 아야코라는 또래 소녀를 만난다. 다른 일본인들과 다르게 유독 인수에게 친절한 아야코에게 인수는 호기심을 갖는다. 그리고 몇 번의 만남으로 조금씩 추억을 쌓는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내린 비에 엄청나게 물이 불어나고 아야코는 물살에 휩쓸리고 만다. 인수는 죽을힘을 다해 아야코를 구해 내고, 그 일로 아야코의 아버지 눈에 들어 꿈에 그리던 조병창을 구경하게 된다. 그리고 아야코 아버지의 비밀스러운 심부름도 몇 차례 하게 된다. 비밀에 부쳐진 아야코 아버지의 심부름은 도대체 무슨 일일까?
미쓰비시를 아시나요?
야학에서 공부하던 인수는 일제 강점기의 현실이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되고, 조병창에서 본 조선 노동자들의 충격적인 모습에 큰 혼란을 느낀다.
그리고 깍두기 형으로부터 은밀한 부탁을 받고 고민에 빠지는데…….
인수는 깍두기 형의 부탁을 받아들일 것인가?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공간은 너른들, 지금의 인천광역시 부평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 살았던 줄집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제 강점기의 부평을 조명한다. 어린 인수의 시선으로 조병창과 미쓰비시 군수 공장, 그리고 그곳의 강제 징용자들을 보여 준다.
줄집이 있었던 삼릉은 미쓰비시 공장 노동자들의 사택이었고, 현재도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보존, 연구 중이다.
똑똑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어린 인수를 통해 작가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미쓰비시’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제국주의에 빠져 전쟁을 일삼던 그 시절을 기억해야 한다고.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닦는 것’이기에 미쓰비시는 아직 과거가 아니라고 말이다.
굿바이 미쓰비시, 굿바이 어린 시절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데미안》의 유명한 구절처럼 인수는 알에서 나와 또 다른 세상을 마주한다.
줄집에 살면서 조병창을 동경하던 인수의 어린 시절은 저물어 가고 있다. 인수는 자신을 둘러싼 현실과 세상을 자각하고 서서히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현실에 눈뜬다. 그리고 마침내 결정한다. 인수의 선택이 어떤 것이든 그것은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고 또 다른 세계를 마주하려는 새의 몸부림이자 선택이다. 작품의 마지막, 미친 듯 몰아치는 눈보라를 맞으며 산을 넘는 인수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작가의 말
미쓰비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기를
한국 전쟁으로 고향인 강원도 철원을 떠나게 된 부모님이 정착한 곳이 바로 부평 삼릉이라는 곳이었어요. 제가 태어난 곳은 성냥갑 같은 집이 다닥다닥 열 개씩 붙어 있는 집이었죠. 이런 집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는데 제가 태어나 자란 곳은 세 번째 집이라 하여 3호집이라 불렸습니다. 푹 가라앉은 어두운 부엌 하나에 작은 방 두 개인 집에서 아이들은 씩씩하고 건강하게 잘 자랐지요. 미닫이문으로 막아 만든 방 두 개에서 부모님과 삼촌, 오빠 둘, 동생 그리고 저까지 일곱 식구가 살았죠. 화장실은 공동 화장실이었고 공동 수도가 있어서 그곳에서 물을 떠 왔고요. 지금 생각하면 ‘어머나! 그런 데서 어떻게 살아?’ 했을 테지만 그때는 모두가 가난한 시절이라 크게 불편함을 못 느끼고 살았답니다. 물론 한밤중에 화장실에 가는 일은 고역 중의 고역이었어요.
어렸을 적부터 호기심이 많았던 저는 ‘삼릉’이라는 지역 이름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어요.
“삼릉? 삼릉은 세 개의 능이라는 뜻이야. 그렇다면 어딘가에 세 개의 무덤이 있을 거야. 이제부터 그 능을 찾아보는 거야.”
모험이라도 하듯 마을 곳곳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지만 끝내 세 개의 능은 찾지 못했어요.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이 되자, 우리 집은 제법 넓은 대지에 작은 기와집을 짓고 부평역 북부 쪽으로 이사하게 되었어요. 우리 가족만의 화장실이 있고, 마당에는 우리 가족만의 수도가 놓인 집이었지요.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저는 인천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사 생활을 하다가, 2012년 모교인 부평남초등학교로 발령을 받게 되었어요. 40여 년이 지나 다시 삼릉을 만나게 된 것이지요.
그러자 어렸을 적 품었던 호기심이 다시 발동하였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어찌 보면 놀랍기보다는 부끄러운 일이었어요.
알고 보니 삼릉에서 릉은 ‘언덕 릉’ 자가 아니라 ‘마름 릉’ 자였어요. 그러니까 삼릉은 ‘세 개의 마름모’란 뜻으로 일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의 회사 이름이자 ‘쓰리 다이야 마크’라고도 부르는 회사 문양의 명칭이었어요. 그것을 알게 되자 그때부터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또 알게 된 사실! 제가 어렸을 적 태어나 자란 그 집이 바로 ‘미쓰비시 줄사택’이라는 것. 일본이 대륙 병참 기지화의 발판을 삼기 위해 부평에 조병창을 만들어 무기를 만들었고, 조병창 건너편(지금의 부평 공원)에 자리한 미쓰비시 군수 공장은 조병창을 돕기 위해 철판을 만들어 냈어요. 그리고 노동자를 전국 각지에서 강제 동원하였지요. 그러니까 제가 살았던 그 집이 바로 미쓰비시 노동자들을 위한 줄사택이었던 거예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저는 얼마나 부끄러웠는지요.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사람이 역사를 이렇게 모르다니! 그러니 학생들은 어떻겠어요? 그때 저는 마음속으로 큰 결심을 했습니다. 조병창을 주제로 하는 장편소설을 꼭 쓰겠노라고! 그동안 자료 수집하고, 책 읽고, 나이 드신 어른들께 이야기도 듣고 하면서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조병창과 미쓰비시 줄사택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었어요. 잘 모르니까 당연히 관심도 없었고요.
일본은 일제 강점기의 강제 노역 피해자와 유족이 낸 손해 배상 소송에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고도 불복해 항고한 상태입니다. 과거의 일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우리 주변에 있는데, 역사적 자료나 산물이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닦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1930년에 태어난 인수라는 아이를 등장시켰어요. 인수는 조병창을 동경하며 조병창에 취직하는 것을 꿈으로 삼고 있는 소년입니다. 이 소년이 조병창으로 인해 모진 삶을 이어 가고 있는 강제 동원 노동자들을 보며 일본의 만행을 알게 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 백성들이 얼마나 끈질기게 일제에 저항했나를 그리기로 했지요.
오래전에 품었던 결심은 8년의 세월을 거쳐, ‘굿바이, 미쓰비시’라는 제목의 책으로 독자들 앞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과거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 주는 것이 작가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열심히 역사를 공부하려고 합니다.
안선모
첫댓글 드디어 나왔군요.
힘들고 어려웠던,
그러나 우리들이 알아야할 그 이야기가.
수고 많으셨어요.
축하드립니다 아주 많이요.
예, 선생님^^ 축하 고맙습니다. 숙원사업을 끝낸 것 같아 후련합니다.
안선모선생, 청어람에서 보내온 책을 단숨에 읽었어요! 어쩜 어린시절의 기억과 그 땅에서 살았던 기운으로 이렇게 생생하고 멋진 작품을 탄생 시켰네요! 너무 흥미롭게, 감동적으로 읽었어요. 탄탄한 문장에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 인수와 아야코가 마지막 만난 장면에선 눈시울이 뜨거워졌답니다.
역시, 믿고보는 우리 안선모 작가!
부디, 이 책이 오래오래 살아남아 일제강점기 우리가 당했던 일들이 잊혀지지 않기를 바래요.
이 책으로 좋은 일도 마구마구 생기기 바라고요.
아무래도 찐하게 한 잔 해야 될 책!
아이고, 선생님. 글 읽는데 눈물이 나네요. 칭찬 받아 너무 기뻐서요^^
이 책의 제일 큰 장점은 현장감이라고 생각해요. 딱 그 시절 그곳으로 독자를 데려가요.
그래서 더 절절하게 느끼게 하지요.
오래 고민하고 오래 자료를 찾았다는 걸 알겠어요.
정말 고생하셨고, 그 덕에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역사소설 많이 써주세요!
역사동화 잘 쓰는 산초 샘에게 칭찬(?) 들으니 더욱 기분이 업 되네요.
늘, 잘 쓰고 싶다, 잘 쓰고 싶다 노래를 했거든요.ㅋㅋ
실감나게 쓴 근대 역사 이야기.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쓰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고맙습니다^^ 후속편도 곧 쓸 예정입니다. 이번 겨울에.
@바람숲 기대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빈남옥 인사드립니다. 선생님 책을 읽고 학생들과 답사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캠프마켓(조병창), 미쓰비시공장(부평공원) 부평2동 줄사택 그런데 인수가 살던 집이 현재 남아있는 줄사택인가요? 그 일대겠지요~? 그리고 밤솔산이 어디이고 서당이 어디쯤 있었을까요? 또 아야꼬 집, 신탄상회 등 공간적으로 들러보면서 책이야기를 학생들과 하고 싶습니다. 제가 너무 감동깊게 읽었습니다. 선생님고맙습니다.
예, 고맙습니다.^^ 밤솔산은 아파트 공사로 흔적을 찾기 어렵더라구요. 서당은 상상 속의 공간이고 아야꼬 집은 현재 남아있지 않아요. 남부역 근처입니다. 사실과 허구를 섞어 만든 문학작품이므로 때로는 허구의 공간도 필요하지요. 하지만 역사적 사건은 사실에 바탕을 두었어요. 또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연락주세요.(010-3326-7814)
@바람숲 답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비니 충분한 답변이 되었나 모르겠네요. 나카마치 거리는 실제로 있었던 곳. 신탄상회는 허구. 아야코가 살던 집도 실제로 있었어요. 지금은 개발되어 건물이 들어섰지요.
@바람숲 선생님 덕분에 학생들과 부평 역사를 잘 돌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화로 친절히 설명도 해주시고 너무 반갑고 고맙습니다. '오빠는 하우스보이' 기대 됩니다.